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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국, 최신 지표가 그리는 2개의 서로 다른 그림…'부유층이 경제 지탱'2024.06.10 PM 05:27
5월 비농업 고용 예상 넘는 호조
청년실업률은 전년 6.3%서 7.9%로 뛰어
저소득층 소비 위축된 반면 부유층은 회복세
필수재 기업 vs 유람선 기업 희비
미국 경제지표가 최근 계속해서 놀라움을 주면서 투자자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르기까지 미국 경제 방향 예측에 혼란을 안기고 있다. 특히 ‘부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지표들이 미국 경제를 놓고 서로 다른 두 개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전날 미국 노동부는 5월 비농업 고용이 27만2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증가 폭은 4월의 16만5000명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시장 전망치인 19만 명도 크게 웃돌았다. 이는 4월 개인소득과 지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최근 몇 주간 나온 일련의 지표가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다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양극화가 숨어 있다. 일례로지난달 전체 실업률은 4.0%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이어갔지만, 경제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20~24세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에서 7.9%로 상승했다. 생필품 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저소득층이 자신들의 직업 전망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지속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과 젊은 층은 소득과 지출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반면 부유층은 이미 대부분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데다 신용카드나 자동차 대출에서 발생하는 차입 부담을 겪고 있지 않다. 주식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고수익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부자들이 소비를 지탱하면서 지표가 이례적으로 엇갈리게 나오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레저와 숙박 부문에서 5월에만 4만2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수치는 최근 12개월 평균치인 3만6000건보다 많다. 반면 지난달 전체 상품 생산 부문 일자리 증가 폭은 2만5000개에 그쳤다. 구체적으로는 음식 서비스와 주류점이 2만4600개, 오락과 도박, 레크리에이션이 1만200개의 일자리를 추가했다.
일련의 상황은 정부가 공개한 지표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기업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저소득층이 소비에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면서 대중이 널리 쓰는 상품과 서비스를 취급하는 기업들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캠벨수프는 소비자들이 절약하면서 스낵 구매를 줄이고 값싼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유람선 업체와 같이 부유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AP
산업군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필수품을 취급하는 식품 제조사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여행 수요 회복에 유람선 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통상 유람선 승객의 가계 소득은 평균 이상이다.
지난달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은 올해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종전 1.32달러에서 1.42달러로 상향하는 등 전반적인 실적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높였다. 마크 켐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미국 소비자는 강하다”며 “특히 우리가 추종하는 소비자의 회복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WSJ는 “경제지표는 두 개의 미국을 그리고 있다”며 “부자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걱정이 커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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