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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갑 닫는 中에 콧대 낮추는 명품 기업들…온라인서 바겐세일2024.06.14 PM 06:43
발렌시아가 알리바바 티몰에서 대폭 할인
할인 품목 늘리고 기간도 대폭 연장해
베르사체, 지방시, 버버리 등도 할인 가세
지갑 닫는 中에 직격탄 맞은 명품업체들
발렌시아가 아워글래스 핸드백/ Getty Images
발렌시아가, 베르사체, 지방시 등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 돌입했다고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경기 위축으로 지갑을 닫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재고 급증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럭셔리기업 케링의 계열사인 발렌시아가는 중국 본토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바바 티몰(Tmall)에서 자사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베이지색 아워글래스 핸드백을 3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 가격은 발렌시아가의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파페치 등 주요 명품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크게 저렴한 수준이다. 또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발렌시아가가 올 들어 4개월 중 3개월 간 세일 품목에 대한 할인율을 40%까지 높였으며 1~4월까지 티몰에서 판매하는 할인 제품 수를 2배 이상 늘렸다고 전했다. 2022년 첫 4개월 동안은 가격 인하가 전혀 없었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미국 카프리홀딩스의 베르사체와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의 지방시, 버버리 등의 브랜드도 모두 이번 달 티몰과 기타 중국 쇼핑 플랫폼에서 큰 폭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베르사체의 평균 할인율은 2023년 약 40%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0% 이상으로 급증했다. 할인 기간 역시 길어졌고 할인 제품 수도 올 들어 4개월 간 수백 개 수준까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측은 “비공개 세일이나 아울렛을 통해 재고를 소진해왔던 명품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플랫폼에서 큰 폭의 할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디지털럭셔리그룹의 중국 컨설팅 담당 상무이사 자크 로이젠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소비자 접점인 티몰에서 이런 할인이 제공되고 있다는 게 놀랍고, 솔직히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뉴욕 5번가나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공개 세일을 진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상하이 루이비통 매장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Getty Images
명품 기업들의 대대적인 할인은 중국 본토에서 이들 기업들이 처한 곤경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기둥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중국 중산층이 점점 더 검소해지면서 명품 기업들의 실적을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실제 케링은 지난 4월 중국 내 구찌 판매의 부진으로 상반기 수익이 4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으며 버버리 주가 역시 중국과 미국의 수요 약세로 지난 1년 간 반 토막이 났다. 일본 엔화 약세도 중국의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람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 중국 대신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에르메스와 샤넬, LVMH의 루이비통, 프라다의 미우미우 등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최상위 브랜드는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을 포기하고 이커머스 노출을 제한해 고액 자산가 고객에만 집중하면서 경기 침체를 더 잘 견뎠다는 분석이다. 케링도 최상위 브랜드 구찌에 대해서는 온라인상 공개 할인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할인이 단기적으로는 재고 소진에 도움이 될 수는 있더라도 잦은 가격 인하는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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