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황/전략] (메리츠증권) 엔화와 아시아 통화2024.07.10 PM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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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ying Geese Theory에 따르면 아시아 외환위기의 한 원인은 엔화 절하

✓ 엔화 절하는 아시아 국가에 1) 자금 유입 둔화, 2) 수출 경쟁력 하락 야기

✓ 엔화 절상은 아시아 통화 절상의 선행조건. 약달러 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유의

 





Flying Geese Theory


Flying Geese Theory(기러기 편대 모델)란 일본의 경제학자 아카마쓰 카나메(赤松要)가 1960년대에 발표한 경제 발전 모델이다. 기러기 떼는 날아갈 때 V자 형태로, 우두머리 기러기를 다른 기러기들이 쫓아간다. 이와 유사하게 기술 이전과 산업 발전 또한 선진국의 기술을 신흥국이 쫓아가는 형태라는 주장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선진국은 기술이 확산되면 고부가가치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산업은 생산비용이 낮은 신흥국으로 이전되는 방식으로 경제가 발전한다고 설명한다.


<그림1>에 표현되었듯 Flying Geese Theory는 아시아의 발전을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이론에서의 아시아 경제 우두머리는 일본이다. 일본은 1950~60년 대부터 경공업, 중공업, 기술집약적 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 구조를 고도화했다. 이를 뒤이어 1980년대에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산업화를 추진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990년대에 동남아시아와 중국이 발전했다 <그림2>.


1960년대에 발표된 해당 이론은 1990년대 들어 두 가지 이유로 재조명되었다. 첫째, 당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특히 Flying Geese Theory에서 주장했듯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공업부터 기술 집약적 산업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둘째,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를 설명하는 한 축이었다. Nomura Research Institute의 Kwan(1999)이 주장한 내용인데, 이론상 경제 우두머리 국가인 일본은 엔저로 인한 가격 경쟁력을, 가장 뒤에서 쫓아오는 중국은 품질 경쟁력을 높여 중간 발전단계에 위치한 국가들의 경쟁력과 통화가치가 동반 절하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외환건전성이 악화된 점이 직접적인 문제였겠지만 말이다.

 




1990년대 vs. 2020년대


Flying Geese Theory는 직관적이기는 하나 너무 단순하다고 평가 받는다. 개별 국가별 특성을 일제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가 뚜렷한 이론임에도 다시 언급한 이유는 모델이 재부각된 1990년대 말과 현재의 환율 추이가 유사해서다.


<그림3>과 <그림4>를 보면 두 시기 모두 엔화 가치 절하가 두드러지며, 이때 아시아 환율이 뚜렷한 동조화 현상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림5>에 나타나듯 대체로 아시아 통화는 달러와의 상관관계가 더 강하나, 엔화 가치 절하가 두드러졌던 1990년대말과 현재는 엔화와의 상관관계가 더 강했다.


물론 차이는 있다. 지금은 엔화가 아시아 통화가치 절하를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위안화는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되면서 제한적이나마 여타 통화와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가장 큰 특징인 동조화 현상을 부인할 수는 없다. 즉, 아시아 환율은 엔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엔화가 영향을 미치는 경로


Kwan(1999)은 엔화 절하가 여타국에 미치는 영향을 자국 통화가치 절하 요인 두 가지와 절상 요인 두 가지로 정리한다.


우선, 절하 요인 두 가지는 1) 일본으로부터의 자본 유입 둔화와 2) 일본 제품에 대한 자국 수출 경쟁력 하락이다. 1) 엔화 가치가 절하되니 일본 자국 내 생산 비용이 하락하여 여타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둔화된다. 또한 이는 2) 자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도 연결된다.


절상 요인 두 가지는 3)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용 절감과 4) 엔화 표시 외채 자금 조달 비용 절감이다. 3) 엔화로 표시된 일본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며 수입 비용이 줄어드는 한편, 4)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면 엔화 절하 영향으로 자금 조달 비용도 절감된다는 것이다.


결국 엔화 절하에 따른 환율 동조화 여부는 상기한 네 가지 요인 중 어떤 요인의 영향이 더 큰지에 달렸다. 그리고 최근의 매크로 추세를 감안하면 절하 요인의 영향이 더 강한 것으로 확인된다.


Kwan(1999)이 지적했듯 엔화가 절하되며 일본 자금 유입은 둔화되는 한편, 수출 가격경쟁력은 약화되었다. <그림6>에 나타나듯 통화가치가 절하된 시기에는 일본 소재 은행으로부터 아시아 국가로의 자금 유임이 일제히 감소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실질실효환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은 자연스레 개선되었을 수밖에 없다 <그림7>.


반면, 엔화 절하의 수혜는 축소되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일본 수입 의존도는 1990년대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림8>. 그리고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라이본드 발행액 또한 엔화 가치가 절하된 지금 발행 규모가 축소되었다 <그림9>.






아시아 통화가치 절상의 선행조건 = 엔화 절상


상기한 논의를 종합하면 현재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절하되고 있는 데는 엔화 가치가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한 영향도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치가 절상되기 위해서는 엔화 절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엔화 절하에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2021년 이후 달러/엔 움직임을 가장 잘 설명한 것은 펀더멘털 측면의 미일 금리차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금리차가 축소되고 있음에도 달러/엔 환율은 상승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그림10>. 연준의 금리 인하 및 일본은행의 추가 정상화 기대가 커지고 있기는 하나, 정책이 급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행은 섣불리 금리 인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일본 내수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보기 이르기 때문이다. 또한 물가상승률은 높은 유가에 힘입어 재차 반등하고 있기는 하나,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모두 제외하면 2024년 5월 2.1% YoY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시개입에 나서기도 어렵다. 일본 외환당국의 환시개입이 있었던 5월 초보다 지금은 환율 변동성이 낮다. 내재변동성과 일중 변동폭이 모두 작다. 환율 레벨 부담은 커지고 있으나 개입의 명분은 작은 것이다.


일본은행의 정책 급변이 제한되는 만큼 엔화 절상의 키는 미국에 있겠다. 9월 FOMC에서의 첫 인하를 선반영하여 3분기 중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 이에 연동되어 엔화도 절상되겠다. 다만, 지금 엔화 가치가 캐리 트레이드 영향으로 하락한 만큼 엔화 절상 시 일부 청산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엔화도 여타 통화에 비해 절상폭이 크겠다.





- 메리츠증권 FX/원자재 박수연 Economist -



#J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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