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 역사] 트럼프, 머스크와 '브로맨스 대담'… '김정은·푸틴 내가 잘 안다'2024.08.13 PM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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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과거 바이든 지지하고 트럼프와 설전

총격 사건 후 트럼프 지지 선회… 백악관 합류 가능성도

접속 폭주에 40분 지연돼… 머스크 "디도스 공격 발생"

EU, 대담 前 '허위 정보 유포 금지' 사전 경고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일 X(옛 트위터)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페이스’를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대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한때 공개 설전까지 벌일 정도로 앙숙이었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브로맨스(Bromance·남성들 간의 각별한 유대와 우정)를 과시하고 있다. AP는 “압도적으로 우호적이었던 분위기의 대담에서 트럼프는 잠재적 유권자 수백만 명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었고, 정치에 크게 의존하는 플랫폼인 X는 (트럼프가 떠나고) 어려움을 겪은 뒤 회복할 기회를 가졌다”고 했다.


◇ 트럼프·머스크의 브로맨스… 앙숙에서 동반자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뒷모습. /AP 연합뉴스



머스크는 지난달 총격 사건 직후 트럼프를 공개지지했다. 트럼프는 “내가 그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만큼 지금 당신과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에 줄곧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트럼프였지만 테슬라를 극찬했고, 머스크도 “납세자들이 힘들게 번 돈이 좋은 방향으로 쓰이는지 확인하는 위원회가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고 화답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당선시 머스크를 정책 고문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는 “총격 사건에서 경험했듯이 공화당 후보의 강인함이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권위주의 진영의 지도자를 호명하며 “터프하고 총명하며 사악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미국 대통령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복잡미묘한 관계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스크는 당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지만 트럼프도 대통령직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머스크가 2개의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합류했지만,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이후에는 활동을 그만뒀다. 머스크는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을 지지했다. 2022년까지만 해도 트럼프와 공개 설전을 주고받을 정도로 두 사람 관계가 좋지 않았다. 트럼프는 “머스크는 믿을 수 없는 허풍쟁이”라 했고, 머스크는 “당신이 싫지는 않지만 이제 모자를 벗고 일몰 속으로 사라질 때”라며 정치 은퇴를 요구했다. CNBC는 “이 관계는 두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불안정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머스크를 트럼프 쪽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머스크는 X를 통해 이민·의료 정책을 비판했고, 특히 바이든이 범정부적으로 추진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021년 백악관에서 ‘전기차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경영진은 초대된 반면 테슬라만 빠진 것도 바이든에 대한 머스크의 좋지 않은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억만장자 사업가인 넬슨 펠츠 등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며 관계 회복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수년에 걸쳐 머스크와 우호적이었고, 그를 좋아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총격 사건 직후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고 정치후원단체(PAC)를 설립했다. 전기차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항공·우주, 인공지능 등 다방면의 사업을 영위하는 머스크가 트럼프에 베팅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트럼프는 2021년 의회 습격 사태 이후 X를 비롯한 대형 플랫폼에서 퇴출됐다. 하지만 이듬해 머스크가 X를 인수한 뒤 ‘복권’ 조치됐고, 12일 팔로어가 8800만명이 넘는 본인의 계정에 1년 만에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며 복귀를 알렸다.



◇ 트럼프 “김정은, 푸틴 잘 알아”… 바이든 낙마엔 격앙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AFP 연합뉴스

 


한편 트럼프는 이날도 북한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잘 안다”며 “북한 측에서 저와의 만남을 원해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회담이 이뤄졌다. 나 덕분에 그때 우리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커다란 위협은 지구 온난화가 아닌 ‘핵 온난화’”라며 “핵을 가진 나라들이 가장 큰 위협이다. 내가 재임할 땐 핵 위기라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머스크도 여기에 “김정은 같은 사람들은 약한 것이 아니라 힘에 반응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트럼프는 푸틴에 대해서도 “나는 그를 존중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것을 놓고는 목소리를 높이며 “미국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였다”고 했다.


이날 대담의 상당 부분은 불법 이민 문제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비판에 할애됐다. 트럼프는 “해리스와 바이든의 느슨한 이민 정책으로 불법 이민자들이 멕시코와 연결된 미국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가 최근 서비스업 종사 비율이 높은 네바다주에서 팁에 대한 연방 소득세 폐지를 공약한 것을 놓고는 “내 공약을 베낀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직 똑똑한 대통령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저지할 수 있다’며 “바이든과 같은 바보들에게는 어떤 일도 맡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접속 장애에 40분 지연… EU는 “허위 정보 조심” 경고

 


12일 뉴욕에서 한 시민이 노트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대담을 듣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이날 두 사람의 대담은 오후 8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접속 장애가 발생해 약 40분 정도 지연됐다. 네티즌들의 불만이 폭주했는데,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도 “일론에게 우리가 접속할 수 없다고 알려달라”고 댓글을 달 정도였다. 머스크는 “최대 800만 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도록 시험을 마쳤지만 대규모 디도스(DDoS)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작년 5월에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머스크와 X에서 대담을 가졌지만, 접속이 끊기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등 장애가 20분 넘게 이어진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기술 오작동이 트럼프를 침묵시키려는 이들의 대규모 사이버 공격 때문이라 주장했지만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세계 이목이 쏠렸던 이날 대담에 앞서 티에리 브레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X와 머스크에 “증오, 무질서,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이나 특정 허위 정보 유포가 없도록 규칙을 준수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지난해 8월부터 대형 플랫폼이 불법·유해 정보를 방치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티븐 청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EU는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보다 자기 일에만 신경 써야 한다”고 했고, 머스크 역시 X에 ‘너나 잘하라’는 뜻이 담긴 온라인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공유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린다 야카리노 X 최고경영자는 “유럽에서 적용하려는 법률을 미국 정치 활동에까지 확대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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