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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황/전략] (DB금융투자) 라디오와 AI2024.09.01 PM 10:22
전략의 샘 (주식전략)
■ 주식시장 관점에서 100년 전 라디오와 오늘날의 AI는 공통 분모를 지녀
■ 기술 혁신과 유동성으로 주식 상승하지만, 경기 둔화와 금리 정점 마무리 후 주식 방향 전환
■ 만약 이번에 주식시장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이례적인 경우로 역사의 한 편에 기록될 것
100년 전 주식시장과 오늘날의 그것은 유사점이 있다. 물론 100년 전 일어났던 은행 시스템의 붕괴는 예외적인 것이었다. 또한 오늘날의 인플레이션은 100년 전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 혁신과 유동성의 관점에서는 그때와 지금이 분명한 공통 분모를 가진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100년 전 주식시장 상황과 더불어 이에 대응하는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해 봤다. 100년 전은 러셀 내피어(Russell Napier)의 자료를 참고했으며 오늘날은 필자가 괄호 안에 그 내용을 정리했다. 이를 통하여 주식시장이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A. 100년 전: 1920년대에 이뤄진 대대적인 기술 혁신은 당시 사람들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바꿨다. 우선 전기에 접근할 수 있는 가구가 급속하게 늘었다. 전기는 1882년 9월 4일에 미국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였는데 1907년까지는 전체 가구의 8%만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매우 서서히 성장했다. 그러나 1921년에는 미국 전체 가구의 37.8%가 전기에 연결됐고 1929년에는 전체 가구의 67.9%가 전기를 사용하게 됐다. 전기가 공급되는 가구가 늘었다는 것은 가전제품 시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전제품 판매액은 1921년부터 1929년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품목은 라디오로, 이 기간에 판매액이 거의 30배가 늘어났다.
(오늘날: 빅테크 기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2012년부터다. 지난 10년간 해당 기업을 중심으로 딥러닝 기술이 가속 발전하며 요즘의 AI 모습이 갖춰졌다. 이에 따라 산업 분야 전반에서는 A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하여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집중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품목은 AI 칩이다.)
B. 100년 전: 1920년대 유동성 환경도 주목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금이 집중됐다는 점이 주요했다. 1920년대 금본위제에서는 금이 유입되면 통화량이 늘어나 자연스레 통화정책이 완화됐다. 한편, 당시 민간 분야에서 나타난 소비자 신용의 팽창도 유동성 환경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국의 소비자 신용은 주로 할부판매를 토대로 이뤄졌다. 1910년대까지만 하여도 할부판매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1920년대에 특히 소비 내구재를 중심으로 할부판매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1927년에는 전체 가구의 85%가 할부계약으로 물건을 샀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인 내셔널 시티 뱅크가 1928년에 신용대출 사업에 진출하면서부터 돈을 빌려 내구재를 구입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졌다. 이처럼 강력한 소비자 신용은 당시의 기업에 자신감을 심어주어 미래를 위한 시설 투자에 열을 올리게 했다.
(오늘날: 2020년 발생한 팬데믹은 오늘날의 유동성 환경을 뒤바꿨다. 국가에서 대규모 유동성을 주입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에 의하여 무제한 양적완화가 시행됐으며 그들 행정부는 가계에 현금을 직접 공급했다. 이에 따라 과잉 수요가 창출됐을 여지가 있다. 또한 부풀려진 수요가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시설투자에도 적극성을 갖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AI 기술 도입을 위한 데이터센터의 신축 역시 그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C. 100년 전: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달리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은 1929년 초여름부터 뚜렷해졌다. 당해 6월에는 산업생산이 고점을 쳤으며, 라디오와 더불어 각광받았던 자동차의 생산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둔화됐다. 전미경제연구소는 경기 확장의 정점을 1929년 8월로 판단하고 있다. 경기 둔화는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호주와 네덜란드는 1927년부터 경기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독일과 브라질은 1928년을 기점으로 침체에 접어들었다. 아르헨티나, 캐나다, 폴란드는 1929년 상반기부터 경기가 하강했다.
(오늘날: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달리 그들의 Conference board 경기선행지수는 유의미하게 하락한 상태다. 이번 미국 노동부의 수정 발표를 통하여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뜨거운 줄 알았던 그들의 고용시장이 사실은 미지근했다는 점도 밝혀졌다. 미국 경기의 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다른 국가의 경기 둔화도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수년 전부터 경기 침체 상태다. 세계 경제를 양분하는 G2에서 한쪽이 이미 무너진 것이다.)
D. 100년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재할인율은 1928년 2월 3.5%에서 1929년 8월에 6%까지 올라갔다. 금리는 분명 큰 폭으로 올랐지만 대다수가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자본이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기에 투기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1927년 7월에 금리 상승이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가 처음으로 나타났지만 주식시장 상승세를 저지하진 못했다. 그러다가 다우존스 지수는 1929년 9월 3일 정점을 치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최근까지 진행된 미국 연준의 고금리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서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강건한 미국 고용시장을 누그러뜨려야 하며 이를 위하여 고금리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해왔다. 다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데이터 오류에 의하여 연준이 미국 고용시장의 온도를 잘못 측정했다면, 지난 기간의 금리 정책 역시 오류였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주지하듯이 경제와 얽히고설킨 변수들은 임계점이 존재한다. 어떤 변수가 임계점을 건드리는 순간 경제는 한동안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기술 혁신(A)과 유동성(B)이 맞물리면 주식시장은 멋지게 상승하지만, 경기 둔화(C)와 더불어 금리 정점이 마무리(D)되면서부터 주식시장은 방향을 바꾸게 된다. 본고에서는 100년 전 주식시장을 살펴봤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던 형태다. 만약 이번에 주식시장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이례적인 경우로 역사의 한 편에 기록될 것이다.
- DB금융투자 주식 Strategist 강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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