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원인 불분명한 폭락…추악한 9월의 시작 2024.09.04 AM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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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화요일>


악명 높은 9월의 변동성은 허명이 아니었습니다. 9월 첫 번째 거래일인 3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엔비디아는 10% 가까이 내렸습니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좋지 않게 나오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제조업은 지난 2년간 좋지 않았죠. 투자자들은 아마도 나쁜 데이터 자체보다 9월의 나쁜 계절성을 떠올렸을 수 있습니다. S&P500지수는 지난 4년 동안 9월 내내 하락했고 평균 6% 넘게 떨어졌죠. 투자자들이 경제 데이터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오는 금요일 8월 고용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뜨겁습니다.

 


S&P 500 지수 9월 평균 수익률

→ 9월 19일 ~ 30일 주가 약세



사흘간의 노동절 연휴 동안 나온 뉴스들은 시장에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 31일 발표된 8월 제조업 PMI가 0.3 낮은 49.1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3~4월 잠깐 '50'을 넘으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지만, 5월부터 다시 50 이하의 위축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3일 발표된 7월 신규 수출 주문이 8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으며, 8월 신규 주택 가격 상승률은 올해 들어 가장 낮았습니다. 이에 유가, 구리 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오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4.36% 하락한 배럴당 7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작년 12월 13일 이후 최저입니다. 중국 경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리비아의 원유 생산 차질이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탓입니다. 또 OPEC+는 여전히 10월부터 감산 축소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구리 가격 강세를 전망해온 골드만삭스는 중국 수요 감소를 이유로 2025년 전망치를 기존 톤당 1만5000달러에서 1만100달러로 대폭 낮췄습니다.

 


IEA, "OPEC+ 감산 지속에도 원유 재고 증가 전망"

→ 非 OPEC 국가들의 공급 증가, 중국 성장 둔화, 인도 에너지 효율성 향상, 글로벌 제조업 위축



▶이스라엘에서는 하마스에 끌려갔던 인질 6명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과 휴전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즉각 휴전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조건에 대해 양보하길 거부했습니다. 중동의 불씨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일본에서는 일본은행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의회에 낸 서면 답변에서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 발표된 도쿄 지역의 신선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월 2.4% 상승해 7월(2.2%)보다 반등했죠. 이에 달러당 147엔대에 거래되던 엔·달러 환율은 145.17엔까지 떨어지는 등 강세를 보였습니다. 월가는 일본은행이 오는 10월~내년 1월 사이에 또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금리 상승에 대해 경고했던 T로우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세인 채권 헤드는 "투자자들은 7월 금리 인상으로 첫 번째 변화(엔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를 보았고, 앞으로 더 많은 시장 변동성이 있을 것이다.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이 글로벌 자본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 단순하지 않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더 크고 깊은 추세의 시작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T. Rowe Price 채권 책임자 “엔 캐리 청산 후폭풍 지속...변동성 장세 이어진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월가 투자자들이 반길만한 뉴스는 아니었습니다. 시장은 개장 전부터 삐걱댔습니다. 소폭 오름세를 보이던 뉴욕 채권 시장의 국채 금리는 오전 8시 30분께부터 갑자기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별 이유도 없었습니다. 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2~0.8%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미국 제조업황 위축세 지속···8월 ISM 제조업 PMI 47.2



오전 10시 발표된 경제 데이터는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켰습니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PMI는 47.2로 월가 예상(47.5)은 밑돌았지만, 7월(46.8)보다는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50 이하에 머물면서 지난 22개월 중 21개월 동안 위축세를 이어갔습니다.

 


8월 ISM 제조업 지수 세부 항목

→ 신규 주문 감소, 재고 증가



특히 내용이 좋지 않았습니다. 세부 지수를 보면 가장 중요한 신규 수주가 47.4→44.6으로 떨어져 작년 5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생산은 45.9에서 44.8로 악화했습니다. 헤드라인 지수 상승은 재고가 44.5→50.3으로 크게 증가하고, 지불 가격이 52.9→54.0으로 올라간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고용은 43.4→46.0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위축 국면에 머물렀습니다. ISM의 티머시 피오레 협회장은 "통화정책과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고, 수요는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ISM 제조업 고용 지수



웰스파고는 "ISM 제조업 PMI가 47.2로 상승한 것은 공장 부문의 의미 있는 개선이라기보다는 재고가 쌓인 게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 재고는 의도치 않은 것이었고 수요 감소의 결과였다. 재고 기여를 제외하면 지수는 0.8포인트 하락했을 것이다. 제조업 반전을 기대한다 해도 이런 종류의 개선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Y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이 거의 2년째 위축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PMI에서 나타난 약세는 실질적이지만, 다만 일부는 대선 전 보류하는 행태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한 기계업체는 "고객들은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4분기까지 프로젝트를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한다"라고 밝혔습니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제조업 PMI 수치도 비슷했습니다. 지수는 47.9로 7월 49.6보다 낮아졌습니다. 앞서 발표된 예비치인 48도 밑돌았고요.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부진한 흐름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더욱 심화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7월 건설지출 전월 대비 0.3% 감소...2022년 10월 이후 첫 감소세

→ 주거 및 비주거 지출 모두 감소...고금리 여파

→ 반도체 제조 관련 건설 활동의 폭증세 둔화



같은 오전 10시 공개된 7월 건설지출은 전달보다 0.3% 감소했습니다. 2022년 10월 이후 첫 감소세입니다. 월가는 0.1% 증가를 예상했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습니다. 주거(-0.4%), 비주거(-0.2%) 지출이 모두 감소했습니다. 높은 금리가 여전히 건설업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ING는 "6월 데이터가 -0.3%에서 0%로 상향 수정됐지만 추세는 확실히 둔화하고 있다. 구매력 부족으로 주택 수요가 제약을 받고 있어 주택 건설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다. 비주거 건설도 두 달 연속으로 위축되면서 눈에 띄게 냉각되고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건설 활동의 폭증세가 가라앉는 등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지원이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과 건설업이 냉각되면서 성장을 위한 서비스부문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경제 지표가 나온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3분기 GDP 증가율 추정치를 기존 연율 2.5%에서 2.0%로 낮췄습니다.

 


美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 2.0%로 하향 (애틀랜타 연은)



이는 침체 걱정을 다시 촉발했습니다. 침체가 올 것으로 믿는 비관론자에겐 먹잇감을 줬고요. BCA리서치의 피터 베레진 글로벌 전략가는 "미국의 제조업 주기는 통상 3년 정도 지속된다. 18개월의 감속 후 18개월의 가속이 이어진다. ISM 지수와 S&P 글로벌의 제조업 PMI를 보면 신규 주문은 2023년 초 바닥을 치고 2024년 1분기 말에 정점을 찍은 것 같다. 최근 주기의 상승세는 예년보다 짧고 얕았다. PMI는 제조업이 새로운 하락 추세를 시작했다고 가리키고 있다. 팬데믹 동안 앞당겨진 모든 상품 소비를 메우려면 훨씬 더 하락해야 할 수도 있다. 경기 침체가 2024년 말이나 2025년 초에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 등 기술주가 급락세를 이끌었습니다. 결국, 다우는 1.51% 내렸고 S&P500 지수는 2.12%, 나스닥은 3.26%나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의 하락 폭은 지난 8월 5일 이후 가장 크며, 지난 1년 동안 따지면 세 번째로 큰 기록입니다.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도 급등했습니다. 15 수준에서 출발해 장중 21.99까지 뛰기도 했습니다. 국채에는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데이터가 나빴던데다 안전자산 선호까지 겹쳐지면서 오후 5시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8bp 하락한 3.831%, 2년물은 6.4bp 떨어진 3.863%에 거래됐습니다.

 




업종별로는 11개 중 △필수소비재(0.76%)△ 부동산(0.27%) 등 두 개는 살아남았습니다. 엔비디아가 속한 IT 업종은 4.43% 떨어졌고, 에너지도 2.41%나 급락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네이선 피터슨 파생 이사는 "9월 초 트레이더들이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이번 주 8월 고용보고서와 이달 중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뒀다는 불확실성이 변동성의 일부 원인일 수 있으며, 금리 인하 전망에 기술주에서 경기 방어주 부문으로 순환매가 나타난 것도 시장이 흔들린 원인일 수 있다. 투자자들은 부동산, 유틸리티 같은 금리에 민감한 부분을 사면서도 소형주는 매수하지 않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오늘 매도는 지난주 S&P500 지수가 7월의 사상 최고치를 깨지 못하고 다시 하락한 데 따른 실망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러셀2000 지수도 오늘 3.09%나 내렸습니다.





엔비디아(-9.53%)가 무너지면서 △AMD(-7.82%) △퀄컴(-6.88%) △마이크론(-7.96%) △브로드컴(-6.16%) △인텔(-8.80%) 등 반도체 주식들도 줄줄이 폭락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74%나 내렸습니다.


엔비디아는 오늘 279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날렸습니다. 셰브론 하나가 없어진 셈입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마이클 셈블리스트 회장은 보고서에서 기술 분야가 아닌 기업들에서 AI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지 않는 한 AI에 대한 지출은 정당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AI로 인한 수익이 구체화하려면 몇 개 분기가 아닌 수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장 마감 뒤에는 엔비디아가 반독점과 관련해 법무부 소환장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 마감 뒤 시간 외 거래에서도 2%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기술적으로 엔비디아 주가는 50일선에 이어 100일선(110달러)까지 깨고 내려갔습니다. 기술적으로 상승 모멘텀은 꺾였습니다. 다음 지지선인 200일선은 약 90달러 선 아래에 있습니다.




빅테크도 화살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알파벳이 3.94%나 떨어졌고 △애플 -2.72% △마이크로소프트 -1.85% 떨어졌습니다. CNBC의 매그니피선트 7지수는 3.40% 내렸습니다.


워튼 스쿨의 제러미 시걸 교수는 "기술주는 7월 중순 고점 이후 약간의 약세를 보였지만, 아직 기술에서 다른 부문으로의 상당한 이동(순환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Fed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 실제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이 크며,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의 영향을 불리하게 받아온 소규모 회사로 옮겨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기술주 주가 하락과 낙관론 감소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앨버트 에즈워즈 전략가는 "지난 8월 초 매도를 촉발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일본 금리가 정상화되면 단기(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의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 흐름의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현재 투자자 초점은 명백히 성장에 있다. 데이터에서 성장 둔화의 조짐이 있을 때마다 시장에서 큰 매도세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래서 고용 데이터가 중요하다. 8월 고용보고서를 앞두고 다시 몇 주 전 폭락 때처럼 돌아가고 있다. 오늘 주가 움직임은 매우 극적이었다. 이상적 시나리오는 지속적 성장과 디스인플레이션일 것이다. 여전히 회복력을 나타내는 경제 데이터가 있으며, 디스인플레이션도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시장의 상승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지만, 8월 고용 등 다가오는 데이터를 매우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500 지수가 앞으로 몇 달 동안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는 "Fed가 시장이 이미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미국 경제가 강해지거나, 추가적인 형태의 재정 부양책이 도입되지 않는 한, 주식 투자자들은 향후 6~12개월 동안 지수 수준에서 최소한의 수익률만을 기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의 S&P 500 계절성

→ 9월, 10월의 상승 확률/수익률이 가장 낮음



9월에 대한 부담감도 있습니다. 9월은 1928년부터 따져 평균 수익률이 -1.2%입니다. 지난 10년간만 따져도 평균 2% 내렸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9월은 통상 하락으로 시작합니다. 노동절 이후 첫 거래일만 해도 지난 20년 동안 평균 0.14% 하락했습니다. 9월 첫 거래일이 긍정적이었던 마지막 시기는 2017년이었습니다. 그라소 글로벌의 스티브 그라소 설립자는 "모두가 지적했듯이, 9월은 계절적으로 시장에서 가장 약한 달이다. 시장은 그런 내러티브에 오늘 바로 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강세론자'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도 주식 시장이 앞으로 8주 동안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7~1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8주 동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올해 8개월 중 7개월 동안 상승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시장이 엄청나게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또 9월 금리 인하와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 일들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7월 고용보고서처럼 8월 고용이 실망스럽게 발표되면 성장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너무 뜨거우면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질 수 있다고 봤고요. 물론 그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입니다. 그는 "2024년 정점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조심하는 게 좋다고 보지만, 하락한다면 매수할 준비를 하는 게 좋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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