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1000만원대 中전기차 무서운 질주…폭스바겐 獨공장 첫 폐쇄 검토2024.09.04 PM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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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의 공습과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전 세계 완성차 업계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한국의 현대차그룹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폭스바겐발 충격 확산하나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폭스바겐 그룹은 독일 내에서 최소 2곳의 공장을 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노사협의회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유럽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 내에 제조 공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뒤처지게 만든다”면서 “단순한 비용 절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고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그룹 CEO가 언급한 ‘새로운 경쟁자’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다. 대표주자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꺾고 세계 전기차 1위에 오른 비야디(BYD).

 


중국 비야디(BYD)는 나홀로 질주 중이다. 지난달 28일 실적발표에서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 3011억3000만 위안(약 56조458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16%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BYD의 해외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 누적 26만4869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1년치 판매량(24만2765대)을 이미 넘어섰다.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는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폭스바겐 직원이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VW 본사에서 골프와 티구안 차량의 생산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전기차에 치이는 건 폭스바겐만이 아니다. 유럽 완성차 업체 전반에 중국은 이미 큰 위협이 되고 있다. BYD, 니오(Nio), 지커(Zeekr) 등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과 기술력으로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트앤임밸런스에 따르면, 올해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약 25%가 중국에서 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유럽 완성차 공장의 가동률은 80%에 그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안방을 내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폭스바겐처럼 공장을 폐쇄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문제도 커질 수 있다.


EU관세 뚫는 1000만원대 중국차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은 관세 인상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관세 초안에 따르면, 기존 10%의 일반 관세에 추가로 17~36.3%의 관세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전기차들이 유럽 차를 여전히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에서 중국산 BYD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BYD의 최저가 전기차는 9700달러(약 1300만원)에 불과하다. 미국 GM과 중국 국영 상하이자동차(SAIC)의 합작사 울링(Wuling)이 6월 출시한 ‘2024 빙고EV’는 8000달러(약 1070만원)로 시장 최저가 수준이다. 관세를 고려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가격일 수밖에 없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 판매를 전면 금지할 예정이어서, 저렴한 중국 전기차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교 교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집중 생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유럽 시장 안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비중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현지 생산기지를 빠르게 마련하고 있다. BYD, 체리자동차, 지리자동차, 지커 등이 유럽뿐 아니라 동남아 남미 등에도 생산 기지를 구축 중이다.


미국·한국 완성차 업체들도 전략 수정

 

미국과 한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GM은 지난달 23일 실적발표와 함께 올해로 계획했던 뷰익 전기차 모델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 외에도 미시간주 공장에서 제조하는 전기차 모델 쉐보레 실버라도 EV, GMC 시에트라 EV 픽업트럭 생산 시점을 내년 말에서 2026년 중반으로 늦추는 등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GM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미시간주에 설립할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도 일시 중단했다.


포드 역시 전기차 출시 계획을 수정 중이다.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 출시는 내년에서 오는 2026년으로 연기했다. 대형 SUV 전기차 생산 계획은 아예 취소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전기차 생산 예정이던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을 내연기관 픽업트럭 생산 용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HMGMA는 연산 30만대 규모로, 4분기 가동 예정이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생산 전략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재 시험 가동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당분간 전기차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수요가 많이 증가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함께 생산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8일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며, “특히 북미 조지아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기차 전환에 보수적이었던 토요타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조3084억 엔(약 11조9283억원), 같은 기간 매출은 12% 늘어난 11조8378억 엔(약 107조92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한 토요타의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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