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월가와 경쟁할 IB 만들라' 시진핑 주문에… 中 316조 ‘항공모함급’ 증권사 탄생2024.09.07 PM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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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소유 궈타이쥔안·하이퉁 합병

총자산 316조원… 합병 완료 시 업계 1위

中 2035년까지 일류 IB 3곳 육성 목표

업황 악화도 겹쳐 구조조정 급물살 전망

 


 



중국 상하이 궈타이쥔안 증권사./바이두 캡처



중국에 총자산 316조원이 넘는 ‘항공모함급’ 증권사가 탄생한다. 경제수도 상하이가 소유한 양대 증권사인 궈타이쥔안증권과 하이퉁증권이 합병 절차에 돌입하면서다. 중국 증권가의 이러한 초대형 인수·합병(M&A) 시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월스트리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투자은행(IB)을 육성하라”고 직접 주문하면서 중국 정부가 2035년까지 공룡급 IB 3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6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궈타이쥔안증권은 하이퉁증권을 흡수 합병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각각 중국 본토(A주)와 홍콩(H주) 증시에 동시 상장돼 있는 이들 종목은 이날부터 거래가 정지된다. 펑파이 신문은 “중국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A+H’ 양자 시장 흡수 합병”이라며 “중국 자본시장과 증권산업에 상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궈타이쥔안증권과 하이퉁증권의 합병 법인은 ‘초특급 항공모함’ 증권사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합병 법인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800억위안(약 316조2900억원), 순자산은 3482억위안이다. 현재 중국 증권업계 맏형인 중신증권의 총자산과 순자산은 각각 1조4500억위안, 2742억위안으로 합병 법인에 한참 못 미친다. 양사는 “이번 재편은 일류 IB를 건설하고, 증권 산업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2035년까지 일류 IB 3곳 육성”


궈타이쥔안증권과 하이퉁증권의 전격 합병에는 시 주석의 주문이 작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중국에서 사세를 확장 중인 월스트리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상위권 IB를 육성할 것을 촉구한 지 1년 만에 이번 합병이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관련 지원책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이 주재한 중앙금융공작회의 결과에는 증권시장을 발전시켜 세계 일류 IB와 투자기관을 육성해야 한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여기에 올해 3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2035년까지 국제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갖춘 IB와 투자기관 2~3곳을 만들겠다”는 구체적 목표까지 내놨다.


초대형 M&A의 첫 번째 주자로 궈타이증권과 하이퉁증권이 선정된 것은 이들의 지분 구조가 결정적이었다. 궈타이쥔안증권의 최대 주주는 상하이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국자위)이고, 하이퉁증권 역시 국자위가 유관 기관을 통해 지분 26%를 간접 보유하고 있다. 차이신은 “서로 다른 지역의 증권사가 합병되면 각 지방정부의 세수 문제와 인허가 등의 문제로 복잡한데, 같은 지역 증권사가 합병하면 지방정부는 결정을 내리기 더 쉽다”라고 했다.


여기에 우칭 증감위원장이 2월 임명 직전까지 상하이시 당 부서기를 지냈다는 점도 이들의 합병이 급물살을 탄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일류 IB를 육성하려는 배경에는 상하이의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있고, 우 위원장은 이를 추진하기에 최적의 인물이다. 중앙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12월 상하이시 당 상무위원회는 “선두 증권사가 M&A 및 재편에 나서 일류 IB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지원책을 내놨는데, 이 작업에 당시 상하이시에 있었던 우 위원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궈타이쥔안증권과 하이퉁증권의 합병 법인이 덩치뿐만 아니라 실적 면에서도 압도적 1위를 달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양사의 지난해 순이익을 합하면 103억8300만위안으로, 중신증권(197억2100만위안)보다 낮기 때문이다. 2021년까지 궈타이쥔안증권과 하이퉁증권은 업계 2~3위로 나란히 선두를 달렸지만, 이후 하이퉁증권은 홍콩 자회사의 적자로 26위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인력, 기관, 자산 모두 통합되기까지 업무량이 많고 난이도도 매우 높다”라고 차이신에 말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수도 상하이의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일류 IB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 中 증권업계 업황 악화일로… 구조조정 ‘속도’


궈타이쥔안증권과 하이퉁증권의 합병을 시작으로 중국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궈롄증권과 민성증권, 핑안증권과 팡정증권, 저상증권과 궈두증권의 합병이 발표됐고, 지난 4일 국신증권도 완허증권의 지분 96.08%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에는 지난해 말 기준 145개의 증권사가 있고, 이들의 총 자산은 11조8000억위안(약 2219조1100억원) 규모다.


올 들어 중국 증권업계의 업황이 크게 악화한 것도 구조조정의 불을 댕기고 있다. 중국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당국의 규제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되면서 수입원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43개 상장 증권사의 총보수는 745억7100만위안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가량 급감했다. 오프라인 지점도 통폐합하는 등 비용 절감이 한창이다. 지난 3개월간 10곳 지점을 없앤 광대증권이 대표적이다.


하이퉁증권처럼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증권사에 흡수 합병되거나,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중소 증권사끼리 합병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된다. 지난 4월 중국 국무원은 ‘자본시장의 고품질 발전 촉진에 관한 의견을 통해 “M&A 및 조직 혁신 등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 기관의 차별화된 개발 및 특성화된 운영을 장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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