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 기술] 반독점 이슈에 출렁이는 엔비디아, 최신 AI 반도체 '블랙웰' 구원할까2024.09.07 PM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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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Weekly Biz 밑줄 쫙] 젠슨 황 "이미 고객사에 블랙웰 보내 최종 검수 중"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기조연설 무대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차세대 주력 인공지능(AI) 반도체인 블랙웰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미국 증시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기업이다. 최근까지 글로벌 증시를 뜨겁게 달군 연료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주요 빅테크 기업에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랠리의 실체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엔비디아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5년 2분기(회계연도 기준 5~7월) 매출은 300억4000만달러(약 40조원)로 사상 최대치였다. 시장조사 업체 LSEG 등 업계가 예상했던 매출 287억달러를 웃돌았다. 3분기(8~10월) 매출은 이보다도 높은 325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도 뒷걸음쳤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호퍼와 그다음 세대 AI 반도체 모델인 블랙웰이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까. WEEKLY BIZ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회 녹취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 등을 통해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을 분석했다.

 


그래픽=김의균



◇블랙웰, 4분기부터는 나온다


사실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블랙웰’이 언제 출하되는지였다. 일부 매체에서 블랙웰의 설계 오류가 발견됐다며 엔비디아의 다음 먹거리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도 첫 질문은 ‘블랙웰의 출하가 언제부터 가능한지’였다.


지난 분기 실적 발표 당시 밝힌 ‘2분기 출하, 4분기 데이터센터 설치’라는 계획은 미뤄졌지만, 연내 출하는 가능하다는 게 엔비디아의 답변이다. 콜레트 코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생산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블랙웰의 마스크(mask)를 변경했다”며 “블랙웰 생산은 4분기(올해 11월~내년 1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회계연도 2026년(내년 2월~2026년 1월)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는 반도체의 미세한 전자 회로를 그려 넣은 유리판으로, 설계의 밑그림 격이다. 당초 설계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힌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블랙웰의 마스크 변경은 이미 완료됐고 다른 기능적 변경은 필요하지 않았다”며 “이미 약 100가지 형태의 블랙웰이 고객사에 보내져서 샘플링(최종 검수) 중이며, 4분기엔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상품 ‘호퍼’만으로도 자신 있다


황 CEO는 블랙웰이 본격 출하되는 4분기 이전에도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의 지위는 공고히 유지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기작 블랙웰이 아닌 현재 주력 상품 ‘호퍼’만으로도 시장 지배력은 공고하다는 것이다. 그는 “호퍼의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며 “호퍼 수요가 많은 것은 다음 고지(高地)를 점령하기 위한 경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새로운 고지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회사가 혁신적 수준의 AI를 도입할 수 있고,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고지를 향해 달려가 가장 먼저 도달하는 것이 (시장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방법”이라며 “생성형 AI 기업들 입장에선 당장 투자 자본의 대부분을 모으기보다는 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블랙웰이 올해 말부터 출하를 시작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AI 기업들의 개발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하기 때문에 당장 호퍼를 활용해서라도 AI 기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운영 등에서 기존 CPU(중앙처리장치) 중심 데이터센터를 압도하고 있다. 황 CEO는 “이미 CPU가 (AI 개발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엔) 한계에 이르렀고, 데이터 처리 성과를 끌어올릴 유일한 방법은 엔비디아의 가속 연산 장치뿐”이라며 “지금 당장 비즈니스를 위해 CPU 설비를 도입할지, 아니면 호퍼 설비를 도입할지 결정 내리는 데 대해선 비교적 명확한 답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V링크로 속도 끌어올린 블랙웰


그러면서 황 CEO는 블랙웰이 본격 도입되면 AI 개발 시장은 또 한번 획기적으로 변모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실적 발표회를 마치며 “블랙웰은 호퍼를 뛰어넘는 한 단계 도약”이라며 “고객사들에 블랙웰의 샘플을 더 많이 보여줄수록 블랙웰만의 선도적인 위치가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가 자랑하는 블랙웰의 최고 장점은 단연 연산 속도에 있다. 같은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블랙웰이 호퍼보다 3~5배 많은 연산을 처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NV링크(NVLink)도 블랙웰의 연산 속도를 크게 올려주는 요소다. 기존 AI 데이터센터에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를 중계해 주는 CPU가 있었는데 엔비디아는 CPU를 대신해 데이터 전송을 도와주는 NV링크를 도입했다. CPU를 거칠 필요가 없으니 데이터를 효율적이고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황 CEO는 “블랙웰 시스템에서 NV링크는 기존 호퍼 시스템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며 “NV링크는 빠른 연산 속도와 많은 데이터 처리량을 필요로 하는 생성형 AI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데이터 고속도로 'NV링크(NVLink)'의 모습. 예전엔 GPU(그래픽처리장치)끼리 데이터를 교환하려면 CPU(중앙처리장치)를 꼭 거쳐야 했지만, NVLink를 사용하면 GPU끼리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다. /엔비디아, 그래픽=김의균

 


◇실적 후퇴 우려는 ‘여전’


다만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 엔비디아는 회사가 자랑해 온 블랙웰이 자사 실적에 향후 얼마나 도움될지에 대해선 다소 모호한 대답을 내놨다. 특히 매출 총이익률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질문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매출 총이익률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비율을 계산하는 지표로, 엔비디아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건전성을 확인할 때 쓰인다.


그간 엔비디아는 70% 후반대의 매출 총이익률을 보이며 고부가가치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75.1%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보다 3.8%포인트 떨어졌다. 아울러 연간 전체로 따졌을 때 결과가 75% 정도 될 것이라고만 실적 발표회에서 밝히면서 블랙웰이 출하되는 3·4분기엔 이익률이 70% 초반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픽=김의균

 


◇반독점법이 발목 잡을까


사실 엔비디아의 성장에 더 큰 족쇄는 미국 정부가 최근 들어 빅테크 기업들에 겨누고 있는 반독점법의 칼날이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AI 반도체를 쓰는 고객사들이 다른 회사의 제품으로 옮겨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자사 AI 반도체를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엔 불이익도 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일엔 블룸버그 등이 엔비디아가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관한 소환장을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회사 주가가 9.53% 급락하기도 했다.


회사 역시 반독점법이 향후 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초 내놓은 연간보고서에서 “반독점법과 관련해, AI 시장 입지 강화로 전 세계 규제 당국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당사는 잠재적 규제 절차를 포함한 소송 등 조치 대상이 되고 있고 관련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웰


엔비디아가 연말부터 출하할 예정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엔비디아에 따르면, 블랙웰은 같은 전력을 소모하면서 이전 모델보다 3~5배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고, 그래픽처리장치(GPU)끼리 데이터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는 NV링크의 성능도 10배 이상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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