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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황/전략] [메리츠증권 시황 이수정] Big Government2024.09.25 PM 09:08
✓ 금리인하 전후 12개월 경기침체 여부가 관건: 큰 정부 시대 경기 침체 가능성 높지 않아
✓ 큰 정부의 명분: 1) 인류세, 2) 인구 고령화, 3) 소득 불균형과 민주주의
✓ 현시점에서의 전략: 한국 경기둔감주, 미국 소프트웨어
금리 인하 전후 Recession 여부
9월 FOMC를 기점으로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됐다. 이제 12개월 내 경기침체가 오느냐 오지 않느냐의 여부만이 중요하다.
경기 후퇴 징후를 포착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경제지표 확인이다. 공식 발표 수치를 이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접근이 용이하고, 전세계 투자자에게 같은 정보를 동시에 공개하므로 공명정대하다. 그러나 그러한 장점으로 인해 다른 투자자와 구별되는 알파를 추구하기는 어렵다. 또한 경제지표는 늘 후행적이라는 점이 문제다(hindsight). 안 그래도 뒤늦게 발표되는 지표가 변화한 현실과 괴리되어 있거나 한참 후에 수정될 가능성도 크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R(recession)’은 정해진 미래가 아니다. 즉 현재의 시장 참여자가 경기 침체를 미연에 방지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경기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장 참여자를 정부, 기업가, 노동자, 소비자로 나눠본다면 현재 경제를 주도하는 주체는 단연 정부다. 몇 번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율 평균 수준이 상향됐다. 또한 FOMC 결과와 파월 연준 의장 기자회견은 여느 기업 실적 발표 못지 않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한다.
대부분 국가에서 정부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큰 정부(Big Government)를 요구하는 시대 변화 때문이다. 과거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 당시처럼 미필적 고의로 경기 침체를 일으키고 좀비 기업이나 소상공인, 소외계층이 자연도태 되도록 내버려두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증거로 미국의 경기 확장기는 점차 늘어나고 축소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1) 인류세(Anthropocene)
큰 정부를 위한 세 가지 명분이 있다. 첫째는 멸종 위기다.
현재는 지질 시대상 현생누대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에 해당된다. 그러나 오존홀을 연구하여 노벨 화학상을 받은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은 더 이상 홀로세가 현재를 표현하기에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나 토양 속 질소 함량 등이 현 지질시대인 홀로세의 관측 범위를 벗어나고 있고, 그 원인은 인간 활동이기 때문이다.
인류세의 주요 특징은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 대량절멸에 의한 생물 다양성의 상실, 인공 물질의 확대, 화석 연료의 연소나 핵실험에 의한 퇴적물의 변화 등이다. 방사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가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로 언급된다.
UN은 2000년 이후 전체 동·식물 종의 8분의 1인 100만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도미노 멸종으로 생물계가 붕괴할 경우 전세계적 식량·식수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지구 대기 구성이 급격하게 변하며 6번째 대멸종이 도래할 수 있다.
지구 환경 문제는 단순히 온난화와 같은 개별적 이슈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대전환 (Great Acceleration)을 의미한다. 20세기 후반부터 급격해진 사회경제적 및 지구 시스템 지표의 상승이 지구 환경 악화를 나타낸다.
올해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산하 제4기층서소위원회에서 진행된 투표 결과 인류세 공식 도입은 불발됐다. 하지만 이는 시기상조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며, 인류의 활동이 지구 환경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현대 문명의 에너지원을 친환경으로 변화시키고 원자재 소비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이를 관철시키는 역할을 맡기에 작은 정부로 머무를 수 없다.
2) 인구 고령화
제임스 힐만(James Hillman)은 "21세기가 생태계에 대한 관심 속에서 녹색빛으로 물들 수 있을지 여부는 불명확하지만, 21세기가 고령화 인구로 인해 회색빛으로 물들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인구 고령화는 전례 없는 속도와 범위로 진행되고 있다. UN 인구국은 향후 30년 동안 65세 이상 인구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2050년 세계 전체 인구의 16~22%는 65세 이상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은 사회적 부담을 누적시키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를 증가시키며, 연금 기금을 고갈시키고, 의료 수요를 증가시킨다.
Aksoy(2015)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 증가는 성장률·투자율·개인저축률·노동시간에는 마이너스(-) 요인, 물가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적인 집단은 노동자층뿐이다. 노동자만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함으로써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상쇄할 수 있다. 유소년층과 노년층은 모두 순소비자다.
즉 노인 인구의 증가는 처분 가능 소득보다 소비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 간극 역시 정부 지출로 메워야 한다.
3) 소득 불균형과 민주주의
자본주의는 1원 = 1표 원칙의 경제체제, 민주주의는 1인 = 1표 원칙의 정치체제다. 시장경제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반면 민주주의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 완화를 지향하며 재분배를 요구하게 된다. 파레토 법칙에 따르면 가장 부유한 시민 20%가 국부의 80%를 차지하는데 선거일에는 상위 20%의 표가 소수의견이 되기 때문이다.
AI 시대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 주장도 마찬가지다. AI로 인해 자본가는 돈을 벌지만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 가치 하락의 대안으로 수여자의 사전기여분 유무에 관계없이 국가에서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도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도 기본 소득의 사례다. 미국에서는 2020~2021년 중간 3분위 가구의 소득이 감소했고, 최하위와 최상위 5분위 가구의 소득만 증가했다. 최하위 가구의 경우 임시 정책(회복 환급 세액공제, 확대된 실업 보상, 자녀 세액 공제 등)으로 인해 이전(transfer) 및 세후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또다시 금융위기가 터지거나 국가 재난이 발생해 경기 침체가 온다면 국가의 지원금이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서 주장될 수 있다.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정부는 작은 정부이기 힘들다.
현 시점에서의 전략
파월 연준 의장은 9월 FOMC에서 7월 고용지표를 미리 알았더라면 같은 달 금리를 낮췄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노동부가 8월 고용보고서를 공개하며 기존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수치를 11.4만명 증가에서 8.9만명 증가로 대폭 수정할 줄 몰랐다는 뉘앙스다.
파월 의장은 9월 50bp 인하가 "뒤늦은(behind the curve)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이후로는 빅컷이 없는 점도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의 11월 FOMC 금리 인하 기대는 또다시 25bp와 50bp가 비등비등하고, 2년물 국채 금리는 아직도 연방 기금 목표 금리 대비 한참 앞서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48%)와 해리스(52%) 지지율 역시 초접전이다. 상하원 역시 다른 색깔이 예측된다. 재정정책의 동력이 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큰 정부의 시대이기에 경기 침체를 베이스 시나리오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이는 결국 정책 당국자에 대한 베팅이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여기에 대선 불확실성까지 고려하면 결국 경기 민감도가 낮은 업종으로 집중하는 전략이 안전하다. 이는 미국이 기침을 하면 감기에 걸리는 취약한 한국 증시에서 더욱 인기있는 포지션이다.
한편 미국 증시의 계절성은 최악인 9월을 지나 유망한 10월, 11월이 임박하고 있다. 결국 미국 기준금리 인하의 수혜는 미국 자산이다. 미국 Long / 기타 국가 Short이 기본 포지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
Magnificent 7 내에서도 경기에 민감(Apple)하거나 피크아웃 논란이 있는 (Nvidia)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상대강도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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