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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청자는 흑백요리사에 푹 빠졌지만… 콘텐츠株는 투자자 사로잡기 힘드네2024.10.03 PM 08:38
관련주 묶인 콘텐트리중앙, 일주일 안 돼 상승분 반납
‘오징어게임’ 덱스터는 주가 7분의 1로… 버킷스튜디오, 거래 정지
“대부분 주가 상승 오래 안 가… 투자 유의”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선 관련 수혜주(株)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통상 콘텐츠가 흥행하면 관련주 주가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간 ‘대박 콘텐츠’ 관련 종목의 상승세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제공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기 있는 넷플릭스 요리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관련주로 콘텐트리중앙이 꼽히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의 비상장 자회사 에스엘엘중앙(SLL중앙)이 흑백요리사 제작사인 스튜디오슬램에 투자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콘텐트리중앙은 흑백요리사 공개 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9월 13일 종가 기준 9340원이었던 주가는 이 기간 1만1100원으로 18.84% 올랐다.
흑백요리사는 공개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되는 등 흥행몰이에 제대로 성공했다. 그러나 시청률과 별개로 잠시 잘나가던 콘텐트리중앙 주가는 일주일도 안 돼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이 회사 주가는 9월 25일 하루에만 8.65% 급락했다. 다음날인 26일 다시 8.78% 상승했지만, 27일(-2.09%)과 30일(-3.61%) 주가가 도로 빠지며 상승분을 계속 반납하는 모습이다. 2일에도 주가는 2% 이상 내렸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에 관련주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일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올해 오컬트 장르로는 처음으로 천만 영화에 오른 파묘의 배급사 쇼박스는 작년 한 해 매출의 140%를 파묘 하나로 벌었다. 지난해 말 2000원대까지 하락했던 쇼박스 주가는 파묘 개봉 직후 4545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7월 3185원을 찍었다. 쇼박스 주가는 8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의 인기 덕분에 다시 3700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2022년 케이블 채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부문 1위에 올랐을 때도 관련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드라마 방송 직전 1년 내 최저가를 기록했던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방영 2주 만에 주가가 90%가량 치솟았다. 당시 3만원대를 찍은 에이스토리 주가는 현재 어떨까. 이후 꾸준히 주가가 빠졌고 지난 2일 기준 종가는 7390원이다. 2년 만에 주가가 4분의 1 수준이 된 셈이다.
오는 12월 시즌2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웹드라마 ‘오징어게임’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들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2021년 시즌1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 쇼박스를 비롯해 버킷스튜디오, 덱스터의 주가가 들썩였다. 버킷스튜디오는 오징어 게임 주연 배우인 이정재의 소속사가 지분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덱스터는 자회사 라이브톤이 오징어게임 음향 효과를 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오징어게임 시즌1 공개 이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버킷스튜디오는 주가가 8분의 1토막 났다. 여기에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로 작년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감사 의견 거절에 이어 연이은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같은 기간 5만원대였던 덱스터 주가도 크고 작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관련주의 이런 ‘반짝’ 특성을 인지하고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LL중앙은 자회사가 아닌 관계기업 스튜디오슬램의 실적을 연결 회계로 반영할 수 없고, 버킷스튜디오는 오징어게임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했다”면서 “연관성이 떨어지는 종목이 관련주로 묶이는 일이 비일비재한 만큼 투자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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