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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닷컴버블 이후 분기 최대 하락’… 삼성전자, 반등은 언제2024.10.07 PM 12:47
삼성전자 3분기 25% 하락… 2001년 이후 최대 낙폭
외국인 19거래일 연속 순매도… 3분기 8조원 팔아
외국계 혹평 속 국내 증권사도 20곳이 목표주가 내려
삼성전자 주가가 무너지면서 반등 시점이 언제일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석 달 전만 해도 ‘10만전자’ 회복을 기대하게 했던 주가가 지금은 ‘5만전자’ 진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는 현재 주가에 실적 우려와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인한 악재가 거의 반영됐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반등을 염두에 둔 매매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반등이 나오려면 하나 지켜져야 하는 조건이 있다. 바로 외국인의 투매가 멎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외국인은 우리나라 주식을 팔아 일부 자금을 중국에 넣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 것이다. 요즘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삼성전자가 경쟁사를 압도하는 퍼포먼스를 내지 않는 이상, 최소한 대외 환경이 뒷받침돼야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일 1.14% 하락한 6만600원으로 마감하며 ‘6만전자’를 겨우 지켰다. 최근 한 달(9월 5일~10월 4일)간 주가는 7만원에서 6만600원으로 13% 하락했다. 지난 2일엔 장 중 1년 내 최저가인 5만9900원까지 내리며 5만 전자로 밀려나기도 했다. 6만전자를 사수할지 5만전자로 또 후퇴할지 기로에 선 것이다.
◇ 외국인이 끌어내린 주가… 5만전자 기로
지난 7월만 해도 미국 엔비디아발(發) 인공지능(AI) 반도체 강세에 힘입어 11일 장 중 8만8800원까지 올라 곧 ‘10만전자’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3분기(7~9월) 주가는 25% 하락했다. 2000년 이후 분기별 삼성전자 주가 등락을 살펴봤을 때 2000년 3분기(-45%), 2001년 3분기(-27%)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하락률이다. 2000~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하락세를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이다. 외국인은 9월 3일부터 이달 4일까지 19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022년 3월 25일부터 4월 28일까지의 25일간 순매도 이후 최장 기간 순매도다. 외국인은 지난 3분기 삼성전자 주식을 7조9398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액(8조9046억원)의 90%를 차지한다. 기관도 이 기간 2540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이 7조8194억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에 풀린 물량 대부분을 받았다.
◇ 실적 전망 눈높이 낮아져… 외국계 혹평
삼성전자는 오는 8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4일 기준 삼성전자의 3분기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상 매출액은 81조3088억원, 영업이익은 11조379억원이다. 영업이익 예상치는 한 달 전 컨센서스(13조6344억원)와 비교해 19% 쪼그라들었다. 시장 눈높이가 낮아진 것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환) 우려에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저하, 대만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격차 확대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업 부진이 이어지며 파운드리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외국인의 매도세와 주가 하락 뒤에는 외국계 증권사의 혹평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낮췄고 맥쿼리증권도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도 목표주가를 대거 낮춰잡았다. 분석 보고서를 내는 국내 증권사 25곳 중 20곳이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SK증권이 4일 12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낮췄고, iM증권은 지난달 27일 7만7000원으로 낮추며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당시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 주가는 경기 및 업황이 둔화하는 최악의 경우 10% 이상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픽=정서희
◇ “악재 이미 다 반영됐다”는 증권사 연구원 많긴 하지만...
다만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익이 둔화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최근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성장세가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부진했던 낸드 수익성도 가격 반등으로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며 “최근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말했다. D램 업황 등이 양호하다는 안도감만으로도 충분한 수준의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매수 시기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4배로 역대 PBR 밴드 하단 수준”이라며 “주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매매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HBM 경쟁력 입증을 변수로 꼽았다. 그는 “연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의 성과 확인이 반등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악재는 대부분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어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를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했다.
증권사 보고서상으로는 일관되게 ‘매수’ 의견을 내고 있지만, 익명을 전제로 매수할 단계가 아니라고 하는 증권사 연구원도 있었다. 그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주식 폭풍 질주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겨우’ 8만원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무너진 것”이라며 “이미 SK하이닉스와의 경쟁력이 뒤집힌 상황인데, 과거 역사를 보면 이런 경우 재역전에 성공하기보다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일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낙폭 과대로 인한 기술적 반등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주도주 지위를 되찾으려면 외국인 매수 전환과 기술력 입증이라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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