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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기술] AI를 핵무기처럼… 美, 전략자산 지정2024.10.26 PM 03:19
바이든, 미국 최초 AI 안보각서 서명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그래픽=박상훈, 사진=UPI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핵무기 같은 국가의 전략 자산으로 간주해 개발 지원과 통제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민간 기업의 AI 기술을 단순 규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에서 기술 발전을 위해 AI 인재를 끌어모으고, 잠재적 위협은 통제할 목적으로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2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사상 처음으로 AI에 관한 ‘국가 안보 각서(NSM)’에 서명했다. 국가 안보 각서는 미 대통령이 긴급한 국가 안보 사항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침을 정부 부처와 기관에 전달하는 공식 문건이다. 과거 핵 전략 사용과 확산 방지 등과 관련해 다수 작성됐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각서는 AI를 외국 적대 세력의 감시나 도난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국가적 자산으로 취급한다”며 “초기 핵무기를 대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안보 각서가 나온 배경에 첨단 AI 개발과 관리를 민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AI 발전 속도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날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오픈AI가 오는 12월 ‘프로젝트 오리온’으로 불리는 최신 AI 모델을 출시한다”며 “기존 모델인 GPT-4보다 100배 강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래픽=박상훈
24일 미국의 인공지능(AI)에 관한 ‘국가 안보 각서(National Security Memorandum)’에 대한 발표는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방대학에서 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최고 책임자 중 한 명이 국방 전략 수립과 인력을 양성하는 장소에서 AI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정부가 핵물리학과 우주 탐사,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의 개발에 초기 단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AI 혁명에선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이번 각서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증진하는 차원에서 AI의 힘을 활용하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최초의 전략”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에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듯, 앞으로는 AI 기술 유무와 발전 정도가 국가 간 역량에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총 38페이지의 공개 문건과 비공개 부록으로 구성된 각서는 “AI의 기술적 우위를 잃어버리는 것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큰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외교 정책 목표까지 훼손한다”고 적시했다. 또 “미국 정부는 현재 미국 AI 생태계의 혁신과 활력을 당연시하면 안 되고, 이를 적극 강화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컴퓨팅 시설의 본거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미 정부는 동맹국과 함께 AI의 위험을 관리하는 글로벌 규범을 개발할 계획도 각서에 담았다.
일러스트=양진경
◇미국, ‘AI 기술 우위’ 수호 나서
각서는 미국의 AI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인재 유치’를 꼽았다. 미국의 AI 산업이 해외 인재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국무부, 국방부, 국토안보부 등은 사용 가능한 모든 법적 권한을 사용해 AI와 반도체 전문가를 신속하게 미국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해외 인재들이 신속하게 입국할 수 있도록 비자 업무를 간소화할 것을 명령했다. 또 미국과 해외의 AI 인재 시장 분석 자료를 만들 것도 지시했다. 미 정부가 주도하는 글로벌 ‘브레인 사냥’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고다.
미 정부는 자국 AI 기술에 대한 외부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90일 내에 국가안보위원회 주도로 미국의 AI 자산을 탈취 할 수 있는 외국 위협을 확인해 권고안을 마련하고, 180일 내 상무부·법무부 등 부처가 협력해 AI 공급망이 훼손될 때를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하라고 했다. 적대국이 투자를 명목으로 핵심 AI 기술에 우회 접근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각서는 AI 개발·운영을 위한 대형 데이터센터에 대해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고 진보된 AI 전용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컴퓨팅 시설을 건설할 때 필요한 허가와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센티브도 보다 쉽게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대학·비영리 단체 등도 이 같은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소수의 민간 기업이 AI 기술을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군사적·비인도적 AI 사용 방지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각서는 AI를 민주적 가치와 일치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AI 개발 지원과 함께 첨단 AI가 무기 제조 및 사용, 차별, 범죄 등에 사용되는 것을 막는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일례로 각서는 “AI는 군사작전을 명령하는 데 있어 총사령관인 대통령을 돕는 차원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며 “군사작전 중 AI의 사용은 책임 있는 사람의 지휘와 통제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미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된 핵무기 발사 권한을 AI가 침범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미 언론은 해석했다. AI 모델이 핵무기나 생화학으로 위협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철저한 감시에 나서기로 했다.
정치·사회적으로 AI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민족이나 종교에 따라 AI가 특정인을 추적하거나, 인간의 평가를 거치지 않고 AI가 독단적으로 누군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도록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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