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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KB증권) 2025년 주식전략 - 퀀트: 2025년 수급은 성장주로 향한다2024.11.03 PM 02:40
Executive Summary
2025년 한국 주식시장에 있을 가장 큰 변화는 거래의 회복, 수급의 개선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올해보다 크게 좋아질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성장은 지속하겠으나 올해만큼의 성장률은 아닐 것이며, 과대추정인식이 확산하면서 전망의 눈높이 또한 낮아지고 있다. KOSPI 영업이익률이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호황이던 2004년 수준을 전망하고 있는 점은 냉정하게 판단해도 조정이 필요하다.
펀더멘탈이 불안한데 어떻게 수급이 돌아올 수 있냐는 반문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급은 실적보다 다른 요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꼭 실적이 좋아야만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은 아니다. 감익 속에서도 심리가 자극 받으면 수급은 돌아오고, 마치 2024년 하반기 현재처럼 증익이어도 심리가 위축하면 수급은 악화한다. KB증권이 거래의 회복을 예상하는 이유는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처럼 ‘필요 이상의 완화정책을 유지하는 과잉완화’는 주식시장의 수급을 돌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수급은 성장주를 좋아한다. 과거에는 한국 주식시장의 거래가 활발해질 때 가치주와 성장주가 번갈아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래가 돌아올 때마다 성장주가 좋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가치주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일 것이다. 가치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경기민감 산업의 실적은 고성장기를 지나 경기에 따라 오르내리는 평균회귀성향을 보이게 됐다. 평균회귀는 곧 ‘좋아져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잡게 했고, 이것이 위험선호가 성장주만 바라보게 했을 것이다. 한국주식시장에 성장이 귀해졌고, 위험선호는 흔한 것이 아니라 불확실하고 희소한 것을 찾아다니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급은 어떤 형태의 성장주를 좋아할까? ‘고 매출성장, 고 밸류에이션, 높은 회전율, 주가 모멘텀이 좋은 성장주’였다. 고물가 시대에 진입하면서 가격효과만으로도 매출을 끌어올린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에 더 높은 매출성장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장성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해주는 주식이 계속해서 더 높은 가격을 부여 받는다. 또한 거래가 많고 주가가 오르던 종목이 오르는 것은 수급의 중요한 특성을 보여준다. 한국 주식시장의 수급은 생소하고 새로운 성장을 찾기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빠르게 모여드는 특성을 가졌다.
또 다른 관점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재료가 ‘꿈’인지 ‘경험’인지도 중요했다. 성장에 대한 전망은 비슷하더라도, 그 경로와 기대의 근거는 다를 수 있다. 미래 실적이 도달해보지 못한 새로운 고점을 달성하리라는 ‘꿈에 가까운 기대가 있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실적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과거의 고점보다는 낮아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성 있는 기대를 하는 종목’도 있다.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수급이 돌아올 때는 실적이 새로운 고점을 만들리라는 꿈에 가까운 기대가 있는 종목이 좋다. 심지어 지금은 감익인 실적이 빈약한 상태라도 말이다.
다만 연말/연초는 여러 불확실성에 심리가 짓눌리며 수급이 쉽사리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배당주와 턴어라운드 주식을 선호한다. 배당은 ‘밸류업’의 중심에 있다. 지금까지 밸류업이 정부가 그림을 그리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기업이 성과로 보여줄 순서다. 지난해 배당부터 시작된 배당기준일 변경도 연말마다 커지던 배당주의 변동성을 낮춰줄 것이다. 또한 턴어라운드 주식은 거래가 줄어들 때마다 좋은 성과를 냈다. 수급이 얇아질수록 투자자들은 ‘원하는 가격에 사고 팔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이때는 길게 보더라도 확실한 선택을 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턴어라운드 주식은 진폭은 커도 역사가 보장하는 평균회귀라는 확실함이 있기 때문에, 길게 보고 안정된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의 포트폴리오에 담겼을 것이다.
- KB증권 Quant Analyst 김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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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추정이 걷히고 있는 2025년 실적 전망
2025년은 2024년보다 성장은 하겠으나, 성장의 강도는 약해질 수 있다. 현재 2025년 실적 컨센서스는 KOSPI 매출액/영업이익 기준 2,968조원/327조원으로 2024년 대비 6.6%/23%성장이며, 영업이익률로는 제조업 기준 2024년 7.6%보다 크게 높아진 9.2%를 예상한다. 2024년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 6.1% / 66.2%와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하게 늘지만 이익의 성장세는 약해질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에너지, 배터리, 화학, 조선, 유틸리티, 바이오 등이 실적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며, 운송이 유일하게 역성장을 전망하는 산업이다. 역성장은 아니지만 상사, 비철금속, 호텔레저, 통신 등은 성장률 하위권을 예상하고 있다.
실적, 특히 이익률 전망은 경기와 물가지표를 감안하면 ‘과대추정’을 의심받을 만하다. 9%를 넘어서는 이익률은 역사상 2004년에 딱 한 번 도달했던 경험이 있는데, 당시는 신흥국과 선진국 경기가 모두 호황으로 흘러가던 때였다. 또한 한국 기업이익률에 두 분기 선행하는 물가 스프레드 (CPI-PPI 차이)가 하락하는 것도 이익률 개선이 어려워질 것을 가리킨다.
이를 반영한 듯, 3분기 실적시즌에 돌입하면서 실적 전망에 대한 높이조정이 시작됐다. 어느 정도까지 눈높이를 낮춰야 할지 감안해보기 위해, 매년 연간전망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인 11월 초의 전망치와 실제 전망치를 비교해보았다. 추정은 긍정편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년의 실적이 감익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20년 중 10년의 실제 결과가 감익이었다. 실제 성장률이 전망보다 높았던 경험은 세 번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2025년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감익까지 내려 잡을 필요는 없다. 근거는 4~8%를 오가는 이익률 사이클이다. KOSPI 영업이익률은 2023년 하반기부터 올라오기 시작해 1년 반 동안 회복 과정을 거쳤다. 지금처럼 이익률이 바닥에서 정점까지 올라갔던 2020년~2021년, 2009년~2010년에도 소요시간은 비슷했다. 또한 이익률이 정점에 다다르면 두 세 분기는 지나야 다시 완만하게 떨어졌다. 이번에도 이런 경로를 따른다고 가정하면, 연말/연초가 이익률의 정점, 상반기는 정점에서 횡보/소폭하락, 하반기부터 이익률의 하락이 예상된다.
이익률이 정점에서 머물러도 매출이 역성장하면 영업이익은 떨어질 수 있는데, 경기침체 상황이 아닌 이상 매출이 하락했던 경험은 드물다. 따라서 아래 표처럼 2025년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률 가정에 따른 이익성장률을 추정할 수 있다. 매출액 성장률이 지금의 예상에 못 미치고 이익률이 2024년 수준에 머무를 경우 한 자릿수대의 성장을, 이익률이 하락하긴 하지만 소폭 하향에 그칠 경우 두 자릿수 중반대의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된다.
기대를 걸 곳은 실적보다 금리인하가 가져올 수급 개선
실적성장이 올해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주식의 어떤 부분에서 기대를 찾아볼 수 있을까? 역설적일 수 있지만 ‘수급개선 (거래 회복)’이다. 흔히 ‘펀더멘탈이 좋아야 수급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주식시장의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2020년, 2021년, 2009년, 2005년, 2023년, 2007년 중 이익성장률이 특히 좋았던 시기는 2021년뿐이다. 또한 이익성장률이 지난해보다 20%p이상 낮아진 여섯 해 중 거래까지 함께 줄어들었던 경험은 세 차례로, 꼭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거래까지 위축되지는 않는다. 수급은 실적보다 다른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주식시장 수급개선은 금리인하가 촉발할 수 있다. 특히 KB증권은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이 2020~2021년처럼 ‘필요 이상으로 유동성을 불어넣는 과잉완화’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세한 이유는 KB증권 전략분석 참고). 당시 한국시장 거래는 전에 없던 규모로 증가했다. 신용잔고 (상승을 예상하고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주식을 매수한 뒤 갚지 않고 남아있는 주식) 역시 크게 늘어나면서 위험선호가 커졌다.
주식투자 인구 수가 천만명을 넘긴 것도 이 때다. 500만명 전후이던 주식투자 인구 수가 2020년과 2021년을 기점으로 1,400만명에 이르렀으나 2022년부터는 늘지 않고 있다. 인당 평균 보유 종목 수 역시 이 때를 기점으로 다섯 종목을 넘어섰다.
하지만 금리하락은 곧 채권가격 상승과 주식의 상대 매력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어떻게 주식시장의 수급을 개선시킬 수 있냐는 반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주식과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은 과거의 움직임이다. 팬데믹을 겪기 전, 금리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경기에 대한 방향이 드러나는 지표였다. 금리가 오르면 경기가 좋아지는 것으로 해석해 주식도 좋다는 통설이 먹혔던 시기로, 실제 대부분의 주가상승은 금리가 오르던 때에 일어났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이런 관계는 뒤바뀌어, 금리가 하락하는 것이 주가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리에 대한 주가의 베타를 따라가보면, 2022년 이전에는 대부분 양 (+)의 영역에서 머물거나 0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현재는 음 (-)의 구간에서 오랜 기간 머물고 있다. 단순히 방향성만 분석해도 금리가 하락할 때 주가도 상승하고, 금리가 상승할 때 주가도 하락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주식과 채권이 좋을 땐 동시에 좋고, 나쁠 땐 동시에 나쁜 시대인 것이다 (팬데믹 이후 ‘고물가 시대’로 들어섰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분석 역시 전략 부분 참고)
과거 KOSPI 상승장은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을 동반
그러나 최근 금리와 주가의 관계는 역전되기 시작해 음의 상관성이 유지 중
X축=월간 국채 3년물 변화
Y축=월간 KOSPI 수익률
채권가격 상승 (금리 하락) 시 주가도 오르고
채권가격 하락 (금리 상승) 시 주가도 하락하는 비율이 반대의 경우보다 높음
수급 (위험선호)이 향하는 곳은 ‘성장주’
주식시장 수급이 개선되면 성장주를 선호해야 한다. 위험선호가 성장주를 향하기 때문이다. 주식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위험선호 증가’는 같은 말인데, 위험선호가 커질 때 성장주가 좋은 이유는 수치로도 관찰된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성장주/가치주 상대성과는 회전율 (거래대금/시가총액, 얼마나 시장 참여자들이 주식 거래를 열심히 하는지)과 신용잔고율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투자하고 갚지 않은 물량)과 밀접하다. 회전율이나 신용잔고율이 상승할 때 성장주가 초과성과를 기록한다.
회전율=거래대금/시가총액 (연율화)
신용잔고율=신용잔고금액/시가총액
주식을 투자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질수록 회전율과 신용잔고도 올라가기 때문에 두 지표는 위험선호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회전율 및 신용잔고율과 성장-가치 상대성과의 상관성을 비교해보면, 위험선호가 성장주로 향하는 것 역시 팬데믹을 기점으로 달라진 현상이다. 과거에는 이 상관성이 양과 음을 넘나들었다. 주식을 좋아하는 마음인 ‘위험선호’가 가치주와 성장주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의 상관성을 3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위험선호가 등장할 때마다 성장주만 쳐다본다’는 뜻이다.
(+): 회전율과 신용잔고가 증가할 때 성장주가 우월
(-): 회전율과 신용잔고가 증가할 때 가치주가 우월
팬데믹구간 제외를 따로 그린 이유는 당시 반대매매
증가로 신용잔고 비율이 강제로 감소했던 사건을 제외하고 보기 위함
수급이 달라지면 종목도 달라진다
수급이 만드는 ‘성장주끼리의 비교우위’
수급개선이 성장주 강세로 이어진다면, 수급을 결정변수로 두고, 거래가 증가할 때 성장주 중 어떤 주식이 좋은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성장주 안에서의 상대비교가 필요할 때 어떤 기준을 들이대야 할지’ 정립할 수 있다. 성장주의 특징은 첫째, 성장에 대한 기대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둘째, 다른 종목보다 성장률 기대치가 높다. 따라서 ‘고 밸류에이션’ 팩터와 ‘고 성장’ 팩터 위주로 거래가 증가할 때 수익률이 어땠는지 분석했다 (전체 방법론 부록 참조).
우선 이익지표는 ‘매출성장’을 우선에 두는 것이 유리했다. 2020년 이후 구간을 대상으로 분석 결과, 매출성장이 높은 종목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성장률이 높은 종목보다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다. 고 밸류에이션 종목은 수급이 개선될 때 대부분 성과가 좋았으나, P/S가 높은 종목의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성장주라면 자본대비 비싸거나, 이익이 안 나오고 현금흐름이 나빠도 주가가 올랐지만, 매출이 너무 안 나오는 고 P/S 성장주는 성장주 안에서 뒤쳐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매출증가에 대한 기대를 중심에 두고 그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주식을 고르되, 나머지 조건이 같다면 현재 매출을 어느 정도 내고 있는 성장주를 선호할 필요가 있다.
거래가 증가했던 구간만 분리하여 성과를 측정, 수급이
좋아질 때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골라야 할 지 보기 위함
거래가 증가했던 구간만 분리하여 성과를 측정,
수급이 좋아질 때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골라야 할 지 보기 위함
밸류에이션과 성장성 외에 보조로 활용할 지표들도 보기 위해, 아래 표처럼 주식시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팩터의 2020년 이후 수익률과 수급이 개선되는 상황에서의 수익률을 분석해보았다. 고 매출성장과 고 밸류에이션 외에도, 수급이 개선될 때는 주가상승률이 높으면서 베타가 높고 거래가 활발한 종목을 고르는 것이 유리했다. 수급이 개선될 때는 생소한 주식이 아니라 이미 추세를 보여주고 있었고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받던 종목이 다시 올라갈 확률이 높은 것이다. 여기에는 수급의 중요한 특성이 담겨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수급은 생소하고 새로운 성장을 찾기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빠르게 모여드는 특성을 가졌다.
거래가 증가했던 구간만 분리하여 성과를 측정, 수급이
좋아질 때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골라야 할 지 보기 위함
* Risk-Return Profile=변동성과 수익률의 분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동성은 낮고 수익률이 높아 왼쪽
상단에 위치할수록 좋은 포트폴리오를 뜻함
거래가 증가했던 구간만 분리하여 성과를 측정, 수급이
좋아질 때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골라야 할 지 보기 위함
다만 수급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고배당’
그렇지만 모든 분석이 그렇듯, 반대편의 리스크도 고려한다면 수급이 악화할 때 좋은 ‘배당’도 볼 필요는 있다. 연준의 과잉완화가 주식시장 수급 개선을 기대하게 만들더라도 여전히 시간은 걸릴 수 있다. 또한 연말/연초는 항상 불확실성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분석의 구간을 반대로 바꿔 거래감소 구간에서 팩터별 성과를 추적해보면 ‘저 밸류에이션 중 고배당’및 ‘저 변동’ 종목의 성과가 가장 뛰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래가 감소했던 구간만 분리하여 성과를 측정, 수급이
악화할 때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골라야 할지 보기 위함
거래가 감소했던 구간만 분리하여 성과를 측정, 수급이
악화할 때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골라야 할 지 보기 위함
고배당은 특히 KB증권이 올해 여러 차례 분석해 다루었던 ‘밸류업’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현재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 예고’ 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하며 밸류업 의지를 밝힌 기업은 54개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453조원으로 한국기업 시가총액의 19%밖에 되지 않는다. 여전히 밸류업의 의지를 드러내야 할 기업들이 더 많다.
따라서 단기로는 불확실성 속 한국주식 거래소외 현상이 유지한다면, 금융과 통신, 자동차 등 고배당 업종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급하게 수익실현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또한 지난해 결산배당부터 ‘배당락을 DPS발표 뒤로 미루는 배당기준일 변경’이 시작됐다. 때문에 연말이면 반복되던 ‘12월 중순~말 고배당주 매수 → 배당락 이후 매도’로 촉발된 배당주 변동성 확대도 과거처럼 크지 않을 것이다.
수급이 좋아하는 성장의 레시피
다시 성장주 분석으로 돌아와서 수급, 거래의 회복을 기대한다면, 어떤 형태의 성장주가 좋을지 ‘실적의 경로’ 차원에서 분석했다.
비슷한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는 종목이라도, 그 기대가 ‘미래의 꿈’에서 나온 것인지,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것 인지는 다르다. 아래 종목의 예를 보면, YBM넷과 휴젤은 중간 과정은 다르지만 모두 실적이 역사상 최고를 넘어서는 추세성장 종목이었다. 컨센서스 추정 또한 과거의 고점을 넘어 역사상 한 번도 다다르지 못한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 반면 LG화학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성장을 예상하긴 하나, 과거의 고점만큼은 아니다. 내년 정도의 실적은 ‘과거의 경험’에서도 찾을 수 있는 종목이다. 성장률은 높지만 엄밀히 말하면 성장보다 회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성장성은 비슷해도, 미래의 실적이 과거에 밟아보지 못한 ‘새로운 수준’까지 올라서는지, 또는 경기순환에 따른 회복인지 등 여러 형태가 관찰될 수 있다. 그 가운데 안정된 모양의 성장인지 변동성이 큰 성장인지도 다르다. 이런 차이를 수치화 하고 종목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사용한 뒤, 해당 구분에 따라 주가도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위와 같은 ‘성장의 경로’에 대한 구분을 변수로 만들면 아래처럼 구현할 수 있다.
- 미래 추세: 미래의 전망치가 역사상 고점보다 (이상이다 or 미만이다)
- 과거 기저: 최근의 이익이 (증익이다 or 감익이다) / (흑자다 or 적자다)
실적 성장률이 높은 종목을 대상으로 이 구분법을 적용하면 여러 가지 묶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기준이라면 변수를 하나만 쓸 경우 6가지 (2 + 2 + 2), 2변수 8가지 (2×2 + 2×2), 3변수 8가지 (2×2×2)로 총 22개 경우의 수로 나눌 수 있다. 매출추정에 대해서는 흑/적자 여부가 없기 때문에 1변수 6개, 2변수 4개 총 10개의 경우의 수가 있다.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표의 설명을 참고해보면 실적에 대한 분석과 고민의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한 번씩 맞닥뜨렸을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상/증익/흑자’조합은 실적이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과거의 경험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주가도 오르고 있다면 의심이 적을 테지만, 부정편향이 강한 투자자거나 주가가 떨어진 때라면 기대가 너무 높지는 않은지 고민이 드는 국면일 것이다. 또한 실적이 바닥에서 올라올 것이라는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여전히 실적이 악화하는 ‘미만/감익/적자’조합도 흔한 상황이다. 큰 성장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갑작스런 실적악화를 맞닥뜨려 추정에 의심이 드는 ‘이상/감익’조합도 한국주식 투자자라면 많이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흔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상/증익/적자’처럼 적자에서 탈출해 고점 경신을 전망하는 극단의 실적 변동성도 가능한 이야기다.
수급이 개선/악화할 때
어떤 성장주를 선호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으로 검증
이 분류를 바탕으로, 주식시장의 거래가 증가할 때 어떤 형태의 성장주가 좋은지 아래와 같이 시뮬레이션을 거쳐보았다.
- 유니버스: WMI500지수
- 리밸런싱: 2020년 이후 월간
- 투자대상 성장주 선정: 연초에서 6월 말까지 종목을 고를 때는 당해년도 컨센서스 성장률을, 7월 말부터 12월 말 까지 종목을 고를 때는 다음 년도 컨센서스 성장률을 기준으로 이익성장률이 상위 30% 이내인 종목 대상
- 미래 추세에 대한 구분: 리밸런싱 시점 기준에 나와있는 ‘연간 확정치 기준’ 역사상 최고점 (1990년 이후)보다 성장률 판단 기준시점의 추정치가 높을 경우 ‘이상’, 낮을 경우 ‘미만’으로 구분
- 과거 기저에 대한 구분: 리밸런싱 시점 기준에 나와있는 직전 4개분기 합산 실적이 1년 전 직전 4개분기 실적보다 증감여부에 따라 ‘증익’,’감익’으로 구분. 흑자, 적자 여부도 직전 4개분기 합산 실적을 기준
- 수익률 측정: 전 구간 및 KOSPI+KOSDAQ 회전율 증가/감소 구간 (월간 거래대금 기준)으로 나누어 측정. 성과 분석은 KOSPI대비 상대수익률 기준 이 분류를 바탕으로, 주식시장의 거래가 증가할 때 어떤 형태의 성장주가 좋은지 아래 그림의 국면을 나누어 시뮬레이션을 거쳐보았다.
회전율 (거래)상승을 수급 개선, 하락을 악화로 구분
분석 결과는, 수급이 개선되면 실적이 고점을 뚫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가 꿈에 가까운 성장주’가 좋다. 반대로 수급이 나빠질 때는 성장은 하지만 미래의 실적이 과거의 고점보다 낮은, 현실성 있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턴어라운드 종목’을 선호하는 것이 유리했다.
실적 전망치가 과거 고점을 뚫으리라 예상하는 ‘이상’그룹 성장주는, 수급이 개선되는 거래증가 구간에서 성과가 좋았다. 한국시장의 수급은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수준을 달성하리라는 ‘꿈을 먹는 성장주’를 찾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실적이 감익이라도, 앞으로 새로운 고점을 만들 것이 예상되는 ‘이상&감익’그룹의 성과도 좋다. ‘이상&감익’그룹은 수익률 차이 (수급 개선 구간 – 전 구간)가 가장 크기도해, 위험선호가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그룹이었다. 수급이 돌아오면 ‘실적이 빈약한 성장주’의 주가가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것이다.
반대로 성장은 하지만 미래 전망치가 고점을 뚫는 수준은 아닌, 성장보다 회복에 가까운 ‘미만’그룹은 거래가 빠지는 구간에서 수익률이 좋다. 특히 ‘미만&감익’그룹이 성과가 수급이 악화할 때 좋았다. ‘미만&감익’형태는 보통 경기민감 종목에 ‘턴어라운드’기대감이 생겼을 때 관찰된다. 흔히 턴어라운드 주식은 바닥에서부터 올라갈 수 있는 상승여력이 크기 때문에 위험선호가 살아나고 수급이 개선될 때 선호를 받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과는 반대로, 수급이 불안할 때 선호 받는 주식이었다.
수급이 나쁠 때 턴어라운드 종목의 수익률이 좋았던 이유는 턴어라운드가 오히려 한국에서는 장기로 안전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턴어라운드 전략은 ‘좋아지면 나빠지고, 나빠지면 좋아진다는 평균수렴’에 기인한다. 한국기업 실적은 경기와 물가사이클에 따른 평균수렴이 명확하기 때문에 (CPI-PPI&이익률처럼), 비록 진폭은 클지언정 턴어라운드 전략이 주식을 고르는 ‘안전하고 확실한 스토리’로 자리잡은 것이다. 경기민감 산업의 성장탄력이 둔화한 이후 십년 이상 반복된 현상이라는 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거래가 얇아지면 투자자들은 원하는 가격에 팔고 사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 때는 단기에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길게 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자는 심리가 커진다. 턴어라운드는 평균회귀에 기초하기 때문에, 한계는 명확해도, 길게 보면 성공확률이 매우 높은 전략이다. 따라서 장기에 집중하는 심리가 생겼을 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담기며 좋은 성과를 냈을 것이다.
관심 종목 제시
조심스러운 연말 수급에는 ‘배당&턴어라운드’
앞선 분석의 결과를 정리해보면, 수급이 좋아질 때는 높은 매출성장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앞으로 실적이 과거에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고점’을 향해가는 성장주를 선호한다. 심지어 당장은 실적이 빈약해도 고점을 뚫을 것이라면 포함할 수 있다. 반대로 수급이 계속 나빠지는 거래가 빈약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고배당과 턴어라운드 주식이 좋을 것이다.
연말&연초=배당+턴어라운드
KB증권은 금리인하 사이클이 주식시장의 심리를 개선시켜 거래가 돌아오는 수급개선을 전망하지만, 금리인하 효과 확인과 대선, 실적 불확실성, 과세논란, 환율, 한국주식보다 좋은 다른 투자자산의 수익률 등 한국 주식으로 거래가 쉽사리 돌아오지 않게 하는 요인은 많다. 따라서 연말연초는 여전히 수급이 돌아오기 조심스러운 시기를 지날 수 있으므로 우선 배당주와 턴어라운드 주식을 꼽아 대응을 제시한다.
배당주 1
2024년 기말 배당수익률 상위 종목
첫 번째 배당주는 4분기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이다. 이 중 현재의 예상만큼 배당을 지급할 여력과 가능성이 충분한 주요 흑자 종목을 아래와 같이 꼽아볼 수 있다.
- 현대해상*, 삼성증권, 기업은행, 삼성카드, 기아*, NH투자증권, 제일기획 등
또한 최근 주가가 하락해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종목은 아래와 같다 (*표시는 중첩 종목).
- 현대해상*, 한온시스템, 기아*, 아이에스동서, 삼양홀딩스*, 한화손해보험*, HMM* 등
배당주 2
2025년 배당성장주
두 번째는 배당 성장주다. 2025년 예상 배당수익률과 관계 없이, DPS가 2024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실적 또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종목을 꼽았다. 최근 이익추정이 상향하는 ‘실적모멘텀까지 좋은 배당성장주’는 다음과 같다.
- GS건설, 효성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두산, 경동나비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에스디에스, 현대모비스, 삼양식품, HD현대 등 (시가총액 1조원 이상)
1조원 미만 중/소형주 중에서도 큰 규모의 배당확대를 예상하는 종목도 꼽을 수 있다.
- 지누스, 지역난방공사, 대한유화, 하나머티리얼즈, 티앤엘, 드림텍, 케이씨텍 등
턴어라운드, 화학 & 조선
이어서 턴어라운드 주식으로는, 2025년 영업이익이 2024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은 하지만, 고점을 넘지는 못하는 종목을 추렸다. 이 중 최근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실제 턴어라운드가 진행되고 있거나, 실적이 좋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적자로 진입하면서 밸류에이션이 계속 하락하는 ‘밸류트랩’에 빠질 가능성이 적은 종목을 강조했다.
업종으로 묶어보면 화학과 조선이다. 다만 화학은 여전히 감익이 많고 조선은 현재 증익 국면이다. 때문에 조선은 이미 턴어라운드 진행 중, 화학은 앞으로 진행을 기대해볼 수 있다.
- 화학: LG화학, TKG휴켐스 등
- 조선: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엔진,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결국 돌아올 수급을 맞이할 ‘꿈이 큰 성장주’
수급은 결국 성장주로
매출과 이익 모두 최고를 바라보는 종목
마지막으로, 결국 주식시장 거래가 늘어나 수급이 나아진다면 볼 주식으로, 밸류에이션 높고 매출성장이 예상되면서 미래의 실적이 과거의 고점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성장주를 꼽았다. 아래 표는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성장하면서 과거 고점과 비교해도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이다. 그 중 음영으로 강조한 종목은 밸류에이션과 매출성장률이 목록 안에서도 높은 기업이다. 특히 종목명에 진한 글씨는 지금까지 감익인 ‘실적이 빈약한 성장주’에 속한다. 주요 업종 및 종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소재: 코스모신소재, 나노신소재, 이수스페셜티케미컬
- 에너지 (전력, 발전):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 로봇/방산/우주: 레인보우로보틱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 바이오: 셀트리온,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파마리서치 등
- 소프트웨어 (SI): 현대오토에버, 더존비즈온
이어서 위 목록에 들지는 못했으나, 2025년 성장이 예상되면서 매출과 이익 중 하나는 과거 고점을 뚫을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이다. 여전히 업황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이 우세하나, 배터리가 해당 리스트에 포함된다는 점은 짚어볼 만하다. 바이오는 이 목록에도 다수가 포함해있어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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