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고금리·강달러 시대 온다? 트럼프 경제학의 다른 이야기[딥다이브]2024.11.10 PM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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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왔습니다. 자, 그럼 경제는 어디로 갈까요. 많은 이들이 전망한 대로 미국 금리 오르고 달러 강세 가나요. 한때 4.5%에 육박했던 미국 국채 10년물 이자율, 달러당 1400원을 찍은 환율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금융시장은 고금리·강달러 시대 도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데요.


돌이켜보면 8년 전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도 그랬죠. 그런데 이후 4년 동안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트럼프 2기의 경제정책과 전망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다시 왔어요. 도널드 트럼프. AP 뉴시스



고금리·강달러라는 논리


금융시장에선 왜 트럼프 재집권=고금리로 통할까요. 그가 내년 1월 취임 뒤 펼칠 경제정책 때문이죠. 중요한 정책은 너무 많지만 가장 큰 건 두 가지입니다. 관세 인상과 세금 감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수입품 관세를 올리면→물가가 뛰니까→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할 거다.

세금을 감면하면→세수가 줄고→재정적자가 커지니까→국채 발행이 늘어서→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논리이죠. 미국의 고금리는 곧 달러 강세를 뜻합니다. 원래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전 세계 자금이 그리로 쏠릴 테니까요. 미국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달러가치가 뛰겠죠.


논리적으로는 딱딱 들어맞습니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미국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을 확보했고, 하원 의석수에서도 현재까지 앞서 나가고 있죠(개표 완료까지 며칠 걸림).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휩쓰는 레드 스윕(Red Sweep, 공화당 싹쓸이)이라면, 이 흐름을 아무도 막지 못할 것만 같아 보입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 11월 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신화통신



트럼프 1기엔 어땠더라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1기(2017년 1월 20일~2021년 1월 20일)도 지금과 매우 비슷한 정책 기조였거든요. 중국 견제를 위해 관세 줄줄이 올리고, 법인세를 대폭 감면(35→21%)했죠. 그래서 그때도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금리가 급등세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재임기간 전체를 보면 오히려 금리도, 달러가치도 모두 하락했습니다. 마지막 1년은 너무 예외적 상황(코로나 팬데믹)이었으니 빼고, 첫 3년의 기록만 봐도 마찬가지죠. ‘트럼프 트레이드’가 결과적으로는 맞아떨어지지 않은 겁니다.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11월부터 퇴임한 2021년 1월까지의 미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트럼프 당선 직후엔 금리가 반짝 올랐지만 2019년 들어서는 1%대로 다시 떨어졌다. 이 시기 소비자 물가는 2% 안팎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인베스팅닷컴



왜 그랬을까요. ‘①번 관세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공식부터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미국 역사적으로 ‘관세 인상=소비자물가상승’인 사례는 1930년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는데요.


언뜻 생각하기엔 수입품에 관세를 왕창 물리면 그만큼 소비자 판매 가격이 올라갈 것만 같죠. 그런데 물건을 팔아야 하는 수입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갑자기 판매가를 50~60% 올리면 제품이 안 팔릴 게 뻔하죠. 그러니까 제품 가격을 마음껏 올리진 못한 채 기업이 관세 부담을 상당 부분 지게 되고요. 수익성은 악화됩니다.


과거 트럼프 취임 2년 차였던 2018년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가 이어졌는데요. 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 2.4%에 그쳤습니다. 대신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호소하면서 2018년 미국 주식시장은 부진했고(S&P500 -6.52%), 그해 11월 하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패배했죠.


보편 관세라는 폭탄은 터질까


이번에도 트럼프는 대대적인 관세 폭탄을 예고합니다. 중국산에 60%, 나머지 국가엔 10~20%의 관세를 부과할 거라고 하죠. 산업재 중엔 현재 관세 면제인 제품도 많은데요. 예외 없이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니 상당히 놀라운 공약입니다. 이게 시행되면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가 얼마나 뛸지를 두고 여러 분석(예-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최대 4.3%, 모건스탠리 0.9%) 분석이 그동안 쏟아져 나왔죠.


사실 관세는 의회 허락을 받을 필요 없이 대통령이 행정명령만으로 부과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마음먹는다면 사실상 막을 장치는 없죠. 그래서 곧 터질 폭탄이라도 되는 듯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데요.



2019년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둘의 투샷을 조만간 다시 볼 수 있겠다. AP 뉴시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스콧 베센트는 FT 인터뷰에서 이런 입장(최대 20% 보편 관세)은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축소될 수도 있는 “최대치”라고 설명하죠. “트럼프는 결국 자유무역주의입니다.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확대하는 거죠(escalate to de-escalate). 트럼프의 다른 점은 그가 사업가라는 점입니다. 그는 경제를 이해합니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의견인데요.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관세를 60%가 아닌 20%포인트만 인상하고, 다른 나라에 대한 보편 관세는 없을 거란 전망입니다. 이 경우 1년 뒤 근원 인플레이션은 2.3%로 더 떨어지고, 연준은 금리 인하를 이어갈 거라는 결론이죠.


감세로 재정적자 눈덩이?


그럼 ②번 세금 감면 확대 공약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트럼프 1기인 2017년 통과시켰던 ‘감세와 일자리 법(법인세를 한시적으로 35%에서 21%로 인하하는 내용)’은 일몰(2025년 말) 전에 연장이 추진될 겁니다. 현재 21%인 법인세율이 다시 35%로 높아지는 걸 막을 거란 얘기죠. 이에 대해 미국 의회예산국은 10년 동안 4조6000억 달러의 세수가 줄어들게 될 거라 전망합니다.


게다가 이게 다가 아니죠. 트럼프는 추가로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고 공약했는데요.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조기업엔 법인세를 15%로 낮추고, 각종 항목(팁, 초과근무 수당, 노년층 사회보장 혜택 등)에 대한 소득세를 면제하겠다고 했습니다. 가뜩이나 미국 경제는 재정적자(1조8330억 달러, 2550조원)에 시달리는데요. 만약 적자 상황에서 세수가 크게 줄어든다면 결국 빚을 더 내는 수(국채 발행)밖에 없겠죠. 벌써부터 미 국채 금리가 치솟는(가격은 하락) 이유입니다.



2015~2023년 미국의 연도별 연방 재정적자 추이. 2016년부터 재정적자는 이미 늘어나는 추세였다. 트럼프 취임 뒤 통과시킨 법인세 대폭 감면 법안이 실제 시행된 건 2018년. 다만 2020~2021년 재정적자가 폭증한 건 감세보다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정책 탓이 워낙 컸다. 지금의 재정적자가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 탓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석이 갈린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2015~2023년 미국 연방정부의 법인세 수입 추이. 대규모 감세가 시행된 2018년과 2019년엔 세수가 감소했지만 2020년부터는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미국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있단 뜻인데, 이게 법인세 인하 효과냐 아니냐에 대한 해석 역시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그런데 세법을 바꾸려면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하죠.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잡으면 국회 통과도 문제 없을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생각만큼 그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공화당 안에서도 이념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인데요.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의외로 공화당 안에 2017년 법인세율 인하가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고 하죠. 공개적으로 법인세율 인상에 찬성한다고 밝히는 공화당 의원들도 나오고요. 전통적으로는 ‘공화당=친기업’이었고, 법인세를 깎아주는 데 적극적이었던 건 맞는데요. 그게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공화당 자체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데요. 일단 대기업 경영자 중엔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아졌고요. 공화당 주 지지층은 소규모 사업가나 노동자 계층이어서 법인세 감면이 그렇게까지 큰 관심사가 아닌 거죠. 오히려 재정 적자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진다고 합니다.


하원은 양당 의석수가 비슷해서, 공화당 의원 중 일부라도 돌아서면 법안 통과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제 2017년 트럼프의 오바마케어 폐지 시도가 초강경 보수파 공화당 의원들에 가로막혀 좌절된 사례가 있죠(대체 법안 ‘트럼프케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 트럼프의 이번 파격적 감세 공약 역시 수정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하는데요.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경각심은 필요하지만, 미국 재무부가 감세 때문에 국채를 마구 찍어내고 금리가 치솟는 상황이 실제로 닥치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습니다.



2019년 방한 당시 경제인들을 만났던 트럼프 대통령. 이분들 또 만나려나. AP 뉴시스



너무 긍정의 희망회로를 돌렸나요? 대선 이후 트럼프가 돌아와서 경제가 큰일 났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죠. 그래서 일부러 좀 다른 얘기를 해봤습니다.


트럼프 말만 들으면 집권하자마자 무지막지한 정책이 펼쳐질 것만 같죠. 그런데 따져보면 그 중엔 대통령 권한 밖의 일도 있고요(예-“취임 첫날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을 해고하겠다”, “불법 이민자를 즉각 추방하겠다”). 많은 경우엔 의회 동의를 꼭 거쳐야 한다(예-“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을 폐기하겠다”)는 점,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트럼프는 보수주의자라기보다는 포퓰리스트이죠. 이념이 아니라 뭐가 이익이 되느냐를 따져서 얼마든지 입장을 180도 바꾸곤 합니다. 놀랍도록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것만 지금으로선 예측 가능한데요. 불확실성 속에 숨어있을 기회를 잡으려면 안테나를 더 바짝 세워야겠습니다. 다시 돌아온 트럼프 시대, 슬기롭게 잘 넘겨 보자고요. By.딥다이브



트럼프 당선 직후 엇갈리는 국내 주식시장 주가흐름을 보면서 미국 대통령의 위상을 새삼 실감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트럼프가 돌아왔습니다. 그의 당선 소식에 미국 국채 금리와 환율이 모두 뛰었습니다. 관세 인상, 세금 감면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경제공약이 고금리, 강달러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 파다합니다.


-다만 트럼프 1기 땐 예상과 달리 금리도, 달러가치도 좀 오르다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관세인상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했죠.


-이번에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는데요. 한편으론 협상카드에 그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법인세를 15%까지 낮추고, 각종 소득세를 깎아준다는 공약도 있습니다. 이미 막대한 재정적자를 더 키울 수 있는데요.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호락호락하게 이를 통과시켜 주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확실한 건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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