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황/전략] (KB Quant) 1등주의 역사: 바꾸는 건 버블, 유지하는 건 능력2024.11.26 PM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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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Quant (24.11.25) 


* 한국증시 시가총액 1위의 역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가벼운 주제는 아니지만, 전략이나 의견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가볍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것이 변하는 순간’이 역사가 되고, 그 순간들이 모인 것이 ‘지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 KB증권 Quant Analyst 김민규 -



한국 주식에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 ]가 잘 돼야 한국증시가 잘 되지”, “[ ]가 안 되는데 어떻게 KOSPI가 올라?”의 빈칸에 들어갈 말이 ‘삼성전자’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빈칸의 정답은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한국증시 시가총액 1위가 된 것은 1999년 7월이다. 그 전 까지는 빈칸에 들어갈 시가총액 1위 기업이 ‘한국전력’이었다. 1위 자리를 굳히는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2000년 말까지 통신주 (KT, SK텔레콤)에 1위자리를 이따금 내어주기도 하며 각축을 벌였다 [그림1].


이후 POSCO, 국민은행, 현대차,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시가총액 2등주는 여러 번 바뀌었으나, 삼성전자는 2000년 11월부터 24년째 하루도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지금은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2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합쳐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넘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4위까지만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합쳐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과 비슷하다 [그림2].

 




실적은 어땠을까?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1위가 된 것은 2002년이지만, 영업이익은 그보다 빠른 1994년 (1993년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달성 이후)에 처음 1위로 올라섰다. 이따금 한국전력, POSCO에 1위자리를 내주었고 2023년은 자동차에 영업이익을 역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업이익 1위를 2년 이상 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00년에 시가총액 1위를 잠시 차지했던 KT와 SK텔레콤은 실적으로는 1위에 오른 적은 없으나, 실적으로 1위를 차지했던 POSCO와 현대차는 시가총액 1위가 된 적이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 [표1].





한국증시 역사에서 시가총액 1위의 자리가 바뀌었거나, 바뀌진 못했어도 그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났던 시기를 특정해보면 1999년 (삼성전자), 2000년 (KT, SK텔레콤), 2007년 (POSCO), 2011년 (현대차),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2024년 (SK하이닉스)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2위는 2007년 삼성전자가 85.3조원일 때 66.7조원까지 따라붙었던 POSCO였다. 이 시기들 대부분 ‘버블’과 겹친다. 이익으로는 이미 1위였던 삼성전자가 5년이나 늦게 시가총액 1위가 된 것, 실적은 1위에 못 미치던 통신주가 시가총액 1위가 된 것과 1위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의 등장 시기를 보면, 시가총액 1위는 실적보다는 버블에서 나온 밸류에이션 확장이 만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그래온 것처럼, 실적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차이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1등자리를 바꾸거나 위협할 버블의 전조는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쉬운 답이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에너지의 응축을 관찰할 수 있다. 시가총액 50위권 이내에 순위변동을 파악해보면, 1위가 위협받기 전부터 그 아래 자리들을 놓고 치열한 엎치락뒤치락이 반복된다 [그림3]. 그 과정을 뛰어넘고 1위를 향한 위협이 생겨난 적은 없다. 밑바닥에서부터 에너지가 쌓이고, 그 에너지가 버블이 되어 위협적인 2위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버블이 무조건 위협적인 2위의 편은 아니다. 1등의 편에 서서 격차를 더 크게 벌리는 버블도 있었다. 한국증시에서 최근 가장 컸던 상승장을 꼽으라면 팬데믹 이후 1,457pt에서 3,305pt까지 올랐던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인데, 전세계 자산이 버블을 향해가던 때였다. 당시 2021년 초까지의 상승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면서 다른 종목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이 역시 실적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를 보면 버블의 신비함은 무겁고 큰 주식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올리는 강력함과, 어디로든 향할 수 있는 무작위함이 만나 완성되는 것 같다.


2025년을 앞둔 현재는 그림에서 보듯, 비록 KOSPI는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활발한 순위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버블을 만들어낼 에너지의 응축은 이미 시작되었고 충분한 것이다. 찾아올 버블이 시가총액 1위를 바꿀지, SK하이닉스가 그 자리를 더 위협하게 만들지, 또 다른 어떤 존재를 등장시킬지, 아니면 버블이 다시 삼성전자의 편에 설 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버블일지, 다음 버블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놀랄 필요는 없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것이 변할 때 역사가 만들어 지고, 역사가 모인 것이 지금이라면, 언젠가는 변화의 순간과 지금이 일치하는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중심에는 항상 버블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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