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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기술] (WSJ) 오라클 주가 등락의 배후에 있는 '모호한' 숫자2025.12.17 PM 08:39
AI 투자자들, 미래 매출과 관련된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표를 정밀 검증하다
2025년 12월 17일 오전 5:30 (미 동부 표준시)

오라클 주가는 9월 고점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진: Justin Sullivan/Getty Images)
고객과 12자리 숫자(수천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실제 대금을 회수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주석에나 등장하던 '잔여 이행 의무(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 이하 RPO)'라는 생소한 지표가 이제 오라클을 비롯한 AI 테마주 투자자들에게 가장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숫자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숫자는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모호한(squishy)' 성격을 띠고 있어, 최근 오라클 주가의 급락세를 설명하는 단서가 됩니다.
모든 기업에 표준적으로 적용되는 RPO는 계약은 체결되었으나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판매액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경영진은 이 매출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probable)고 보지만, 아직 확정된(definite)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RPO는 기업의 재무제표 본문에 직접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 수치를 활용해 해당 기업의 미래 사업 전망을 추산합니다. 만약 미래 매출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하면, 기업의 전망 또한 어둡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오라클의 주가는 지난 9월 초, RPO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4,550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폭탄급' 실적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하루 만에 36%나 급등했습니다. 그 이후 오라클의 RPO는 11월 30일 기준 5,230억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이는 지난 4개 분기 오라클 매출의 약 9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그러나 주가는 9월 10일 사상 최고치 대비 43%나 폭락했습니다. 투자자들은 AI 부문 거래의 '순환적 구조'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으며, RPO의 거대한 증가세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AI(OpenAI)가 과연 그 거대한 미래 지불 약속을 이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RPO 증가분 중 약 3,000억 달러가 오픈AI와의 5년짜리 컴퓨팅 용량 공급 계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오라클은 미 전역에 거대한 데이터센터 단지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차트: 오랜 기다림 (Long Time Coming)
11월 30일 기준 오라클의 '잔여 이행 의무(RPO)' 및 오라클이 예상하는 수익 인식 시기
기간 구분, 예상 금액 (단위: 10억 달러)
• 12개월 이내 (약 523.3억 달러)
• 13~36개월 (약 1,569.9억 달러)
• 37~60개월 (약 1,831.6억 달러)
• 그 이후 (약 1,308.3억 달러)
오픈AI가 차지하는 3,000억 달러라는 숫자는 투자자는 물론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회의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J.P. 모건의 크레딧 애널리스트 에리카 스피어는 12월 15일 자 오라클 보고서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달았습니다. "지으면, 그들이 돈을 낼까? (If You Build It, Will They Pay?)"
D.A. 데이비드슨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는 12월 12일 메모에서 "오픈AI가 3,000억 달러의 약속을 이행할 가능성은 낮다"며 "오라클이 5,230억 달러의 RPO가 있는 척하기보다는, 자본을 더 책임감 있게 배치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계약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최선의 조치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상장 기업인 오픈AI는 재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무디스의 12월 5일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는 향후 8년 동안 약 1조 4,000억 달러의 지불 약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매출은 미미하며 여전히 자금 조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오픈AI는 올해 말까지 연간 환산 매출이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분 투자자로는 300억 달러 투자를 합의한 소프트뱅크 등이 있습니다.
오픈AI에 대한 엔비디아(Nvidia)의 계획과 이것이 오라클에 미칠 잠재적 영향은 AI 섹터 전반을 특징짓는 '순환성(circularity)'을 잘 보여줍니다. 오라클은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고, 엔비디아는 언젠가 오픈AI에 투자할 수 있으며, 오픈AI는 최근 오라클과 대형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오픈AI와 엔비디아 간의 협약은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양사는 지난 9월 22일, 엔비디아가 수년에 걸쳐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오픈AI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의 특수 칩 수백만 개를 구매한다는 내용의 투자의향서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엔비디아와 오픈AI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세부 사항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거의 3개월이 지났습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투자가 예상된 조건대로 완료될지, 아니면 아예 투자가 이루어질지 어떠한 보장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엔비디아가 오픈AI 투자에서 발을 뺀다면, 다른 투자자가 그 공백을 메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오픈AI가 오라클에 3,000억 달러 전액을 지불할 수 없게 된다면, 오라클이 그 자리를 채울 다른 거대 고객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엔비디아의 오픈AI 투자가 무산된다면 이는 오라클 주가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오픈AI가 오라클에 3,000억 달러를 지불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확실하지 않으냐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계약된 금액을 RPO로 인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차이입니다.
기업이 RPO를 기록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부분적으로 답하기 쉽지 않은 단순한 질문 하나로 귀결됩니다. 회계 규칙상 회수 가능성이 '확실(probable)'한가?
이는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동일한 사실을 놓고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사실관계가 변함에 따라 경영진의 결론도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 '확실'해 보이는 것이 1년 후에는 그렇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회계 규칙은 '확실함(probable)'을 구체적인 백분율로 정의하지 않지만, 이는 "그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다(more likely than not, 50% 초과)"보다는 높은 기준입니다. 실무적으로 일부 회계사들은 이 기준을 70% 이상으로 잡기도 합니다.
인공지능(AI) 붐 이면에 있는 숫자들은 아찔할 정도로 거대합니다. 그 숫자들이 모두 진짜인지 아닌지는 판단의 영역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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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오라클 주가 43% 폭락의 배후: 5,230억 달러 RPO의 '불확실성'과 오픈AI 리스크
1. 사상 최대 실적 속 주가 폭락의 역설
오라클의 '잔여 이행 의무(RPO)'는 11월 30일 기준 5,230억 달러(약 730조 원)로 급증하며 지난 1년간 매출의 9배에 달하는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숫자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라클 주가는 9월 고점 대비 43% 폭락했습니다.
2. 오픈AI발 3,000억 달러의 리스크 (지불 능력 의구심)
RPO 급증의 주된 원인은 오픈AI와 체결한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공급 계약입니다. 시장은 아직 자금 조달 단계에 있으며 매출 대비 막대한 지불 의무(향후 8년간 1조 4천억 달러)를 진 오픈AI가 과연 이 계약을 이행하고 대금을 지불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3. AI 섹터의 위태로운 '순환 구조'
오라클, 엔비디아, 오픈AI는 서로 얽혀 있는 순환적 거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오라클 → 엔비디아 칩 구매, 오픈AI → 오라클 서버 사용, 엔비디아 → 오픈AI 투자 검토). 최근 엔비디아의 오픈AI 투자 확정이 지연되면서, 이 자금 순환 고리가 끊어질 경우 오라클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4. 회계 지표의 주관성과 모호함
RPO는 매출로 인식되기 전, 경영진이 회수 가능성을 '확실(probable, 통상 70% 이상 확률)'하다고 판단할 때 기록됩니다. 이는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모호한(squishy)' 숫자로,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