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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첫 소개팅 42012.08.31 PM 01:07
이러저러해서 결국 소개팅 당일이 되었다.
주말엔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나지만 그 날 따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까지 챙겨 먹었으면 말 다했지.
같이 사는 후배랑 노가리나 까면서 놀고 있다가
약속 시간 한시간[...] 전에 출발.
서면에 도착하니 아직 30분이 남은 상황.
'아 너무 일찍왔네..' 싶으면서도 여전히 긴장됐다.
약속 장소에서 30분이나 기다리는 것도 뭐해서 오늘 돌아볼 곳을 한번 더 점검[...]하고
화젯거릴 몇 개 생각하고 있자니 전화가 왔다.
A : 어디세요?
나 : 쥬디스 태화요.
A : 어? 저도 쥬디스 태환데..안 보여요.
나 : 헐..그럴리가요.
전화기를 붙든 채로 주윌 둘러보니..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저 분인가..
내가 인사를 건네자 A는 살짝 놀라면서 인사했다.
A : 안녕하세요~ㅋ
첫 인상은 귀여웠다.
화장도 그렇게 짙지는 않았고 눈은 좀 작은 편이었지만 웃는 눈모양이라 이뻤음.
패션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타이트한 미니 스커트에 살색 스타킹에 흰 킬힐이었다.
...왜 하체만 기억나는거지
내가 스타킹 좋아하는 걸 아는건가 [...]
원래는 밥 - 영화 - 커피 순으로 가려고 했었지만
A가 밥을 늦게 먹고 왔다길래 일단 커피를 마시러 갔다.
..아 자리가 없어
왠만한 곳은 만석이더라..
근데 가게를 찾던 중간에 중간에 폰 파는 사람들한테 커플폰 사라고 호객행위 당한건 (나는) 좀 좋았다 [...]
결국엔 나도 걔도 처음 가본 곳으로 가게 되었다..
걔가 일단 이제 대학교 1학년이고 난 4학년이라 주된 화제는 학교.
걔가 군대얘기 해달랠때는 좀 놀랐다.
여자들은 그런 얘기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자기가 먼저 물어볼줄이야..
이 이후에도 나한테만 말을 시키지 않고 적당히 맞장구도 쳐주고 먼저 화제를 꺼내기도 해줘서 고마웠다.
그래서 살포시 읊어주고(한 10분 정도) 동아리나 대학생활, 전공 등으로 한시간여를 때웠다.
정작 커피집 가서 커피는 안 마신게 유머 (A는 자몽뭐시기 먹었고 난 녹차라떼)
영화관에 데리고 가서 화차랑 가비중 고민했는데..
A : 이거 봐요 우리
나 : 응? 아 그럴래?
가비를 보잔다. 좌석을 보니 얼마 안 차있었다. 화차는 거의 만석.
나야 사람 득시글 한거 안 좋아하니까 좋다고 골랐지.
생각해보니 여기서 난 정말 영화만 봤었다 [...]
생각보다 재밌었는데 어떡하냐 그럼..집중하면 말이 안나오는 타입이라..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살짝 왔는데
이게 참 미치겠는게 우산을 쓰기도 안쓰기도 뭐한 비였고 난 우산을 안들고 온거다..
잠깐 생각하다가 그래도 여자애가 비 맞는 건 좀 글타 싶어서 우산을 사러 갔다 [...]
여기서 좀 시간을 끌었는데..근처 편의점에는 다 동이 난거다.
어찌어찌해서 사서 갔음.
저녁 뭐 먹을지 얘기하면서 둘러보다가 역시나 자리가 마땅치가 않더라.
처음 두번 정도는 같이 올라갔다가 세번째부터는 내가 먼저 올라가서 자리 알아보고 내려오고의 반복..
이게 한 여섯번 되니까 초조해지기 시작함ㅋ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패밀리레스토랑 ㄱㄱ
여기도 역시나 자리는 없고 10분은 기다려야 된단다..
더 이상 걸으며 허탕치고 싶지 않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면서는 통금얘기로 시간을 때우다가 자리가 나서 들어갔음.
A도 많이 가보지는 않았는지 메뉴 결정에 소극적이었고
난 두번째지만 내까지 우물쭈물대면 찌질하니까[...] 전에 먹었던 주문 그대로 시켰다.
나 : 왠지 좀 미안하네. 힐 신은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해서
A : 네?
나 : 힐 신고 걸으면 불편하잖아.
A : ㅎ 괜찮아요. 중학교 때 부터 신었었는데요 뭐
나 : 헐~중학교 때부터?
A : 제 친구들도 다 그래요 ㅎㅎ
..요새 애들은 다르긴 다르구나.
여기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나는 이제 슬슬 화제가 떨어져서 곤란해하고 있었다.
건담 얘기라면 일주일내도록 할 수 있지만 여자애랑 얘기하는 건 정말 힘들다..
결국 중간에 대화가 끊기게 됐다.OMG
한 2~3초 뭔 얘기할까 생각하다가 꺼낸 한마디
나 : 여자랑 이렇게 오래 대화하는 건 첨이라 아직도 좀 긴장되네..ㅋ
결국 자폭했다.
이 때 A가 꺼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한데, 다른 대화는 몰라도 이건 확실하게 기억난다.
A : 할 말이 없으면 굳이 안해도 되잖아요 ㅎ 무리 할 필요 없어요.
이말을 듣고 뜨끔했다. 역시 그랬을라나..
이 말 이후에 A가 대화를 이끌었다고 기억한다.
나보고 오늘 준비 많이 한거 같다고 했을 때는 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알아줘서 고마워랑 역시 들켰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부끄러웠다.[...]
이래저래 얘기하면서 먹다가 A는 잠깐 화장실 간다고 갔다.
슬슬 배도 불러오고 돌아온다해도 더 먹진 않을 거 같아서 계산을 하고 같이 나왔다.
뭐 거의 놀만큼 놀았고해서 지하철로 향했다.
여기서는 또 혈액형얘기로 빠져서 바래다 줄 때 까지 어색한 침묵 같은 건 없었다.
근데 A의 혈액형은 기억이 안나..
A가 내리는 역에서 나도 같이 내려서 역 앞에서 배웅했다.
'오늘 즐거웠어 다음에 보자'라고 문자 보내려 했는데.
내 폰에 문자가 왔다.
내용은 대충 이랬는데
'오빠 오늘 재밌었어요 다음에 또 봐요 ^^'
여기서 또 미소가 나왔다 *-_-* 훈훈한 문자가 몇년만이던가..
나도 담에 보자는 식으로 답장 한 뒤 담배 한대 피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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