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담]] 무능력, 적마도사의 도2011.03.10 PM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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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1 中>

파이널 판타지.
RPG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자, 너무나도 유명한 시리즈.
(사실 필자는 단 시리즈중 단 한개도 클리어해본적이 없다... JRPG를 싫어해서...)
사실 게임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쓰는 글은 아니고...




<공포의 4적마랑께!>

오늘 당신이 이 글을 읽기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것은 바로
적마도사라는 클래스에 대해서이다.
파이널 판타지에는 마법 계열이 두종류이다. 백마법과 흑마법
딱 느낌으로 와닿듯이, 백마법은 치료마법이고 흑마법은 공격마법이다.

그렇다면 적마도사는 무엇인가?
적마도사는 기초 백마법도 사용할줄 알며 기초 흑마법도 사용할줄 알고
전사만큼의 기초적인 칼질도 할줄아는 정말 만능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의 결말은 숙련된 게이머라면 다들 잘 알것이다.
중반만 가도 고급 기술을 숙련못하여 그저 초반에만 조금쎈 그저그런 잉여일뿐이다.

그래서 한때 고전게임갤러리에서는 이 무능력한 캐릭터를 까대기 대회를 열정도로 열심히 까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 심금을 울리던 글이 있었으니,
그 적마도사의 위대한 가르침을 한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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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마도사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칼질과 저렴한 흑백마법, 도트로 수놓아진 잘생긴 외모, 고겜갤에서의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

적마도사가 파티에 참가하며 한 말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 능력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나는 뉴비였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이것저것 능력을 키우게 되었다. 물론 자기 만족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일까?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 캐릭터를 키우게 되지만, 때로는 그 캐릭터의 성능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캐릭터를 키운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내가 키우는 캐릭터가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노가다하는 기계가 된다. 그러므로 강캐릭터를 쓴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모 게임의 내 캐릭터를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키웠었다. 그 애를 위해 항상 최신 정보를 수집했고 그 애를 위해 경험치며 돈을 모았다. 게임을 하지 않을 때는 항상 커뮤니티를 새로 고침 했고, 그 애를 위해 현실에서 로그아웃 해주어야 했다.

이런 정성을 일찍이 부모에게 바쳤더라면 아마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렇듯 애지중지 가꾼 보람으로 내 캐릭터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지난해 여름, 고겜갤질을 시작하였다. 수다 떠는 시간이 늘어가며 게임 할 시간은 없어졌다. 항상 나를 반겨주는 갤러리에 취해 댓글다는 봇을 자처하고 꾸준글 또한 쓰니 세상만사가 잊혀질 듯 하였다.

아차! 이때서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게임을 실행해 본 게 언제인지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허둥지둥 게임을 잡았지만 대세에 뒤처진 후였다. 안타까워하며 레벨을 올려보려고 했으나 남들과의 격차는 까마득하였다.

나는 이 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 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강캐릭터에 너무 집념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캐릭터를 키우면서는 PC 앞에서 꼼짝을 못했다. 밥을 먹을 때면 보아뱀이 되어 흡입했고, 잠을 자려다가 다시 일어나 게임을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나는 캐릭터를 삭제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아갈 듯 홀가분한 해방감.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유정(有精)을 떠나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이때부터 나는 강캐릭터를 키우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집착의 경험을 통해 적마도사의 도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게임의 공략은 어떻게 보면 강캐릭터를 키우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보다 강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가다한다. 노가다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채워넣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그 속에서 사람은 캐릭터의 노예가 된다. 자기 자신이 노가다하는 기계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 한 채 캐릭터를 노가다시킨다고 하는 것이다.

적마도사는 또 이런 말도 하고 있다.

"내게는 만능 캐릭터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그가 능력을 갖는다면 다른 캐릭터들의 위치를 위협하지 않을 때 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만능 캐릭터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강캐릭터를 키우는 욕심은 게임을 즐기는 감각을 멀게 한다. 적마도사 같은 캐릭터는 까이는가 하면 남들과 같은 캐릭터를 하면 상급 유저가 되는 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고 있다. 그것은 강캐릭터에 바탕을 둔 게임풀이 때문이다. 만약 욕심을 버리고 게임을 처음할 때로 돌아간다면 게임의 생생한 맛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의 그 두근거림을 떠올려 보자.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적마도사의 또다른 도이다.


고전게임 갤러리 '맹호스페셜'의 글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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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멋진 글인가!
우리는 너무 캐릭터의 강함에만 집착하여 정작 그 게임은 즐기지 못한채
노가다하는 기계로서 살아오지않았는가?

노가다와 강함에만 눈이 먼 요즘 무개념의 게이머들을 보고있노라면
그저 무능력, 적마도사의 도가 얼마나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즐거움을 바라보지 못하고 집착속의 강함만 너무 바라본것이 아닌가 하고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댓글 : 5 개
파판11의 적마도사가 한때 개사기였었죠.
(전사+흑마법사+백마법사)를 둘로 나누면 용사. 넷으로 나누면 적마도사.
히밤 ㅋㅋㅋ 무소유 패러디라니 ㅋㅋㅋ
대문이 발더스 에어리 네요. 앙칼진뇬.
파판택어밴에서는 적마도사가 사기인데..

더블마법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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