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스포)어밴져스 - 인피니티 워 감상과 몇가지 생각할점2018.04.27 PM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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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도 적었지만 당연하게도 스포 있습니다.

주말 관람을 원하시거나 북적거리는 상영관이 싫어서 관람을 미루신 분들이라면 빠르게 뒤로가기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원래 개봉일은 저도 사람 많은거 싫어해서 좀 천천히 보려 하다가

도저히 스포를 피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속편하게 개봉일에 급하게 보고 왔습니다.


그런고로 지금 쓰는 이 글은

관람 직후 쓰는게 아닌

이틀동안 이것저것 찾아보고 종합한 결과물 되겠습니다.



우선은,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이번 인피니티 워 의 문제점이라 한다면..


무려 10년간 18편의 영화를 통해 준비기간을 다져온,

일종의 장기 시리즈물의 하이라이트라는 점이겠지요.


일반적인 경우 팬층이 두터운 장편 시리즈물이라면

당연하게도 중간에 갑자기 팬이 되기는 힘든 법입니다.


MCU라면 아직 18편밖에 안되니 상대적으로 쉽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기간임을 생각해보면

이번 영화 한편을 위해 10년 된 영화부터 전부 찾아서 예습하라고 하는건 사실 좀 무리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인피니티 워 자체는

그동안 MCU를 좋아하고 응원했던,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해야 하며


'남들 다 보니까 나도 봐야지' 라든가

'히어로 무비라는건 시간때우기용 팝콘무비 아냐?' 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보는 분들에겐 굉장히 불친절한 영화일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이번 한편을 위해

그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능력과 정체성과 갈등과 관계들을 일일히 서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타노스라는 악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작부터 팬이었던 분들이나

인피니티 워 한편을 위해 미리 예습하신 분들이라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도 이름과 능력정도는 다 알고있으니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타노스가 주인공인 영화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타노스의 자식들은 극중에서 이름 한번 불리지 않습니다.


서사를 위해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가진 인물인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거죠.


이런 불친절함 때문에

중간에 뛰어든 사람들이나

별 관심없지만 인기많은 영화라 보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앞서 나왔던 마블 스튜디오의 다른 영화들보다 어렵고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더해서, 인피니티 워 자체의 엔딩조차 일반 관객에게는 실망 그 자체일수도 있지요.


앞서 나왔던 18편의 영화에서는

줄기차게 히어로들이 처맞고 깨지고 핀치에 몰리고

심지어 죽었다 살아나기까지 하면서도

결국 엔딩에서는 악당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질듯 질듯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타농부에게 져버리고,

살아남은 히어로들은 동료들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어

악역의 승리로 끝난 영화가 되었습니다.


여태 봐왔던 영화들처럼

신나게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마지막은 선역의 승리로 끝나는

기분 좋은 영화를 보러 왔는데

엔딩이 이게 뭐야??? 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물론 어벤져스 4편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 엔딩에서는 히어로들의 승리가 약속되어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있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타농부의 승리가

다음편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흥분제와도 같은 역할을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특수성때문에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로, 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든.. 국내 한정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역시 번역의 질이죠.


쿠키영상의 프로 머더뻐커러를 세상 둘도 없는 효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나

타농부를 실패한 정책을 똥고집으로 밀고있는 대량학살자로 둔갑시켜버린 것이나

큰 그림 그리고 있던 의사선생을 한순간에 신념이고 뭐고 저버리는 트롤러로 만들어버린 것 등.

이미 다들 알고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

DC에서는 수퍼맨을, 마블에서는 캡틴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 더더욱 환장할 수 밖에 없는 번역문제를 하나 더 가져와 보겠습니다.


캡틴과 비젼이 어벤져스 본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비젼의 질문에 대한 캡틴의 답변.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구요....?


이거야말로 정말 결정적인 오역이자 잘못된 창작입니다.


네. 물론 극의 흐름이나 히어로들이 뭉쳐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어벤져스의 지난 행보를 생각한다면

일견 가장 적절한 대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만.


원래 대사는 타농부의 신념과 정 반대되는 캡틴과 어벤져스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굉장히 상징적인 대사지요.


거기다 퍼스트 어벤져 이후로 계속해서 쌓아온 캡틴의 캐릭터를 다시 한번 확실히 보여주는, 정말 중요한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자막을 저렇게 깔아버리는 바람에

나카마 마모루 타령이나 하는 일뽕 애니/게임 캐릭터들과 하등 다를것 없는 스테레오타입 히어로로 만들어버린 것은


앞서 언급했던, 이미 널리 알려진 오역 문제들 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로 봐야합니다.



좀 더 설명해보자면


타농부의 신념은 흔하게 알려진 트롤리의 딜레마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그.. 짤이 어디 있었는데...



multi-track-drifting-15209810.png

 

 

여깄네요.



무작위로 전체 생명체의 절반을 죽인다면 자연(우주)이 회복할 시간을 벌게되어

생존한 절반은 풍요를 누리게 된다 라는 선택의 문제는


결국 트롤리의 딜레마에서 공리주의에 입각해 소수(무작위 절반)의 희생을 통해 다수(생존인원의 미래 자손들까지 포함한)가 생존하는 선택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캡틴의 선택은

둘 중 어느쪽의 희생도 그 생명의 무게에 대해 저울질할 수 없기 때문에 트롤리 그 자체(이 경우는 타농부가 되겠죠)를 막겠다는거고 그 과정에서 자기나 동료들이 희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동입니다.


실제로 타농부와의 최종결전 전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비젼을 지키고 마인드스톤만을 분리하라고 하던 캡틴이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자 최후의 수단으로 비젼이 희생하겠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지요.


이게 저 망할 자막으로 보자면

동료 안버린다고 립서비스 다 해놓고

위험할것같으니 동료 버리라고 하는,


캡틴의 왜곡된 인성짤에 흑역사로 한줄 추가될만한

좀 ㅂㅅ같은 극의 흐름이 되어버린거구요.



또 비교되는 것은

거의 비슷한 선택이긴 하지만

어벤져스 1편부터의 사건들을 겪고

시빌워에서 더 확고하게 굳어진 토니의 신념이지요.


일단 트롤리(타농부)를 막긴 하되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필요한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하기 위해

우주선의 방향을 돌리지 않고

타임스톤을 미끼로 본진에서 결전을 치룬다... 라는 선택 말입니다.


신형 슈트의 성능을 매우 과신한데다

미숙하지만 쓸만한 능력을 가진 피터,

대하기 껄끄럽지만 강력한 의사선생의 능력만을 믿고 저지른,

지극히 토니 스타크 다운 자만심 가득한 선택이지만요.


본진에서 스타로드 일행과 합류하지 못하고

타이탄 행성이 멸망하지 않아서

타농부의 군단이 셋을 맞이했다면

제대로 손 써보기도 전에 박살날 수도 있었으니까요.





이쯤 하고 다시 대사 얘기로 돌아가서...


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도 관련있는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대사를


길고 철학적인 문장이라고 해서

멋대로 관객의 눈높이를 낮춰버리고

원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대사로 바꾸는 것은


작품을 통째로 망쳐놓는 행위이며

관객과 배우, 감독, 각본가를 포함한

관련된 사람들 모두를 무시하고 바보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영화 자체는

10년을 함께한 팬의 입장에서

축제와도 같은 물건인데


그놈의 번역때문에 영 기분이 좋지 못하게 됐네요.



제발 이후의 마블 영화에서는

이런 번역을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뭐.. 가능하면 다른 모든 영화에서도 말이죠.

댓글 : 11 개
근데 이거 자막 번역 검사안함???
프로의식같은거 없는 사람들이 대충대충 들여다보고 컨펌하겠죠 아마...
효자퓨리.....

거기다 캡틴의 철학적인 대사를 그딴 쓰레기로.....

글 쭉읽었는데 동감하는 부분이 많네요.

저도 마블영화를 아언맨1부터쭉 본입장이여서 종합선물같은 작품이 맞지만 함부로 추천하기 힘들긴합니다.

하지만 디시는 이번영화를 보면서 좀 쳐배워야함 ㄷㅅ들.... 맨옵스틸에 슈퍼맨이 아버지를 구하려고할때 아버지가 손 딱 올리는 그런장면이 이제는 왜없냐고
원더우먼이 참호밖에 나가는 장면 그런 딱 임팩트있는 장면이 이제 없음

이번 인워에서 갠적으로 인상깊게 본 장면은 너무 많긴하지만 토니의 고뇌 그장면이 참 좋았네요. 특히 타이탄 결투장면에서 나노입자 날라가는 와중에도 모으고 모아서 칼로 찌르려는 장면 너무 좋았네요
정말이지, 마블 팬 입장에서 어느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정말로 보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영화였습니다.

경쟁사인 디씨가 그모양인점이 더 안타까울 정도로요.
  • JIKON
  • 2018/04/27 PM 06:51
보고나니 저스티스리그랑 스타워즈가 우웨볼급으로 보임
진짜 딴건 그렇다 쳐도 마지막 어머니는 너무 심했음
내내 코빼기도 비추질 않다가 막판에 웃음 한번 줄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그렇게 망쳐버렸죠..
진짜 눈물납니다.
지적하신 치명적인 부분 말고도 등장인물의 말장난 같은 장면도 찰진 맛이 없었어요
진짜 뭔가 직역해놓은 느낌?? 직역 했다가 역량이 딸려서 어중간하게 해놓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비전이 말한 페이징 능력? 처음에 이게 뭐지 싶었는데 자가 수복? 같은 의미인가? 했다가 나와서 찾아보니 물질 관통 능력이더군요
아니 번역가 지 스스로 일반 관객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번역 했다면서 전문용어로 알아듣지도 못하게 해놓는건 대체 뭔지..
구글 번역기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역시나 마블이라고 할만큼 이번영화는 저에게 굉장히 좋은 영화였습니다 또한 원작 팬들에게는 더 더욱 재미를 주는 요소도 많기때문에(그것이 흔히 말하는 이스터애그가 아니라 원작을 비틀어둔것을 말합니다)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번 인피니터워를 관통하는 주제인 사랑은 원작에서 타노스의 아이덴티티와 같았던 데스와의 사랑을 다른식으로 표련한 마블의 노련함이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원작의 타노스는 영화의 대의와는 다르게 맹목적인 사랑에 미친 진짜 매드타이탄 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아니였죠 하지만 결국 영화 안에서의 모든 분쟁과 결론이 사랑때문이라는 점들이 뚜렷하게 넣어둔것을 보고 있으니 대상이 바뀌고 방식이 바뀌었지만 원작의 비틀이가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거기다 데스의 빠진 이스터애그까지 넣어둬서 누가봐도 노렷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되죠..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하면 너무나 많은 부분들이 원작을 비틀어서 팬들도 즐겁고 아니라도 즐거운 영화가 되어 저에게는 제2의 레디플리어원 같은 영화였습니다
10년 내공이 구석구석까지 느껴지는, 팬들을 향한 사랑마저 느껴지는 영화지요.
그동안 팬질 해온게 보람차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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