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싹 괴담] BGM 귀신과 싸우는(?) 내 여친이야기 - 11 - 2012.04.16 AM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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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무서우시라고 브금하나 깔아놨습니다



브금을 싫어하실 분들을 위해 위에 붙여놨으니 끄고 보세요 ㅎ







이번 에피소드는 지하철을 조심하세요. 입니다!!



때는 11월이었음.
오랜만에 용돈 다운 용돈을 받은 나는 여친에게 연락도 없이 서울로 쳐들어갈 계획을 꾸미고 있었음. 아직 방학 전이고 학기 말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남아 돌았음. 그래도 여친의 일정을 생각해서 금토일 3일 동안 체류하기로 마음 먹었음. 마침 이 달 금요일이 학교행사 때문에 쉬는 날이었음. 내가 생각하기에도 모든 것이 완벽했음. 시외버스 차 편도 예약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음. ㅋㅋㅋ



그래서 D데이 날 나는 드디어 역사적인 첫 서울 행이 시작되었음. 서울 땅을 밟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음. 서울 지리를 전혀 모르는지라 일단 택시를 타고 여친이 사는 원룸으로 향했음. 후후, 이제 내가 여친 방에 들어가 몰래 기다렸다고 급습하면 모든 미션이 완료되는 거임. 벌써부터 여친의 놀라 자빠질 모습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음. 근데 여친의 방 바로 앞에서 난 난관에 봉착했음.




나 : 헉! ㅅㅂ! 난 열쇠가 없잖아!




당연하게도 내겐 여친에게 받은 열쇠가 없었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망각하다니. 내 한심한 머리를 저주했음. 하지만 그런다고 포기 할 내가 아님. 원룸 앞으로 나와서 잠복하기로 함. 시간은 6시였음. 보통 여친인 이 시간에 집에 온다고 했음. 근데 7시... 8시가 되도 안오는 거임. 추워 죽는 줄 알았음. ㅠ_ㅠ 그리고 9시가 되었음. 참다 못해 결국 여친에게 전화를 걸었음.




나 : 누나야.
여친 : 어째 목소리가 다 죽어간다?
나 : 어디있어? 꽤 시끄럽네.
여친 : 어. 과 회식이 있거든.
나 : -_-....




귀신에게 많이 시달려봐서 그런지 재수가 지지리 없었던 것 같음. 어제 미리 슬쩍 전화해서 일정을 물어 볼 걸. ㅠ_ㅠ 졸라 후회되는 순간임. 거의 3시간 가까이 바깥에서 기다렸으니 정말 죽는 줄 알았음. 못된 장난 치려다 되려 당하는 순간임. 꺼이꺼이.




나 : 누나야, 언제 와?
여친 : 모르겠네. 아마 11시 정도면 끝날 것 같아. 2차까지 가야 되거든. 근데 왜? 혹시 불안해서 그러니? 걱정 하지마, 바보야.
나 : 흑흑. 그게 아니고. 나 좀 살려주어.
여친 : 으잉?
나 : 나, 누나가 사는 원룸 앞에서 쪼그려 앉아 누나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으헝헝.
여친 : ...........
나 : .... 훌쩍. 왜 마이 업어?(입이 돌아감.)
여친 : 자, 잠깐. 너 진짜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나 : 누나 놀래키려고 서울 올라왔는데 3시간을 기다려도 안오잖아. 나 이러다 동사하겠어.
여친 : .... 아이고...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정말! 앞에 편의점 있으니까, 거기 들어가 있어. 금방 갈게.
나 : 회식은?
여친 : 지금 회식이 문제냐, 멍청아!




결국 여친의 말대로 편의점에서 기다림. 그러다가 요 앞에 택시타고 온 여친이 보였음. 긴 부츠를 신고 있는 여친은 날 보자마자 냅다 정강이를 걷어 참. 그리고 귀를 잡아 당기며 편의점에서 끌고 나옴. 편의점 알바생의 웃음소리가 다 들림. ㅠ_ㅠ 오늘 정말 지지리 재수없는 날인가봄.




여친 : 연락이라도 하지, 왜 그렇게 미련한 짓을 한 거야?
나 : 그게 아이고요. 누나 놀래키려...
여친 : 시끄러!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런거야!
나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여친 : 하여간에 발전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어!




처음으로 들어선 여친의 원룸 방은 아늑한 분위기와 좋은 향기로 가득했지만 들려오는 건 여친의 주특기인 누나잔소리임. 나 덜덜 떨며 여친이 준 이불을 뒤집어 쓰면서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음. 내가 진짜 여기까지 와서 이게 뭔 헛고생인지. ㅜ_ㅜ 자업자득이니 할 말 없음.




여친 : 너 밥 먹었어?
나 : 아니.
여친 : 일단 간단한 거라도 먹자.




그래서 여친이 오므라이스를 해줬음. 고생해서 먹는 밥이라 그런지 겁나게 맛이었음. 여친은 맛있게 먹는 나를 물끄러미 보면서 한숨을 지었음. 그래도 그렇지. 사람 얼굴을 보고 한숨을 짓는 건 뭐람. -_-. 식사를 마치고 먼저 씻게 되었음. 여친의 원룸에서 샤워를 하는 기분이란. 우왕ㅋ굳ㅋ임. 여친이 씻을 준비를 했음.




여친 : 훔쳐보면 죽을 줄 알아.
나 : 진짜 죽일 건가요?
여친 : 죽고 싶으면 훔쳐보던지.




이상 야릇한 기분이 무럭무럭 올라옴. 남자란 생물은 어쩔 수 없음. 나 혼자 므훗한 상상을 하기도 함. 샤워하는 소리가 얼마나 야릇하던지. 나도 모르는 사이 온 몸의 감각이 전부 여친이 샤워하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음. 헉! 안돼! 진짜 변태가 된 기분이야! 사실 서울로 올라오기 전서부터 이런 기대를 한 것도 사실임. 덮쳐도 되나 생각했음. ㅋ 나 사실 변태 맞음. 하지만 배짱이 없어서 문제지.




내 주제에 무슨. 이러고 그냥 텔레비전이나 봤음. 여친이 샤워하는 시간이 무척 길었음. 그 동안에 5월에 종용되서 아쉬운 공포의 쿵쿵따 재방송을 봤음. ㅋㅋㅋㅋ 수년 이 지난 지금 봐도 이 방송 너무 재밌음. 그렇게 혼자 낄낄 대고 있는데 여친이 나왔음. 여친은 날 보더니 또 한 숨을 쉼. 아니, 이 처자는 왜케 한숨이람. -_-.




여친 : 하여간에 무드라고는 쥐뿔도 없어요. 단 둘이 있는데 두근 거리지도 않니?
나 : 두근거리는데요.
여친 : 그럼 스킨십을 하던 가 안아주던가 해줘야 할 거 아니야.
나 : +_+!?




난 여친의 바램대로 무드를 잡았음. 여친에게 다가가 허리를 감싸며 끌어안았음. 처음에 빼던 여친이지만 결국 내게 안겨왔음. 눈빛 교환과 필살의 코 비비기까지! 그리고 여러 번 키스를 하며 분위기를 잡았음. 막 샤워하고 나온 여인네의 향기와 부드러움은 정말 끝내줌. 나 순간 짐승이 될 것만 같았음. 좋아! 오늘에야 말로 총각딱지를 때고 말리라!




근데 이 망할 축농증이 도져서 자꾸 코를 훌쩍이게 됨. 덕분에 무드는 와장창 깨졌음. 여친은 코가 빨게 진 나를 보고 박장대소를 터트림. ㅜ_ㅜ. 이놈의 팔자에 역마살이 낀 게 틀림없음. 여친은 한 참을 깔깔거리며 침대에서 뒹굴렀음. 이 뇨자가 지금 나를 너무 도발하네. 결국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음.(뭐를!?)




여친 : 내일 서울 구경 시켜 줄 테니까, 일찍 자자.
나 : 이대로 그냥 자는 거야?
여친 : 자지 않으면 뭐할 건데?
나 : 그야.....
여친 : 잘 자.
나 : 네. ㅠ_ㅠ




그러고는 금세 잠들어 버림. 이 뇨자는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음. 두려울 정도임. 삼장법사 손바닥 안에서 노는 손오공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음. 결국 얌전히 여친 옆에서 잠을 청함. 뭐, 여친과 같이 자는 건 처음이 아님. 여친의 집에서 여러 번 같이 잔적도 있고 방학 때는 낮잠도 많이 잤음. 하지만 이런 야릇한 분위기는 절대 아님. 어쨌든 여친의 원룸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토요일이 찾아왔음.




여친 : 근데 서울 구경이라고 해도 특별 한 건 별로 없는데.
나 : 누나야! 나 그거 타보고 싶어!
여친 : 뭐를?
나 : 지하철!
여친 : -_-
나 : 표정이 그게 뭥미? 나 지하철 한 번도 타 본 적 없거든?
여친 : 이래서 촌놈들은 안 되다니까.
나 : 상경하기 전까지 자기도 촌녀 였던 주제에. 투덜투덜
여친 : 요 입이 문제지. 요 입이.
나 : 자으모해서요




이 처자는 툭하면 꼬집기나 하고 입술을 잡아당기기도 함. 하여튼 나는 이 당시 지하철을 가장 타고 싶었음. 나 고교시절 순진무구했음. ㅋㅋㅋㅋ 소원대로 여친하고 지하철역에서 전철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음. 그때 플랫폼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한 정장을 입은 남자를 발견하게 됨. 뭔가 되게 위태위태했음.




여친 : 갈등하는 거야.
나 : 잉? 뭘?
여친 : 자살을 할 건지 말 건지 말이야.
나 : ㅇㅂㅇ......




진짜 내 표정이 딱 이랬을 거임.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임. 아니, 근데 그걸 태연하게 말하는 내 여친은 뭐임? 난 처음엔 그냥 좀 끔찍한 농담을 하는 줄 알았음. 혹시나 싶어서 그 남자에게 다가갔는데 그 남자는 날 보더니 후다닥 도망쳤음. 마치 나쁜 짓하다 걸린 아이마냥 도망치는 거임. 난 다시 여친에게 돌아왔음.




여친 : 어차피 그 사람 자살 할 용기도 없었어. 진짜 자살하려고 했으면 그렇게 갈등하지 않지.
나 : 누나야, 오늘따라 좀 무섭다?
여친 : 나도 맨 처음엔 정말 놀랐어. 지하철에 이렇게 많은 자살령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
나 : 자살령?
여친 : 방금 그 남자는 자살령에게 부추김을 당한 거야. 보통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이나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잘 달라붙는 귀신이지. 뭐, 나나 네게 붙을 일은 없는 잡귀에 지나지 않지만.
나 : 그 자살령이라는 게 여기에 많다는 거야?
여친 : 그래.




여친의 설명으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혼들이 하늘의 미움을 받아 올라가지 못하고 그대로 자살한 장소에 머문다고 함.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의 어리석은 짓에 대해 후회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일반 귀신들처럼 질투로 돌변해서 자꾸 산 사람을 자살하도록 부추긴다는 거임. 사람이 많이 죽은 장소 같은데를 가면 충동적으로 죽고 싶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게 다 자살령이 옆에서 그런 충동을 만들어 낸다는 것임.




그 충동이라는 게 진짜 무서움. 왜냐하면 옥상이나 지하철 같은 곳은 한 발을 내딛으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곳이기 때문임. 운 좋으면 살 수 있지만 그건 더 이상 살아 있다고 볼 수 없음.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음. 내 주변에도 있었고 지하철 공익근무를 했던 친구들에게 들어보면 거의 3일에 한 번 씩 자살사건이 일어난다고 함. 그래서 나는 지하철이 참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음.




나 : 누나야. 그러면 자살령이라는 거 위험하지 않아?
여친 : 정신적으로 쇠약한 사람들이나 그렇지.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냥 작은 충동만 일으킬 뿐이야. 하지만 네 말대로 쇠약한 사람들 같은 경우는 위험 할 수 있어.
나 : 그렇구나. 그래서 지하철자살률이 높은 건가?
여친 : 응. 하지만 스스로 죽으려는 사람이 더 많은 건 분명한 사실이야. 각박한 세상을 비관하는 사람은 내 주위에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나 : 쩝, 난 잘 모르겠는데.
여친 : 후후. 그래서 혹시나 그런 징조가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어. 근데 남자들 같은 경우 내가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고 귀찮게 하기도 하더라.
나 : 그런 놈들은 그냥 죽게 놔두라고. -_-^




여친과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우린 전철에 올라탔음. 근데 올라타기 전에 여친은 밑을 보지 말라는 거임. 왜 그런가 했더니, 전철과 플랫폼 사이에 있는 틈 속에서 일반사람들도 볼 수 있는 자살령이 올려다보고 있을 수 있다는 거임. -_-. 소름이 돋았음. 차라리 대놓고 보지 왜 그 틈에서 올려다보는 거임? 여친 말로는 귀신들이 은밀한 것을 좋아한다고 함.




나 : 누나 때문에 지하철에 대한 내 환상이 깨져버렸네.
여친 : 환상 같은 소리 하네. 너도 만원 지하철에 한 번 타봐야 현실을 직시 할 거야. 정말 끔찍하거든. 냄새도 냄새지만 은근슬쩍 만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귀신보다 더 무섭다니까.
나 : 뭣이!?
여친 : 지하철 이용객들이 많아서 참 별의 별 일을 다 겪는단다. 남친 있는 여자들은 보호라도 받지만 나는 이게 뭐니?
나 : 내가 꼭 누나가 다니는 대학에 합격해서 매일매일 보호해줄게.
여친 : 기특한 말을 하네.




여친과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전철을 타고 서울 나들이 나섰음. 자살령인지 뭔지 하는 것들은 까맣게 잊고서 남산에 올라가 보거나 여의도를 가보기도 하고 명동이나 신촌에서 맛있는 것을 사먹기도 했음. 진짜 길거리 음식이나 상점들이 모두 특색이 있었기에 정말 재밌었음. 게다가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걸 보고 놀라기도. ㅋㅋ 우리 동네는 꿈도 꿀 수 없는 광경임. 시간은 어느 덧 7시를 가리키고 있었음.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원체 돌아다니길 좋아해서 기분은 좋았음. 여친도 오랜만의 데이트라며 들떠 있었음.




우리는 CGV에 들려 영화를 감상하기로 함. 영화는 이때 당시 개봉했던 위대한 유산임. 임창정, 아낰 ㅋㅋㅋㅋㅋㅋ 무척 재미있게 봄. 근데 울 여친은 공부 제대로 안하면 창식(임창정)이처럼 된다고 겁을 줌. -_-. 그게 남친에게 할 소리냐! 하여간 여친이랑 올 만에 영화를 보니 참 좋았음. 코미디 영화다 보니 뭐, 손을 잡거나 뽀뽀 할만한 분위기는 없었지만.




여친 : 재미있게 놀았지? 그럼 이제 돌아가자.
나 : 엉. 참 재밌는 곳이네, 서울은.
여친 : 그래도 고향이 좋네요. 여긴 너무 각박해.
나 : 뭐, 그렇긴 하지만.




놀 거리가 많아서 좋은 서울이지만 그래도 고향의 향기와 따뜻함이 그립기는 했음.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임. 고향이란 것이 사람에게 참 특별 한 것 같음. 여친도 향수병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고 함.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탈까 했지만 택시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냥 지하철을 타기로 함. 여친 때문에 솔직히 지하철이 좀 꺼려지긴 했음. 지금은 아니지만 이때 당시 매우 찝찝했음.




전철에 오른 나와 여친은 자리에 앉자마자 졸기 시작했음. 하루 종일 돌아다녔으니 피곤할 만도 함. 여친이 내 어깨에 기대고 선잠을 자는 동안 나는 잠들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음.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리얼한 꿈을 꾸게 되었음. 그 꿈이 얼마나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지 지금까지도 얘기를 할 때면 한 번 씩 튀어나오는 화제 중에 하나가 되었음.




아주 한산하고 기분 나쁜 지하철역이었음. 그곳에는 나 외에 전철을 기다리는 어느 붉은 색 체크무늬 옷을 입고 있는 여학생이 전부였음. 단 둘이 있는지라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여학생과 나는 하염없이 전철을 기다렸음. 나는 벤치에 앉아 기다렸고 여학생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뒷모습을 보여주며 플랫폼 끝에 서있었음. 참 마네킹 같은 애라고 생각될 정도임. 그때 전철이 들어오는 신호음이 울림. 전철이 막 들어오던 찰나에 갑자기 검은 물체가 나타나더니 여학생을 그대로 밀어버렸음.




말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임. 너무 놀란 나는 한 동안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음. 그 검은 물체는 순식간에 사라졌음. 소름이 끼치고 몹시 두려웠음.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정차하지 않고 무심히 지나간 전철의 흔적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주저 앉았음. 정말 참혹했음. 사지가 모두 찢어진 소녀의 사체가 한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음. 잘려나가고 으스러진 머리의 단 하나 남은 눈동자가 마치 나를 보는 듯했음.




나 : 우아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꿈에서 깨어나게 됐음. 온 몸의 열이 느껴졌고 식은 땀이 흘렀음. 여친을 비롯한 승객들은 내 비명소리에 놀라 시선을 집중함. 그때서야 상황을 파악한 나는 부끄러워서 연신 죄송하다고 꾸벅거렸음. 여친도 매우 부끄러웠는지 덩달아 같이 사과했음.



여친 :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나 : 그게 무서운 꿈을 꾸었어.
여친 : 꿈?
나 : 어. 너무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것 같아.
여친 : 대체 무슨 꿈인데?
나 : 검은 뭔가가 여자애를 지하철로로 밀어버리는 꿈. 와, 나 진짜 너무 놀래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니까.
여친 : 검은 뭔가?




여친은 잠시 뭔가를 생각했음. 그 모습이 심히 불안해지는 거임. 혹시 또 망할 귀신 놈하고 꼬이는 게 아닐까, 싶었음.




나 :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거 아닐까?
여친 : 아마 별 일은 없을 거야. 일단 너는 어르신들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까.




의외로 여친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음. 항상 그렇지만 어르신들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고는 해도 불안한 건 불안 한 거임. 다행히 별 일 없이 무사히 여친의 원룸 방으로 돌아왔음. 심신이 지친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했는데 여친이 끝까지 씻어야 한다고 달달 볶아서 별 수 없이 샤워를 했음.




오늘은 여친과 달달한 대화나 야릇한 분위기를 끌어 낼 수 없었음. 그 망할 자살령이 내 심신을 피로하게 만들었기 때문임. 그래서 그날은 그냥 잠만 잤음. 뭐, 어제도 잠만 잤지만.




문제는 다음 날 오전이었음. 이번엔 여친의 대학을 구경하기 위해 전철을 타고 가다가 기어코 사건이 터졌음. 다음 역에 들어서던 전철이 갑자기 멈춘 것임. 거의 20분 동안 멈춰있었음. 아니, 대체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나와 승객들이 궁금해 했지만 여친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음.




여친 : 또 누가 자살한 거야.
나 : 헉!? 진짜?




여친의 말대로 진짜 누가 들어오는 전철을 보고 뛰어든 것임. 사고가 났으니 앞 칸을 이용해 내리라는 방송이 흘러나왔음. 나 진짜 그 방송음이 그렇게 소름끼치지 않을 수 없었음. 여기저기서 전철이 고장났나 싶어 불평했는데 누군가가 사람이 뛰어들었다고 외치는 소리에 급속도로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음.




나와 여친은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플랫폼 아래 현장 쪽을 보았음.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무언가를 수거하는 모습이 보였고 묘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시민들은 그것을 구경했음. 그들의 반응은 참 다양했음. 끔찍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혀를 차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음.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키득거리는 철없는 10대들이나 욕을 하는 사람들의 푸념도 이어졌음. 정말 다양하고 이기적인 군상임.




여친 :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접하는 일이지.
나 : 진짜 역마살이 꼈나 보네. 지하철 처음 탄 지가 어젠데 오늘은 자살하는 사람을 보게 되다니. 그런데..... 어?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음. 현장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언뜻 보니 선로로 뛰어든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이 붉은색 체크무늬였음. 순간 나는 어제 전철 안에서 꾸었던 꿈이 떠올랐음. 하지만 우연이길 바랬음. 만약 내 꿈에서 봤던 여자애가 지금 자살한 사람과 동일인이라면 진짜 소름끼치게 무서운 일인 것임. 그리고 그것은 여지없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증명되었음.




시민A : 뛰어든 애가 여자애라던데.
시민B : 중학생이래요. 저기 구급대원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까.




어제 꿈에서 보았던 그 여자애가 틀림없다고 생각했음. 내가 이 사실을 여친에게 알려주자 여친도 심각해졌음. 생각해보면 이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했음. 여친은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문뜩 맞은 편 쪽으로 시선을 돌렸음. 맞은편의 사람들도 우르르 모여 현장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것 같았음. 문제는 여친이 그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것임.




여친 : 저쪽을 봐.
나 : 뭔가 있어?
여친 : 네가 꿈에서 보았던 게 저거 아니야?
나 : 잘 안 보이는데.....




여친이 가리킨 방향을 한 참 동안이나 살펴 본 후에야 나는 사람들 사이에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게 존재했음. 그것은 사람들 머리 사이에 있는 검은 물체였음. 뚜렷한 모습도 아니고 아주 부자연스러운 그림자 같은 모습. 그건 틀림없이 내가 어제 꿈에서 보았던 그 검은 물체와 흡사했음.




여친 : 네가 어제 꿈에서 본 게 저것이라면 자살령이 틀림없어. 그것도 매우 위험한 부류야. 네가 본대로 갈등하는 여자애의 등을 강제로 떠밀었을 거야.
나 : 저거 진짜 위험한 거야?
여친 : 아마 너는 어제 예지몽을 꾼 걸 거야.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그리고 그 범인은 저 자살령이겠지.
나 : 퇴치 할 수 있겠어?
여친 : 내 능력으로는 힘들 것 같아. 저렇게 원한이 많은 자살령은 이모님 같은 전문 무당이나 퇴마사가 아니라면 퇴치하기 힘들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발을 묶는 정도지.
나 : 어라? 사라진 것 같네.
여친 : 사라졌어. 더 이상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네.




그 검은 모습의 자살령은 끊임없이 지하철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자살을 할이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등을 떠미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음. 실제로 여친이 이모님과 통화한 결과 이런 류의 자살령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조만간 이모님이 서울로 올라오실 거라 했으니 일단 나와 여친은 본래의 목적대로 대학 구경에 나섰음. 물론 기분이 매우 찜찜하고 더 없이 저조했지만 일단 여친이 다니는 대학이 생각보다 시설이 좋고 쾌적한 것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금세 좋아졌음.




나 : 여기가 강의실이구나.
여친 : 그래. 여기가 내 자리야.




여친은 창가 쪽 자리였음. 게다가 대학생들이 쓰는 책상은 상당히 특이하고 실용적인 모습이었기에 모든 것이 새로웠음. 여친이 주로 가는 곳이나 공부 하는 곳을 사진으로 찍으며 위안 삼으려고 했음. 여친은 무슨 남세스러운 짓이냐며 싫어하는 듯 했지만 내가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다는 데 어떻게 말리겠음? 좋으면서. ㅋㅋㅋㅋㅋ




선배A : 어?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
여친 :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선배님야말로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선배A : 하하. 나야 교수님 일을 도와드리려고 나온 거지. 뭐, 점수도 좀 딸 겸.
여친 : 열심히 시네요. 저도 시간이 된다면 돕고 싶네요.
선배A : 네가 도와준다면야 얼마나 좋겠냐. 아마 기운이 펄펄 날 걸? 하하하.
나 : -_-......




어째 심상치 않은 공기가 일어나고 있음. 나 이런 일에 대해서 기가 막히게 냄새를 잘 맡는 남자임. 일단 저 남자의 눈동자를 보건데! 내 여친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틀림없음! 게다가 여친도 내게만 보이던 미소를 거리낌 없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상당히 친밀하다는 증거임! 이런 내 냉철하고 날카로운 판단력으로 보건데! 경계대상 1호를 발령해야만 하는 상황임!




여친 : 눈에 힘 좀 풀어. 그냥 선후배 사이니까.
나 : 잉? 티가 났나요?
여친 : 아주 눈에 불똥이 튀겠더라.
선배A : 동생인가? 닮지 않았는데.



그 말에 울컥하고 말았음. 훗, 나는 어쩔 수 없는 질투의 화신인가 봐.




나 : 동생이 아니고 남친입니다만.
선배A : .... 남친? 진짜 연하 남친이 있었던 거야?
여친 : 제가 항상 말했잖아요. 고향에 연하 남친이 있다고요.
선배A : 난 그냥 둘러대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연인사이 맞아? 누나 동생 같은데.
여친 : 뭐, 그렇게 보이기 쉽죠.
선배A : 에이, 거짓 말 같아. 네가 뭐가 아쉬워서 연하랑 사귀냐.




아나, 이 자슥이. 나도 모르게 돌발적인 행동을 저질렀음. 원래대로라면 저 선배라는 놈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놓고 싶지만 여친의 체면을 생각해서 최대한 자제했음. 대신에 여친을 붙잡고 냅다 키스를 날려버림. 여친은 내 돌발 행동에 무척 놀랐고 선배A는 기겁을 했음.



나 : 연인사이 맞는데요.
선배A : .......그, 그래.
여친 : 이 바보야! 선배님 앞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선배님. 얘가 아직 어려서 철이 좀 없네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 :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후다닥 도망쳐 나왔음. 내가 여친의 손에 이끌려 나올 때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그 선배의 석고상 같은 모습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음. ㅋㅋㅋㅋ 근데 이 인간이 생각보다 끈질기게 여친을 귀찮게 했음. 내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제일 먼저 사고치 게 만든 인간임. 뭐, 그 에피소드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겠음.




여친 : 내가 너 때문에 못살겠어. 창피하게 무슨 짓이야!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 봤어? 그 놈 똥 씹은 표정. ㅋㅋㅋㅋㅋㅋ
여친 : 너 정말 철들려면 멀었구나.
나 :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 놈 눈이 징그럽게 누나 몸을 훑어보던 거! 그 선배, 분명히 누나를 좋아하고 있는 거라고!
여친 : 그 선배가 나 좋아하는 거 알고 있다니까. 그 선배에게도 고백을 받았었거든.
나 : 아니, 그럼 차였는데도 치근거린단 말이야?
여친 : 그 선배 성격이 원래 그래.
나 : 아이, 그런데, 그 선배는 그렇다 쳐도 왜 누나는 살갑게 구는데?
여친 : 그 선배가 과대야. 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고 공부도 무척 잘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거든.
나 : -_-..... 어째 난 누나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친하게 지내는 거야?
여친 : 대학생활이란 게 다 그런 거란다. 물론 진심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들이 있지만 학점을 위해서라면 겉으로라도 친해져야만 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나 : 헐, 아니. 무슨 친구를 사귀는데 따지는 게 많아?
여친 : 고교생활하고는 정 반대더라니까. 참 사람들이 다양하게 많아서 그런지 함부로 마음을 줬다가는 상처 받기 쉽더라. 사람을 사귀는데 선을 그으면 안 되지만 나도 모르게 긋게 돼버려.




이때까지만 해도 여친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음. 나도 대학에 와서야 보이지 않는 잣대와 선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음. 사람은 누구나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르는 것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남자들끼리는 어느 정도 의기투합이 가능하지만 진짜 서로 편 가르는 데는 여자들이 짱인 것 같음.




나 진짜 겉으로 친하게 지내면서 뒤에서 호박씨 까는 소리를 들을 때면 소름이 끼침. 잠깐 얘기가 센 것 같음. 어쨌든 여러 학관이나 멋진 건물들을 돌아보면서 생각보다 빨리 대학구경을 끝낼 수 있었음.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고 해도 규모가 그렇게 큰 것은 아님. 2시가 지났을 때 우리는 학교 근처에 있는 순대 국밥집에서 끼니를 때웠음. 누나와 나는 순대 국을 기가 막히게 좋아함. 오히려 레스토랑 같은 거랑 거리가 멈.




나 : 그런데 누나야. 그 자살령 그대로 놔둬도 되는지 모르겠네.
여친 : 별 수 없잖아. 자잘한 자살령과 다르게 그 자살령은 진짜 위험한 존재야. 나 같은 아마추어가 하늘로 보내는 건 매우 힘든 일이지. 이모님이 오시면 해결 될 테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마.
나 :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참 와 닿네. 알고 있으니까, 계속 신경 쓰여.
여친 : 하여간, 넌 너무 순박해서 탈이라니까. 가끔 순진하기도 하고.
나 : 우씨, 미래의 낭군 뺨을 이렇게 꼬집으면 쓰나!
여친 : 요, 귀여운 것.




그렇게 여친이랑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근처 백화점에 쇼핑을 했음. 여친과 나는 선천적으로 쇼핑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진짜 끝도 없이 돌아다녔음. 아마도 여자와 유일하게 쇼핑 대결 할 수 있는 남자가 나일 거임. ㅋㅋㅋㅋ. 여친하고 커플 목도리와 스웨터, 장갑 등을 샀음. 참 예쁜 녹색 계열의 세트임. 틀림없는 닭살 커플인증인 것임. 자살령에 대해서 까맣게 잊어버린 체 우리들은 다시 전철을 기다렸음. 끝도 없는 수다가 또 주특기라서 한시라도 입을 가만히 두지 않음. 내가 좀 수다쟁이임.




나 : 그래서 내가 그때 B녀석에게...... 어?
여친 : 왜 그래?
나 : 저, 저거!




여친과 실컷 수다를 떨다가 난 또 무심결에 보고야 말았음. 맞은편에 전철을 기다리고 있던 20대의 아가씨 뒤에 그 검은 자살령이 서있는 것임. 여친도 그것을 보고 크게 놀랐음. 그 자살령은 전철이 들어오는 대로 아가씨를 밀어버릴 것만 같았음. 그 아가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임. 와, 진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음. 내가 쪽팔림을 무릅쓰고 그 아가씨를 향해 피하라고 소릴 질렀음.




나 : 저기요! 거기서 빨리 나와요! 빨리!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아가씨는 헤드셋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내가 외친 소리를 듣지 못하고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음. 전철이 들어온다는 신호음이 들려왔음. 그리고 그 순간 그 검은 자살령은 그대로 아가씨의 등을 밀어버렸고 아가씨는 그대로 선로로 추락해버렸음. 십 여초 후면 그 아가씨는 그대로 전철에 치일 상황이었음. 여친은 차마 볼 수 없어 그대로 내 품에 뛰어들었음. 저 아가씨가 진짜 죽게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음.




진짜 백마탄 왕자님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진 청년 한 명이 선로로 뛰어들더니 그 아가씨를 재빠르게 안고서 올려놓는 게 아니겠음? 다행히 그 주변에 몇몇 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 청년도 전철에 치일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인 것임. 난 그것을 보고 정말 안도했음. 그 청년은 정말 용감한 청년임. 나나 다른 사람 같으면 진짜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인 것임. 모두가 무사하자 그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해줬음. 거기에 나와 여친도 끼어 있었음.




나 : 와, 진짜 멋졌어. 그 사람.
여친 : 그러게. 나 진짜 놀라서 울 뻔했다니까.
나 : 나도 야. 얼마나 놀랐는지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네.
여친 : 네가 보이기엔 그 여자 어때 보였니?
나 : 도저히 자살 할 것 같지 않은 여자였는데. 혹시 말이야, 그 자살령. 그냥 무차별 적으로 사람을 밀어 버리는 거 아냐?
여친 :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나 : 진짜 위험한 귀신이네. 이모님이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여친 : 그래. 일단 너나 나나 조심하는 게 좋겠어. 앞으로 절대 플랫폼 가까이에서 전철을 기다리거나 하지 마.
나 : 누나가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네요.




그렇게 나와 여친은 원룸방으로 돌아왔음. 심신이 지치고 정말 놀랄 일도 많이 겪은지라 그날도 별 일 없었음. 나 솔직히 므흣한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니 소득은커녕 지하철에 대한 공포만 잔뜩 가지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었음. 마중 나온 여친과 달콤한 이별의 키스를 날리며 그렇게 나와 여친은 또 한 동안 떨어져 지내게 되었음.




나중에 여친에게 전해들은 말을 보자면 이모님이 도착한 직후 지하철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 자살령이 사라졌다고 했음. 아마도 이모님의 기운을 느끼고 토낀 것 같음. 그래서 며칠 동안 이모님이 지하철을 돌아다닌 끝에 또 한 사람의 희생자를 만들려던 그 망할 자살령이 딱 걸리게 된 거임. 이모님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퇴마술로 그 검은 자살령을 제거했다고 함. 그 자살령은 앞으로 나타나지 않겠지만 또 모를 일이라고 했음. 원한에 찬 또 다른 자살령이 나타나 사람을 선로로 밀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거임.




그리고 그 아가씨를 구했던 청년은 뉴스에도 나오고 시민 상까지 탔음. 그 현장에 내가 잇었다고 친구놈들에게 좀 자랑 좀 했음. ㅋㅋㅋ. 하지만 이번 서울 원정은 내게 많은 교훈을 준 유익한 시간임은 분명했음. 무엇보다 별 생각 없던 지하철이 실제로 그렇게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은 순간임.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전철을 기다릴 때 제일 뒤에서 기다리는 버릇을 가지게 됨. 하여간에 여친 말대로 뭐든지 안전하게 사는게 좋을 것 같음.




이번 에피소드는 이것으로 끝임.




톡커님들에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지하철에서 정말 조심히 행동하셔야 함. 저런 자살령이 같은 것이나 혹은 다른 누군가가 갑자기 뒤에서 밀어 버릴 수 있는 것임. 최근에서야 보호벽 같은 것이 생겨서 그런 위험성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곳은 많았음. 그러니까, 되도록 멀리서 전철을 기다리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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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편이 마지막입니다 ㅎ

재밌게 보셨으면 좋겟네요 ㅎ
댓글 : 2 개
아, 이젠 더 이상 글이 없나요? 안타깝네요
재밌어요. 나중에 또 시간되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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