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담] [괴담] 부산 경찰서 군복무 당시...2014.08.14 PM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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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귀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믿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변함이없구요.

귀신을 봤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제가 본적은 없기때문이죠.(본적이 딱 한번 있는데 봐도 못믿겠습니다. -_-;;)
그저 막연하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쪽 분야에 겁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다만, 저는 시체를 무진장 싫어합니다.
도로에 깔려있는 고양이 시체를 비롯해 붉은색 피를 가지고 있는 모든 생물의 시체를 아주아주 싫어합니다.
싫어하는게 아니라 무서워 합니다. (벌레 시체정도는 손으로 주워서 버립니다.)



서론이 많이 길었습니다. 닭치고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_^

2005년 여름 (6월달인지 7월달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워낙에 사건들이 많았던지라.)

저는 당시 전경으로 부산 oo경찰서에서 군복무 중 이였습니다.
(경찰서 관할이 참 잔범죄도 많구 소란스러운, 고담시 같은 동네였습니다.-_-;;)
총 20명 남짓한 인원으로 경찰서 정문근무에 경찰 행정보조에 출동에...
일자체가 어려운건 없었지만 인원부족으로 인해 내무반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이 쪽쪽 빠져가고 있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상경(육군으로 말하자면 상병)의 계급으로 어느정도 짬이차서 경찰서 상황실에서 보조업무를 하고있었습니다.
(말이 보조 업무지 실제 경찰들은 티비나 보면서 심심하면 컴퓨터로 고스돕치고 일은 제가 다했습니다.)
인원이 부족해서 24시간 근무 24시간 휴식으로 당비당비 제 후임과 맞교대를 했는데 그래도 야간에 3시간정도
내무반에 가서 자고 오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날도 아침 9시에 후임과 교대후 근무를 하고있는데 강력수사팀
(예전에는 형사계, 강력계 였는데 제가 근무할때 폭력수사팀, 강력수사팀으로 나뉘었습니다.)에 어떤 반장님께서
헐레벌떡 오시더니 메모지를 주면서 여기 적혀 있는 내용 그대로, 발생보고서를 하나 만들어 달래더군요.

귀찮은 마음에 컴퓨터앞에 앉아 메모지를 보니 관내 살인사건 발생에 관한 내용이였습니다.


내용인 즉, 몇일 전 도난당한 택시가 버려진채 발견 되었는데
그안에서 젊은 여자가 여러차례 칼에 난자 당한채 발견,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추정되며 주변인물을 통해 탐문수사중.


살인사건이 터지면 해결을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 관내에 있는 경찰서 직원들은 참 골치가 아픕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내가 근무하는 관내는 절대 안된다.
다들 이런 심정이죠. 아무튼 저는 서둘러 발생보고서를 쳐서 지방청에 보고 하고
하루종일 그 일로 관련하여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근무내내 담배한대 제대로 못피고 떡이되서는 밤10시쯤 달콤한 3시간의 휴식을 취하러 내무반에 올라가던 길이었습니다.
배가 출출해서 정문입초에가서 후임들하고 통닭이나 시켜먹을까 하고 정문에 들렀는데 주차장에 택시가 어정쩡하게 주차되어 있더군요.



나: 저 택시 모냐? 안그래도 주차장 좁아 터지는데 차좀 제대로 대라고 하지.

후임: 아 저거 말입니까? 아까 강력수사팀 어떤 부장님이 무슨 살인사건 증거물이라고 오늘만 놔두라고 하셨습니다.

내일 강력수사팀 앞으로 옮긴답니다.

나: 아~ 저게 아까 그 택시구나!



그리고 택시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후임: 000 상경님!!!! 그 택시 보지마십쇼!!! 안에 완전 피바답니다.

나: 헉!!!!



저는 그 말을 듣고 가던 걸음을 멈췄습니다. 다행이 보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택시안 풍경이 리얼하게 상상이가더군요.

덕분에 통닭이고 뭐고 먹고싶은 마음이 싹사라져서 곧장 내무반에 올라가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새벽1시에 일어나서 아침 9시까지 마저 근무서고 다음날은 거의 하루종일 잤습니다.(이게 당시 제 생활이었습니다. ㅠ_ㅠ)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후임과 교대를 하고 왠일인지 별로 일이없어 띵가띵가 책이나 읽다보니 어느새 자러 올라갈 시간이더군요.
내무반에 올라가기전에 담배나 한대 빨아야지하고 생각없이 경찰서 뒤뜰로 향했습니다.
뒤뜰은 강력수사팀이랑 유치장면회실이 있는곳이기도 하며 민원인들이 담배필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이기에 민원인들도 없고 조용하니, 괜시리 감상에 젖어들더군요.
불빛 이라곤 강력수사팀 창문으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게 전부였습니다.
어두운데서 혼자 벤치에 앉아 청승맞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담배를 피고있는데 왠 택시가 저 구석에 서있었습니다.



가끔 영화를 보면 영화속 인물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의 정체를 찾아 꼭 어두운 지하창고나 다락방에 올라가죠?
그때마다 관객들은 참 답답하죠. 아니!!! 거길 왜가!!?? 귀신나오는거 뻔한데!!!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 택시가 살인사건 이 일어난 증거품라는걸 문맥상 당연히 아실겁니다.
그런데 하루종일 근무를 서다보면 날치기에 주취자 행패,자살의심자 발생 등등. 어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도 기억이 안납니다.
저는 속으로 아니 택시를 왜 여기다 세워놔!!(워낙 쫄병시절때 민원인 주차문제로 고참들한테 많이 맞아서-_-;; )하면서
키가 꽂혀있는지 확인하려고 아무생각 없이 그만 안을 들여다 보고 말았습니다.



조수석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는데, 왜 사람이 한곳을 응시해도 시야각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물체들은 인지할수 있지 않습니까. 세상에 뒷자석에 왠 여자가 누워 있는 겁니다. 순간 아차 했습니다.
뒷좌석 유리창이랑 시트가 어두워서 그 색깔은 확실치 않지만 짙은 색깔의 액체들로 온통 범벅이 되있는 것이었습니다.
온몸에 혼이 빠져 나갈만큼 놀래서 떨고있는데 뒷좌석 여자가 벌떡 일어나는게 보였습니다.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조낸 달렸습니다. 저는 놀라면 입에서 쌍욕이 나옵니다. 혼자 오메!! SB !! 을 외치면서 뛰어가는데
아까 담배피던곳에 왠 민원인 남자가 있더군요. 어찌나 사람이 반갑던지 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담배를 다시꺼내 물었습니다.
사실 무서워서 그 사람옆에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던중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걸더군요.



남자: 저 불좀...

나: 아~ 네! (얼른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여줬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니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남자: (남자는 담배를 깊게 빨더니 하늘에 대고 한숨을 쉬듯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연신 말없이 담배만 피고 있는데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남자: 진짜 너무들 하는거 아닙니까?

나: 네!?

남자: 피해자 가족들 슬픔은 생각안하고 이렇게 몇일동안 오라가라 해도 되는 겁니까?

나: 저기 저는 경찰이 아니구 여기서 군생활하는 전경이라 저한테 말씀해봤자 소용없어요.

남자: 아~~!! 군인이세요?

나: 네.

남자: 고생이 많습니다.

나: 뭐 그렇죠~



다시 대화가 끊겨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남자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남자: (한숨을 깊이 내쉬더니)내는 여자친구 죽었는데 벌써 3일째 불려다니면서 이러고 있습니다. 참내



남자는 놀랍게도 피해자 여성의 남자친구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봤던 귀신인지 헛것인지 모를 그 여자의 정체보다도
이 남자와의 짧은 시간이 미치도록 소름끼치고 무서웠던것 같습니다.



듣고보니 남자가 굉장히 측은해 보였습니다. 저도 군대에 오기전에 여자친구와 이별을 겪었지만,
이 남자의 경우 단순한 이별도 아니고 여자친구가 누군가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되었는데 그 충격이 어지간 하겠습니까.
남자는 괴로운 듯이 머리를 한손으로 쓸어 넘기며 괜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까 내가 택시안에서 본걸 이 남자한테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습니다.
비록 귀신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이 남자의 여자친구인데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건가.
그러나 워낙 예민해져 있을 남자를 생각하면 남자가 이성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관두기로했습니다.
게다가 " 저 방금전에 택시안에서 여자친구분의 혼령을 본것 같아요"하고 뜬금없이 말하면
미친사람 취급 당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 차라리 미친놈 취급당하면 다행이지, 자기는 지금 심각한데 장난치냐며 달려들기라도 하면 어떻합니까.
이런 저런 이유로 저는 그냥 침묵하기로 했습니다.



남자는 담배불을 끄더니 죄송한데 불좀 한번더 빌리자며 또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습니다. 그리 줄담배를 필만도 했습니다.
저는 아예 라이터를 남자에게 주었습니다.



나: 이거 그냥 가지세요. 저는 라이터 많아요.

남자: 아~ 고마워요.



남자는 라이터를 받아 들고 불을 붙이면서 제 근무복에 달린 명찰을 응시했습니다.



남자: 이름이 여자 이름 같네요.

나: 예. 가끔 사람들이 이름만 듣고 여자로 착하기도 해요.

남자: ...



남자와의 대화는 항상 길게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또 한참을 담배만 피던 남자는 다시 화제를 돌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남자: 이런 말 함부로 하면 안되는 거 알지만 내는 저 택시 기사가 젤로 의심스럽습니다.

나: 네? 택시기사요?

남자: 아까 같이 조사받을 때 안절부절 못하는게, 일부러 택시 도난신고하고 계획적으로 꾸민것 같다는 생각이 팍 드는겁니다.



저도 소년 탐정 김전일이나 여러가지 추리물들을 많이 즐겨봤던 편이지만, 증거도 없이 느낌만으로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나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영화속 살인사건은 독자들에게 흥미과 긴장감을 주기위한 요소지만,
제가 봤던 택시안의 참혹한 광경은 현실과 영화의 거리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나: 뭐 나중에 잡히면 확실해 지겠죠. 누군진 몰라도 참 너무하네요. 어떻게 사람을...

남자: 내는 잡히면 법적대응이고 뭐고 제손으로 확 쥑이삘겁니다. (남자가 조금 흥분한듯 보였습니다.)



하긴 저도 저의 가족이나 가장친한친구, 연인이 저런식으로 살해당한다면
제 인생이 통째로 날라가는 한이 있더라도 내손으로 응징하고 싶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제3자의 입장으로 지극히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더이상 이 사건에 대해서 남자하고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저는 이제 근무때문에 가봐야 할것 같아요.

남자: 아~ 그래요?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 아니에요. 그럼... (저는 '힘내세요.' 라든지 '잘될겁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이야기를 꺼내려니
부질없는 말이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이미 여자친구는 세상에 없는데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해봤자 빈말일 뿐이죠.)

남자: 고생하세요.



조금전에 본 것도 있고 이런저런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일부로 밝은 길을 통해
내무반에 가려고 돌아서 나오려는데 남자가 택시쪽으로 걸어가는게 보였습니다.
여자친구가 살해당한 장소인데 쳐다보기도 싫지 않을까? 하고 의아해 하며 가던 걸음을 계속 가려는데
아까 본 여자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가 본게 귀신인지 헛것인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만약 그게 귀신이라면 저 남자한테도 보이지 않을까? 자기 남자친구한테는 안나타나고
나한테만 나타난다면 그건 귀신이 아니라 내가 헛것을 본걸꺼야.
저는 제 특유의 억지스러운 논리를 펼치며 무슨생각이었는지 몰래 남자가 택시쪽으로 가는 걸 엿보았습니다.



남자는 택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며 담배를 또 다시 하나 꺼내물고 택시안을 멍하니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눈이 나쁜것도 있지만 어두워서 세밀한 표정이나 미세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는데 문득 '아 내가 이게 지금 쓸때 없이 모하는짓이냐' 하는 생각이 들어 관두기로 하고
바로 내무반 건물로 향했습니다. 시간을 보니 벌써 30분이나 지나있었습니다.
아 2시간 정도 밖에 못자겠구나 하는생각에 남자와 그 곳에서 시간을 낭비한게 조금 후회되었습니다.



내무반에 올라가 대충 씻고 침상에 누우니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에 아까 봤던 그 여자가 진짜 귀신인데 내가 놀라서 도망치지 않았다면 진범이 누군지
그 귀신이 나한테 이야기 해주지 않았을까.
하지만 유치하다는 생각에 혼자 피식웃고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었는데 짧지만 생생한 꿈을 꾸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는 아니지만 칙칙하고 어두운 날씨, 배경은 차안이었습니다.
저는 조수석에 앉아있고 왠 남자가 운전을 하고있습니다.
남자의 이미지자체가 워낙에 흐릿해서 과연 지금 운전을 하는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이 꿈속에서 들정도로 운전석에 있는 남자는 존재가 모호했습니다.
남자가 차를 몰고 가는데 한눈에 이 곳이 고속도라라는걸 알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꿈속에서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
막상 그 꿈속에서는 이해 되지 않습니까. 고속도로에 횡단 보도가 있는겁니다.
차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고 오금이 저릴정도의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조금 천천히 몰라며 말을 하려는데 앞에 왠 어린아이가 건너는게 아니겠습니까. 순식간이었습니다.
쾅하고 어린아이가 부딪히고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앞유리창이 피범벅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차는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남자에게 이러면 뺑소니라며 차를 세우라고 했습니다. 남자는 "괜찮아"하고 말하더니 와이퍼를 켰습니다.
앞유리창은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는데 와이퍼가 피를 닦아내며 시야를 밝혀주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자동차 천장에서 앞유리창으로 누군가 피를 들이 붙는것 처럼 계속 피가 줄줄줄 흐는겁니다.
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와이퍼 소리와 자동차의 엔진소리만이 일정한 패턴으로 불안하게 들려왔습니다.
저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뒷좌석을 보았는데 왠 여자가 온몸이 난자 당한채 누워있었습니다.
당황해서 소리를 지르며 차를 멈추라고 화를 내는데 남자의 이미지가 죽은 여자의 남자친구로 변해있었습니다.
그런 갑작스러운 이미지의 변화가 있었는데도 꿈속에서의 저는 마치 처음부터 그 남자와 있었던것 처럼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화를 내며 차를 멈추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차는 어딘가에 심하게 들이 박더니 데굴데굴 굴러버렸습니다.
차안에서 저는 정신없이 여기저기에 부딪히며 비명을 지르던중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갈아 입기 귀찮아서 근무복을 그대로 입고 잤는데 근무복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12시 50분. 시간을 확인하는 동시에 불침번을 서던 후임녀석이 저를 깨우려고 들어오더군요.
대충 세수를 하고 세면실 거울을 들려다 보며 끔찍한 꿈에대한 여운에 몸서리쳤습니다.
뭔가 암울하고 불안기운이 심장소리에 맞춰 핏줄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듯 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어두운 복도를 내려와 남은근무를 서기위해 상황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음날 근무가 끝나고 총알같이 내무반에 가서 티비좀 보다가 자고 있는데 고참이 깨우더군요.


고참: 00야. 오늘 지방청에서 FTX(모의 전술 훈련정도? 전경들의 FTX는 랜덤으로 상황을 전해주고
그에 맞는 장비를 빠른시간내에 정확히 챙겨 출동하는 과정을 체크합니다.)
점검나온다는데 출동나가면 정문에 근무 설 사람이 없다.
밤새서 근무한거 아는데 진짜 근무설 사람이 아무도 없다. 고생 좀 하자.
(출동이 걸리면 인원이 부족해서 근무서던 사람까지 전부 나갑니다.)

나: (눈을 비비며)아오~ 얼마나 걸립니까?

고참: 그냥 나가서 장비만 체크하고 들어오는 거니까 20분 정도 걸릴꺼야. 잠깐만 서있으면돼.

나: 출동은 언제 걸린답니까?

고참: 1~2시 사이에 건다니까. 넌 자고 있다가 출동벨 울리면 내려가서 근무 서면돼. 쏘리~~!

나: 아~ 아닙니다. 그럼 자다가 벨울리면 내려가겠습니다.


제대 2개월 남은 고참도 출동에 근무에 잦은 사역까지 온갖 고생 다하는데 혼자 자빠져 자고 있기도 미안하고
또 고참이 하라는데 제가 안하면 어쩌겠습니까.까라면 까야죠~
그렇게 다시누운지 얼마 되지 않아 출동벨이 울렸습니다. 조직폭력배 검거로 걸리더군요.
솔직히 조직폭력배를 저희가 어떻게 검거한다고 이런 훈련을 하는지 참 ; 아무튼 저는 주섬주섬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정문근무를 서기위해 내려갔습니다.
정문근무도 2명이서 서는건데 혼자서 방문자들 안내하랴 차들 주차시키랴 정신없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였습니다. 경찰서 입구에 형사봉고차가 급하게 스더니 곧 차량안에서 형사분 3분이 수갑을 찬 남자를 데리고 내렸습니다.
저는 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현행범을 연행해 오는가 보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행이 제앞을 지나가는 순간에 수갑을 찬 남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는 그 순간 온몸에 가시바늘이 돋아 나는 듯 했습니다.
수갑을 차고 담담표정으로 걸어가던 남자는 어젯밤 저와 함께 담배를 폈던 죽은 여자의 남자친구 였습니다.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남자가 저를 향해 다급한듯 "저기요! 저기요!" 하고 외쳤지만 형사들에게 등살을 떠밀려 연행되었습니다.
저는 그 짧은 순간에 머리가 너무 복잡해졌습니다.
어젯밤 컴컴했던 그 공간에 저는 살인범과 단둘이 있었던 것입니다.
살인이 일어난 택시와 살해당한 그녀의 귀신(혹은 헛것),
그리고 그녀를 살해한 남자까지 그 모든것이 어젯밤 저와 함께 있었던 것입니다.
글을 쓰는동안 그때의 기분이 다시 느껴지네요.


범인이 밝혀지면 자기손으로 반드시 죽여버리겠다며 줄 담배를 폈던 남자.
정말 너무도 기가 막히고 가증스럽기 까지 했습니다. 아마 그때 줄 담배를 펴댔던 이유는 초조했기 때문이겠죠.
생각 할수록 더 소름이 돋는건 그남자 제 이름까지 봤다는 겁니다.
한참을 패닉 상태로 멍하니 서있는데 남자를 연행하던 형사를 뒤로 천천히 따라오던 강력수사팀장님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미처 경례를 할 생각도 하지못했습니다.


강력수사팀장: 뭐야? 저 사람 아는 사람이야? 방금 저놈이 너 부른거지?

나:(저는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곧 이성을 되찾고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처음보는 사람입니다.

강력수사팀장: 허허허허허. 위험한 놈이다. 저놈. 허허허허허~~ 그래 더운데 수고가 많다. 계속 수고해라.


강력수사팀장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형사들을 따라갔습니다. 저는 그렇게 제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그 남자.
아니 살인범을 멍하니 한참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지금도 늦은 시간 집으로 귀가하는 길,
외딴곳에 홀로 주차되 있는 차를 보면 그때의 기억이 살아나고는 합니다.


여기 까지가 제가 살면서 겪은 가장 소름끼쳤던 기억입니다. 그 이후 결과 보고서를 치며 알게된 사실인데
남자가 다음날 전화로 자수했다고 하네요. 애초에 택시기사에게 뒤집어 씌울 생각으로 택시까지 훔쳐 계획한 살인이였다고 합니다.
살인 동기는 여자친구의 외도이구요. 부족한 글솜씨로 그때 제가 느꼇던 그 공포감이 재대로 전해졌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무사히 제대하고 6월달에 예비군 훈련까지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의문인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제가 그날밤 꾸었던 꿈이 그 남자가 범인이라는걸
암시하는 일종의 예지몽 같은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기전에 받은 강한 충격에의한 개꿈인지 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남자가 전화로 자수했다는 점인데요. 택시기사한테 뒤집어 씌울 생각으로 계획까지 세워둔 사람이 저와 대화한 다음날
바로 자수를 하다니. 역시 그날 택시안을 들여다 보더니 뭔가 본것일까요?
그리고 연행되던 날 저한테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요?

세번째, 마지막으로 가장 찝찝한 사실은 아직도 그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꿈을 가끔 꾼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건의 숨은내막을 알고 싶지만 저 살기도 바쁜 이 각박한 세상. 오늘도 돈에 치이고 성적에 치이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댓글 : 5 개
우오....무섭네요
오호....
요즘 세상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니까요...
스토리 연결이 매끄럽지 못 하고, 남자가 사실은 범인이다라는 급전개가 거슬림. 일단 전개 순서 자체도 독자에게 "남자와 함께 담배를 피웠다 -> 남자가 잡혀와서 이상하게 생각해서 알아봤더니 진범이었다 -> 남자에 대해 기가 막히고 가증스러운 감정이 들었다"라는 식으로 전개순서를 맞춰야지 "남자와 담배를 피웠다 -> 남자에 대해 기가 막히고 가증스러운 감정이 들었다"로 중간 단계 없이 넘어가니까, 읽는 입장에서 응? 남자가 잡혀왔는데 왜 가증스러워? 먼저 왜 잡혀왔는지 궁금해 해야하는게 맞지 않나?라는 의구심이 들잖슴.
소름 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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