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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거리] 시코쿠(마츠야마, 에히메) 처묵처묵 유랑2025.02.09 PM 10:30
설연휴 중 사흘을 내서 마츠야마에 다녀왔습니다.
마츠야마, 에히메현, 더 크게 시코쿠지방이
전반적으로 노잼이다. 볼 거 없다 이런 평이 꽤 있고
마츠야마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도고온천이
온천물이 특색이 없다, 수돗물 끓인 것 같다 이런 평들도 봤지만...
저는 정말 만족했습니다.
일본어 좀 알고, 여기저기 파헤치며 다닐 수 있으면 숨겨진 재미가 꽤 있는 곳입니다.
물론 오사카, 도쿄, 훗카이도 같은 풍족한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건 아니지만,
너무 북적이는 거 싫어하는 취향인 사람이 적당히 볼거 보고, 즐길거 즐기고, 살거 사면서,
동시에 푹 쉴만한 곳으로 여기만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예전에 마츠야마에서 짧게 1박했던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다시 간 겁니다. 1박만으로는 모자라서요.
예전에 들렀을 때 마츠야마성 같은 건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오즈시, 야와타하마시까지 들렀고 보는 것보다 처묵는 거에 더 열중했던 것 같습니다.
배낭 하나 울러메고 엄청나게 뚜벅이로 걸어다녔는데도,
귀국하고 잰 체중이 1kg 가까이 늘었어요 (......)
사진은 모두 무보정.
가뜩이나 음식사진 잘 못찍는데, 여행가서 찍는 음식사진은 시간에 쫓겨 더 못찍습니다 깔깔깔.
아사히
오카이도(大街道) 근처에 있는 나베야끼우동집.


나베야끼우동 1개 + 유부초밥(いなりず) 1개
유부초밥은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만한 맛이었고...
문제는 나베야끼우동. 우동의 퀄리티 자체는 깊은 연륜과 내공이 느껴졌지만
여기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식성향 차이가 납니다.
한국사람이 선호하는 우동맛보다 단 맛이 좀 많이 강해요.
먹으면서 "맛 좋긴 한데, 부모님 모시고 왔으면 십중팔구 김치 찾으시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레스토랑 호쿠토
JR 마츠야마역 근처에 있는 패밀리레스토랑
(우리나라 패밀리레스토랑이랑은 개념이 약간은 다릅니다. 가성비 좋은 곳이랄까요.)


멘치카츠 정식.
배고플 때 들어간 곳이라 너무나도 맛 좋았습니다.
정통 일식 카츠류는 그래도 일본 가서 먹어야 분위기까지 삽니다.
유노마치 베이커리
도고온천 쪽에 위치한 빵집



다양한 빵들 많이 팔지만, 완전 메인은 도넛과 파이류.
전반적으로 맛있는 건 둘째치고 그냥 퀄리티가 쩔어넘치는 빵집입니다.
특히 애플파이는 진짜 별 거 아닌 것처럼 생겼는데 한 입 베어물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개인적 취향도 좀 있겠지만, 애플파이는 바로 인생파이로 등극했습니다.
같이 구입한 마카롱파이도 절륜한 맛.
빵집 우즈
마츠야마 외곽에 자리한 빵집




전반적으로 맛있는 건 둘째치고 그냥 퀄리티가 쩔어넘치는 빵집입니다. (2)
간판메뉴는 까만 구슬 모양의 마루코게.
안에는 크림치즈와 과실(무화과?)로 차 있는데, 맛의 조화와 외관의 마감 정도가 쉽게 표현이 안됩니다.
다른 빵들도 극상의 퀄리티.
사실 여기는 첫 방문때도 들렀고, 이번에도 들렀는데 점원분이 기억해주셔서 고맙기도 했습니다. (뭐 커다란 배낭 메고 실실 쪼개면서 들어오는 이상하게 생긴 친구를 당연히 기억할 만....)
팡(빵) 메종 본점
에히메현 남쪽의 야와타하마시에 위치한 빵집.
소금빵을 처음으로 개발한 빵집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모든 빵들이 죄다 살살 녹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소금빵이....
퀄리티는 나쁘지 않고 매우 좋지만, 우리나라 소금빵 제조와 관점이 다릅니다.
소금빵은 공통적으로 소금과 버터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우리나라 소금빵들은 버터를 아주 크게 강조하고, 말이 소금빵이지만 소금이 버터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데 반해
이곳 소금빵은 역할이 바뀌어서, 소금에 더 충실한 느낌이었습니다. 버터는 맛이 약한데, 의도적인 구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달까요.
그래서 우리나라 맛집 소금빵들은 버터가 아주 찐득한 느낌을 주는데 반해, 이곳의 오리지널 소금빵은 버터맛이 약한 만큼 아주 담백하지만, 약간은 질긴 느낌이 있습니다.
어쨌든 오리지널 소금빵을 먹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방문할 가치는 있고,
(사실 이 빵집 자체는 워낙에 유명해서, 마츠야마시에도 지점이 있고 도쿄에도 지점이 있습니다.)
소금빵만 맛의 관점이 우리와 다를 뿐 다른 빵들은 모두 퀄리티가 차고 넘칩니다.
그리고, 빵을 저기서 먹고 가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로 커피를 주는데 사실 빵도 좋았지만 그 커피가 제 입에 완전히 찰떡....
짬뽕정 이글
야와타하마시 팡 메종 본점 근처에 있는 중식집.


야와타하마시가 소금빵 못지않게 짬뽕도 꽤 유명한 곳이라
짬뽕에 볶음밥(야끼메시)으로 잘 먹고 왔습니다.
한국사람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맛입니다.
.... 웃긴 건, 중화요리 컨셉인데 이 가게는 EAGLE,
이 집 근처의 또 다른 짬뽕집은 레스토랑 LONDON.
일본과 중국과 서구의 믹스가 이런건가?
도미밥
에히메 명물 도미밥.
첫번째 방문때도 들렀고, 이번 방문때도 들렀습니다.
첫번째 방문 때는 오카이도 주변의 유명한 <아키요시>에서 마츠야마식 도미밥.
두번째 방문 때는 마찬가지로 오카이도 주변의 유명한 <간스이>에서 우와지마식 도미밥.
둘 다 매력 넘치지만 한국사람 입에는 우와지마식보다는 마츠야마식 구성이 좀 더 끌릴 것 같습니다.
저도 미세하게 마츠야마식에 약간 더 만족했습니다.

간스이에서 먹은 우와지마식 도미밥
도고맥주관
도고온천 쪽에 위치한 수제맥주집.

수제맥주 + 닭껍질 교자
가볍게 즐기기에는 딱입니다. 교자는 상당히 찐득한 편이고, 바로 옆의 상큼한 샐러드가 밸런스를 잘 잡아줍니다.
호텔 조식
도고온천에 위치한 호텔에서 2박했고, 조식은 뷔페 형식이었는데 정말 괜찮았습니다.
우동이나 빵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저는 패스.



귀국할 때는 이 지방 특산 간식인 포에무, 이치로쿠 타르트 사들고 와서
회사 팀원들에게 맛보라고 뿌렸는데 다들 만족하는 모양입니다.
여행지마다, 사람마다 호불호의 차이는 있기에 마츠야마, 시코쿠 쪽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지만 저에게는 지금까지 가 본 일본지방 중에서는 두 번째로 좋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방문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벌써부터 온천물이 그리워요. 어흙.

- 김둠칫
- 2025/02/10 AM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