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레미제라블 감상 소감2012.12.25 AM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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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은 가난한, 비천한, 비참한 자들이란 뜻입니다.

사실 사회적으로 가장 강한 연대감과 협동이 필요한 계층은 바로 이 레미제라블이지만

영화 초반에 묘사된 공장에서 일하는,

진창에 구르는 여성 노동자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손해가 끼칠지 모른다"는 이유로 어쩌면 자신들보다 더 고단한 삶을 사는

팡티엔을 내치려 하죠. 웅장하고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펼쳐지는

앙상블과는 대조적으로 가사가 전하는 메시지는

칼바람 부는 하층민들의 그야말로 적나라한 현실입니다.

1800년대에 작가가 고발했던 시대의 이 부조리함이,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모로 생각해 볼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원작이 몇 세대를 지난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것은

냉철한 시선으로 당시의 시대상황을 분석, 비판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차별없는 평등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자유와 정의를 향한 끊임없는 의지,

즉 휴머니즘의 메시지를 보여줌으로써 시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죄인이 나쁜 게 아니라 그를 그렇게 만든 어둠이 나쁜 것이다." - 레미제라블 소설 中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그 어둠을 걷어내고 더 밝아진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 세상을 바꾸는 힘

영화는 프랑스 혁명 이후 워털루 전쟁, 왕정복고, 폭동, 6월 항쟁을 겪으며

격변하는 프랑스 역사의 한복판을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혁명과 봉건시대의 종말로 인해 금방이라도 올 것 같던 새 시대는 쉬이 오지 않고

신흥 부르조아의 등장과 함께 착취자의 형태만 바뀐채

하층민들은 여전히 변치 않는 비참한 삶의 굴레를 강요당하고

이들은 또 한 번 새로운 시대를 위해 세상을 향한 용기있는 저항을 시작하게 됩니다.

모든걸 내던지고 포기하고 싶은 비참한 삶에 내동댕이친 레미제라블에게 원망과 좌절

그리고 실천 없는 이념만으로는 자유를 지켜낼 수 없음을,

또한 그로 인한 투쟁이 반드시 역사를 올바른 길로만 인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슬프고 냉혹한 현실의 메시지가 그 과정에 잘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의 원천은 바로 타인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민중은 우리를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민중을 버리지 않았다."는

혁명군 앙졸라의 대사가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



*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 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레미제라블 소설 中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단 하나의 메시지이자 주제는

바로 이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영화가 주제를 보여주기 위해 묘사하는 것도 결국 이 사랑의 다양한 형태들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혁명군의 민중에 대한 거시적 사랑, 인류애에서부터

장발장의 인생을 바꾸었던 마리엘 주교가 보여준 종교적 구원의 메시지,

황금만능주의의 화신과도 같은 떼나르디에 부부의 물질에 대한 속물적 사랑과 집착,

질서와 규율을 사랑하며 그에 자신의 삶을 기꺼이 헌신한 자베르,

그리고 자신의 삶 전부를 코제트라는 황혼기의 보석에 바침으로써

끝내 은촛대 앞에 떳떳하고 행복한 미소로 주님의 품에 안길 수 있었던 장발장...

마리우스가 코제트를 처음 본 순간 "한 순간의 빛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고 노래한 것처럼 시대를 변화시키는 혁명의 원동력이 될 사람,

그 개개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한 순간의 빛, 사랑일 겁니다.

가장 비천한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예수가 되고, 하느님이 되는지

장발장을 통해 그려내는 인간 구원의 희망의 메시지는 서양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도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말라"는 기독교의 그것보다는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 부처를 품고 있다는 불교적 해답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두가 그 해답에 다다르는 순간

누구나 꿈꾸던, 바리케이트 너머의 시대가 올 겁니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사는 "Tomorrow comes", "내일은 오리라" 였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잘못된 신념을 키우고 있는 자베르가,

구원받지 못해 세상을 향한 증오심을 키워가고 있는 장발장이,

어려운 생활고에 내몰려 희망을 잃어가는 팡티엔이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레미제라블의 메시지는 언제나 유효하겠지요.



* 맺으며

영화를 정말 감명깊게 봤고 칭찬 일색이긴 했지만 사실 그건 역사, 사회, 철학, 종교 등

인간사의 모든 것을 담아낸 원작 자체의 대단함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즉 이미 완성되어있는 스토리와는 별개로 그것을 스크린상으로 옮기는 데

나름의 연출과 표현방식을 고민해야 했지만 뮤지컬로부터 독립하려는

영화적 야심이 크게 엿보이지는 못했다는게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변명을 해보자면 굳이 더 나은 방식을 찾기도 쉽지 않은게

그 이전에 독립된 방식으로 영화화된 레미제라블이 워낙 지루하고 재미가 없던데다

(사실 정치, 철학, 종교에 관한 대립과 논쟁을

서사 없이 그냥 밋밋한 대사로만 넘기는건 매우 지겨운 일입니다.)

뮤지컬 곡의 완성도가 워낙 훌륭해 작품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없었던 점,

그리고 대사 대신 노래를 부르는 비현실적인 세계를 관객이 체험하면서 장르 자체에 몰입하고

인생이라는 한편의 오페라를 감상하는 느낌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보여집니다.

다만 송쓰루 (Song Through)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필연적으로 컷씬이 어색하게 분할된다던가,

감정을 전달하는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원작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상황 자체가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고 관객에게 노래 전부가 인상깊게 느껴지지는 못할거라는 점, 이로 인해 흐름을

한 번 놓치면 그저 노래만 반복되는 지루한 영화로 보여질 수 있다는 점 등이 단점이 될 수 있겠네요.

자막은 읽어야 되지, 화면은 봐야 되지, 거기에 별로 귀에 안 꽂히는 멜로디는 계속 들어야 하지,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이 많아 취향이 갈린다면 다른 영화보단 몇 배나 피곤할 수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두 번을 보았지만 펑펑 우느라 정신 못차리는 분들도 항상 있었던 반면에

중간에 나가시는 분들도 꼭 몇몇은 보이던데, 아마 평이 극단적으로 갈릴 것 같네요.

하지만 뮤지컬이나 영화를 통해 레미제라블을 영상으로 아직 접해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꼭 한 번은 보시기를 권하고 싶은, 간만에 보는 가슴 먹먹해지는 영화였습니다.




댓글 : 5 개
헐;;;;;;; 전문리뷰어세요?;;

그러고보면 기술과 사상이 변했어도 레 미제라블 속 인간군상들의 삶은 여전히 현실에 남아있죠...서글픈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론 정말 재미 없던 영화중 하나였지만
앤 해서웨이의 소름끼치는 라이브는 일품이었음
앤헤서웨이의 원씬은 진짜 보다가 울컥했다

남자인 내가 가슴이 다 찡했음
여자친구는 울면서 봤었구
저또한 앤헤서웨이의 연기와 러셀크로우 자살씬에서 찡했었습니다..
정말 재밌고 명작이었죠..ㅎㅎ
뎃글에서 네타를 당하네요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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