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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고시원4남매의 삶..2010.04.04 PM 09:57
용철이가 주유소에서 일하기 시작한건 6개월 전,
동생들과 집을 나오면서다.
고시원비 35만원에 동생 세 명의 학비며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하루 15시간씩 일해보지만 한 달 백여만 원의 월급으로는 턱도 없이 모자란다.
알콜중독인 아버지를 피해 작년 11월 도망치듯 집을 나왔지만
기어이 아버지는 4남매가 있는 고시원을 찾아냈다.
4년 전 엄마가 가출한 후 아버지는 알콜중독에 빠졌고
그때부터 4남매는 고아아닌 고아로 자랐다.
생활비는커녕 학비조차 아이들이 직접 벌어야 했다.
트럭운전을 하던 아버지는 엄마의 가출 후 술 마시는 일이 많았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술만 마시면 돌변해 아이들을 괴롭혔다.
점점 술에 취한 날이 늘어났고 자연히 일거리도, 사람도 떠났다.
(막내 태희가 하는 말입니다.)
4남매만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둘째 설희 역시 부쩍 철이 들었다.
식사준비며 청소에 빨래까지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그런 설희가 용철이에겐 큰 힘이 되어준다.
아침잠이 많은 태희 때문에 아침마다 소동이다.
엄마같은 언니의 서슬 퍼런 한마디에 태희가 조용해졌다.
오늘도 국 대신 물.
초라한 밥상이지만 이렇게라도 동생들을 먹여서 보내야 용철이는 마음이 놓인다.
막내를 보살피는 것은 중3인 태성이 몫.
태희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학교에 가느라 지각이 잦다.
동생들 다 내보내고 나서야 집안 정리를 하고
동생들 챙기느라 다 먹지 못한 아침밥을 앉지도 못한 채 먹는다.
4남매의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춤을 배우며 연예인을 꿈꾸었던 용철이는 집을 나와 일을 시작하면서 꿈을 접었다
지금은 단 한가지. 동생들과 고시원을 나오는 것.
더 이상 숨죽여 웃지 않아도 되고, 새우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언제 또 아버지가 찾아올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집. 그것 하나다.
십여 만원씩 지출되는 태희의 유치원비는 큰 부담이다.
하지만 힘들어도 동생들 교육비만큼은 아끼고 싶지 않은 것이 용철이의 마음이다.
어린나이에 엄마와 헤어진 탓일까?
태희에겐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언니 오빠가 가족 전부다.
중학교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태성이는 학습비에 대회출전비등
한 달 백만 원 가까이 드는 돈을 감당하지 못해 얼마 전 그만 두었다.
일찍 자야 내일 지각하지 않을 텐데 태희는 잘 생각이 없다.
방음도 안 되는 좁은 고시원에서 태희의 어리광을 계속 받아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인지 가끔 이렇게 억지를 부릴때면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부모 없이 커서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인 설희.
설희 역시 나와 살면서 꿈을 접었다.
공부를 잘해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동생들을 위해서 취업을 결정했다.
4남매를 한 방에 지낼 수 있게 하는 곳을 얻기는 쉽지 않다.
열심히 살기만 하면 동생들 키우는데 아무 문제도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부모의 역할...
아버지가 또 술취해 찾아 왔다.
(pd와의 대화)
술만 마시면 변하는 아버지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보육원으로 도망친 적도 있었다.
경찰을 불러 봐도 소용없는 일. 아버지가 곧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희를 데려갔던 아버지가 다시 돌아왔다.
아버지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태성이와 태희가 함께 사라졌다.
또 언제 술에 취한 아버지가 찾아올지 몰라서 어차피 고시원을 옮길 생각이었다.
20살인 용철이는 군대도 가야한다.
군대에 가고 나면 생활비며 동생들 돌보는 것까지 모두 설희가 감당해야 할텐데...
어떻게든 설희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대출이라도 받을 수만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구해볼 생각이다.
아버지는 일도 놓아 생활이 어렵고 또 빚도 있다.
동생들 살 집을 위해 악착같이 모은 돈...
용철이에겐 20살 꿈과 바꾼 동생들이 희망이다.
시급 4천원의 하루 일당 2만원.
금액은 적지만 오빠를 도와 하루라도 빨리 고시원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일.
가끔 동생들 먹일 반찬도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있다.
고시원에 있기 답답한 동생들이 놀러왔지만 설희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4남매가 한마음이라는 것...
주유소 일로도 고될텐데 채 3시간도 자지 못한 채 알바를 나섰다.
보증금 500의 월세 20만원인 이 집이 이제 4남매의 희망이 되었다.
주말 오후, 4남매가 떴다.
돈을 벌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오빠를 위해 동생들이 총 출동했다.
고시원 735호...
그 곳에선 서로를 거울삼아 한 뼘씩 성장하고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는 4남매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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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나는 얼마나 편하고 걱정없이 살았던가..
저 작은 거인들 앞에서.. 그저 고개가 숙여지는 일요일 저녁이다..
댓글 : 2 개
- 시스프리
- 2010/04/04 PM 10:14
아 진짜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 개털이야~
- 2010/04/04 PM 10:26
이렇게 힘들게 사는 애들이 많은데도 삽질하는데 올인하고있는 쥐ㅅㄲ만 생각하면 깝깝하네요...없는게 죄가되는 암울한 세상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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