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영화 감시자들 소감(스포일러)2013.07.05 PM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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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네요. 딱히 특별할게 없는 영화였습니다.


광고문구였던 '천개의 눈이 놈을 쫓는다'는 그냥 겉치레였군요.
이 영화에서 CCTV가 하는 역할은 정말로 미미합니다. 왜냐하면
제임스가 CCTV사각을 다 알고 있어서 CCTV에 제대로 잡히질
않으니까요. 주요 인물들을 요약하자면 감시자들이 아니라
밀행들입니다. 발로 열심히 쫓아다닙니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나오는 은행 강도 장면의 흐름은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1996년 영화 'Heat'와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시간까지 철저히 계산하는 프로 범죄자가 완벽한 계획을 세워서
돈을 탈취하는데 성공하지만 성질 급하고 멍청한 부하 한명이
돌발 행동을 하여 행적을 남기게 되고 철저한 프로인 범죄자는
돌발 행동을 한 부하를 폭력으로 엄하게 벌합니다. 경찰은
범행 현장을 보고 대단한 계획이며 프로라고 범죄자를 칭찬합니다.

나름 강렬한 초반을 보여주던 영화는 이 부분이 지나면서 급속하게
평이해지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인 하윤주는 감시과라는 특수과에
지원해서 이에 대한 시험을 받고 합격을 통보 받습니다. 그리고
제임스가 저지른 범행에 대한 단서를 잡기 위해서 오랜 시간 잠복을
합니다. 하지만 첫날 눈앞에서 일어나는 범죄에도 감시만 할 뿐 결코
개입할 수 없다는 감시과의 법칙을 깨고 범죄 현장에 직접 개입하여
사고를 일으키고 '너같은 놈은 필요 없다'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저는 사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습니다.
사실 하윤주는 이미 경찰입니다. 게다가 상당히 우수한 경찰입니다.
감시과의 행동 수칙도 모두 암기하고 있을 정도로 공부도 열심히
했고 기억력이나 무술 실력 등도 뛰어난 편입니다. 그런데 정작
왜 하윤주가 감시과에 지원했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무술 실력도 뛰어나고 눈앞에 일어나는 범죄에 절차를 무시하고
뛰어들 정도로 정의감이 불타는 주인공이 왜 감시만이 임무인
감시과에 지원을 한 겁니까? 자기가 그렇게 암기하고 있는
감시과의 법칙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걸까요?

이 장면 후에는 분명 하윤주가 감시과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고
자신의 신념을 바꾸거나 혹은 감시과를 나가거나하는 두 선택의
기로에서 좀 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영화에는 그 다음날 그냥 출근합니다. 거기에 황반장이 이야기하는
아침 운세의 글귀를 인용한 위로 하나에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결국 앞선 장면은 캐릭터의 성격 형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채
관객들에게 '감시과는 감시만 해야 하는 단체입니다'라고 알려주기
위한 장면으로밖에 느껴지질 않습니다.

이 영화의 문제점 중 하나는 빈약한 Character Development입니다.
(대체할만한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캐릭터들은 영화의 사건을
통해 어떠한 심경적인 변화나 인격 형성, 자아의 성숙 등을 겪지 않습니다.
덕분에 캐릭터들은 평면적이고 별달리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주인공 하윤주조차 표면적인 정보 외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애초에
왜 경찰이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정의로운 성격인 이유도 모르겠고,
왜 감시과에 지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이 영향을 주었나요?
아니면, 어렸을 적에 어떠한 범죄를 싫어할만한 사건이 있었나요?
주변에 아는 사람이 감시과였나요?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이러는 겁니까?

최소한 주인공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의 행동의 동기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도 이런데 다른 캐릭터들 더 나쁩니다 주요 인물인 황반장, 제임스,
하윤주, 이실장, 다람쥐, 물먹는 하마 외에는 표면적인 것도 제대로 묘사할 수가
없습니다. 두더쥐는 어... 오토바이 타는 놈, 그 택시 모는 사람도 한 명 있고,
옷을 갈아입으며 밀행하고 다니는 여자도 한 명 있지요. 성격이 어떤지는
전혀 기억나질 않습니다.

제임스는 점점 더 말이 안되는 인물이 되어갑니다. 처음의 그 은행 강도 장면은
'Heat'와 심각하게 비슷하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Heat'의 로버트 드 니로와
비슷한 캐릭터를 잡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스마트하고 칼같이 맺고 끊는 것이
정확하며, 자신의 프로페셔널한 범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처음의 범죄 이후에 영화는 제임스가 꾸민 계획에 대해서 전혀 보여주지를
않습니다. 그냥 제임스가 구두방인지 어디를 가서 서류 봉투랑 차키를 받아온 후에
어딘가에 있는 옥상에 올라가서 망원경과 초시계를 들고 무언가를 하고 있고 집에
돌아와서 벽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지도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겠죠.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 다음 계획부터는 뭘 어떻게 하는지 별로
보여주지도 않고 너무 쉽게 범행을 끝내버립니다. 제임스는 점점 더 그냥 뭘하든
아무튼 완벽하게 잘하는 사기캐릭터가 되어버리는거죠.

이렇게 사건을 대충대충 처리해 버리면서 생기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두뇌 대결이 없다는 겁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제일 기대했던 부분이 이거였는데 말이죠.
작전에 직접 개입을 못하고 감시만 할 수 있는 감시과인데 여기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범인의 심리를 감시를 통해 철저하게 파악해서 동선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완벽한
검거 계획을 세우는 것이죠. 범인은 이에 대해서 감시과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대응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두뇌 대결 말입니다. 아니면, 제임스는 직접적으로 범죄 계획만
세울 뿐 범행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으니 제임스를 검거했지만 범행과 직접적으로
연계할 단서가 없어서 제임스를 취조실에 잡아놓고 다음 계획에 대한 취조를 하면서
경찰들과의 불꽃튀는 머리 싸움을 보여주는 것 말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CCTV나 전자 기기가 아무것도 못하고 감시과 사람들은 전부
길거리로 나가서 미행만하고 있으니 결국은 그냥 추적에 이은 추적만 할 뿐 별달리
두뇌 대결이라는 게 없습니다. 이 점은 저는 정말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사건이 딱히 흥미진진하지도 않습니다. 앞서 말한 'Heat'의 경우
은행 강도 범행에 정말로 여러 인물이 관련되어 있었죠. 부패한 은행가나,
여자 친구에게 떳떳한 남자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범죄자나, 일에 미쳐서
프로페셔널한 범행을 저지르는 로버트 드 니로에게 동질감마저 느끼는
알 파치노와 같은 인물들까지 말이죠. 한 가지 사건이지만 이러한 여러
사건들이 겹치면서 이것을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감시자들은 그냥 제임스가 범죄를 저지르면 감시과 인물들이
밀행을 하기 위해서 주변 구역에서 잠복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사건의
모든 흐름입니다. 제임스가 의뢰를 받는 구두방에 뭔가 제임스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기는한데 정확히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기도
전에 제임스가 자신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다 죽입니다.
구두방 주인이 그의 스승이었나요? 왜 제임스는 10년동안 일본에
있었던 걸까요? 구두방은 어떤 인물과 전화 통화를 하는거죠?
제임스는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나요? 도대체 뭔가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제임스는 도주 도중에 자신의 길을 막는
다람쥐를 망설임 없이 죽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임팩트가 별로
없었습니다. 슬프다는 감정보다는 그냥 당황스러울 뿐이었죠.
빈약한 Character Development, 흥미진진하지 않은 사건은
다람쥐의 죽음에도 별다른 임팩트를 주질 못했습니다. 그 전까지
다람쥐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점은 직장 선배고, 하윤주랑 비슷한
연령대이고, 날쌔다입니다. 그래서 다람쥐의 죽음이 별로 슬프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사실 저는 제임스가 쫓기기 시작한 시점에서
누군가 한 명이 죽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다람쥐나 황반장
둘중에 한명이 죽거나 둘 다 죽거나 할 것이라고 말이죠. 너무 뻔하지
않습니까? 한번에 들키자마자 잡히면 영화가 너무 일찍 끝나버리고,
그렇다고해서 잡히고나서 두뇌 대결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이쯤에서 캐릭터들에게 뭔가 결정적인 동기를 주어야 한다면
동료의 죽음만큼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 없지요. 그런데 이 뻔한
클리셰에 눈물을 흘리게 되는 이유는 Character Development인데
이 영화는 그게 너무 부족하니 별달리 임팩트가 없었습니다.

이후에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서 복수심에 불타거나 절망감에 빠졌다가
다시 복귀해서 새로운 사건의 해결 방안을 찾거나 할까요? 그 동안 감시만
하려니 한계가 느껴져 법적인 한계를 넘어서 초법적인 심판을 위해서
주인공들이 너 죽고 나 죽자식으로 달려들어서 위법이지만 뭔가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낼까요? 아닙니다. 그냥 주인공이 하윤주가 우연히 제임스와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결정적인 실마리를 얻습니다. 결국 다람쥐의
죽음도'추격전도 하고 액션씬도 했으니 잠깐 쉬어갑시다.'정도의 기능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식당에서 제임스와 드디어 조우를 하게 되는데 제임스가
자신을 쫓던 황반장의 얼굴을 기억하고 황반장을 공격하고 황반장의 부상으로
하윤주가 단신으로 제임스를 쫓게 되었습니다. 근데 여기서 황반장이 하는
대사가 '놈의 얼굴을 아는 건 우리뿐이야.'라고 합니다. 이 대사가 말도 안되는
이유는 경찰들이 제임스의 부하 3명을 잡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부하들은
전부 다 제임스의 얼굴을 보았고 고용되어서 하는 입장이라서 제임스에게
별달리 충성심이 있거나 한 부하는 1명밖에 없는데 그 흔한 몽타주 하나도
못 받았단 말인가요? 무슨 직후에 바로 있었던 일도 아니고 주인공들이
절망하고, 제임스가 구두방 사람들 죽이고, 황반장이 하윤주에게 부재중
전화를 5통이나 걸고, 황반장은 일을 그만 둘 생각으로 이실장을 찾아가서
자신의 경찰배지를 반납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애초에 3명을 잡았으면 절망하고만 있지말고 3명을 취조를 해서 단서를
잡던가, 다람쥐가 죽은 분노로 부하들을 취조실에서 폭행을 한다거나
했어야 하는데 3명은 검거와 즉시 영화에서 안나옵니다. 뭐 바로 다음날에
사형에라도 처했습니까?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로 사형 집행도 안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 사람들 도대체 어디로 간겁니까?

하윤주는 제임스를 쫓아서 지하철에 안쓰는 플랫폼까지 내려가고 여기서
제임스와 만납니다. 이후에 황반장은 목에 칼을 맞았지만 응급처치를 한 후에
지하철 관리하는 곳과 연계하여 안 쓰는 플랫폼으로 경찰들을 보내지만
제임스는 하윤주를 인질로 잡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임스가 하윤주를
인질로 잡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제임스는 그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다수의 살인을 저질러왔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죠. 그런데
왜 주인공은 그때까지 살려둔겁니까? 항상 해왔듯이 목이랑 배에 칼 한번씩
찔러주고 재빨리 도망가면 될텐데 말이죠.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제임스가
칼로 사람 죽이는데 2초도 채 안 걸립니다.

결국 하윤주는 제임스의 만연필을 뺏어서 다리에 상처를 입히고 제임스는
경찰에 추격을 피해서 도망가지만 터널 출구에서 황반장이 그를 막아섭니다.
황반장의 뒤에서는 지하철이 오고 있지만 황반장은 그 자리에 서서
'나 다시 돌아갈래'가 아니라 '미쳐야지 이길 수 있다'라고 외치며 제임스를
향해서 총을 쏩니다. 그런데 황반장이 서있는 위치는 지하철이 다른 선로를
타고 가기때문에 안전한 곳이었고 제임스는 황반장의 총을 맞아 죽고,
다람쥐의 장례식을 치루고, 꽃돼지에서 꽃사슴으로 암호명이 변경된 하윤주와
함께 감시하는 감시과의 임무를 수행하며 삽니다.

목에 부상을 입었음에도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하고 총도 잘만 쏘는 황반장,
지하철관리자와 경찰과 연락이 닿았고 바로 옆에 같이 구급차를 타고 가던
부하도있었는데 왜인지 혈혈단신으로 그 길을 막고 서있는 황반장, 빵빵거리며
경고를 하고 달려오던 지하철도 피해가는 황반장, 그 동안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보여주던 제임스의 사격도 피해가는 황반장, 황반장은 무슨
브루스 척 슈왈츠제네거입니까?

요약하자면, 두뇌 대결이 있어야 하는 소재이지만 두뇌 대결은 찾을 수가 없고,
캐릭터는 평면적이고 빈약하며, 별다른 의미나 이야기의 발전없이 기능적으로만
소모되는 신이 많고, 사건의 전개는 반전없이 직선적이며, 클라이막스는 필연성이
부족하고, 스토리상의 커다란 구멍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 속도감도 있고, 배우들의 호연덕분에 긴장감도 느껴집니다. 2PM의
준호마저도 능글능글한 연기뿐이고 등장도 길지 않지만 그래도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습니다. 설경구야 워낙 연기가 출중한 배우니 제가 지적할 수 없고, 정우성의
악역 연기는 저는 이 영화에서 처음봤는데 상당히 괜찮습니다. 한효주도 나름 온몸을
던져가며 열연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는 정말로 평이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소재를 하나도 살려내질
못했습니다. 마치 한국드라마는 의학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국정원드라마는
국정원에서 연애하고, 법정드라마는 법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농담처럼 말입니다.
심지어 캐릭터는 흔한 드라마보다도 못합니다.

안타깝네요. 결국 감시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그냥 팝콘무비였습니다. 물론 그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절대 나쁘지는 않지만 감시라는 소재를 이렇게 밖에
사용할 방법이 없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중에 감시를 잘 활용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같은 영화도 있는데 왜
이 영화는 그냥 액션 영화가 되어버렸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댓글 : 1 개
캐릭터 디벨로먼트에 대한 내용이 공감이 많이 되네요. 이 캐릭터가 왜? 라는 것에 대한 해답이 전혀 없어서 도통 몰입이 되지 않죠.
가장 큰 문제는 후반에 <감시자들>이라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철칙을 스스로의 손으로 와장창 부숴버린 다는 것이었습니다.
감시자들은 감시만 해야 된다고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게 떠들더니 결국 지들이 잡네요? 무언가 감시자들만의 스킬로 완벽한 트랩으로 인도하는 심리게임을 바랬는데 그냥 평범한 형사물이 되어 버리더군요 ㅎ
시나리오 쓰는게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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