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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섬이의 문학산책 -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4.05.21 PM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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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며, 저는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이 아직 어떤 경향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좋게 말하면 주변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들이 출중하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새로운 시선이 부족하다는 뜻이지요.
저번에 읽은 『2011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작품들보단 좋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제 사적인 생각을 좀 적어보자면, 지금 출발하는 젊은 작가들이 그때 출발했던 아주 조금 더 늙은 작가들보단 앞선 출발점에 서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을 더 예리하게 바라보고 다시 재구성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드러내고 있지요. 물론 그것이 작가와 작품의 역량을 판단하는 전부가 될 순 없겠지만 한국 문학의 미래를 읽는 데는 주요한 관점이라고 봅니다.
이번 작품집에는 황정은 작가의 「상류엔 맹금류」,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 윤이형 작가의 「쿤의 여행」, 최은미 작가의 「창 너머 겨울」, 기준영 작가의 「이상한 정열」, 손보미 작가의 「산책」,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가 실려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충격보다는 내실, 이미지보다는 서사, 해체보다는 구성에 중점을 둔 작품들입니다. 이를 보면 넓게는 예술계, 좁게는 문학계의 흐름이 다시 한 번 변화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해외의 문학계에서 키치와 해체에 천착하는 자신들을 스스로 비판하며 서사를 복구하자는 의견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집을 읽으며 그런 경향이 우리나라에 상륙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군요. 물론 속단할 일은 아닙니다. 이 또한 단순한 유행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주목할 만한 경향에도 아쉬운 부분은 분명 존재합니다. 이들에게선 변화의 시도는 보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변화라기보다는 과거로의 회귀의 느낌이 강합니다. 마치 삶에 염증이 난 사람이 그보다 더 과거의 자신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요. 그것이 어떤 해결책으로 제시되기보다는 도피처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들은 2014년의 젊은 작가들이지만 2011년의 젊은 작가들보다 젊은 작품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탄탄하게 완성된 소설임에도 어쩐지 매력이 덜 한 이유는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에게서 젊음을 읽을 수 있는 단서는 소재와 표현, 세련된 문장입니다. 무모한 도전이나 새로운 시각의 제시는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분명 젊은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완성도보다는 새로움을 추구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작가에게는 창작의 자유가 있고 자신의 작품은 스스로 결정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새롭다고 해도 완성도가 떨어질 이유도 없고, 완성도가 높다고 해서 새롭지 않을 이유도 없지요. 그 둘은 수직적인 반비례가 관계가 아니니까요.
정리해보면,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은 이전보다 더 완성돼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문학계가 나아갈 지표가 될 만한 작품은 없었습니다. 사실 이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기대를 걸어볼 뿐이죠. 오히려 이들의 탄탄한 기본 위에 앞으로 새로운 도전이 함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래로 향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ps. 저는 개인적으로 조해진 작가의 「빛의 호위」가 인상 깊더군요. 이 작가, 언젠가 큰일 낼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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