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브컬쳐] 창세인의 마법공방 - 마법이란 무엇인가?2014.05.21 PM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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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인의 마법 공방 [1]


 


마법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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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인류가 태초부터 가져온 하나의 비원이었다.


 


소설 ‘공의 경계’의 이라야 소렌에 따르면, 마법이란 곧 ‘근원의 소용돌이에 다가가는 것’. 근원이 무엇인가에 따라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통상 나스 기노코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진리, 혹은 세계의 의지 정도로 이해된다. 즉, 마법이란 바로 근원의 진리에 다가가기 위한 비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 마법의 출발은 분명 이보다 훨씬 소박한 것이었다. 병들고 싶지 않아서(혹은 다른 사람을 병들게 하고 싶어서). 들짐승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이성의 마음을 얻고 싶어서.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인간은 마법을 갈구해왔고, 이러한 마법에 대한 기록은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스스로의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로 어느 문명, 어느 시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성적 논리가 사고를 지배하고 명백히 입증 가능한 과학만을 진실로 규정하는 오늘 날, 이러한 마법의 명맥은 영영 끊겼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종교, 혹은 비밀 조직의 형태로 여전히 마법의 존재를 믿으며 비의를 탐구하는 자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마법의 신비로운 분위기, 그 초자연적인 일탈의 짜릿함만을 차용해 가상의 현실 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자들이 있으니, 이들이 만든 작품이 ‘판타지.’ 바로 환상 문학이다.


 


그렇다. 여러분이 오늘날 판타지를 읽으며 재미를 느끼는 것은 어쩌면 인류가 오랫동안 가져온 '마법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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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경계'의 이라야 소렌. "넌 이미 마법에 빠져 있다.">


 


정통론에 따르면 판타지의 시초는 1954년에 출간된 J.R.R 톨킨 옹의 '반지의 제왕'이라고 한다. 물론 그것은 뾰족 모자를 쓴 마법사가 나와 마법을 쓰고, 오크와 엘프가 아웅다웅하는 오늘날의 정형화된 판타지 소설의 시초가 그렇다는 것이지, 톨킨 이전에도 중세의 로망스 소설, 동서양의 고전 소설, 나아가 고대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마법과 마법사에 대한 문학은 어느 시대의 어느 나라에나 언제나 존재해왔다.


 


어쨌건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세계적인 인기를 끈 것을 계기로, 세계의 여러 나라에는 판타지라는 소재가 하나의 장르로서 대중 사이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으며, 소설을 넘어서, 게임, 만화, 영화 등의 다양한 매체에서 활발하게 재창작되었다. 오늘날의 사람들 중에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혹은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에라도 단 한편도 보지 않거나,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는 RPG 게임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그만큼 판타지라는 장르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으며, 따라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마법의 다양한 원형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러한 마법적 원형들은 기존의 고전적인 판타지 장르를 벗어나, 현대물, 학원물, 전쟁물, 무협 등의 장르와 활발하게 ‘퓨전’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분야의 작품을 쓰고자하는 예비 작가라면, 한번쯤 이런 마법의 원형들에 대해 알아보고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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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판타지 장르의 가장 중요한 원천인 '마법'의 정의는 무엇일까?



아마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위에서 언급한 뾰족 모자의 마법사가 파이어볼을 쓰거나, 주문으로 저주를 걸거나, 연금술로 현자의 돌을 만들거나, 사물을 동물로 변신시키는 등의 초자연적인 행위를 떠올릴 것이다.물론 이 모든 것들이 다 마법적 행위에 들어가지만, 조금 더 깊숙이 따지고 들어가 마법과 비마법의 엄격한 구분점을 찾으려고 한다면, 곧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선, 마법과 과학의 명확한 구분점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며 마법은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상이며, 과학은 명백히 입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근세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과학’은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의 경험적 추측을 통해서만 발전돼 왔다. 의학을 예로 들면, 어떤 약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된 것은 대학이라는 기관이 설립된 뒤였고, 그 이전의 대부분의 의사들은 직접 환자의 몸에 이런저런 약제를 써보고, 이를 구전해줌으로서 그들의 지식을 이어갔다.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적합한 약초를 먹이는 동시에 환자의 몸에 박쥐의 피를 바르고 주문을 외우는 사람은 과연 의사로 보아야 할까, 마법사로 보아야 할까?


 


둘째로, 마법과 신화, 마법과 종교의 구분점은 무엇인가?


 


마법과 종교는 엄밀히 말해 중세의 유럽에 와서야 교회의 권력에 의해 엄격하게 구분되었다. 고대로 갈수록 이 둘의 구분은 애매해진다. 마벨의 ‘토르’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마법과 기교에 능한 외눈박이 신 오딘은 분명 북구 신화에서의 최고신이지만 동시에 마법사이기도 하다. 또한 고대의 많은 문명에서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제사장은 곧 그 사회의 주술사이자 마법사로 여러 기적을 행하기도 했다. 중세에 와서 마법은 하나님에게 행하는 기도, 성찬식, 엑소시즘 등 기독교에서 공인한 의식을 제외한 모든 초자연적 행위를 지칭하는 말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그 명확한 구분점은 정작 기독교의 수도사들도 정확히 인지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따금 수도사 본인들이 전도의 과정에서 주기도문을 변형한 마법 주문을 만들거나, 기독교와 토착 신앙의 마법 의식을 결합하는 신종 의식을 만들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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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정의는 시대별로 크게 바뀌어왔다.


 


원시 사회와 고대 사회에서 마법이란 곧 지배자의 권위였다. 고대 부족 사회에서 부족 내에서 의술을 행하고, 제사를 지내는 주술사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어른으로써 지도자의 역할을 했다. 그들은 천체의 운행을 연구해 점성술을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미래의 길흉을 점쳤으며, 의술을 통해 인간들을 구제했다. 또한 신의 권위를 빌려 백성들 앞에서 직접 '기적'을 행하기도 했다. 최소한 성경이나 신화의 기록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마법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신관의 기적, 주술, 의술을 포괄하는 단순히 '초자연적인 행위'에서 마법사들만이 행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개념이 된 때는 중세. 바로 기독교가 유럽의 지배적인 종교가 된 뒤였다. 기독교 사회는 하나님의 권능에 기대는 탄원이 아닌 인간이 자의적으로 세상의 원리를 바꾸려고 하는 행위를 싸잡아 이단으로 몰기 위해서 처음으로 '마법'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선조로부터 믿어오던 다른 신에게 탄원하는 것은 물론이요, 성경 구절이 아닌 주문을 외우는 행위, 부적을 만드는 행위, 마법의 묘약을 만드는 행위 등은 모두가 마법으로 분류되어 설령 그 행위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종교 재판관의 심판대에 올랐다.


 


그러나 '마법'의 영역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에 대해선 중세 시대도 여러 학자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였다. 가령 중세 초기의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354~430년)는 하나님의 뜻이 아닌 모든 초자연적인 행위에는 악마의 의지가 숨어 있으며, 마법적인 기술을 인간에게 가르친 것 자체가 악마라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의 로저 베이컨(1214~1292년)은 다양한 종류의 기만과 속임수에 대해서만 '마법'이라는 정의를 붙여 연금술, 점성술, 공학 등의 학문 분야와 분리하고자 하였다. 그는 스스로가 연금술을 깊이 연구한 연금술 마니아였지만, 결코 스스로를 마법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또한, 모든 마법을 악마적인 것으로 보던 중세 초기와는 달리, 후기로 갈수록 학자들은 '자연 마법'과 '악마적인 마법'을 구분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즉, 약초나 천체의 운행, 사물 자체의 속성을 이용해 벌이는, 타인에게 유해하지 않은 마법을 '자연 마법'으로 보았고, 악마, 혹은 악령의 힘을 이용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기만하는 행위를 '악마적인 마법'으로 본 것이다. 오늘날의 '백마법', '흑마법' 개념은 바로 이런 구분법에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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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런 백마법 흑마법이 아닙니다.>


 


마법의 정의는 지역별로도 달랐다.


 


동양의 경우, 마법에 해당하는 행위를 크게 신의 힘을 빌린 주술과, 인간이 스스로 도를 닦아 깨우치는 도술로 구분할 수 있지만, 역시 그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았다.


 


기독교나 이슬람교 같은 유일신 사상이 아닌 대부분의 문명에서 신의 힘을 빌리는 행위는 마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몽고족의 샤먼은 하늘인 텡게르(тэнгэр)와 이어진 존재로, 텡게르의 권위를 빌려 예언을 하거나, 의술을 행하거나, 잃어버린 가축이나 물건을 찾는 능력이 있었다. 우리의 전래 이야기 속에서도 부처님을 믿는 승려가 법력으로 물건을 옮기거나, 솔잎을 국수로 바꾸거나, 사악한 요괴를 퇴치하는 일화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도술의 경우 도가의 신선 사상에서 온 것으로, 평범한 사람도 오랫동안 수양을 쌓으면 이를 수 있는 경지라는 면에서 기독교에서 규정하는 마법과 더욱 비슷하다. 이들이 행하는 도술은 서양의 시각에서 본다면 일종의 ‘자연 마법’이었다. 부적술로 악귀를 쫓는다던가, 축지법을 통해 천리 길을 한걸음에 걷는다던가, 72가지 변신술을 구사하는 도사의 모습은 여러 민간 전설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며, 현대의 무협이나 퓨전 판타지에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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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란 무엇이냐~!>


 


이렇듯 마법은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그 개념이 크게 변동해왔다.


 


마법이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행해지는,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행위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어떨 때는 신의 힘을 빌리는 기적을 지칭하는 데에 쓰이기도 하였고, 어떨 때는 인간이 스스로 자연의 힘을 이용하거나, 악마의 꼬임에 빠져 행하는 행위만을 가리키기도 하였다. 또한 어떨 때는 약초학, 점성술, 연금술 등을 포괄하는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였지만, 어떨 때는 그러한 학문 분야를 배제한 미신을 지칭하는 데에만 쓰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러한 마법적 모티프를 차용해 판타지 작품을 쓸 때는, 자신이 작품 속에서 나타낼 마법의 종류가 무엇이고, 그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개념을 정확히 잡는 것이 좋다.



 


가령,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의 경우에는 중세의 다양한 마법적 요소 중에서 '연금술'이라는 소재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물론 작중의 행위는 연금술이라기보다 거의 소환술에 가깝지만.) 또한 '디그레이맨'이라는 만화는 기독교에서 행하는 '엑소시즘'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는 중세 사회에서는 마법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좀비라는 소재는 분명 마법의 강령술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지금은 아예 '좀비물'이라는 독립적인 장르를 구축해 버렸다.



 


또한, 마법의 개념 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도 작품마다 다르다. 소설 '해리포터'의 경우, 마법은 선천적인 능력을 타고난 선택받는 소수의 마법사만이 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반면에 라이트 노벨이자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어떤 마술의 금서 목록'에서 마법은 평범한 일반인이 선택받은 초능력자들의 초능력을 흉내 내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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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인류가 처음 문명을 형성한 시기, 아니 그 이전에 사회를 이루기 시작한 원시 시대부터 주욱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왔고, 따라서 그 범위와 개념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 그 안에 담긴 원형이 궁금한 독자들과,



 


판타지 소설을 쓰고자 하지만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혀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예비 작가 분들을 위해



 


오늘부터 이곳, 창세인의 마법 공방에서



 


마법의 역사, 마법의 변천 과정, 그리고 역사 속에 실존했던 마법사들의 이야기에 대해 상세하고 흥미롭게


 


한꺼풀 한꺼풀 벗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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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 개
와.. 논문같네여 헠헠
감사합니다 ㅎㅎ 굉장히 재미있는 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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