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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 6. 소설의 깊이2014.08.13 PM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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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설의 깊이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소설에서의 깊이란 무엇이고, 깊이 있는 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소설의 깊이에 대해선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통찰’로 정의하겠습니다. 이런 경우, 깊이는 장르적인 특성이나 스타일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가벼운 필체의 소설도,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소설도, 시종일관 배꼽 잡는 소설도 깊이를 지니고 있을 수 있지요. 반면 어두운 분위기의 묵직한 소설이라 할지라도 깊이가 얕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작가의 철학입니다.
우리 모두 자신 만의 철학이 있을 것입니다. 그 철학은 대개 구체적으로 정립되어 있다기보다는 희미합니다. 자신이 어떤 기준에 의해 선택을 하며 어떤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는지 대충 알지만 그걸 설명해내진 못하지요.
그러나 누군가는 그것을 치열하게 탐구합니다. 자신의 철학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어떤 냄새를 풍기는 지, 그것을 통해 어떤 선택이 가능한 지, 그 철학의 기저에는 어떤 배경이 깔려 있는 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합니다. 그렇게 정립해 가는 철학은 때론 보편적일 수도 있고 특별할 수도 있습니다. 늘 그 두 가지가 공존하지요.
이렇게 치열하게 사색한 사람은 깊이를 가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쉽게 넘어가는 선택에 무게 추를 달지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생각이라는 거름망을 거쳐 비로소 나 자신에게 도달합니다. 거름망이 엉성하게 엮여 있다면 경험한 것들은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걸러지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그러나 거름망이 촘촘히 짜여 져 있다면 그 무엇도 쉽게 지나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꼭 무언가를 남깁니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치가 거기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소설을 쓰면, 그 소설에는 깊이가 있습니다. 문장과 이야기, 주제와 인물들에 사색의 흔적이 지문처럼 남아있지요. 치열하게 사색하여 철학을 정립해가는 사람이 쓴 소설일수록 그 지문의 내용이 남다릅니다.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통찰이 그 안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통찰과 마주치면, 깨닫게 됩니다. 소설이 가진 깊이를 말이죠.
▲이런 사람이 소설을 쓰면…….
이것은 글을 쓰는 스타일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보다 통섭 적으로 사색하는 사람이 쓴 소설이라면, 소설을 구성하는 하나하나가 가볍게 소모되지 않고 서로 연관성을 지닐 것입니다. 보다 예리하게 사색하는 사람이 쓴 소설이라면, 문장 하나하나가 송곳처럼 가슴에 박힐 것입니다. 보다 냉정하게 사색하는 사람이 쓴 소설과 보다 따뜻하게 사색하는 사람이 쓴 소설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보다 남다르게 사색하는 사람과 보다 보편적으로 사색하는 사람 또한 다른 스타일의 글을 쓰겠지요.
앞에서 소설의 깊이를 ‘통찰’이라고 했습니다. 소설의 깊이가 깊으면 깊을수록 적은 사람만이 통찰할 수 있었던 무언가를 여러분께 보여주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독자들은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유를 할 수 있겠지요. 독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소설을 선사하세요. 그러려면 먼저 꾸준하고 치열한 사색과 그를 통한 철학의 정립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상태에서 쓴 소설 안에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통찰의 힘이 가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 太乙眞人
- 2014/08/13 PM 10:36
- FountainWebzine
- 2014/08/13 PM 10:52
- 太乙眞人
- 2014/08/13 PM 11:10
- 블루몽
- 2014/08/13 PM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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