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연극] 연극과 현실의 무경계, 오셀로 -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2014.09.11 AM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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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오셀로 -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

공연날짜:~2014.09.07

극장명: 나온씨어터

 

 

 

연극과 현실의 무경계 , <오셀로 ?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이 전혀 다른 허구의 세계만을 그린다고 믿는다. 그러나 연극적 행위와 상상력을 조금만 걷어내면 그 본질이 결코 현실의 무엇과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연극은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견고한 세계를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한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의 대사에는 이런 말이 있다. “연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혼의 거울을 들이미는 것실제로 연극은 친절한 동시에 불편하다. 인간의 음습한 본성과 삶의 그늘과 같이 현실에서도 쉽게 포착하지 못하던 것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마냥 두려워 외면하던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각자 어떤 생각을 할까? 결국 무대와 객석을 가로지르는 경계는 큰 의미가 없다. 단지 그것은 물리적 거리를 만들어 관객 스스로 현재와 개인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지기 위함일 뿐이다. 이윽고 극이 시작되면 모든 경계는 무너지고, 관객은 스스로 무대에서 가장 지독하고 솔직한 현실을 만난다.

 

여느 때처럼 극단의 연습실은 시끄럽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 무대에 올라갈 극단 레퍼토리 공연으로 채택된 오셀로의 배역 캐스팅이 발표된다. 주인공 오셀로에는 중년의 배우 가 선정된다. 그리고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에는 가 사랑하는 실제 연인 그녀지은이 캐스팅된다. 본래 그와 그녀는 많은 나이 차이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사랑을 하는 사이다. 두 사람은 연극 오셀로의 연습 시작과 더불어 극단 단원들에게 둘의 관계를 알린다. 그러나 이미 그녀를 짝사랑하던 캐시오와 로드리고 역의 두 남자 배우는 이를 시기, 질투한다. 결국 캐시오 역의 성호는 비슷한 처지인 권섭을 이용하여 그와 그녀의 관계를 갈라놓으려 한다. 곧 그들에 의해 의 마음에는 어느새 극 중 오셀로처럼 실제 그녀와 이야고 역의 남자 후배 사이를 의심하는 애증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연극 <오셀로 ?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는 누구나 익히 아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오셀로를 현대적으로 각색,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야고의 계략에 의해 아내 데스데모나와 부하 캐시오의 관계를 의심하여 마침내 아내를 살해하는 오셀로. 이 작품은 인물 설정과 행동 등 약간의 디테일 변화는 주었으나, 기본적으로 동일한 결말의 비극을 현실과 연극 양 쪽에 배치, 중첩시켜 극을 진행한다. 그리하여 사랑과 의심, 욕망과 파멸까지 사랑 앞에서 가장 처절하고 잔혹해지는 인간의 가여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연극은 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현실과 연극(극단의 연습)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그려진다. 이러한 설정은 결국 연극과 현실 간 경계가 없다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연출의 의도임을 알 수 있다. 연출은 극적 설정을 통해 사실감을 높이며, 무대와 무대 바깥 세계를 넘어서서 인간의 내면세계가 보편적임을 알린다. 더불어 과거와 현재, 베니스와 서울로 시공간적 배경이 다른 각각의 오셀로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감정이 초월적인 것임을 밝힌다.

 

실제로 최근에도 매일 흉흉한 이야기가 뉴스를 잠식하고 있다. 지난 5, 대구에서는 이별한 전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하고, 여자를 8시간가량 감금하여 살인 기도한 사건이 발생하여 큰 파장이 일었다. 또한 그 이전에는 20대 초반의 명문대생 남자가 이별한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살해하여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이 존재했다. 실제 남녀관계 사이의 문제로 발생하는 치정살인은 이별살인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매해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 해 조사 결과로는 평균 5년 치정살인사범이 102-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우리는 이와 같은 사건을 통해 사랑의 불균형이 초래하는 분노의 감정과 비극의 결말이 지극히 극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의 산물만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이 극 중 주인공이 오셀로와 똑같이 아내를 교살하는 모습에서 관객은 기묘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저 무대 위의 존재가 나라면? 내가 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관객은 연극을 보는 과정에서 스스로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들을 받을 수 있고, 그와 함께 피어오르는 기묘한 감정은 공감이라는 단어로 다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연극 <오셀로>의 부제가 유독 인상적이다. “피는 나지만 죽지 않는다.” 혹여 그것은 이를테면 연극과 현실 간의 무경계를 상징적으로 정의하는 문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더 나아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개인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연극의 존재론적 의미를 설명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즉 연극이 얼마나 근본적으로 현실을 깊이 담고 있으며, 인간을 스스로 성찰하게 하는가. 필자 개인적으론 위 문장의 주체는 결국 관객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피는 난다라는 행위는 이른바 관객이 공감하는 행위 그 자체를 이르며, 결국 그 공감이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을 그대로 정의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공감을 한다는 자체가 연극이 가진 현실성과 영향력을 잠재적으로 인정하는 근거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상의 현실인 연극이기에 관객이 신체적으로 죽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가늠된다. 그리고 죽지 않는다는 건 결국 연극을 통해 전달된 삶의 풍경과 특정 메시지가 끝내 단절되지 않고, 관객에 의해 실제 현실에 녹여낼 수 있는 연극의 의미와 가능성까지 포함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연극을 떠나 어떠한 매체를 통해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건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특혜라고 생각한다. 연극은 단지 실제 현장에서 언어와 몸짓, 혹은 그 순간의 공기까지 함께 공유하기에 색다른 의미로 남을 수 있다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연극이 매력적인 이유에는 타 장르와는 다른 연극의 고전적 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주 지극히 평범한 현실을 연극 특유의 절제미와 숭고함으로 그려놓았다. 장면이 각각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이며, 장면 간 연결도 매끄럽다. 조명 역시 적절히 여러 개의 단색만을 사용하여, 산만하지 않게 무대에 이용되었다. 장면마다 무대의 인물과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구성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적 묵직함을 버리지 않아 현대극임에도 신선함을 전달한다. 부분적으로 주변 인물의 유머러스한 행동이 극의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시키며, 긴장과 이완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했다.

 

조금은 투박하고 직설적이지만 전혀 다른 뼈 깊은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이 연극이 새로운 충격을 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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