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세가의 액션 게임 "스파이크 아웃" 시리즈에 대한 잡설2012.02.10 PM 08:35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용과 같이(龍が如く)시리즈로 유명한 나고시 토시히로(名越稔洋) 씨는 1989년에 세가에 입사하여 지금까지도 다수의 게임을 제작해오고 있는 대표적 "세가 맨"이다. 업소용의 AM과 가정용의 CS로 나뉜 세가의 제작 팀들에서 많은 스타 개발자들이 게임을 쏟아내던 이른바 세가의 최 전성기로부터, 일본 게임이 갈라파고스화되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요즘에까지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개발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나고시 씨가 만들어낸 작품 중에는 "데이토나 USA"라든지 "슈퍼 몽키볼", "용과 같이" 시리즈 등 유명한 히트작들도 많지만,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고 묻혀버린 작품도 몇 개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특히 "스파이크 아웃"이라는 게임 시리즈에 대해 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버추어 파이터가 3편까지 나와 히트하고 모델 3과 드림캐스트가 나와 한참 본격적 3D 게임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던 1998년, 나고시 토시히로는 AM 제 11연구소의 부장으로 취임한다. 취임과 동시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스파이크 아웃". 이 게임은 풀 3D 격투 액션 게임으로, 플레이어 캐릭터가 필드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적들과 싸우는 내용의 게임이었다. 

 특히나 발표 당시에는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면서 싸우거나, 필드 내의 테이블이나 의자를 집어던져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등 자유도 높은 액션과, 게임센터의 기기들을 케이블로 연결해 유저들끼리 협력 플레이가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실험적 구상을 내세워, 당시 유저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당시의 여건이나 기술에 비해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했던 탓이었는지, 제작은 꽤 난항을 겪으며 게임의 사양도 많이 변경되어 갔다. 특히 통신 협력 플레이는 실제 제품판에서 삭제된 가장 큰 특징이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1998년 아케이드의 모델 3 기판용으로 "SPIKE OUT DIGITAL BATTLE ONLINE"이라는 다소 난해한 제목의 첫 제품판 버전이 발매된다. 

 


 스파이크 아웃 시리즈가 그다지 많이 알려져있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당시 대부분의 모델 3 게임들이 그랬듯 가정용 콘솔로의 컨버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위 영상도 어느 유저가 나오미 기판을 개조하여 출력시킨 것을 촬영한 것이다. 어쨌든 영상을 보면 당시의 과도기적 3D 그래픽의 스타일(특히 버파 3과 상당히 유사하다)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상쾌한 타격감과 액션을 구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세가의 컨베이어 벨트형 격투 액션 게임이라면 또한 베어너클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는데, 세가 역시도 새턴 시절부터 베어너클 시리즈를 3D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 영상은 본래 베어너클을 새턴으로 내놓기 위해 제작되었던 프로토 타입의 영상으로, 지금 보아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때부터 세가는 3D 필드 내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싸우는 형태의 액션 게임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데모를 실질적으로 제작했던 Core Design과 중간 퍼블리셔였던 Eidos는 이 게임을 PS1로도 발매하길 원했고, 세가는 결국 베어너클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결국 이 게임은 PS1과 N64, 그리고 PC용으로 "Fighting Force"(일본판은 "Metal Fist")라는 제목의 전혀 다른 게임으로 발매된다.


 그리고 세가는 결국 새턴에서 원하는 형태의 게임을 내지 못한 채 드림캐스트로 넘어오는데, 이 때에도 3D 액션 게임을 발매하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위 영상은 몇 년 전에 유출된 드림캐스트(혹은 나오미) 용의 베어너클 4를 만들기 위해 테스트했던 프로토 타입의 영상으로, 어설픈 완성도이지만 현재의 스파이크 아웃과 상당히 유사한 컨셉의 게임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발매된 스파이크 아웃이었지만, 이런 류의 자유도 높은 풀 3D 액션 게임이 등장하면서 세가의 3D 게임에 대한 안일한 자세와 그에 따른 엉성한 게임 플레이의 문제점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사실 이것은 세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일본 게임 회사들 대부분의 문제였다. 스파이크 아웃과 비슷한 자유도 높은 액션을 표방했던 스퀘어의 "바운서"도 비슷한 노선을 걸었고, 결과적으로 유저들로부터 외면받고 만다.

 


 바운서 역시도 제작자는 배경의 오브젝트를 활용하여 폭넓은 액션을 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발매된 제품판은 그러한 재미 요소의 상당부분이 삭제된 상태였다.


 아쉬운 완성도는 제작자들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세가는 이듬해인 1999년, 밸런스를 조정하고 게임 플레이 요소를 좀더 보강한 "SPIKE OUT FINAL EDITION"을 발매한다. 

 

 

 

 이 버전이 그나마 스파이크 아웃 시리즈 중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버전이 되었는데, 개발에 투자된 시간과 개발비가 아까웠는지 세가는 어떻게든 이것을 이용해 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런 시도도 뭔가 확실하게 이득을 취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

 다음 해인 2000년, 세가는 스파이크 아웃의 엔진과 주요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 채 세계관만 검과 마법의 판타지 분위기로 바꾼 "SLASH OUT"이라는 괴작 게임을 발매한다.  

  

 

 슬래시 아웃 역시도 가정용으로는 이식되지 않았으며, 이 영상은 PC용 에뮬레이터로 실행해 녹화된 것이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급조된 게임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성의없는 몬스터 디자인들과 맥락없는 캐릭터들... 

 이에 그치지 않고 세가는 2001년에 다시 "SPIKER'S BATTLE"이라는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을 또 발매하는데, 스파이크 아웃의 "속편"이라고 홍보했지만 사실상 원작 스파이크 아웃에 플레이어 간 대전 기능을 넣은 것에 지나지 않고, 게임 밸런스에도 문제가 많아 바로 게임센터에서 사라져 버렸다.

 

 

  넓은 필드의 자유로운 액션이 장점이었던 게임에서 필드를 줄이고 대인전 위주로 게임을 바꿔 버리면 무엇이 남을까? 당시의 세가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미스를 많이 저질렀는데 이 게임 역시 그러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묻혀 버렸다고 생각되었던 스파이크 아웃이었으나, 네트워크 기능을 기본으로 갖춘 XBOX가 발표되면서 예전 통신 대전 기능을 활용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풀고 싶었는지, 2005년 스파이크 아웃의 정식 속편 "SPIKE OUT BATTLE STREET"가 발매된다.

 

 

 당시 최신기종이었던 XBOX로 발매된 만큼, 상대적으로 그래픽도 좋아지고 게임 구성도 전작들보다 많이 안정되어 보이긴 하지만, 이미 전작들의 이미지가 강해서였을까? 큰 인기는 끌지 못한 채 네트워크 서비스도 종료되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간 게임이 되어버렸다.

 나름대로 세가로서도 많은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었던 시리즈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렇게 호응받지 못하고 사라진 게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베어너클의 속편으로든 스파이크 아웃의 속편으로든 다음 작품은 나올 수 있을까? 통신 협력 플레이를 사용한 자유도 높은 액션 게임이란, 일견 알기 쉬운 컨셉이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PC 온라인에 비슷한 시도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실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는 많지 않다. 하지만 세가의 베어너클과 스파이크 아웃을 좋아했던 유저로서, 그리고 이러한 격투 액션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로서, 보다 치밀하게 준비해서 제대로 된 네트워크 액션 게임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댓글 : 2 개
정말 글만 읽어도 세가스럽군요. 세가가 아니면 하지 않는...그래서 전 세가를 좋아합니다 ㅎㅎ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너무 유익한 정보네요. 이런 글 너무 좋아합니다.^_^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