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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 [문명] 가카가 문명하셨습니다 - 1 -2010.10.14 PM 08:30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파란 지붕 밑의 익숙하던 침실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허름한 것이 어릴 적 시골집이 떠오른다.
“이상하군.”
잠시 생각을 해본다. 전날의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본다.
보좌관에게 정책 현안에 대해서 일임을 시켰다.
G20에 대한 여론을 살펴봤다.
그런 후에 문화부 장관한테서 추천을 받은 문명이라는 것을 해봤다?
-여기에서 기억이 끊겼다.
“내가 존경하는 간디를 만난 것 같은데…….”
간디와 뭔가 거래를 하는 시점에서 의식이 끊겼다.
그리고 기억에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
“나는……누구지?”
시장? 대통령? 아니 시장이 뭐지? 대통령은 뭐고?
“지도자님!”
아직 혼란을 수습하기 전 누군가가 실내로 들어왔다.
내정장관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명하신 강가로 도착했습니다.”
강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익숙한 단어. 설레게 하는 단어. 운명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개척자더러 도시를 확장하라 할까요?”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4대강…….”
“네?”
“아니, 강이 하나로는 부족해. 근접하는 다른 강은 없는가?”
“다른 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근처에 산은 있습니다.”
산이라는 말에 불현 듯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
커다랗고 네모난 뭔가를 쌓아서 만드는 벽.
그 벽이 이어지고 이어진 거대한 불가사의.
“……쌓아.”
“네?”
“성을 쌓으면 되겠어.”
“산성이군요. 이름은 어떻게 할까요.”
“내 이름을 붙이면 되겠군.”
산성을 쌓을 것을 지시한 후, 다시 혼자가 된 실내에서 그는 생각에 잠겼다.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지금의 자신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사고방식은 같지만 불쑥불쑥 드는 이질감.
미처 융합되지 못한 잔재가 남아있는 기분이다.
* * *
“……가카”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양파 같은 기분이 드는 남자다.
희미하게 웃는 얼굴로 사라지는 그에게 말했다.
“너와 난 동문이잖아!”
그 순간 눈이 떠졌다. 또 하루가 지나 있었다.
눈앞에는 처음 보지만 역시 낯설지 않은 외교내정자가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지도자님.”
“……뭔가 그리운 이를 본 것 같군.”
머리를 한 차례 내저은 그는 외교내정자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우리 문명이 다른 문명과 조우했습니다.”
“다른 문명?”
“밖에 있는데 안으로 들일까요?”
잠시 후. 고압적인 이미지를 주는 다른 문명의 사신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신은 자신이 아메리카 문명에서 왔다고 했다.
'아메리카!‘
문명의 이름을 들은 그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
간과 쓸개까지 빼주고플 정도의 배려심이 무럭무럭 솟았다.
아메리카가 사람이라면 똥을 싸고 난 후의 똥꼬까지 핥아주고플 정도였다.
“당신들과 국경개방을 했으면 합니다.”
국경개방을 원하는 아메리카의 사신에게 그는 자신도 모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아메리카의 사신이 떠난 후, 외교내정자는 잔뜩 굳은 얼굴로 그에게 따졌다.
“지도자님 어째서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입니까?”
“국경개방에 그들에게 다소의 금을 받기로 한 것이 어때서 말인가?”
“우호를 위해서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뭐가 문제지?”
“그 댓가로 우리 문명에 필요 없는 ‘소’를 무제한 받아들이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그 정도가 어때서 그런가. 더 잘해주지 못 해서 미안한 기분이 들거늘.”
“이대로라면 우리 문명의 행복도가 떨어지고 맙니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황당한 표정이 된 외교내정자는 뭔가 말하려다 입을 굳게 다물곤 자리를 비켰다.
그리고 다음 날 일본 문명의 사신이 왔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일본 문명의 사신은 국경개방에 이어 한 가지를 요구했다.
“당신 문명의 차지하고 있는 도시 중 섬 도시 하나를 우리에게 주시오.”
당장이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내어주려는 그를 외교내정자가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다.
그 시선에 헛기침을 한번 한 그는 일본 문명 사신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금은 곤란하오. 잠시 기다려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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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슨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없는 순수한 문명 팬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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