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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진설(真説) 야규 일족(柳生一族) #352017.03.28 AM 06:58
제 3 장 전설의 검호(剣豪)를 베다 -야규 쥬베에(柳生十兵衛)의 진실
◎ 신카게류 병법의 체계화를 노리다
~ 야규 쥬베에(柳生十兵衛)가 서른한살 때 저술한 처녀작『飛衛(히에이)』는, 신카게류(新陰流)의 검리(剣理)를 켄(見: 메츠케. 즉, 적의 움직임을 살피는 방법), 키(機: 상황파악에 따른 회피), 타이(体: 심법)이라는 세 가지 점으로 압축하여 독자적인 병법론을 구축한 것이었다. 타쿠안(沢庵)에 의해 보정을 거쳐 완성된 논문이었는데, 초고의 어떤 점이 무네노리(宗矩)에게 불만이었던걸까?
다른 전서(伝書)를 통해 추고(推考)하건데, 쥬베에는 문학적 수사(修辞)를 좋아했던 듯 하다.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와카(和歌)를 곳곳에 삽입한다거나, 내외의 고전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거나 하는 것 등을 통해 그렇게 생각한 것인데, 어쩌면, 그런 문학적 취미, 혹은 현학적(衒学的)인 수사법이 소각을 명령했을 정도로 무네노리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아니었을까?
그러한 그의 취향은, 장문의 저작물의 제목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月之抄(츠키노쇼)』『朏聞集(히몬슈)』(「朏」는 초승달을 의미한다)『武蔵野(무사시노)』같은 제목은, 무도(武道)의 전서로는 어울리지 않는... 풍류적 취향의 제목이다.「외눈의 검사」라 여겨지는 그에게는, 문인묵객(文人墨客)스런 풍취를 즐기는 일면이 있었다.
쥬베에가 남긴 전서 중에서도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서른여섯살 때인 칸에이(寛永) 19년(1642)에 완성한『츠키노쇼』이다. 이 서적은, 유조(流祖)인 카미이즈미 이세노카미(上泉伊勢守)와「망부(亡父: 조부인 세키슈사이)」와「노부(老父: 부친인 무네노리)」의 가르침과 구전(口伝)에 나오는 기법(技法)과 철리(哲理)를 종합적으로 비교 검증한 노력작이다.
대체로 하나의 유파의 검리(剣理)라는 것은, 구전에 의해 전해지던 중에 혼동, 혹은 오해가 생겨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쥬베에는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신카게류의 유조 이후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또, 면밀하게 후세에 전하기 위해서 자신의 평가와 해석을 억제하며 써내려갔을 것이다.
그런 탓에『츠키노쇼』는, 후세의 이 유의(流儀)의 전승자, 연구자들에게 있어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서적이라 여겨지기에 이르고 있다.
쥬베에는『츠키노쇼』서문에 가전(家伝)인 병법을 연구하기 위해「선조들의 흔적(후계자)」을 찾아간다거나,「아는 분」을 방문하거나 했다고 한다. 12년 동안 야규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고백한 쥬베에지만, 야규 주변 지역에는 드나들고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는, 그다지 멀지 않은 키슈(紀州) 와카야마(和歌山)의 한시(藩士)인 키무라 스케쿠로(木村助九郎)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무네노리의 고참 제자인 스케쿠로는, 구전을 들어두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였을 것이며, 서로 검을 겨뤄보며 연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을 것임에 틀림 없다. 키무라 스케쿠로가 저술한『兵法聞書(헤이호키키가키)』에는, 곳곳에서「미츠요시 공(三厳公)」이라는 존칭이 사용되고 있다. 쥬베에가 직계 제자인 모리 유안(森祐庵: 한노스케)들에게 가르침을 준 사실도 기록해 두고 있다.
『츠키노쇼』서문에는 또, 다양한 억측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 가득하다.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원문은 私ならず),「산(山)」으로 헤치고 들어갔다고 말하는 그「산」은,「온미츠(隠密)」임무에서 사용하는 암호나 다름 없다고 보는 설을 내세운 추리 작가도 있다.
이「산」이, 검도(剣道)의 끝도 없는 심오함을 의미하는 은유였다는 것은, 서문 말미에 덧붙인 다음과 같은 와카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月よよしよよしと人のつげくれど まだいでやらぬ山影のいほ】
현재, 이 글을 저술한다고 해도, 심오한 검의 길을 헤치고 들어간 자신은 아직 이것을 다하지 못했다... 고 도회(韜晦)한 노래다.
항간에서 말하는「그림자 일족(陰の一族)」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야규 쥬베에는, 사실 검의 길에 있어서 진지한 구도자(求道者)였던 것이다.
이『츠키노쇼』의 저술에서 구도자 쥬베에가 뜻한 바는, 가전인 신카게류 병법을 시대에 어울리는 형태로 체계화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난해하고 신비한 표현을 배제시키고, 구체적으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게 평이하게 기술할 필요가 있었다. 이 서적을 저술하던 중에 그는 그것에 도전했다.
신카게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자신이 먼저 공격해서 상대를 이기는 검이 아니라, 적의 몸과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실로 힘겨운 검리를 본지(本旨)로 하는 유의였는데, 그 비사(秘事)라 여겨지는 철리로「세이고스이(西江水)」라는 가르침이 있다. 무네노리의 법명(法名)인「세이고인덴(西江院殿)」에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이것은 비결 중의 비결이라 여겨지는 이치이다.
이는 원래 선어(禅語)로, 다음과 같은 고사(故事)에서 인용하고 있다.
당나라(唐) 시절 중국(中国)에,「마조 대사(馬祖大師)」라 불리운 선승(禅僧)이 있었다. 걸어갈 때의 발걸음은 느릿느릿한 소와 같았으며, 혀가 이상할 정도로 길었고, 힐끗 노려보는 눈매가 호랑이의 그것을 방불케했다 한다.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은 마조 도일(馬祖道一)이라 하며, 사실은 강서지방(江西地方)의 마조 산(馬祖山)에서 독자적인 선풍(禅風)을 거양(挙揚: 불교의 진수를 깨우침을 나타내는 것)한 고승이었다.
어느날, 그런 마조 아래에서, 방 거사(龐居士)라는 재가 수행자가 찾아와 참선했다. 이 거사는 호남지방(湖南地方)의 형주(衡州)의 태수(太守)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세간에서 말하는「안녹산의 난(安禄山の乱)」이라는 소란에 휩쓸린 이 시대의 괴로운 인생에 고민하여, 집안 정원에 암자를 세워 좌선을 하며 살았다. 마조 대사를 찾아갔을 때, 방 거사는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떤 시대나 권력, 인간에게도, 유착(癒着)하지 않고 주체성을 잃지 않은 채 자유자재인 인격이란 무엇입니까?」
대사는 이렇게 답했다.
「자네가 서강(西江)의 물을 전부 마셔보지 않고서는 답을 할 수 있겠는가?」
현재의 마카오(澳門) 서쪽 만(湾)으로 흘러들어가는 서강이라는 대하(大河)가 있다. 그 강에 가득 찬 물을 한 입에 들이켜 보게... 라고 마조 대사는 말한 것이다. 요컨데 전세계를 자신의 뱃속에 담아내는 것, 우주와 일체화하는 것, 그렇게 한다면 어떤 일이 닥쳐도 주저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던 자유자재인 상황이 그곳에서 열리게 될 것이란 뜻이었다.
이 선문답에서 이름을 지은 신카게류의「세이고스이」에 대해, 무네노리는『截合極意心持(키리아이고쿠이코코로모치)』라는 전서에「みるやいなや、ちやくとひつとり、きくやいなや、ちやくとひつとるを、西江水と申候」라 썼는데, 요는 돌과 돌을 맞부딪히게 했을 때에 빛이 튀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유자재로 변하는 마음의 움직임, 마음가짐을 뜻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음이 사방팔방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어떤 일에도 주저하지 않는 경지... 타쿠안이 말한「부동지(不動智)」도, 이것을 가르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세이고스이가 말하는 심법(心法)을 사용할 수 있는걸까? 너무나도 추상적인 탓에 일반적으로는 그 묘미가 잘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신체의 움직임에 빗대어 설명해줄 수 있다면, 연습하는 데에 편의를 가져다 줄 것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쥬베에는 세키슈사이(石舟斎)와 무네노리의 구전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즉, 그 마음가짐에 대해 조부인 세키슈사이는「엉덩이를 내려라」, 부친인 무네노리는「엉덩이를 붙여라」라는 식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하며, 무네노리가 가르치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항문을 중심으로「내려가는」것 보다, 엉덩이를「붙이는」듯이 하는 게 신체나 손발에 자유로운 움직임을 취할 수 있게 하며, 그것이 세이고스이의 심경(心境)으로 연결되는 것이라 평가한다.
꽤 전문적이라 입문하기 어렵지만, 쥬베에가『츠키노쇼』를 통한 시도, 그 컨셉의 일부분은 제대로 보여준 게 아니었을까?
쥬베에는 야규 마을에 틀어 박혀있는 동안, 엄청난 수의 제자들을 가르쳤다 한다. 도장은 야규 가문의 보다이지(菩提寺)인 호토쿠지(芳徳寺: 나라 시 야규시모 쵸)로 가는 언덕길 바로 앞인, 현재의 시영 주차장으로 된 곳이 그 유적지로, 통칭「마사키자카 도장(正木坂の道場)」이라 불리운 곳이다.「이가 고개의 원수 토벌(伊賀越えの仇討)」로 유명한 야마토(大和) 코오리야마 한(郡山藩)의 로닌(浪人)인 아라키 마타에몬(荒木又右衛門)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쥬베에의 제자였다고 보는 설도 있다(그에 대한 검증은 쉽지 않지만).
그런 제자들을 지도하는 데에는, 신카게류의 지도법을 좀 더 구체화하고 이것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츠키노쇼』의 행간에는, 그러한 마음이 담겨있었으리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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