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번역] 시대극의 오류 찾기 #462017.09.20 PM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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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03장 -말(言葉)에 관한 거짓과 진실

 

 

◎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본명을 부르지 않는 게 철칙(鉄則)

~ 야규 무네노리(柳生宗矩)라는 검술가가 있다. 토쿠가와 쇼군(徳川将軍) 가문의 검술 사범을 도맡고, 초대 오오메츠케(大目付: 당시의 호칭은 소메츠케)를 거쳐 야마토(大和) 야규노쇼(柳生庄)를 영유하는 다이묘(大名)로까지 출세했는데, 그의 풀네임은 야규 마타에몬 무네노리(柳生又右衛門宗矩) → 야규 타지마노카미 무네노리(柳生但馬守宗矩)로 변천하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시대극에서 무네노리에게「야규 님(柳生殿 or 柳生様)」「무네노리 님(宗矩殿 = 宗矩様)」같은 식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는 커다란 실수이다.

 묘지(苗字: 성씨)나 이미나(諱: 휘호)를 부르지 않는 게 철칙(鉄則)으로, 이럴 경우 무네노리에게는「마타에몬 님(又右衛門殿 or 又右衛門様)」(1629년에 타지마노카미로 임명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타지마노카미 님」)이라 부르지 않으면 안 된다.

 어째서인가 하면, 아직 주살(呪殺)이라는 미신이 남겨져 있던 시대라, 온묘지(陰陽師) 같은 이들이 사용하는 수법으로 여차하면 노린 적을 주살하는 데에는 표적이 된 인물의 본명을 알 필요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일본 신토(神道)에서는「코토다마(言霊)」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고대의 애니미즘(animism)의 수많은 언어는 주력(呪力)을 가졌다고 여기고 있었고, 이러한 생각 방식은 그후에 탄생한 종교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자면, 주살을 청부받은 온묘지는 의뢰받은 상대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으로, 술법을 건다. 때문에, 가짜 이름을 사용하는 대응책으로 본명이 알려져서 저주를 거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어리석게 본명을 내뱉는 것 만으로 저주가 걸린다는 생각도 일반적이었던 시대인지라, 때문에「諱(휘호) = 忌み名(이 경우에도 보통은 휘호를 뜻하지만, 어원으로 따지면 "꺼려야 할 이름"이라는 의미) (둘 다 이미나로 읽는다)」인 것이다.

 즉, 야규 가문과 적대하는 세력이「야규 이 놈!!」하며 매도하는 상황이라면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이외에는 없다. 에도 성(江戸城) 안에서「타지마노카미」라 하면, 무네노리 이외에는 타지마노카미라는 즈료나(受領名)를 가진 이는 없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야규 무네노리임을 알 수 있다.

 가령 같은 관위를 가진 이가 중복되어 존재할 경우에는, 하위에 있는 이가 즉시 개칭하는 게 철칙으로 되어 있었다.

 그 전형적인 예로는, 문호(文豪)인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고조부이자 막말(幕末)에 칸죠부교(勘定奉行), 가이코쿠부교(外国奉行), 쿄토히가시마치부교(京都東町奉行), 오오메츠케, 와카토시요리(若年寄)로서 활약한 나가이 나오유키(永井尚志)를 들 수 있다. 

 나가이는 안세이(安政) 2년(1855)에 겐바노카미(玄蕃頭)로 임명되었는데, 분큐(文久) 원년(1861)에 타누마 오키타카(田沼意尊: 타누마 오키츠구의 손자)가 와카토시요리로 발탁됨과 동시에 겐바노카미로 임명되었다. 

「동시에 같은 관명(官名)을 가진 자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에 의해서 오키타카보다 아랫사람인 나가이(타누마는 다이묘였지만, 나가이는 신분이 높은 하타모토)는, 즉시 몬도노카미(主水正)로 전임되었다. 덧붙여, 케이오(慶応) 3년(1867)에 타누마가 해임되면서 나가이가 후임 와카토시요리로 임명되었을 때에, 겐바노카미로 복귀했다. 

 이렇듯 에도시대(江戸時代)에는「관위를 말하면 누구를 가르키는지 즉시 알 수 있다」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사쿠라다몬가이의 변(桜田門外の変)에서 살해당한 타이로(大老) 이이 나오스케(井伊直弼)는 카몬노카미(掃部頭)였는데, 일일이「이이 카몬노카미 님」이라 할 필요도 없이 그저「카몬노카미 님」이라는 것 만으로 이이 나오스케임을 알고서 범행이 치러졌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휘호가 나오는 것은, 쇼군이 가신에게 편휘(偏諱)하는(쇼군 자신의 휘호 중 한 글자를 가신에게 주는 행위) 경우 뿐이다. 

 제 8대 쇼군이 된 토쿠가와 요시무네(徳川吉宗)는, 부모 슬하에 있던 시절에는 요리카타(頼方)라는 이름이었는데(키이 토쿠가와 가문의 개조인 요리노부의 휘호에서 한 글자를 받았다), 제 5대 쇼군인 츠나요시(綱吉)를 알현했을 때에 휘호 중「吉」를 편휘받아서 요시무네로 개명, 동시에 에치젠(越前) 카즈라노(葛野)를 영유하는 다이묘로 발탁된다. 

 참고로 고인(故人)이 된 사람에게는 계명(戒名)으로 부른다. 예를 들어 요시무네가 죽은 뒤에 요시무네를 가르켜 말을 할 경우에는 「우토쿠인 님(有徳院様)」이라 부르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러한 철칙을 지키지 않는 시대고증이 잘못된 시대극도 유감스럽지만 매우 많다. 

 또, 다이묘의 부인 등은, 남편이 죽으면 불문에 들어가 계명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 마찬가지로 불문에 들어간 이후에는 계명으로 불리운다.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의 부인인 마츠(松)의 계명은 芳春院殿花巖宗富大禅宗定尼지만, 일부를 줄여서「호슌인 님(芳春院殿)」이라 부른다(일반적으로「院」까지 세 글자를 호칭으로 한다). 

 또, 남성이라도 생전에 불문에 들어가 계명을 받은 인물에 관해서는 계명으로 불렀다.

 계명에는 당연하게도 적으로부터의「저주(呪)」를 봉쇄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관위나 역직보다도 상위에 오기 때문이다. 

 큐슈(九州)는 히젠(肥前)의 히라도(平戸)를 영유하며, 신교토류(心形刀流)를 시작으로 각종 무술을 섭렵한 달인으로 알려져 있으며,『캇시야와(甲子夜話)』의 저자로서도 유명한 마츠라 세이잔(松浦静山)은 정식으로는 마츠라 이키노카미 키요시(松浦壱岐守清)로, 일반적으로「호(号)」라 일컬어지는 세이잔은 생전에 받은 계명이다.

 마츠라 세이잔의 풀 계명은 豊功院殿静山流水大居士로, 이중 두 글자를 호로 쓴 것이다.  

 

댓글 : 2 개
어휴 복잡하네요.
이런건 정독해줘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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