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번역] 하야세 미사 -하얀 추억 #042017.09.30 PM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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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스케치 #02 上

~ 이윽고, 파티도 끝날 때가 다가왔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갔다. 라이버 부자는 미사가 만류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다. 결국 이 두 사람도 돌아갔고 넓은 저택은 또 다시 조용함을 되찾았다. 

 평소때라면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집안의 조용함도 파티의 떠들썩함 뒤에는 쓸쓸한 기분이 들고만다. 

 미사의 어머니와 도우미들의 그릇 정리하는 소리도, 호젓한 공간을 만들어줄 뿐이었다. 미사는 겨우 발이 닿을 것 같은 어른용 의자에 깊숙이 앉아서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오른손 새끼 손가락에는 어째서인지 손수건이 묶여있다.

 그때, 라이버 부자를 문까지 배웅해주러 갔던 아버지가 돌아왔다.


「오늘은 수고가 많았소」

「아뇨」


 어머니는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그릇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언제나 조용한 성격이라 파티 때는 잘 찾아보지 않으면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외모였지만,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항상 남편 뒤에 서있는 고풍적인 여성이었다. 


「오늘 요리는 정말 맛있었소」


 아버지는 그릇을 정리하는 어머니를 말렸다.


「오늘은 충분히 일하지 않았소. 뒷정리는 도우미들에게 맡기시오」

「아뇨,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럼 나도 함께 정리를 도와주리다」


 그렇게 말하며,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뒷정리를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아버지의 손놀림이 어색했다. 거기에 반해 어머니는 능숙하게 그릇이나 잔을 정리해 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호흡은 딱딱 맞아떨어졌다. 

 평상시의 아버지도 좋았지만, 역시 어머니에게 상냥하게 대해줄 때의 아버지가 가장 좋은 미사였다. 미사는 사이 좋은 두 사람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도 자기가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그녀는 살며시 의자에서 일어나 잘 자라는 인사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침대에 들어간 뒤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만큼 오늘 파티는 즐거웠다. 미사는 조금 전 라이버와 한 약속을 떠올렸다.


「이쪽으로 올 때 VTOL 창에서 봤는데, 뉴 토쿄는 대단히 번영했더군요」

「뉴 토쿄는 처음인가?」

「네. 그래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천천히 구경하게나」

「그럼 제가 안내해줘도 될까요?」


 미사가 끼어들었다. 라이버는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금새 싱긋 웃었다. 


「고마워요.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께서 뉴 토쿄를 안내해주시겠다니, 기쁘네요. 준장님 괜찮겠습니까?」


 하야세 준장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미사는 아버지가 거절하는게 아닐까 내심 불안했다.


「괜찮죠 아버지?」

「흠. 뭐, 라이버 군이라면 안심할 수 있겠지」

「다행이다」


 미사는 덩실거리며 기뻐했다.


「그럼 다음주 일요일. 약속했어요」

「알겠어요. 다음주 일요일이죠?」


 귀여운 새끼 손가락이 라이버의 눈 앞으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그저 멍하니 그 손가락을 바라볼 뿐이었다.


「손가락 걸기예요. 모르나요?」

「유감스럽게도 독일에서는 그런 풍습이 없거든요」

「이렇게 하는 거예요」


 미사는 라이버의 오른손을 잡고서 새끼 손가락과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그는 그녀가 하는대로 따라하면서 그녀의 천진난만한 행위를 재미있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손가락 걸고 약속했으니, 거짓말 하면 벌받아요」

「이거 약속을 깨면 큰일 나겠는걸요」


 라이버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미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전등을 켜고 달력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붉은 사인펜으로 다음주 일요일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쳤다.


「오늘은 목요일이구나」


 눈썹이 귀엽게 올라갔다. 달력 위에 그려진 날짜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날 수를 두, 세번 세어봤다.


「싫다... 3일이나 남았잖아」


 하지만 그 3일은 앗 하는 사이에 다가왔다.


「기다렸죠?」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저도 방금 왔는걸요」


 라이버는 웃으며 답했다.


「죄송해요. 나오는 데 갑자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와서」


 실은 오늘 입을 옷을 고르느라 늦은 것이었다. 멋지고 화려한 옷을 입어본다거나, 시크한 디자인의 옷을 입어본다거나 하다보니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결국 고른 것은 익숙한 하얀 옷이었다. 다소 어려보이긴 했지만, 그녀는 그옷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갈까요 라이버 씨」


 그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저기... 그 "라이버 씨"라는 말 쓰지 않으면 안될까요」

「왜죠?」

「제 주변 사람들은 어른들 뿐이라서 "라이버 씨"라고 부르고 있긴 한데, 이게 익숙해지지 않아서요」

「알겠어요, 라이버」


 미사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이상한 기분이야. "씨"라 불렀던 사람을 2초도 안되서 그냥 이름만 부르게 되다니...」

「자, 갈까요?」


 그렇게 말하며 앞 선 라이버는 씹었던 검을 종이에 싼 것을 잔뜩 휴지통에 버렸다. 미사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약속한 시간에 제때 도착했을 것이다. 그녀의 작은 가슴이 아려왔다.

 두 사람은 신쥬쿠 무역 센터 빌딩에 있는 회전 전망대로 올라갔다.


「봐요, 저기 낮은 건물이 나란히 서있는 곳이 아오야마. 커다란 묘지도 있지만...」


 빌딩과 빌딩 틈새에서 철골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뉴 토쿄 타워. 이 빌딩보다 50m 정도 낮아요. 원래의 토쿄 타워는 좀 더 저쪽에 있어요, 여기선 잘 안보이지만. 앗, 빌딩 숲 사이로 들어가버렸어」


 뉴 토쿄 타워는 난립해 있는 빌딩 숲 속으로 숨어버렸다. 첨탑 끝만이 헛되이 빌딩 저편으로 이동해 갔다.


「라이버가 태어난 곳은 어떤 느낌이예요? 이런 느낌?」


 미사는 창 밖을 가르켰다. 초고층 빌딩은 바벨탑 처럼 우뚝 솟아 있고, 신궁 외인 등은 그 사이에 묻혀있을 뿐이었다.


「상당히 달라. 내가 자란 렘은 시골이니까. 이런 대도시가 아니거든」

「렘인가요?」


 그렇게 답했지만, 미사는 그런 지명을 처음으로 들었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 조용하고 좋은 곳이야」

 

 라이버의 눈에는 고향인 렘의 풍경이 비쳐졌다. 녹음으로 가득한 산야, 넓게 펼쳐진 전원. 소는 풀을 뜯고, 새들은 높이 날며 울었다. 숨을 쉬면 부드러운 초여름 향기가 코끝을 건드리는 곳.

 그런... 지극히 평균적인 독일의 시골 지역이었다.


「가보고 싶어요, 라이버가 자란 곳이라니...」


 미사의 대답에 라이버의 몽상은 깨졌다. 고향의 풍경은 희미해지고, 방금까지 고향의 풍경이 있던 저편에서 초고층 빌딩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사라져버린 몽상을 아쉬워했다.

 상공에서 전망을 즐긴 두 사람은 아래로 내려왔다.

 신쥬쿠는 언제나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요란한 옷차림이 거리를 가득 매우고 있어 거리는 색채 안에서 비명을 질러댄다. 공기는 젊은 내음으로 괴어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최첨단 거리였다.

 쇼윈도에 장식된, 누구나 갖고 싶어할 법한 물건, 옷, 구두, 악세서리... 두 사람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고 그러한 물건을 구경했다. 

 하라쥬쿠, 시부야, 롯폰기... 라이버는 좀 더 역사적인 명소를 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미사가 안내한 곳은 그런 장소였다. 열두살 소녀에게 있어서 토쿄는 그러한 땅이었던 것이다. 물론 젊은 라이버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즐거운 구경이었다. 다만, 젊은 외국인이 생각하고 있던 토쿄와, 어린 일본인 소녀가 파악하고 있던 토쿄가 아주 약간 다를 뿐이었다.


「배고프지 않아? 식사라도 하자」


 라며 라이버가 말했다. 확실히 이미 식사를 해도 좋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권유도 미사를 곤혹스럽게 했다. 분명 집에서는 식사를 만들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집은 외식을 엄격히 금하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줘요. 집에 전화 좀 하고 올께요」


 라고 말하며 예쁜 종아리가 전화 쪽으로 뛰어 갔다. 

 10m 정도 떨어진 라이버가 있는 위치에서도 그 표정 변화는 파악될 정도였다. 주저하며 수화기를 쥔다. 그리고 카드를 꺼낼 때까지 또 다시 주저해버린다. 번호를 하나 하나 천천히 누르다, 마지막 번호를 누르기 전에 수화기를 놓아버렸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전화를 건다. 

 호출음 사이에 불안감이 얼굴을 스쳐 간다. 하고 싶은 말을 꺼낼 때까지 또 주저하고, 말해버린 뒤에는 고개를 움츠린다. 그랬다가 놀라고, 그리고 기뻐한다. 수화기를 내려놓을 무렵에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이것이 그녀의 첫 모험이었다. 

 

댓글 : 2 개
미사 좋죠
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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