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Beauty is within us2015.07.31 PM 05:38
공각기동대에서 몇 번이고 곱씹어가면서 봤던 에피소드는, 바로 SAC 제2화, '폭주의 증명'이다.
이 에피소드는 종교적 이유로 기계의체화를 반대하는 부모때문에 기계의체를 사용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은 다각전차설계사 카고의 이야기다. 모든 소설의 모티브는 궁극적으로 현실에 있다고, 이 에피소드의 모티브를 굳이 찾자면 여호와의 증인의 수혈반대 정도겠다. 그들은 자신이 죽거나 가족이 죽는 경우라도 종교적 이유때문에 수혈을 반대한다. 따라서 대량출혈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장기이식과 같은 수술이 필요한 병에 걸리더라도 그들은 죽음을 택한다. 카고의 이름의 의미가, 신의 "가호" 라는 의미를 볼때, 이 에피소드는 종교와 인체 개조에 대한 것을 가장 표면에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난 이 에피소드를 다른 관점에서 더 감명깊게 보았다. 나는 카고가, 강철의 몸이 되어서 자신을 종교로 억압하던 부모에게서부터 도망치는 것도, 그들을 죽이려는 것도 아니라, 그들에게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죽음까지 무릅쓰면서 갔다는 것이다.
그것은 부모에 대한 반발이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너무나도 부모를 잘 따랐기 때문에 생겼다는 것에 주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착한아이 증후군' 이라고도 불리는 부모에 대한 억압적 순종에 의해 생겨난 욕구의 불균형은, 어릴때는 부모의 요구에 대하여 순종적으로 따르지만, 커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모가 요구하길 원하는, 능동적 의존성(?)이 생기게 된다. 부모는 늙고, 원래 불같은 성격이었던 사람이라도 성격은 둥글어져만가고, 과거와는 다르게된다. 하지만 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고, 어쩌면 부모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늙은 부모에게 요구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라고'. 자신의 가치판단 기준의 원형인 부모에게 가치판단을 강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은 틀리지 않았고, 계속해서 착한아이로 있을수 있기 위하여'다.
카고가 부모에게 간 것, 그것은 자신의 강철의 모습을 인정해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였다.
"날 보세요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이렇게 다시 태어났어요. 어서, 멋진 모습이 되었구나 하고 말해줘요..."
난, 카고를 볼때마다, 끔찍할 정도로 가슴이 아프다.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성격, 그 이전에 카고의 가치판단의 기준 자체가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했다. 표면상으로 조차. 속된말로, 이런 성격을 '마마보이'라고 부른다.
공각기동대가 가진 수많은 명곡중 하나인 'Beauty Is Within Us' 는 정말 이 에피소드를 위해서 존재하는 곡이다. 가사 하나하나가 전부 카고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독립되지 못하고, 자아는 부모의 가치판단 기준아래에서 낮아질대로 낮아져버리고, 노래 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에 대한 한탄이며, 자기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은 모두 자신의 부모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카고와 비슷하게, 가사에서도 마지막 조차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Beauty Is Within Us.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단다.
...
And my mistake was much too late,
But Your mistake was trusting that out of grief,
a goodness comes, and love comes out of lusting.
나의 잘못은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것 이지만,
어머니, 당신도 믿음에 눈이 멀었던거예요.
한탄 끝에 행복이, 탐욕 끝에 사랑이 올거라고...
...
아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날 여기서 구해주소서!
O mother dear, let me out of here!
상황은 다르지만,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도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비슷한 기술이 나온다.
"이 비참한 육체를 입힌 것은 당신이므로, 벗길 수 있는 것도 당신입니다."
카고는 가호가 아니라, 구원을 원했던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맥락은 다르다만, 공각기동대 2기에서는 이름 자체에 구원의 의미가 담긴 남자가 나온다.
P. S. 이런 것들을 이렇게나 효과적으로 전달한 카미야마 켄지 감독은 천재다! 동쪽의 에덴도 공각기동대 만큼이나 수작이고. 다만 2013년 이후로 감독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 없다는게 아쉬울뿐. 뭔가 또 제작해주면 좋겠는데.
댓글 : 0 개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