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Re: 괴물의 아이-12015.08.17 PM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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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어서 일어나거라. 넌 오늘부터 우리가 돌봐주마"

창틀에 쭈그려 앉아있는 조그만, 기껏해야 10살도 되지 않을게 분명한 아이가 창문바깥을 바라보면서 말을 들은체 만체하고 있었다.

"네 어머니 일은 우리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교통사고잖니. 아쉽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었어"

"..."

"말을 들었으면 대답이라고 하는게 어떠냐!"

타이르는건지 재촉하는건지, 렌을 닦달하고 있는 것은 말하고 있는 것은 상복을 입은 외숙모와 외숙부 그리고 후견인 등으로 관련된 검은색 옷을 입은 변호사들 이었다. 그렇다. 렌의 어머니는 얼마전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빠는 오지 않은거야?"

"그 인간은 이미 바깥사람이다. 친자 소송 결과도 우리가 친권이 있다고 인정했어. 부족함 없이 길러주마. 자, 어서. 우리와 함께 가자"

알 수 없는 어려운 말들. 친자 소송은 뭐고 친권은 또 뭐란말인가. 그 말의 의미는 9 살의 렌에게는 혹독한 현실 속의 말이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부족함없이 길러준다거나 그런건, 도무지 그에게는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가 놓고선, 부족함이 없이, 라니. 렌의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것은 분노였고, 그 속에 앙금진 것은 슬픔이었다.

"네놈들 따위 없이도, 혼자서, 살 수 있어"

"어른들에게 그게 무슨 말 버릇이냐 렌!"

순간, 렌이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어떤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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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렌이 도망쳐나온 그 시간대의 시부야거리에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보호자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어렵지 않게 그 사정을 예측할 수 있었다. 가출이나, 미아가 되었거나. 하지만 렌은 둘 다 아니었다. 렌에게는 돌아갈 집도, 어떤 목적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너희들, 미성년이지?. 가출한거지? 서까지 따라와라"

"아니래도"

"그럼 신분증을 보여줄 수 있겠네"

"집에 놔두고 왔다고 아까전에도 이야기 했잖아요"

피부를 검게하는 화장을 한 갸루들이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렌은 알고 있었다. 경찰에 잡히면 다시 그 외숙부에게 잡혀갈 것이다. 렌은 그것이 싫었다. 엄마도, 아빠도 없는 그 어두컴컴한 집으로는 두 번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다,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9살 어린아이에서 입에서 세어나온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 그 말. 렌은 화장품 가게의 큰 전광판 옆에서 중얼거렸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자판가기 하나 보였다. 주머니에 100엔짜리 동전 2장이랑, 1엔짜리 동전 4장, 그리고 낱개 포장된 비스켓이 있었다. 뛰쳐나온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몸은 배고프고 목말라 있었다. 자판기에서 포카리를 샀다. 150엔.

자판기 밑에서 뭔가 흰색 쥐 같은 물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렌은 잠깐 놀란 기색을 하더니 그새 그 작은 흰색 털뭉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리와. 너도 혼자니?"

렌은 비스켓을 조금 부숴서 나눠주며 말했다.

"이름이 뭐니?"

작은 털뭉치는 말에 반응하듯, 고개를 갸웃하며 렌을 바라보다가, 렌의 손 위의 비스켓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배고팠나 보구나. 넌 작고 귀여우니까, 치코라고 부를게"

손 위의 치코를 바라보며 렌은 중얼거렸다. 배가 고팠다. 하지만, 슬픔이 위에 이미 가득 차서,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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