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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절필의 최 작가2015.09.10 PM 02:06
최 씨는 이 근처에는 꽤 유명한 극작가로, 처녀작 '아름다리 고운다리' 로 출세한 사람이다. 다만 그는 외부에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여서, 신문사에서 취재 나왔을 때, 이름 석 자 중에서 성씨 한 자만 달랑 내놓고서 말하길 "나 경상도 출신이요" 가 자기 소개의 다였던 사람이다. 그런 최 작가가 몇 년 전부터 절필 하였으니 누구도 최 작가가 왜 절필 하였는지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아름다리 고운다리는 각선미에 집착하는 한 예술가의 이야기다. 예술가는 어떤 동물을 보아도 사람같은 다리의 형태를 지닌 동물은 드물다는 것을 말하며, 이족보행과 다리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서 고뇌한다. 그러던 도중 그는 공원에서 전쟁에서 양 다리를 잃고 휠체어에서 생활해야 했던 노인을 만나는데, 노인은 언제나 앉아서 생활해야 했기에 하체는 형편없는 몰골이었고, 그런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언제나 다리에 담요를 덮은 채로 생활하는 사람이었다. 노인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 예술가를 본 적이 있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고,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조용히 자신의 무릎에 걸쳐진 담요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예술가는 노인과 대화하게 되는데, 그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다리에 관해서 언급하진 않지만, 분명히 그 둘은 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몇 년 후에 노인이 죽고 예술가는 노인이 타고 있던 휠체어를 받아온다. 그리고 자신의 전시회에 전시하게 되는데, 작품의 제목은 예상할 수 있듯, '아름다리 고운다리' 였다.
최 작가를 알고 지내던 극단장과 몇몇 배우들은 최 씨가 아마 자신의 처녀작 아름다리 고운다리 처럼 뭔가 자기 신념의 전환기를 맞아서 수행의 길에 떠난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에 비해서 최 작가와 개인적 친분이 있었던 동료 작가 몇 사람들은 최 작가가 가장 최근 적었던 외주 각본인 '장 피에르의 일생 제 7화'와 연관지어서 생각했다.
장 피에르의 일생은 지방방송사인 ZBS 에서 만들고 있는 TV 시리즈로, 자신이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인데, 각 화는 노인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야기 하면서 추억에 잠기는 내용인데, 알고보니 전부 영화 및 단편적인 기억들이 조합되고 왜곡된 기억이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웃음을 유도하는 시리즈였다. 최 작가가 각본을 맡은 제 7화는 노인이 샤를 드 골 장군과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실제로는 전쟁영화의 일부였고, 그 영화에 있었던 고증오류를 그대로 말하는 등의 실수, 그리고 실제 그가 증거라고 보여주는 팔에 총칼이 스친 자국 같은 것들은 실제로는 젊은 시절에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서 싸우다가 상대방이 꺼낸 칼에 베인 자국이었다는 것 등으로 망상에 빠진 노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가 될 예정이었는데, 최 작가가 쓴 각본은 좀 달라서, 그 전쟁영화에 고증오류라고 되어 있는 부분이 실제로는 있었던 일 일지도 모른다는 암시와 노인의 팔에 생긴 상처가 영상에서 나오는 베인 곳과 반대쪽 팔에 있다거나 하는 등의 반전 요소를 넣어버려서, 결과적으로 다른 작가에 의해서 수정당했다.
동료 작가들은 최 작가가 이 일로 꽤나 기분 나빠 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작품관에 반한 방송사의 행동에 최 작가가 화가나서 홧김에 절필 한게 아닌가 하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 작가가 절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최 작가는 한국 최대의 고급 호텔 체인으로 유명한 최덕배 사장의 셋째아들로, 최덕배씨가 심장마비로 돌연사하면서 일가 내의 경영권 계승을 위해 호텔 경영을 돕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바빠지면서 대본을 쓸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물론 최 작가의 지인 중에 그것을 아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그렇게 최 작가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 작가는 절필의 신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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