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랩.게임관련] 펄어비스 류휘만 감독이 말하는, ‘섀도우 아레나’와 음악 [오래된 글]2021.12.28 AM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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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임의 요소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 잘 짜여진 시스템, 깊이 있는 스토리, 매력적인 디자인, 그걸 구현하는 뛰어난 그래픽, 호쾌한 액션 정도가 떠오른다. 그런데 실은 여기에 숨은 공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며 앞선 요소들을 부각시키는, 사운드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게임에는 언제나 그만큼 훌륭한 사운드가 뒷받침되기 마련이다.

 

PC, 모바일, 콘솔을 아우르며 ‘검은사막’ IP를 글로벌 서비스 중인 펄어비스는 국내 게임사 가운데 손꼽히는 사운드 노하우를 지닌 것으로 명성 높다. 국산 게임 음악의 산증인 'CROOVE' 류휘만 감독이 진두지휘하는 오디오실은 다양한 악기와 전문 스튜디오급 음향 장비를 보유했으며, 최근에는 음향적인 오리지널리티 확보를 위하여 폴리(Foley) 레코딩 스튜디오까지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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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오디오 장비가 들어 있는 스튜디오.jpg

 

그간 펄어비스는 독일 국립 할레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의 여러 교향악단과 협업하여 이제껏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던 웅장한 사운드를 게임에 입혀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검은사막’은 뭇 게이머에게 ‘음악이 좋은 게임’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 사운드 부문 기술창작상을 받기도 했다.

 

오는 21일(목)으로 출시가 성큼 다가온 배틀로얄 신작 ‘섀도우 아레나(Shadow Arena)’에서도 오디오실의 열정과 활약은 여전하다. MMORPG 원작보다 각 캐릭터의 개성이 강조되면서 사운드가 풀어가야 할 숙제도 더욱 커졌다. 이에 본지는 펄어비스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를 만나 ‘섀도우 아레나’와 게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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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 'CROOVE'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와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 반갑다. 이번에 신작 ‘섀도우 아레나’를 선보이게 됐는데, 먼저 전체적인 음악의 볼륨이 어느정도인지 듣고 싶다

 

: 음악의 개수 자체가 많지는 않다. 음악이 얼마나 많은가 보다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음악 하나하나가 게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곡했다. 물론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 모드나 스테이지가 들어간다면 그에 따라 음악도 늘어날 것이다.

 

● ‘검은사막’이 있긴 하지만 ‘섀도우 아레나’는 장르가 다른 만큼 사운드 제작에서도 차이가 있을 듯하다

 

: 두 작품은 장르부터 다르다. ‘검은사막’은 MMORPG이고 ‘섀도우 아레나’는 배틀로얄이기에 음악의 성격도 역할도 달라진다. 따라서 ‘섀도우 아레나’ 음악을 작곡할 때는 ‘검은사막’을 아예 잊고 완전한 신작이라는 자세로 임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가장 큰 차이점은 캐릭터성이다. ‘섀도우 아레나’는 캐릭터를 선택할 때 그/그녀가 지닌 성격과 배경을 바로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또한 근/중거리에서 다른 상대와 맞부딪혔을 때 서로 사운드의 차이가 잘 드러나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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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섀도우 아레나’는 그간 네 차례 테스트를 거쳤는데, 이 와중에 변경되었거나 사운드 관련 피드백를 받은 부분이 있나

 

: 아무래도 개발 초기에는 제목부터 ‘섀도우 아레나’니까 뭔가 어둡고 삭막한 느낌을 살려야 할 것 같았다. 실제로 ‘검은사막’ 그림자 전장까지만 해도 음악이 상당히 어두웠다. 그런데 막상 테스트를 시작하니 사람들이 게임 시작 전 광장에 모이며 뭔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더라. 그래서 무작정 어둡게 작곡하면 되려 게임성을 헤치겠다 싶었고, 지금은 격투 게임과 같은 경쾌한 느낌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피드백의 경우는 배경 음악을 더 넣어 달라는 요청이 꽤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들어가 있다가 사운드 플레이(여러 환경 소리로 전황을 파악하는 행위)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뺐는데, 아직도 더 넣을지 뺄지 완전히 결정하지 못했다.

 

● 확실히 배틀로얄 장르에서는 사운드 플레이가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나

 

: 원작 ‘검은사막’이나 ‘검은사막 모바일’은 희한하게도 소리를 끄고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음악을 작곡하는 입장에선 그 때문에 의기소침하기도 하고 마음 고생이 심했다. 반면 ‘섀도우 아레나’는 상대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등 사운드가 게임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중점을 둔 부분은 ‘유저에게 필요한 소리가 최대한 잘 들릴 수 있도록 하자’다. 우리도 일상 생활에서 수많은 소리 속에 살지만 그때그때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집중해서 듣지 않나. 그처럼 전투 중에도 사운드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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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중세 판타지 세계관이라 비현실적인 사운드가 많이 들어가지 않나. 그런 건 어떻게 녹음하나

 

: 효과음 작업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직접 녹음한 소스를 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처음부터 전자음을 합성하는 것이다. 또는 두 가지를 서로 섞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마법처럼 비현실적인 소리는 주로 후자의 경우다.

 

● ‘섀도우 아레나’에 들어간 음악은 모두 새롭게 작업한 건가, 원작 ‘검은사막’에서 가져온 것은 없나

 

: 앞서 ‘검은사막’ 리마스터링 업데이트 때 작업했다가 공개하지 않은 드리간 대륙 테마가 있는데, 이걸 ‘섀도우 아레나’ 전용으로 쓰면 좋겠다 싶어서 손봐서 사용했다. 덕분에 아주 에픽하고 심포닉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효과음의 경우 처음에는 ‘검은사막’의 것을 가져다 테스트해봤는데 잘 맞지 않았다. 아무래도 MMORPG에서 효과음은 어느정도 서로 호환되고 공유되다 보니 ‘섀도우 아레나’ 각 캐릭터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더라. 현재는 캐릭터 한 명 한 명, 움직임 하나 하나에 맞춰 모든 사운드를 맞춤 제작 중이며 ‘검은사막’ 관련 소스는 아예 쓰고 있지 않다.

 

 

● 역으로 이렇게 신경 써서 작업한 ‘섀도우 아레나’ 음악이 ‘검은사막’으로 역수입될 수 있지 않을까

 

: 물론 같은 회사다 보니 제작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나 구축한 시스템을 공유할 수는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음악 그 자체를 역수입하진 않지 싶다.

 

● 캐릭터별로 사운드를 맞춤 제작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예시를 들어 설명해주면 좋겠다

 

: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사운드를 떼어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가령 헤라웬은 여린 마법사이기 때문에 핫, 헛! 하는 일반적인 기합 소리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대사도 조곤조곤 말하고 기합도 하~ 허~ 같은 식으로 약하게 주문했다. 같은 맥락으로 슐츠는 마치 태권도를 배울 때처럼 뒤끝을 딱 잡는 기합이어야 했다. 약간 산에서 수련하는 느낌이랄까, 으아아~! 하는 짐승 같은 소리를 원했다. 황금의 바달 같은 경우 게임 내에서 스킬 명칭을 외치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인데, 어쩐지 이 녀석이라면 그래도 어울릴 것 같았다.

 

● 영국의 유명 스튜디오와 협업한 것으로 안다, 혹시 국내 유저가 알만한 성우도 참여했나

 

: ‘더 위쳐 3’, ‘갓 오브 워’, ‘데스 스트랜딩’,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등 다수의 AAA급 게임 보이스오버 녹음에 참여한 베테랑 스튜디오다. 실은 차기작 프로젝트에 일류 성우를 쓰고자 접촉한 것인데, 이왕 협업하는 거 ‘섀도우 아레나’부터 선재적으로 함께하게 됐다. 참여한 성우의 경우 모두 훌륭한 분들이라 누구만 소개하긴 부적절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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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는 국내 이상으로 코로나 사태로 난리인데, 성우 더빙 작업에 문제는 없었나

 

: 해외 더빙의 경우 영국과 중국 상해에서 진행했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한 스튜디오에 모여 작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디렉터도, 엔지니어도, 성우도 다 각자 작업실에서 화상으로만 교류할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작업을 락다운(Lockdown)이라 하더라. 우리는 원활한 작업을 위해 모든 성우에게 화상 회의에 필요한 개인 장비를 지원했는데 이 역시 유래가 없는 일이라 들었다.

 

● 해외 더빙이 그렇게 훌륭하다면, 외국어 음성으로 ‘섀도우 아레나’를 즐기고픈 유저도 있으리라 본다. 옵션으로 지원할 계획인가

 

: 설치 시에는 그 지역에 따른 음성이 기본 설정 되겠지만 본인 입맛대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 폴리 레코딩 스튜디오를 구축 중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섀도우 아레나’에는 관련 작업물이 적용되지 않는 건가

 

: 폴리 레코딩 스튜디오의 구축은 차기작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기작의 경우 콘솔을 기본 플랫폼으로 준비 중이기에 영화적 사운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고, 폴리 레코딩 스튜디오를 통해 사운드 품질이 많이 올라갈 것을 체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향후 ‘섀도우 아레나’ 업데이트와 함께 관련 작업물이 적용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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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국내에서 펄어비스만큼 게임 음악에 신경을 쓰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 다른 게임사들도 음악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내에서 자체 제작을 하기보다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더라. 사실 국내는 게임 음악의 인프라 자체가 협소하다. 북미나 일본은 앞서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크게 발달하여 관련 작곡가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다 게임 산업이 발돋움하며 그 노하우를 그대로 흡수한 것이다.

 

반면 국내는 애초에 그러한 인프라가 없다 보니 이제와 멋진 게임 음악을 넣으려면 외주를 주게 된다. 물론 최근에는 나를 비롯하여 국내에도 게임 음악을 작곡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장은 국내에서 자체 제작할 저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앞으로 언젠가 멋진 게임 음악을 만들어 해외에까지 들려주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

 

●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에게 게임 음악이란 무엇인가

 

: 내가 게임 음악을 하는 이유는, 음악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게임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게임 음악에 남다른 애정이 있기에 가요나 영화 음악은 거들떠보지 않고 게임과 관련된 음악만 계속해서 연구하고 작곡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장르의 게임이 주어지든 거기에 걸맞은 멋진 음악을 선보이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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