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담] 기황후. 문화컨텐츠와 역사왜곡 및 미화2013.10.26 PM 01:14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최근 드라마 기황후에 대한 사극 고증 및 역사 왜곡에 대한 문제가 다시금 붉어지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드라마(문화컨텐츠)일 뿐이다. 그저 실제 있었던 사실을 뼈대로 했지만 허구의 내용을 채운

창작 컨텐츠이다. 말 그대로 가상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드라마를 드라마로 봐달라. 21세기는 과거와 다르다.

다양한 관점과 취향이 생겨났고, 다양한 문화컨텐츠가 필요하다. 드라마를 비롯한 문화컨텐츠들은 교과서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드라마라고 있었던 사실을 왜곡하는 면죄부가 주어질 순 없다. 더군다나 사극이다. 실제 사실을 근거로 한

사극은 대중들에게 단순한 소모적 컨텐츠가 아닌 '지식과 정보'로 받아들이게하는 특성을 가졌고, 대중들에게

획일화된 사고 전파, 그리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스미디어의 특성상 잘못된 역사지식과 역사관을

심을 수 있다. 말초적인 재미를 추구해야겠지만 어디까지나 사극은 고증과 주류 역사관의 관점에 충실한 채로,

실제 사실을 크게 건들이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그리고 이 곳 루리웹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후자 쪽의

관점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역사 왜곡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이 분야는 일종의 성역화가 되어 있다고 봐야겠지요. 저 또한, 이러한 각색과 창작 수준과는 왠지 동떨어져보이는

역사왜곡이나 특정한 (정치적)의도를 가진 작품들에 대해서는 정말 거부감이 들구요.

개인적으로는 저 기황후라는 드라마가 시청률 꼴아박고, 각종 논란 자체가 만들어질 여력 자체가 없이

소리소문없이 파묻혀버렸으면 좋겠습니다만.....(어? 그거 벌써 방영했어? 그리고 그거 벌써 끝났어? 처럼)



한 편으로는 이러한 관점이 무조건 맞기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대학에서 문화 관련 학문을 전공하진 않았고, 교양으로 수박 겉핡기식으로 강의를 듣고 있는데,

지금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이론과는 전혀 다르고, 내가 이론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실제적 실무로써 사회에 체화되어 발생했을 때, 동일한 잣대로 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이론적으로는 이래요.


1.21세기를 이끌어나갈 산업은 문화산업이다. 자동차 1000대를 파는 것보다 영화 한 편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날 것이다. -> 예

2.종교와 이데올로기는 갈수록 사라지고, 인간은 이제 문화에 얽매여 자신의 삶을 근거를 찾을 것이다. -> 예

3.그렇다면 문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젠 문화산업이 발달한 국가가 강국이 될 것이다. -> 예

4.우리나라는 문화산업 육성 초창기 단계라 볼 수 있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문화컨텐츠가 단순히 먹고 노는 것에 불과한 사치이자 낭비라는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 예

5.가장 좋은 양질의 컨텐츠를 만드는 방법은 '각 민족 자신의 문화를 보존하고, 이를 교육하며, 이 것을 변모, 창작, 재매개 등을 하는 것'이다. -> 예

6.문화산업 강국이라 불리우는 영국, 미국, 일본 등의 나라는 이러한 근거에 충실했다. -> 예

7.우리나라는 우리 문화에 대해 소홀히하고, 어떻게 보면 열등감을 가져 서구&해외 문화에 열광해왔다. 이제 우리 것을 한 번 고려해볼 차례이다. -> 예

8.그러면 한 번 우리나라 역사를 이용해서 문화컨텐츠를 만들어보자. 역사 문화컨텐츠를 만드는데 있어 대중적인 재미를 위해 일정 부분 각색할 수 있다. -> 예

9.그렇다면 기황후나 명성황후는 위의 지시를 충분히 이행한 것이다. 이들은 모범적인 사례가 아닌가?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역사왜곡이라 할 정도로 각색이 심하게 되고, 크게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많다. 심지어 일본의 경우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여체화나 외설적인 오타쿠 문화와 결합한 사례가 흔하다.-> ?????



저는 여기에 대해 뚜렷하게 답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머리로는, 이성적으로는 기황후든 뭐든 양질의 문화컨텐츠로

만들어질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다고 생각해요.


한낱 그냥 영국 왕국의 왕 중 하나인 아서왕이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영화나 소설, 그리고 게임 등으로 인해

어찌됐든 구체적인 역사와 내용조차 모르는 제가 '아서왕'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고,

미국 독립과 남북전쟁이라는 실제 사실들을 무슨 이상한 프리메이슨인지 뭔지 음모론과 결합시키거나,

갑자기 느닷없이 뱀파이어나 괴물들이 나왔다는 둥, 심지어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 하나인

링컨대통령이 소싯적 도끼들고 뱀파이어를 사냥했다고 하질 않나, 실제로는 특수부대같은 이미지로 굉장히

신비스럽고 멋져보이는 일본의 닌자는 알고보면 진짜 별 것도 아닌 그냥 더러운 일을 하던 자객에 불과하고,

무슨 풍류와 정의, 의협감을 가져 악에 검을 휘두르는 사무라이도 알고보면 백성들 쥐어짜내던 거렁뱅이들에 불과하죠.


이러한 사례들을 보고 역사학계 일부에서나 '미화'나 '역사왜곡'이라 하지, 모두가 규탄하지가 않습니다.

아주 훌륭한 컨텐츠화라고 치켜세우며, 배워야 할 모범사례로 꼽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상상을 해봅니다.

이순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미형의 남성이 일본놈들 때려잡으면서 모험하는데, 알고보니 남자가 아니라 미인의

여성인데 장군되려고 지금껏 숨겼다든가. 흔히 우리 역사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소모적인 붕당의 당쟁이

알고보면 민주주의 당제 시스템의 초석으로 건전한 관료제 체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온갖 모략과 서스펜션이 있는 정치 드라마, 게임, 소설로 컨텐츠화가 된다거나,

'선비'가 모사이트에서 말하는 씹선비라든지, 우리 역사에서 언급되는 백성들 고혈 쥐어짜서 지들 놀고 먹기만 하고

막상 전쟁터지면 군역도 지지 않으면서 거지같은 신분제도는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한 인간들이 아니라

젠틀맨이라든지, 십자군 전쟁 당시 ~기사단이라든지, 사무라이, 닌자 등처럼 충분히 그 나라와 민족, 문화를

상징하는 컨텐츠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단, 젠틀맨, 사무라이, 닌자 이런 것들은 약간의 사실을 포장하고, 미화시킨 것에 불과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선비라는 계층이 훨씬 더 윤리적이고, 낭만적일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기황후는?

이론적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것에 제대로 부합하는데, 왜 난 여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기황후 관련 글에 비꼬는 댓글로 "나중에 이완용으로 미화드라마 한 편 만들면 되겠네."라고 올라왔는데

진짜 이완용 미화 컨텐츠가 나온다면?

더 나아가 세대대립, 좌우대립, 지역대립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근현대사와 관련해

이승만, 전두환 미화 컨텐츠가 나온다면? (실제 이미 계속 나오고 있는 상태이고)


박정희?



이들에 이해 피해받은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있고, 이들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 논쟁점이 많은 인물들인 동시에

실제적으로 이들이 미화가 되어 대중들이 좋게 생각하게 되었을 때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의 행방은....?


그리고 일본에서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역사드라마나 만화, 게임이 나왔을 때 이 것도 단지 실제와는

다른 단순한 문화컨텐츠로 봐야하는데 나는 왜 분노하는건가?


만일 내가 기황후라든지 박정희라든지 역사왜곡에 민감한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반대하더라도





이런 드라마들도 모두 역사왜곡이자 미화 아닌가....? 이런 드라마들은 허용이 되는 것일까.

세종대왕은 허용이 되고, 박정희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나의 잣대는 불공평한거 아닐까?

성역은 어디까지이고, 어느 정도까지 미화와 각색이 가능한 것일까.


분명 우리 고유 문화나 역사컨텐츠에 각색, 미화, 재매개해야한다는 이론적 내용에 100% 긍정합니다만,

이러한 사례에 직접 대면하니 막상 긍정하기가 어려워지네요.

대중매체의 특성으로 인한 부작용 그리고 우리 한국 사회(교육,정치)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그 파장이 너무

어마어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반대로 내가 너무 대중을 무시하고, 구식적인 생각에

얽매인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또다시 반대로 양질&다양한 문화컨텐츠롤

접하고 싶다는 내 사소한 욕심 때문에 겉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공포가 생기기도 하구요.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까지도 저는 잘 모르겠네요.

과연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단순히 옳고 그름을 떠나 정도의 문제인건지....


댓글 : 6 개
역사에 창작을 가미한 픽션인것까진 좋은데 문구라도 픽션이라는 문구라도 좀 넣어라...
사극이 왜 사극인지. 실제 인물을 등장시키고 실제 역사관을 소재로 쓰는데 스토리는 실제가 아니다? 물론 성균관 스캔들처럼 아예 시대배경만 소재로 쓰고 내용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야 그건 퓨전 판타지 사극으로 봐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최근 우리나라 사극의 문제점은, 실제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쓰면서 전혀 엉뚱한 내용을 가져다 붙이고 "○○의 영웅적 서사시" 같은 문구를 붙이면서 실제 역사인것처럼 포장해 선전한다는 것입니다. 아예 우리는 실제 인물을 등장시켰지만 실제 역사랑은 백만년 정도 동떨어진 판타지입니다. 하면 모르겠으나, 기황후 같은 경우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죠. 또 광개토태왕이나 근초고왕같이 노골적인 환빠성향이 풀풀 풍기는 사극들은 각본가의 성향에 따라 역사적 중요 포인트는 짚지 않고 엉뚱한쪽으로 자꾸 샌다는거죠.

태왕사신기 같은 경우는 배경이 워낙 사료도 별로 없는 고조선이니 판타지 사극으로 봐야 하겠고, 뿌리깊은 나무는 그나마 낫습니다. 거기다 "한글창제" 에 집중했죠. 선덕여왕도 태왕사신기와 비슷하지만 너무 심하게 각색하지는 않았고. 사극이 그시절을 100% 재현해서 보여주기만 하는 다큐프로가 아닌만큼 어느정도의 각색은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최근엔 날조수준으로 넘어가는게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론 제작자들이 너무 시대사극에 얽매일게 아니라 시대관과 일부 인물만 따오는 판타지 사극의 비중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왠만한 시대사극은 거의 다 한번씩은 제작이 된지라... 오죽하면 남의나라 황후까지 등장시키겠어요. 그것도 우리나라에 패악을 저지른 황후를.
정도의 문제겠지요.미화나 왜곡의 정도, 대상의 역사적 파급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윗분말처럼 대상의 역사적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급하신 것들은 대부분 긍정적 이미지입니다. 링컨은 훌륭한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고, 아서왕은 전설급 인물이죠. 역사적 모델은 있어도 실제 존재가 불분명 합니다.

오다 노부나가를 보세요. 마왕 이미지로 대부분 악역 및 최종 보스로 등장합니다.
광개토대왕이나 세종대왕은 역사적으로도 훌륭한 인물이고, 선덕여왕 역시 긍정적인 이미지의 인물이죠.

근데 민자영은 아닙니다. 실제 역사에서 매우 부정적인 인물이지만 명성황후 드라마 이후 '명성황후'라는 이미지의 수혜를 굉장히 크게 받았습니다. 더군다나 그 당시는 지금처럼 정보 공유가 뛰어나지도 않았으니 드라마의 파급력이 더 컸었죠.

부정적인 인물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려는 건 미화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누구도 히틀러라는 캐릭터를 영웅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서양 매체에서 악인이었던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만, 그것은 '케릭터'로서 매력적으로 만들 뿐이지, 그가 한 악행을 실드쳐주지 않습니다. 마치 배트맨의 조커가 나쁜놈이고 미친놈이지만 매력적인 악당인거처럼요. 나름 파격적인 미화나 재해석은 역사에서 그렇게 큰 의의를 가지지 못하거나 기록이 미비한 인물일 경우고요. 킹덤오브헤븐의 발리앙, ROME의 아티아와 세르빌리아가 좋은 예라고 해야할까요. 선덕여왕의 비담도 여기에 든다고 보면 되겠네요.
근데 기황후는...악인을 선인으로 만들어버리는 행각을 저질렀습니다. 악인으로서 조명하되 그 케릭터적 매력을 살리는 방향이 아니었던거죠.
그리고 뿌나무나 링컨, 선덕여왕은 거시적으로 그 인물들이 역사에 미친 영향과 업적을 훼손하지 않습니다.
기황후는 그걸 통째로 엎어버려서 문제인거죠.
사극에 각색은 필요하죠. 하지만 어느정도 절제해야하고, 특별한 의미에서의 각색이 아니면 욕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민족주의적인 미화는 없어져야할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함. 이건 각색이 아니라 프로파간다거든요.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