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지난 토요일(11월26일) 광화문 다녀온 소감2016.11.30 PM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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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말하자면 시위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제 경우엔 사람 붐비는 것을 많이 싫어하고 열광해있는 군중들 사이에 섞이는 것도 꽤 싫어하는편입니다만 지난 1112일 충정로에서 시위 참여하는 사람들을 멀찍이서 봤을 때의 부채감과 캥김, 그리고 박근혜 정권과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와 짜증이 잔 위로 차오르다보니 결국 다녀오게 됬습니다. 어쩌면 다들 분노한 것 같지만 그래도 광화문 다녀온건 우리중 XX뿐이다 ㅋㅋ라고 냉소적으로 비웃던 한 친구 덕에 다녀온 걸지도 모르겠네요. 본인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다른 친구들도 다 관심없는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절 포함해서 이미 다른 친구들 몇몇이 광화문에 짧게나마 다녀왔었지만 정치 관심 없는걸 알고 그 친구 앞에선 다들 별 이야기 안꺼냈었거든요. 그 친구의 말 한마디가 제 오기 비슷한 뭔가를 건드렸나 봅니다.

 

 

근데 일전에도 짧게 다녀왔었고 26일 당일엔 종일을 비가 드문드문 내리는 거리를 돌아 다녔지만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는 절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어느정도 갖고있던건 분명히 알겠는데 그 군중 사이에 제가 섞이진 못하겠더라구요. 사람들 중엔 여러 구호를 뜨겁게 외치는 분들도 많았지만 제 경우엔 그냥 시위 한 중간 까지도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있었고 축 쳐져 있었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현 정권의 문제같은건 어찌보면 병든 대한민국 사회에서 유독 표가 나는 꼬리였을뿐, 정말 깨끗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단순히 다음 정권의 탈환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인 시민들부터가 각성해야하고 긴긴 시간동안 흐려진 물을 맑게 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봅니다만 이런 거시적 관점을 제가 옳다고 생각할지라도 저 역시 결국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짧고 유한한 삶을 사는 사람 한명일 뿐이고 그래서 스스로 가끔씩 탈력감, 무기력함을 느끼곤 하거든요.

 

 

 

그 탈력감과 무기력함을 해소하고자, 또 딱히 애국 차원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각자 희생하여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때 적어도 그 변화에 무임승차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생각하고 다녀오긴 했는데 다녀오고 나서 오히려 더 심한 피로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회의적, 비판적으로 보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게 더 도진 것 같아요. 누가 뜨겁게 구호 외치면서 후창 해달라고 할때도 잘 따라주지 않는 타입의 사람이라 이런 문화 자체에 벽을 느낀 것 같기도 하구요

 

 

어제 박근혜 담화문을 보고서 기가 차고 화가 치밀어오르긴 했지만 아마 다음주에 제가 광화문을 다시 다녀올것 같진 않습니다. 안타까운건 그렇다고 다음주 토요일에 집에서 누워 쉬거나 딴짓을 하며 놀더라도 그저 속편하고 별 생각없이 시간 보낼 자신도 없다는 것이네요.

댓글 : 9 개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사람 많은거 싫어하고 귀찮은거 싫어 하는 편이고 격정적으로 모여서 뭘 하는게 어색해 하는 편인데

요즘 매주 힘들어도 가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 뭐 적극적으로 뭘 하는건 아니고 그저 사람수 하나만 보탠 정도긴 하지만 나름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결과가 어찌 됐던 저도 대한민국의 한페이지가 되고 있는 셈이라...

주위 눈치야 뭐 딱히 주지도 받지도 않고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나가야 겠다 싶으면 나가는거고 아니다 싶으면 안가는 거죠 모 ㅎㅎ
저도 힘들어도 특별한 일 없으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교복입은 학생들 얼굴 똑바로 볼 면목이 없거든요.
최소한은 하자는 생각입니다.
지치면 지는 거임 저들이 바라는게 지치는거
지금 느끼시는 부채의식이 앞으로 우리 모두가 계속해서 가져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직장에 가도 있는 업계의 비밀, 어느 조직을 가도 있는 그들만의 문화를 들춰보면 불합리한 것들 투성이죠.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런 망가짐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져 언제부턴가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부조리와 불합리 앞에서 모두가 불편함을 느끼고, 귀찮더라도 개선의 의지를 나타낸다면 사회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M12
  • 2016/11/30 PM 05:55
저도 후창은 안해요. 그런거 외치는거 익숙치 않습니다. 다만, 내 눈과 기억에 이런 모습 담고, 자리 함께 지키는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가고 있습니다. 저도 나갔다 오려면 걸어오거나 돌아 오거나 해야해서 피곤은 합니다.
전 육체적인 피로함을 언급한게 아니에요.
유독 표가 나는 꼬리였을 뿐이라기 보단, 그래서 오히려 하나의 기회같은데 말이죠.
너는 그렇게 논리적이라 나라 요모양 요꼴될떄까지 논리적으로 잘살았나보네 ㅎㅎ 지들이 논리 타령을 다하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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