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타] 어머니가 돈을 주셔서 몹시 심란..2016.01.23 AM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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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입니다.
며칠 전에 어무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본인이 그간 동네 딸기농장에서 품앗이를 해서 번 돈이나 용돈 드린거 등등 모아둔 게 있는데 어떤 사정이 있어서 저에게 잠시 맡기겠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러시라 하고 계좌번호를 알려드렸어요.

그리고 며칠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왔는데...조만간 입금을 하긴 할건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그냥 저보고 필요한일 생기면 쓰라는 겁니다.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그러시냐고 여쭈었더니, 뭐 그냥...정신 멀쩡할 때 돈문제 같은건 해결해야지 안 그러면 어디다 뒀는지도 모르고 영영 잃어버린다는 말씀을 하시네요. 몇 년 전에 이미 상조에 가입해서 스스로 요금을 내고 계신다고 하셨을때도 많이 놀랐는데 그 두번째가 됐네요.
그걸 들으니 문득 이제 연세도 칠순인 고령의 부모님을 여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를 새삼 느끼게 돼서 슬프고, 언제 떠나실 지 모른다는 불안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그러고 또 며칠이 지난 오늘. 처음으로 마음먹고 미소녀 피규어를 사보려(카토 이 요망한...) 각종 웹브라우저랑 싸우다 결제를 하러 모바일 뱅킹앱을 실행시켰는데 뭔가 평소 보던 통장잔고가 아닌겁니다. 내역을 봤더니 어머니께서 1500만원을 입금하셨네요.

액수가 커서 많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면 저희 집이 결코 부자가 아니거든요. 유복의 유정도만 됐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면서 태어나서부터 후미진 시골마을에 계속 살았었습니다.(그렇다고 딱히 굶거나 빚을 지거나 할 정도로 가난에 찌들어살지는 않음)
아버지는 공장다니시고 어머니는 가사도우미로 돈을 버셨어요.
저와는 다르게 두분 다 성실하시고 검소하셔서 집도 사시고(지방이지만) 했지만 집은 집일 뿐이고 칠순이 되셔서도 생활비를 위해 이 일 저 일 하시거든요. 게다가 여기저기 자주 아프셔서 병원도 많이 약도 많이 드시거든요.
그게 다 씀씀이가 배보다 큰 저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형의 탓으로 금전적으로 도움을 못 드려 편안한 말년을 보내지 못하시는거고,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살고 있는데 저런 큰 돈까지 받는다는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고생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사신 집을 그냥 팔아 그 돈으로 남은 여생 유유자적-까진 아니어도 힘들여 일하진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그 집은 형과 저, 둘 중 먼저 결혼하는 쪽에 물려주신다 했는데 저희는 부모님 재산에 티끌만큼도 욕심이 없습니다)

아무튼 이런 마당인데 이런 큰 돈이 왔으니, 이걸 어쩌면 좋지...형과 논의를 해서 해결방안을 찾을까...아님 그냥 돌려드릴까, 아님 매달 백만원씩 용돈으로 드릴까, 등등 머리가 너무 복잡하네요.
어머니가 몰래 주신거라 이걸로 가족회의를 열 수도 없고 아 어쩜좋지 어쩜좋을까요 아아
댓글 : 26 개
돈을 주셨는데 왜 그러지? 했는데 심란하실만 하네요.
일단 보관해두고나서 하루아침에 결정할일도 아니니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차라리 그걸로 부모님 노후에 그래도 편안하게 생활하시게 혹은 그 이후의 겪게 될 일에 보험을 둔다는 느낌으로
한번 생각해보는게 나을것같습니다
  • Xer
  • 2016/01/23 AM 01:51
그냥 갖고 계시면서 어머님 한테 좀더 신경 써드리세요. 급한 일 있을때 쓰시구요. 돌려드린다고 딱히 어머님이 그 돈을 쓰실때가 있진 않으실겁니다. 말그대로 지금 1500만원을 쓰라는게 아니잖아요 갖고 있는다고 없어지는것도 아니구요.
멀리 떨어져 계시면 자쥬 찾아 뵙고 같이 시간 보내시는것도 좋을거 같아요!
일단 될수 있으면 쓰지 마시고 조용히 따로 잘 보관하고 계세요. 나중에 요긴하게 쓰일수도 있으니까요.
  • dir/p
  • 2016/01/23 AM 01:54
일단 가지고 계시고 어머니 위해서 쓰세요.
휴가철에 여친이랑만 놀러가지 마시고 어머니 모시고 해외도 다녀 오시구요
저는 여친이 없지 말입니다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한푼도 쓰지말고 보관만 하세요. 그 돈이 위치한 곳만 달라졌을뿐 변한 게 무어가 있습니까.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뭔가 느낌이 쎄하네요
어머니 몸은 좀 건강하신편이신가요?
말씀하시는게 좀 불안하네요
건강검진이라도 한번 모시고 다녀오세요.
저도 조심스럽게 여기 한표...

괜한 호들갑이 될 수도 있지만,
건강관련 해서는 호들갑 떨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1500을 뿔리시면 됩니다..
다른 통장에 넣어두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어머님을 위해 쓰일 일이 생기겠지요.
  • Pax
  • 2016/01/23 AM 02:28
저 같으면 없는 돈으로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부모님 돈 필요하실때 쓰겠습니다.
일단 부모님 건강부터 챙기고요.
병원한번 모시고 가셔서 건강검진 받으시고 꼭 결과 같이 한번 들어보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괜히 걱정거리만 늘려드리는것 같아 죄송하지만 울 아버지도 비슷한 일이 한번 있으셔서..
당연히 부모님에게 써야죠..
저도 갑자기 생각을 좀 하게 되네요...
후회없이 간수하시거나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일단 가지고 계세요. 일 터지면 그닥 넉넉한 돈도 아닙니다.
(뭐 상황에 따라서겠지만, 그런 일에 요행을 바라다간 낭패 당하는 꼴이 많죠...)

저희 아버님은 응급으로 실려가셔서 수술대 위에서 돌아가셨는데,
일이 그렇게 됐다고 수술비 안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장례절차 알아보고 모시는 데까지 잠시잠깐 (하루 반 정도?) 안치했던 비용도
그자리에서 다 계산하고 안나가면 관을 안내보내주는 등등...
상황에 따라 뭐 별 일 다 생기죠. 급전 나갈 일 많음...
쉽게 말해서 일 치루면 다 돈이죠 그게. (겪어본 분은 실감하실 겁니다.)

저희는 상조를 따로 안했지만 (대신 천주교 쪽이라, 그렇게 도와주신 분들이 있죠)
상조 있다고 수중에 돈 한 푼 없이 모든 게 저절로 다 해결되진 않을 거에요.
(그것도 상조 나름이겠지만, 믿었는데 안해줘보세요... 욕하고 있을 시간도 없음.
님하고 형님, 상주 두 분이서 당장 어떻게든 해야지.
당장 상조 연락처나, 일 터지면 걔들이 구체적으로 뭘 어디까지 보장하는지 절차를 알고 계세요?)

형님이 상주로 계시다 해도 상주는 대개 자리를 지켜야 하다보니,
유사시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돈 들고 움직여줘야지 상주가 하나하나 다 못하는 게 많죠.
(모자라면 당장 급전 대출해 받아 쓴다, 그것도 힘든 게 그런 이유...
반나절~한시간 차이로 뭐 가져와라 뭐 사와라 뭐 필요하다 하는데
(그게 화장의 경우 화장장 도착해서 실제 화장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계속돼요...
함은 뭘로 할꺼냐까지 다 우리가 정하고 지불까지 해줘야 시작함.)
언제 서류떼고 심사하고 그 짓 하고 있겠어요... 당장 경황이 없는데.
상주를 데리고 다니면서 그 짓 하고 있을 수가 없죠, 그렇다고 친구한테 맡길 수도 없잖아요.
님이 가족이시니 힘들어도 님이 하셔야지 되죠.)

님이던 형님이던 평소에 그만한 몫돈을 통장에 가지고 계시면 모를까,
아니 가지고 계시더라도 일 터지면 그 정도 액수는 순식간에 싹 빠질걸요.
피치 못해 갖다 쓰더라도 그거 감안하고 쓰세요.
(절차의 모든 액수를 한번에 일시불할 필요는 없지만,
절차 중간중간에는 순간순간 당장 현금 내놓아야지만 진행되는 것들이 많아요.
그게 한 (3일장이라 쳐도) 4~5일 내내 계속됨.
그만큼은 남겨놓으셔야 진행이 편함...)
모르면 모를까, 아마 그걸 아시니까 부담 덜어주는 측면에서 어머님이 배려해주셨을껄요.

그러니까 윗분들 말처럼 어설프게 불린답시고 당장 빼쓰기 힘든 방법으로 박아뒀다
정작 써야 할 때 꺼내쓰지도 못하고 낭패 당하지 마시고,
당장 응급으로 병원에 가시든 아니면 큰 일 터져서 그렇게 쓰이든,
24시간 언제든 님 또는 형님이 급전으로 쓰기 좋은 방법으로 보관해두세요.
(같은 이유로, 님이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형님이 대신 뽑아와야 할 경우도 있죠...)
어머님이 주신 그 정도 액수를 말이죠. 아니면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1/3 정도라도.

아니면 아무때나 한 1000~1500 정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장 대출받을 수단을 확보하셔야 되니.
아마 안될걸요, 어지간한 서민은 다 서류 떼와라 뭐 가져와라 은행이건 뭐건 난리법석이니.
(특히 요즘은 더 할 거에요...)
어지간한 경우 저런 정식 대출은 하루 안에 처리되기 힘든 절차를 대개 거쳐야 하죠.

카드를 오래 쓰셨으면 카드론 가능 액수가 일정 정도 있을테니
그것도 액수 한도나 절차 미리 확인해두시면, 당장 쓸 일 없다 하더라도 (없어야죠...) 든든하죠.
(어느 정도 몫돈을 별 심사없이 당장 끌어올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 중 하나로 알고있음.)
안끼어들었으면 모를까, 어차피 끼어들었으니 끝까지 한 말씀 더 남기자면,

> 열심히 살아도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형...

...하고 잉여자금 얘기는 안하시는 쪽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의견이 맞아서 (지금 쓰시던, 일 터지고 쓰시던) 어머님을 위해 쓰겠다 정해져도 사실 변하는 건 없는데
그 돈에 욕심내서 의견이 틀어지기 시작하면 끝까지 안좋거든요.

(제 개인적인 짐작으론 형한테도 똑같은 액수를 나눠서 맡기셨던가,
그게 아니라면 님이 꼭 보관했다 요긴하게 써주기를 바라시는 게 있는 거겠죠.
전자라면 의논할 필요 없이 형 쪽에서도 얘기가 나올거고 (자기가 말 없이 닦아쓰지 않는 한),
후자였다면 의논하면 상황이 참 많이 꼬이겠죠.
그러고보니 어머님한테 여쭤보는 게 가장 확실하긴 합니다만.)

그냥 님이 없는 척 비상금으로 보관하고 계시다가,
나중에 이런저런 급전 필요할 때 그때가서 얘기하고 쓰시는 게 맞을 것 같은데
그런 게 님하고 또 안맞으면 남 얘기만 듣고 실천하기 애매한 문제라...
하여튼 이런 상황도 있을 수 있다라는 말씀만 드리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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