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조전기] STAGE.02 「전장전설의 희작가」2024.01.29 PM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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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연방군 제3특수작전 PT부대 <크라이 울브즈>에 소속된, 포리아ㆍ에스트 준위와 휴고ㆍ메디오 준위는
그날, 기묘한 걸 보았다. 장소는, 지구연방군 남유럽방면군 아비아노 기지, 중앙사령동 지하 2층 통로.
시각은, 중동(中東)에서의 작전의 보고를 마치고 병영으로 돌아가는 길인 오후 3시를 넘어서.

「야, 여기 장례식장이었냐?"」

「관련 업종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겠지」

……라는 것이, 포리아와 휴고의 반응이었다. 그들이 본 것은, 머리에서 발 끝까지 검정 일색의 외투를 걸친
4인조였다. 이 사령탑에 출입하는 사람은, 군 소속의 민간인일지라도, 소속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을 명시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행의 ――언뜻 보기에는, 그런 건 전혀 있지 않았다. 군 기지보다는 처형장에서
보는 편이,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무례한 시선을 던지며, 통로에서 스쳐가는 순간, 포리아는 솔직한 감상을 품었다.

(쳇, 이제부터 출격인데, 재수가 없게……)

그것이 목격한 측의 속내였지만, 목격당한 쪽도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숨막혀 죽겠네―! 평범한 군복이 부러워!)


휴고와 포리아가 모퉁이를 돌아,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되자, 리에타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베스너가
못을 박는다.

「덥고 답답한건 알겠지만, 코르보니드까지 참아줄 수 있을까?」

바람을 통하게 하려던 손을 멈추고, 리에타는 베스너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원망 가득한 시선은 두꺼운 후드에
막혀, 감이 좋은 상관에게는 닿지도 않는다.

그들 네 사람은 이라는 특수작전부대에 소속된 연방군인으로, 이 아비아노 기지의 지휘계통에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그 존재는 다소 특수한 사정을 기반으로 하여 성립되어 있기 때문에, 작전종료 후의 보고도
기지사령관에게, 직접 하고 있다. 돌아가는 길에 타부대 장병과 마주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그것에 대비해서
"재수가 없고" "숨막혀 죽을 것 같은" 외투의 착용을 의무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아비아노 기지 사령관인 카를로 사키 소장은, 군 내부의 수구파와도 혁신파와도 거리를 두고 있는, 중도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베스너가 아하가르 산지에서의 작전 경위를 보고하는 동안, 사령실에 동석한 리에타는 카를로 소장의
표정을 살폈다.

「음…… 4분간의 전투로 아머드모듈 17기, 전투차량 21대 격파인가. 경이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수고했네.」

입장상, 자신들의 존재를 껄끄럽게 생각한다해도 무리가 아닌, 소장은 그걸 조금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칭찬의
말과 모순되지 않는 호의적인 표정을 잃지 않은 채, 그는 FDX팀의 네 사람을 떠나 보냈다.

「헤에에, 저 장관각하의 집무실 같은 곳은 처음 들어가봤는데, 꽤나 소탈하신 분인거 같네요」

지머 소위는 표정이 보이지 않는 외투 아래로, 마음 속 깊이 놀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령실 부근의 통로에선,
경비병 이외에는 듣는 자는 없다. 그러니 책망하지 않고, 오세니 중위가 답했다.

「뭐, DC는 대부분 영관급이었으니깐 말이지」

「그야, 마이어 각하의 콜로니 통합군과 다른건 당연하겠죠. 그래도, DC 이전의 옛 부대에서도, 그럴 기회는 없었지요」

DC전쟁 시, 지머는 디바인ㆍ크루세이더즈에서, 오세니는 콜로니 통합군에서 아머드모듈의 파일럿을 맡고 있었다.
각각 지상과 우주에서 포로가 되어, L5전역 중의 구속기간을 거쳐, 지구연방군 사관이 되었다. DC는 한 때,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구의 연방군 부대를 받아들인 경위가 있어, 지머가 말하는 "옛 부대"가 그것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 우리들이, 이 부대에 배속되기 전까진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야"

베스너 마음대로 『우리들』이라고 한데 묶어 말한 것에, 리에타는 마음 속으로 부루퉁해졌다.

(뭐야…… "그 일"만 없었다면, 난 장성이든 원수든 간에 만날 수 있는 신분이 됐을거라구. 아니, 내가 그 자리에
있었을 걸. 그렇게 됐다면, 퇴역 후에 연금도 자릿수가 달라졌을텐데!)

어찌됐든, FDX팀에 배속되기 전까진, 소장의 집무실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던 건, 네 사람에게 공통된 사항이었다.
리에타, 베스터, 오세니는 그래도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지머에겐 이 부대에서의 첫 출격―― 그리고 첫 보고였다.

그 후로는 기이한 시선을 보내는 자들과 마주치는 일 없이, 그들은 기지 항만부에 정박해 있는 특무함 코르보니드로
귀함하였다.

코르보니드는 핵추진 항공모함을 개조한 대형함이다. 300미터를 넘는 거체를 200명의 인원으로 조종하는 이 함의
임무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FDX팀의 지원에 한정되어 있다. 대략적으로 전술 레벨에서의 코스트 퍼포먼스를
도외시한 운용이지만, 거기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존재한다. 그건 전략 레벨보다도 군정 레벨에 속하는 부류였다.

대형함에 걸맞게, 공간을 여유롭게 만든 함내통로를 통하여, 네 사람은 사관실로 돌아왔다. 그곳은 함내에서 그들의
대기장소임과 동시에, 아비아노 기지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갈 곳 없는 그들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평소라면 4명 이외의 사람이 출입하는 일이 없는 방이었겠지만, 이 날은 사람의 형태를 한 악취미가 쾌활한 목소리로
그들을 맞이하였다.

「이야, 죽은 자 여러분이 돌아왔군……!」


겨우 4명인 부대가, 남유럽방면 군사령관의 직속이 된 이유. 소속 기지 안에 근거지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 타부대
장교에게서도 신분을 숨겨야 하는 이유. 전 DC, 전 콜로니 통합군 파일럿이 있는 이유. 대형함을 한 부대의 지원에
한정하여, 운용하는 이유. 베스너가 자신과 리에타를 하나로 묶는 바람에, 그녀가 부루퉁해진 이유.

――그 모든 것을 체현한 남자가, 이 댄ㆍ왓츠라고 하는 걸어다니는 악취미였다.

◆◆◆

다니엘ㆍ인스트루먼트라는 기업이 있다. 남유럽에 본사를 둔 총기 메이커로, 그 역사는 구서력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거대해진 후, 신서력에도 지구연방군을 주요 거래처로 삼고 있다.
오랫동안 전투차량이나 전투기, 전함의 화기 관련으로 큰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상황이 붕괴
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 이유를 분석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손 쉬울 것이다.

다니엘사는 일종의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다.

역사상, 늘 그랬듯이 신서력 187년의 이 시대도, 전장은 첨단과학의 실험장이었다. EOTI 기관이나 테슬라ㆍ라이히
연구소에서 제공한 기술은, 구서력 시대에선 공상(空想)병기로 여겨지던 물건을 실현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완고하게 그것에서 등을 돌린 다니엘사는, 구세기부터 연면(連綿)히 이어지는 실탄병기의 개발과 연찬(硏鑽)에 몰두했다.

회사 밖에서 들어온 새로운 피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국면도, 오랜 회사의 역사에 적지 않게 기술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국면에서나 다니엘사의 경영진은 그걸 거부하고, 타격ㆍ실탄병기에 집착해 온 것이다.

다니엘사는 최신과학에 거부반응을 보인다――라고 조롱받는 이유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니엘ㆍ인스트루먼트는 망해버린 구세기의 망령이 아니었으며, 현재도 중견 군수산업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퍼스널트루퍼나 아머드모듈이 전장의 주역이 되어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

인간형 기동병기의 큰 특징 중 하나로서, 작전마다 무장을 "바꿔 들고" 간다는 것이다. 아니, 작전마다 뿐만아니라,
전투 중에도 그것이 가능했다. 당연히, 효율이라는 이름의 유일무이한 절대신은 인간형 기동병기의 무장에도 통일규격
도입을 의무화하였다. 지구 외 문명의 기술을 연구하는 EOTI 기관이 정한, 유니버설ㆍ커넥터가 그것이다. 인간형
기동병기라는 사상이, 지구외문명에 대한 대항 수단으로서 싹튼 것임을 고려한다면, 학술기관이 그 역할을 한 것은
자연스러운 추세였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규격은 지구연방군의 퍼스널트루퍼와 DC의 아머드모듈, 양쪽에 모두 채용되었다. 테슬라ㆍ라이히
연구소와 마오ㆍ인더스트리, 이스루기 중공과 같은 인간형 기동병기의 개발업체는 기체와 함께 그 무장도 준비하였다.
각각이 보유한 최신기술이나 <메테오3>에 의해 초래된 미지의 기술인 EOT를 응용하여, 각 회사가 유니버설ㆍ커넥터
규격에 근거한 고성능 무장을 개발하였다. 그것들은 타격력이나 제압력에 있어서 높은 수준에 있었지만, 한편으로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코스트의 급등이나 정비성의 저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형 기동병기 그 자체의 개발에 나서지 않고, 구태여 재래기술의 성과를 유니버설ㆍ커넥터 규격에
적용시키려고 전념한 것이, 다니엘ㆍ인스트루먼트였다.

다니엘사는 보병의 무장을 업스케일링하거나, 또는 전함의 거포를 다운사이징함으로써, 신뢰성 높은 무장을 차례차례
개발했다. 빔 계열 무장이 맹위를 떨치는 전장에서도, 다니엘사의 M950 머신건과 M13 샷건이 유효한 국면도 많았다.

인간형 기동병기의 등장으로 군수산업의 세력지도가 크게 바뀌는 가운데에서, 다니엘사는 구서력 이래의 판도를 간신히
유지해 온 것이다.

댄ㆍ왓츠는, 이 다니엘ㆍ인스트루먼트의 기술총괄본부에 적을 둔 기술자이다. 나이 미상의 청년이지만, 겉보기에는
20대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본부의 차장직에 있으면서, FDX 프로젝트라는 엄청나게 돈이 깨지는 계획을
실현시켰다.

「난 기술자로서는 2류지만, 사내 정치에는 자신있거든」

――이라고 말한 것이, 리에타나 베스너에게 자기소개를 했을 때의, 겸손이라고 할지, 자랑과도 같은 대단한 자기평가였다.

어찌됐든, 그야말로 FDX팀에 관한 여러 특수한 사정을 성립시킨 장본인이다. 물론, FDX팀은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부대에 쏟아붓고 있는 열정의 양을 보고 있노라면 수단과 목적이 역전된 것이
아닐까 하고, 리에타는 종종 생각했다.

댄은 사내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시험을 실시하는 특수작전부대를 북유럽방면군 관할로 설립하였다.
다음으로 부대 운용의 모든 것을 담당할 거점으로서 노후화된 항공모함를 확보했다. 그것을 특무함으로 개장하고, 자사에서
커스터마이징한 퍼스널트루퍼나 아머드모듈을 그 지원기기들과 함께 반입했다. 게다가, 전사(戰死)한 것으로 취급되어
군적(軍籍)을 잃은 파일럿이나 적군으로부터의 전향자를 모았다.

사실상, 한 기업의 사병집단과도 같은 부대이지만, 그것을 성립시키기 위해 아비아노기지 사령관인 카를로 소장의 직속인
형식이 되었다.

어느 쪽이든, 여러 문제점을 클리어하지 않았다면 실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곤란한 허들이 끝없이 이어진 상황이었지만,
댄의 수완과 확보한 자산은, 허들은 커녕, 그라운드의 상공을 항공기로 날아 넘어간 것과 같은 터무니 없는 일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위만으로, 리에타와 그 일행을 둘러싼 부조리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리에타는
입 밖에 내어 따져본 적은 없지만, 댄의 개인적 취미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혹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된 날이, 시원하게 찾아온 것이었다.

「죽은 자 제군들, 이런 전장전설을 혹시 알고 있어?"」

함박웃음을 머금은 댄은, 그런 서론과 함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쟁 중, 전조도 없이 울려퍼지는, 새의 소리. 그걸 들은 자는 귀환하는 일은 없으며, 반드시 전장에서 숨을 거둔다고 한다.
그자들의 목숨을 거둬들이는 것은, 전장에 되살아난 네 명의 죽은 자들인 것이다―. 아아, 이 얼마나 낭만으로 가득 찬 전설인가!"

자신이 이야기한 전설이 FDX팀 대원들에게 가져다 줄 감회(感慨)를 기대하며, 댄은 네 사람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벽면의
시계의 초침이 정확히 세 바퀴를 돌아도, 댄의 기대가 충족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라, 자네들, 기쁘지 않은거야? 자신들이 전장전설로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데」

「우리가 말야!?」

본의 아니게도 리에타는 소리를 질러 버렸다. 하지만, 댄이 기대했던 반응은 도취나 감회이지, 경악은 아니었다. 탤런트를
깜짝 놀라게 하여 웃기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같은 취미는 나에게는 없다……는 것이, 댄 본인이 종종 주장하는 바이다.

「그렇다구…… 아하가르 산지에서 포로가 된 DC잔당병은, 겁에 잔뜩 질려서 심문도 여의치 않은 모양이인데. 이야, 불쌍도 해라」

「음…… 그말인 즉슨, 네 명의 죽은 자란건, 게슈테르벤과 가다이드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 어울리지?」

베스너가 말한 게슈테르벤은 FDX팀이 운용하는 퍼스널트루퍼이다. 1호기에 베스너가, 2호기에 리에타가 탑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가다이드라 불리는 아머드모듈의 1호기는 오세니가 파일럿이다. 2호기는 파일럿째로 한 달쯤 전의 작전에서 잃어버렸다.
그 보충요원인 짐머가 3호기와 함께 배속되어, 투입된 첫 작전이 아하가르 산지 강하전이었다.

「뭐, 확실히 그 강하 포드는 관처럼 보이긴 하죠. 거기서 기어나온 우리들이 죽은 자라고 불리는건 어쩔 수 없겠네요」

「싫은걸~, 오세니 중위. 모처럼 신경써서 관 모양으로 디자인했는데, 처럼 보이긴 한다……는 아니지」

댄의 항의를 받은 오세니가 쓴웃음을 짓는 옆에서 리에타는 생각한다.

(역시, 일부러였나……)

전장에 강하할 때마다, 자신들을 가둬둔 포드가 관을 본따고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투척되는
다목적 유닛이 십자가 모양인것도, 거기에 어떤 의지가 담겨 있음이 분명하다.

(뭐, 중위 말 대로긴 해. 근데, 새의 소리라니……)

리에타가 의아해 하는 순간, 타이밍 좋게 베스너가 물어봤다.

「관이야 어떻든 간에, 새의 소리라는 것은…… 클레에가 음속을 넘었을때 발생하는 소닉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클레에란, FDX팀 기체를 전장 상공까지 실어 나르는 고속비행 PT 캐리어의 이름이다. 테슬라ㆍ드라이브와 부스터에 의한
가속으로 음속을 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때 발생하는 소닉붐이 이전부터 문제시되었다. 소수정예로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주임무인데, 이래서는 스스로 예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맞네 맞아. 자네들은 관 속에서 있어서 귀가 막혀있는 것과도 같으니 듣지는 못할테지만, 그거 엄청 울려 퍼지거든.
마치 괴조의 울음소리라는 느낌으로」

거기까지 듣고 리에타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다. 불길한 전장전설을 들은 DC잔당병의 정신상태를 말이다.

황당무개한 전설을 의식 속에서 떨쳐내려고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전투 중인 아머드모듈 파일럿, 아니면 전차병. 그리고,
머리 위에선 예고도 없이 클레에에서 내뿜는 괴음이 울려퍼진다. 곧 내려오는, 거대한 물체덩어리들.

이때, 십자가 모양의 유닛은 전자전 공격을 개시하여, 탑승기의 눈과 귀는 막혀 있을 것이다. 혼란 속에서, 관으로 보이는
강하포드의 뚜껑이 열리고, 게슈테르벤과 가다이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게슈테르벤 2호기가 쏜 고속철갑탄에, 자신의 기체의 장갑과 자신의 육체가 관통당하는 광경을 리에타는 상상하였다.

「……그건 확실히 기분 나쁘겠네」

한기를 느끼고, 자기 팔을 감아 안았다. 보아하니, 베스너도 오세니도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살해당하는 광경을 상상해 버린 것이겠지. 짐머는 가느다란 눈 속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그렇지? 이야~, 역시 연출이런 건 중요한 법이지~. 고생해서 전장전설을 퍼뜨린 보람이 있었어」

「네가 퍼뜨린거냐!?」

리에타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창틀에 유유히 기대고 있는 댄에게 다가갔다.

「그야 그렇지. 자네들이 강하한 전장에서는, 적의 귀환률이 거의 제로니깐. 누군가가 퍼뜨리지 않으면 전설 따위는 성립되지
않을거라구? 다행히도, 우리 회사는 DC잔당과도 비즈니스를 위해 계속 만나고 있어서 말이야」

「너 말야……」

「기분은 이해하지만, 쓸데없이 화내봤자 좋을거 없다구. 리에타 소위. 화 내봤자 이 사람에게는 의미 없거든. 게다가 전장전설이
효과적인 것도 사실이지」

베스너의 지적에, 댄은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기뻐했다.

「알아주는구나? 역시 대장님!」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인간형 기동병기란 존재는, 적에게 위압감을 주는 심리효과도 계산하여 디자인되었죠. 지구외지성체이든,
DC잔당이든간에, 그건 변함없다는거 아닙니까?"

「뭐, 확실히 적이 교전개시 전에 전의를 잃는다면야, 그만큼 편한 이야기는 없겠죠」

「거기까지 생각하고 유포한거라면, 대단한거지」

짐머와 오세니도 입을 열며 동의한다.

(어라, 왠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건, 나뿐인거야?)

댄은 비로소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고,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FDX팀의 건룸은 함의 외벽에는 접해 있지 않기 때문에,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아비아노 기지와 맞닿아 있는 바다는 아니었다. 거기에 보이는 것은, 게슈테르벤과 가다이드를 수용한 격납고이다.

건룸은 네 기체의 머리와 같은 높이에 있어, 내려다 보면 기체의 전신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때, 새로이 가져온 무장 및 강화파츠의
피팅작업이 이뤄지고 있어서, 각 기체의 주변에는 그것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M950 머신건이나 MB샷건 외에도, 렉탱글ㆍ런처, 콜드메탈 나이프, 스플릿 미사일과 같은 다니엘사의 무장. 그리고 어떠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보기만 해선 판별이 어려운 강화파츠들.

댄은 순진무구한 미소로 그것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말이지…… 실전에서의 운용시험평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거야. 자네들이 살아와 줄때마다, 많은 데이터가 모이거든.
전장전설은 그걸 위한 수단이고」

커스터마이즈된 기체들이나 무장, 강화파츠――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불길한 전장전설도 댄에게 있어선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 중
하나일지 모른다.

(어라, 잠깐……?)

리에타는 아까부터, 자신의 머리가 납득하기를 계속해서 거부고 있는, 그 원인을 알아챘다.

「저기~, 댄 주임」

댄은 리에타 쪽을 돌아보며―

「응, 뭐지? 죽은 자 2호군」

「……적어도 퓨너럴2라고 불러 주세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콜사인조차도, 죽은 자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럼, 퓨너럴2…… 아직 뭔가 질문할게 있는건가?」

「네. 그 강하 포드나 전자전 유닛, 무장공급 유닛의 디자인은, 적에게의 심리적 영향을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하셨죠?」

「그렇지. 내가 고심해서 퍼뜨린 전장전설과 마찬가지로, 자네들을 지켜주는 것이지」

「그럼 우리가 아비아노 기지 내에서 의무적으로 착용을 해야 하는 외투는? 작전 중 행방불명(MIA)으로 확정된 우리들이,
기지에서 아군 사관들의 눈을 피해야 된다는건 알겠거든요. 근데, 그건 적에 대한 심리적 효과랑은, 관계 없지않나요?」

리에타는 아직도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있는 외투를 가리켰다. 휴고 준위와 포리아 준위에게 서늘하고도 스산한 기분을
주었던 검정 일색의 차림새였다.

「그, 그건… 동양에선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라는 전술이 있는데 말이지…」

말하던 중에 말문이 막힌, 댄은 시선을 피했다. 이번엔 게슈테르벤 쪽을 보고 있는게 아니다. 안경 너머의 시선은 허공을
헤엄치고 있었다. 리에타의 추측은, 확신으로 변했다.

「역시, 네 취미였던거냐~~!」

◆◆◆

아하가르 산지 강하작전에서 일주일 후――

특무함 코르보니드는 다시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대서양 위를 남진하고 있었다. FDX팀에 새로운 지령이 내려졌고, 아비아노
기지에서 닻을 올린 것은 8시간 전의 일이다

함내 행거에서는, 게슈테르벤과 가다이드를 강하 포드에 봉입하는 작업이 개시되었다. FDX팀의 작전은, 통상의 강하작전보다
더 고공에서 행해진다. 그 때문에, 강하 포드는 엄중히 밀폐되어, 기체와 포드 사이의 틈새에는 충격 흡수 젤이 채워진게 된다.
즉, 한 번 관 속에 들어가 버리면, 강하할 때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다.

리에타는 자기 기계의 콕핏에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항공모함의 함내는 끊임없이 굉음으로 가득차 있지만, 젤이 소리를
흡수하기 때문에, 관 속은 정적이 지배하고 있다.

(……몇번을 경험해도, 이 안에 갇혀 있는건, 좋아할 수가 없다니깐……)

암소공포증도 폐소공포증도 없지만, 후천적으로 발병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만약에 죽더라도 토장(土葬)은 사양할래―
라고 진지하게, 리에타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아, 빨리 현지에 도착하지 않으려나. 여기서 계속 갇혀있는 것보다, 전장 한복판으로 내던져지는 쪽이, 차라리 낫겠어)

……거기까지 생각하던 중, 리에타의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건가!?)

「클레에, 발진 120초 전. 관제로부터 제어, 수령하였습니다」

콕핏 내에 통신 음성이 울렸다. 클레에의 "파일럿"인 라루카다. 열 살쯤 된 남자아이의 목소리로 들리지만, 전자적으로 합성된
것이다.

「리에타 소위님, 카운트다운은 30부터 하면 될까요?」

라루카는 클레에의 조종을 담당하는 소형 로봇이며, 그 목소리는 AI가 낸 것이다. 하지만, 역시 목소리라는 것이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컸고, 리에타는 어린 동생이 생각났기에, 그에게 말을 걸듯이 부드럽게 대답하였다.

「응, 잘 부탁해」

                    


코르보니드의 비행갑판은 100미터에 가까운 길이의 클레에와 그 캐터펄트가 전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 특무함 개장을
받았기 때문에, 특별한 사태는 아니었다.

거대 비행 PT캐리어의 기체 뒷부분에 탑재된 테슬라ㆍ드라이브가 소리를 내자, 클레에는 지상의 지배자인 중력의 굴레로부터
개방되어 갔다. 라루카가 30에서 시작한 초읽기를 들으면서, 리에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코르보니드 갑판 위의 리니어 캐터펄트가 작동. 클레에의 거구를 대서양의 하늘 위를 향해 쏘아 올렸다.

괴조는 오늘도 전장의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죽은 자들을, 불쌍한 제물들의 머리 위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댓글 : 1 개
뭔가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했더니 MX 오리지널도 여기 나왔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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