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조전기] STAGE.03 「리에타ㆍ더ㆍ리퍼」2024.02.18 PM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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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연방군 남유럽 방면군에 소속된 특무함 코르보니드의 함장, 고트 대령에게는 이전부터 고민이 있었다.
남들이라면 웃어넘길것 같은 고민이겠지만, 본인에게 있어서는 매우 진지한 것이다. 그의 고뇌를 말로 하자면,
이렇게 될 것이다――나는 태어나는게 수백년 늦었어!

          


신서력 187년에 살아가고 있는 고트에게 있어서, 수백년 전. 구서력 16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대함거포주의라는
전술사상이 존재하였다. 군함을 타게 된 이후로, 자신이 그 시대에 태어나지 못했다는 비극을, 그는 계속 원망했다.
함정이 해전의 주역이었던 땐, 그 때가 유일한 시대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이전의 시대, 해전에서의 주역은 인간이었다. 적함에 접현한 뒤, 보병에 의한 백병전에 의해 승패가 결정지어졌다.
그 이후의 시대는, 항공기로부터 시작된 기동무기와 순항미사일이 적함을 침몰시켰다. 전함과 전함의 직접 겨루던 시대는,
극히 한정적이었던 것이다.

그 시대부터 해군에 종사했던 집안 출신인 고트에게는, 그 시대를 살았던 조상님들을 질투할 수 밖에 없었다.

보병이나 항공기, 미사일에 더해서 신서력 시대에는, 해상으로 수송되는 전력의 리스트에 인간형 기동병기와 그것을
지원하는 부대가 더해졌다.

어쨌든, 고트는 생각했다.

(젠장, 우리들은 배달업자가 아니라구!)

이 날도 코르보니드는, 화물을 대서양 위로 옮기고 있었다. 화물을 비행갑판에서 사출한 후에는, 다시 회수 포인트까지
이동하여 바다 위에서 대기하게 된다.

지루한 임무에 한탄하며, 동시에 자신들이 해전의 주역이 아님을 저주하면서도, 그래도 항상 고트 대령은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만다. 그가 댄ㆍ왓츠라는 인물에게 눈도장을 찍힌 이유였다.

그 화물인 클레에――거대 비행 PT캐리어는, 지금 방금 리니어 캐터펄트의 레일에서, 사출되고 있었다.

일찍이, 특무함으로서 개수되기 전의 코르보니드는, 비행갑판 위에 4기의 캐터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철거하고, 현재는 단 1기의 리니어 캐터펄트로 대체하였다. 인간형 기동병기 4기를 탑재하고, 전장(全長) 100미터에 달하는
클레에를 사출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거대설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거대한 검은 괴조를 연상시키는 클레에가 대서양의 하늘에서 날갯짓하자, 매우 짧은 시간만으로 아음속에 도달하였다.
테슬라ㆍ드라이브에 의한 중력ㆍ관성제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술의 혜택을 크게 받고 있는 것은,
탑재병기의 파일럿들일 것이다. 거대한 가속도는 본래라면,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G가 되어 그들을 압박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성의 대부분이 테슬라ㆍ드라이브에 의해 지워져, 리에타는 그다지 진동을 느끼지 못했다. 작전지역에
도착할 때까지, 리에타는 신장비의 매뉴얼을 다시 읽을 정도의 여유마저 있었다.

FDX팀의 성립과 운용은, 다니엘ㆍ인스트루먼트와 지구연방군 남유럽 방면군의 공동작업에 의한 것이다. 다니엘사에 있어서
FDX팀의 존재 의의는, 자사가 개발한 무장과 강화파츠의 실전시험에 있었다. 팀에 배치된 기체도, 그것을 위한 특화된 커스텀기였다.

베스너와 리에타의 탑승기인 게슈테르벤의 정식 명칭은 <양산형 게슈벤스트 Mk-Ⅱ 슈테르벤>. 마찬가지로 오세니와 지머의
가다이드의 정식 명칭은 <가리온ㆍ다이드>. 모두, 지구연방군에 제식병기로 채용된 주력 퍼스널 트루퍼와 아머드 모듈을
커스터마이즈한 것이다.

게슈펜스트ㆍ시리즈에는 다양한 커스텀기가 존재하며, 근접격투용이나 원거리포격전용의 기체 등이 실전 투입되고 있다.
그 중에는 DC전쟁이나 L5전역에서 활약한 유명한 기체도 있지만, 그것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어느 한 가지의 기능을
최대한 확장함으로써, 한정된 국면에서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게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슈테르벤이나 가다이드에도 확장된 기능이 있으며, 그것은 바로 범용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두 기체의
제너레이터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잉여출력을 갖게 만들었고, 그건 전비(全備)중량의 현저한 증대을 가능케 하였다.

또한, 퍼스널 트루퍼나 아머드 모듈의 기체 각부에는 하드 포인트라고 불리는 인터페이스가 있어, 다양한 강화파차를 마운트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하드 포인트의 수는 그말대로 범용성의 확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설치 부분은 장갑의 틈새이기도 하여,
내구성의 저하로 직결된다. 종래의 커스텀기는 기능을 특화시키는 것으로 강화파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하드 포인트의 수를
줄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FDX팀의 기체에는, 일부러 성능을 저하시키면서까지, 하드 포인트를 증설하는 커스터마이즈가 되어있다.

게다가 화기관제 시스템(FCS)도 코스트를 도외시한 고성능으로 탑재하여, 복수의 무장의 동시운용이 쉬워졌다,


이렇게까지 철저한 기능 확충이 이루어지면, FDX팀의 파일럿들은 매 작전마다 원하는 대로의 장비로 출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강화파츠도 무장도, 그 때마다 다니엘사가 시험을 요구하는 것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의
작전에선, 운동성과 항속거리가 요구되는 전술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력만을 중시한 중량급 장비로 출격한 적도 있었다. 이번
출격에서도 몇 가지 신장비가 준비되어 있었으며, 파일럿들은 그것들의 운용을 숙달해야만 했다.

리에타기(機)인 게슈테르벤 2호기에는, 신형 리액티브 아머가 장착되어 있다. 이건 구서력시대부터 존재해왔던 폭발반응장갑에
대빔(對Beam)코팅층을 부가한 것으로, 댄ㆍ왓츠가 높은 방어력이 있다고 자랑한 것이다. 그만큼, 장비중량의 증가는 무시할 수가
없어서, 운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도 취해졌다. 양 다리에 증설된 펄스 부스터가 그것이다. 종래(從來)에 쓰이던 메가 부스터
등과 비교했을 때, 단시간의 연소ㆍ냉각을 반복하는 것으로 분사제의 소모를 억제한다는 것 같다. 어느 쪽이라도 틀림없이 가동된다면
믿음직스러운 장비였겠지만, 충분한 신뢰성이 있었다면, 이미 옛적에 전선에서 채용됐을 것이다.

(어차피, 비정규실험부대에서나 쓸 정도의 망겜가챠급(バクチ) 장비겠지……)
――라는게, 리에타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또한 오른손용 무장으로, 콜드 메탈 소드가 준비되었다. 이건 퍼스널 투르퍼용 무장인 콜드 메탈 나이프를 대형화한 것으로 신뢰성이 높다.

리에타에게 불만이 있다면, 오른손에만 장비하도록 통제받은 것이다. 마오ㆍ인더스트리의 신형기를 위해 발주한 무장이었는데,
그 기체가 좌우비대칭인 장비구성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때문에, 리에타는 사용에 익숙한 블레이드 레일건을, 왼손에
장비하도록 설정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오른손으로 사용하던 때의 모션 데이터를 이식하기는 하였지만 파일럿의 고유한 버릇까지
반영된 모션은 단순히 이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강화파츠는 하드웨어의 신뢰성이 낮고, 무장은 소프트웨어에 불안정함이 있다는 것이다.

리에타는 평소에, 베스터나 오세니에게 불평쟁이 취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건 부당한 평가라고 생각했다.

(이런 기체나 장비를 받고도, 아무말 없이 싸우는 그 녀석들이 이상한거라고, 그치)


◆◆◆


「리에타 소위님, 강하까지 180초입니다」

라루카 목소리에, 리에타는 정신을 차렸다. 새로운 장비의 매뉴얼을 재확인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적지에 내던져지기 전에는
중단해야만 하겠지.

「고마워, 리루카. 너무 집중하고 있었네」

「별말씀을요. 집중하고 계신 것 같아서, 말을 걸어도 될지 망설였어요」

"라루카"는 인공지능의 애칭으로, 해당 AI가 탑재된 소형 로봇의 명칭이기도 하였다. 지금의 배려도, 리에타가 열중하고 있던 상태를
관찰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고, 바이탈 체크를 하고 있던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작전 전의 리에타를 자극하지 않는, 오히려 안정시켜주는
상냥한 말투였다.

「그럼, 일해야지 일. 정규부대로 돌아가 다시 출세를 노리려면, 오늘도 살아남아야하니깐」

「맥주를 차갑게 식혀 두도록, 코르보니드에게 전해놓을게요」

「그럼, 더더욱 죽을 수가 없겠는데!」

물론, 군함인 코르보니드엔 알코올은 쌓여 있지는 않다. 서로 알면서 하는 가벼운 인사였지만, 이렇게까지 스스럼없는 AI의 존재를,
리에타는 알지 못했다.

10살정도의 남자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로 말하는 라루카는, 클레에를 조종하는 "다섯 번째 FDX팀 파일럿"이었다. 하지만,
라루카 자체는 다니엘ㆍ인스트루먼츠의 제품이 아니었다.

「우린 쳐부시거나, 꿰뚫어버리거나, 찢어버리는 상품을 전문으로 하고 있잖아요」
――라고 하는 것이, 댄ㆍ왓츠의 대답이었다. 그 말을 듣고, 리에타는 생각했다.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물건으로 잘샀네. 저 악취미로 똘똘뭉친 녀석이 대화하면서 키운 AI였다면, 이렇게 착실하게
컸을리가 없겠지)


사실, 리에타는 라루카 앞에서 강하게 자기를 억제하고 있었다. 관 속에 넣어진 시점부터 부대의 모든 기체는 무선침묵을 실행하고 있다.
무선, 광학을 구분하지 않고, 기체끼리의 모든 통신은 작전 종료까지 금지되어, 파일럿들의 목소리는 동료에게도 닿지 않는다. 예외라면
유선으로 연결된, 강하 전의 라루카 뿐이었다.

평소엔 참고 있는 욕지거리를 마음껏 발휘하고 싶은 리에타였지만, 그걸 라루카 앞에서 들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모처럼 품행방정하게
자라고 있는 AI에게, 악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동생 앞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심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리에타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래선 마치, 라루카를 그 아이 대신으로 하고 있는 것 같잖아)


이윽고, 클레에는 강하 예정지인 S04보급기지까지 20여 킬로미터의 공역에 도달했고, 라루카는 60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미 순항속도는 음속을 넘어, 소닉붐이 괴조의 울음소리를 연상시키는 굉음이 되어, 지상에도 울려 퍼졌다.

카운트가 10을 밑돌았을 때부터, 라루카는 십자가와 관의 투하를 개시하였다. 시속 1300킬로미터로 지상의 적 기지를 통과하면서,
오차 수미터의 범위에서 FDX팀을 강하시킬 수 있는 것은, 라루카가 고성능인 AI이기 때문이었다. 인간 파일럿으로는, 이렇게 정밀한
제어는 불가능하다. 라루카의 능력에 대한 신뢰덕분에 리에타는 전혀 불안해하지는 않았지만, 몇 초 후에 찾아올 충격에, 몸을
대비했다. 클레에에서 투하된 시점에서, 테슬라ㆍ드라이브의 혜택은 소멸하여, 낙하하는 가속도나 착지의 충격이 무자비하게 덮쳐
오는 것이다. 관 내부에 채워진 충격 흡수 젤과 게슈테르벤의 쇼크 업소버가 있다고 하지만, 부주의한 자세라면 목뼈를 다칠 수가
있다.

아주 짧은 긴장과 공포가 격력한 충격으로 중단되고, 리에타는 관이 대지에 우뚝 서있는 것을 알았다.

「자, 죽은 자가 눈을 뜰 때가 왔다고!」

말하고 나서, 리에타는 혀를 찼다. 일주일 전에 들었던 전장전설, 댄ㆍ왓츠의 악취미에 물들어 있는 자신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지난 번의 아타가르 산지 강하작전에서, FDX팀은 DC 잔당 전력을 와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반면, 적의 근거지인
어스크레이들에서 출동한 증원부대는, 연방군과의 교전 없이 퇴각하였다. DC 잔당의 지구상 최대 거점인 어스크레이들의 공략은,
연방군에 있어 필수적인 과제였다. 남유럽 방면 군사령 카를로 소장은, 어스크레이들 공략작전의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이집트 지구에 남유럽 방면군의 전력이 상륙하여, 북유럽, 중동 방면군으로부터의 증원과 함께 교두보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물론,
DC 잔당 측도 그 움직임은 파악하고 있으며, 어스크레이들에서 출동한 전력과의 사이에서, 여러 차례의 소규모 교전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번, FDX팀이 강하한 S04보급기지는 수단 지구에 있으며, 소규모이지만 군항(軍港)과 비행활주로를 모두 가지고 있다. 현재는
DC 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이 기지는, 어스크레이들과 연방군 상륙지점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을 치면, 보급선이 신장되어,
어스크레이들에서 상륙지점을 직접공격 할 수 있는 전력을, 한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소규모 전력으로, 최대한의 전과를 발휘한다――다니엘사와 마찬가지로, 남유럽 방면군에서도 FDX팀에게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이었다.


라루카의 정밀한 투하에 의해, 네 개의 관과 십자가는, 모두 S04보급기지의 비행활주로 위에 우뚝 서있었다. 이것으로, 항공기에 의한
요격은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보급기지의 관제사들은, 댄ㆍ왓츠의 고심의 산물인 전장전설에 의해, 공황상태에 빠졌다. 망연자실했던 건 극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이 어스크레이들에 상황을 타전하려고 할 때엔, 이미 FDX팀에 의한 전자전공격은 개시되었다. EA기능을 가진 십자가가 노이즈
ㆍ재밍을 개시, 동시에 채프(Chaff)를 살포하였다.

          


그리고 관 뚜껑이 열리고, 몸에 달라붙어있던 충격흡수 젤을 흩뿌리며, 게슈테르벤과 가다이드가 출현했다. 네 기는 손짓으로 서로의
컨티션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면서, 소정의 포메이션을 전개하였다.

「그럼, 시작해볼까!」

게슈테르벤 2호기의 콕핏트에서, 의기양양하게 리에타가 외쳤다. 어쨌든, 지금이라면 마음껏 욕지거리를 내뱉어도, 그 누구에게도
들릴 염려는 없기 때문이다.

FDX팀의 EA는, 전(全)고주파대를 방해하는 버라지ㆍ재밍(광대역 전파방해)이다. 자신들만 사용하는 주파수대만을 스포팅하여 방해를
해제하는 기술도 존재하지만, 방약무인(傍若無人)한 십자가에는 그와 같은 기능은 탑재되어 있지 않다. 피아쌍방의 레이더 탐지 및
전파유도가 불가능하여, 전투는 육안에 의한 근접전투와 비유도식 사격으로 국한되는 것이다.

게슈테르벤과 가다이드는, 처음부터 그런 상황 하에서의 전투를 상정하여 커스터마이즈 되어있었다. 무기공급 유닛에서 보급은 받지만,
전자적, 정보적 지원은 받지 못한다. 각각이 완전히 고립된 상황 하에서 스탠드 얼론으로 전투하는 사양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도, 보급기지에서 출격해 온 랜드리온과 바렐리온이 기지와의 데이터링크가 끊겨, 기능저하에 빠진 사이에 리에타기는 무자비하게
공격해 들어갔다.

「느려! 느려터진건 기체랑 파일럿, 어느 쪽 때문인거냐!?」

연장 빔 캐논에서 발사된 저출력 빔을 리액티브 아머의 대빔코팅층으로 무효화하고, 리에타기는 바렐리온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왼손의
블레이드 레일건에 설치된 체인소ㆍ유닛이, 바렐리온의 두터운 장갑을 찢어발긴다. 즉시 장갑의 내측에서, 레일건의 총구를 비틀어,
리에타는 방아쇠를 당긴다.

「우선 한 대, 낙승!」

영거리는 커녕, 기체내부에서 직접 쏜 탄체가 제네레이터를 파괴하여, 순식간에 바렐리온을 폭산시켰다. 하지만, 리에타기는 발포와 동시에
펄스 부스터로 후방으로 뛰어, 폭발에 휘말리지 않았다. 이 블레이드 레일건에 의한 적기 내부로의 공격은, 리에타가 직접 만든 모션이다.
이전 출격에선 오른손으로 사용했지만, 문제없이 왼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어서, 오른손의 콜드 메탈 소드를 세우면서, 리에타기는 랜드리온 3기 편대쪽으로 향하였다.

「다음 뒈지고 싶은 자식, 앞으로 튀어나와!」

리에타는 마음껏, 적기를 욕하면서, 계속 싸워 나갔다. 그 말투에는, 적잖은 환희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다. 그녀의 험한 입은 어릴 적부터의
나쁜 버릇으로, 몇번이고 트러블에 휘말리는 원인이 되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고 나선 사람들 앞에서 자중할 정도의 사회성을 몸에
익힐 수 있었지만, 그걸 해방할 수 있는 순간엔 적지않은 해방감이 있었다. 어둡고 좁은 관 내부에서의 대기하던 것에서의 해방과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리에타기가 막 베려는 순간, 3기의 랜드리온은 옆에서 날아온 풀메탈자켓탄(被覆鋼弾, 피복강탄)에 날아가고 있었다. 베스터기가
양손에 장비한 대구경 캐논으로 공격을 가한 것이다.

「얌마 베스너! 내 사냥감을 가로채지 말라고!」

그 목소리는 재밍에 가로막혀, 게슈테르벤 1호기에는 닿지않았을 텐데, 콕핏에서 베스너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말해도, 이쪽에선 자네와 양동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말이지"

대구경 캐논은 거대한 급탄 포드를 필요로 하여, 베스너기는 등 부분에 그것을 마운트하고 있다. 현저하게 운동성을 저하시키는 장비이며,
아무리 실전경험을 쌓는다 하여도 제식장비로 채용될 희망은 희박할 것이라고 베스너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전장에서 그걸 사용할 수밖에
없는게 그의 입장이었고, 그걸 위해 적이 동료기체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옆에서 공격하는 것 정도는 당연했다.

그래서 리에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청각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베스너였다.


근접전투의 리에타기와 포격지원의 베스너기, 게슈테르벤 2기가 적기를 구축(驅逐)하는 동안, 오세니의 가다이드 1호기는 동료기체와
전자전 유닛을 계속 지키고 있었다.

유도탄은 사용할 수 없으나, 기지로부터의 로켓탄은 계속해서 이쪽을 노리고 있었고, 틈이 생길 때마다 날아들어온다. 오세니기는 등 부분에
마운트한 개틀링건을 근접방어화기시스템(CIWS)으로 사용, 적탄을 정확하게 쏴 떨어뜨리고 있었다.

(좀 더 쏴달라구. 그러면, 아머드 모듈이랑 마주치진 않을테니깐……)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오세니는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뜻하지 않은 운명의 장난으로 연방군에 가담했다곤 하지만, 그의 전신은
콜로니 통합군의 파일럿이었다. 엘피스 사건이나 호프 사건으로 생긴 원한도 있다보니, 아직까지 연방군에게 호의를 갖지 못하고 있다. 살기
위해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면, 그 대상은 DC 잔당병보다 무인병기인 쪽이 좋았다.

전 DC병사였던 지머도 같은 기분이지 않을까 상상하고 있지만, 젊고 무표정한 동료의 심리는, 아직 짧은 만남뿐이라 읽어내기 어렵다.

(……한 번, 단 둘이서 마시면서 이것저것 이야기 해보고 싶긴한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젊은이들에게는 경원(敬遠)시되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 지머의 가다이드 3호기는, 보급과 기밀유지가 주임무이다. 무기공급 유닛인 십자가의 옆에서 진을 치고, 리에터기나 베스너기에 예비
탄창이나 추가 격투전용무장을 공급한다. 그리고, 그들이 다 쓴 무장이나 강화파츠를 퍼지할 때, 그것을 철갑소이탄으로 소각하는 것이다.
실험 중인 강화파츠의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니엘사로부터 철저히 의무화 된 임무이다.

오세니도 지머도, 적기와의 교전보다도 동료기체의 지원을 우선하는 입장이다. 우리들의 감정을 배려해주고 있군……이라고, 오세니가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에, 지머는 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다.

(이런이런, 역시 연방 나으리들은 우릴 신용하지 않고 있단거네요)

원래, 지머는 어쩌다보니 DC에 소속되게 된 경위가 있다보니, 비안ㆍ졸다크 총수의 이념에 찬동하는 건 아니었다. 쏘라고 한다면, 옛 동료
였던 DC 잔당을 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셈이었지만, 그 기회는 적었다.

(뭐, 이러면 된다고 고용주가 말씀하신거니, 그걸로 된거겠죠)

그렇게 생각하면서, 베스너기에서 튀어져 나온 빈 급탄포드를 저격하고 있었다.


◆◆◆


여섯 번째 적기를 격파하였을 때, 리에터기의 콕핏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강화파츠의 컨디션을 표시하는 서브 모니터에서, 적색 아이콘 여러 개가 빛나고 있다. 하지만 모니터를 볼 것도 없이, 자신의 기체의
거동에서, 리에타는 문제를 이미 깨닫고 있었다.

「기체가 무거운데…… 설마!」

오른다리의 펄스 부스터가 가동하지 않는다. 분사제가 충분히 남아 있는 이상, 명백하게 동작불량이다. 화가 나는 건, 데드 웨이트가 된
부스터가, 퍼지되지 않고 있단 점이다. 이걸로 한 쪽 다리에 추를 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몇 발의 피탄에 의해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흉부 리액티브 아머도, 버리지 못한 채 기체에 달라붙어 있었다.

「큭, 불량품따윌 달아 놓기나 하고!」

욕을 하면서도, 리에타는 왼다리의 펄스 부스터만을 구사하면서, 적탄을 회피하고 있었다. 급속하게 운동성이 저하된 리에타기는, 잔존한
적기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었다.

「리에타, 물러나라!」

동료기체의 이상을 알아챈 베스너가, 원호사격을 가했다. 오세니도 CIWS와 휴대하고 있던 머신건을 사용하여, 그에 따랐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유린당한 기지수비대의 원한은 깊었던 것 같다. 베스너기와 오세니기의 공격에 의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바렐리온
부대가 리에타기를 집요하게 뒤쫓았다. 심각한 직격은 피하고 있었지만, 몇 번인가 장갑표면을 빔이 스쳐 지나가, 게슈테르벤 2호기는
상처를 입어 갔다.

필사적으로 기체를 조종하면서, 리에타는 메인 모니터 구석에 표시된 작전 잔여시간을 확인한다.

「앞으로 500초 정도…… 계속 도망쳐봐야 어쩔 수 없으려나」

다가오는 적기의 무리를, 잔탄이 얼마 남지 않은 블레이드 레일건으로 견제하는 리에타의 가슴 속에, 화가 뻗치기 시작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적병보다, 이 경우엔 아군 쪽이 더 화가 났다. 뇌리에 떠오른 댄ㆍ왓츠의 얼굴을 향해, 날달걀을 던지는 상상을 해봤다.
물론, 그런 걸로 상황이 뭣하나 바뀌는 건 없겠지만, 속은 후련했다.

리에타는 TC-OS의 데이터 폴더에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 가까운 모션 데이터를 불러와, 최적의 패턴을 조합해 갔다.

남은 시간을 파악하고 혀를 찬 것은, 베스너도 마찬가지 였다. FDX팀의 작전에 있어서, 작전을 종료하는 시각도 엄밀하게 정해진 경우가
많다. S04보급기지 습격작전에서도, 그것은 예외가 없었다.

자신들이 방패가 되어 리에타기를 작전지역에서 이탈시키는 것도 할 수 없다보니, 베스너도 초조해졌다.

「관을 토치카로 해서 방어에 전념에 전념해라, 적기를 유인하겠어!」

무선침묵의 금지를 어기면서, 레이저 신호로 게슈테르벤 2호기를 호출한다. 하지만, 그 지시를 알아 들은건지 못한건지――는 몰라도,
리에타는 따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리에타기는 왼다리의 펄스 부스터를 최대출력으로 가동하여, 적 무리의 위쪽으로 돌진하였다.

「리에타…… 무모해!」

잔탄이 떨어진 대구경 캐논에서, 허리 부분에 마운트하고 있던 M950 머신건으로 무장을 교체하여, 베스너기는 리에타기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리에타는 동료기체의 지원도 눈치채지 못한 채, 적 부대의 머리 위에서 오른쪽의 콜드 메탈 소드와, 왼쪽의 블레이드 레일건을
휘둘렀다.

「그 악취미 안경자식, 다음에 만나면 비싼거 잔뜩 쏘라고 할거야!」

저온용접으로 날카롭게 갈린 실체검의 날과 고속가동하는 톱날이, 리에타기 자기의 전신(全身)을 찢어발기는 것처럼, 베스너에겐 보였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리에타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려 조합한 모션에 의해, 게슈테르벤 2호기는 강화파츠의 하드 포인트만을
잘라내버리고 있던 것이다. 강제 퍼지된 아머나 부스터가 공중에 흩날린다. 바렐리온의 대공사격이 그것들에 직격하면서, 아머 내의
작약이나 부스터의 분사제를 연소시켰다. 지근거리에서 발생한 폭염에 장갑표면을 불태우면서, 리에타기는 적 부대의 중앙에 강하하였다.

데드 웨이트에서 해방된 게슈테르벤 2호기는, 본래의 운동성을 되찾아, 양손의 무장으로 적기를 격파해 갔다.

난전상태가 된 곳에 지원사격을 할 수도 없고, 아직 동료기체의 사자분신(獅子奮迅)의 활약에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 베스너기는
멈춰섰다.

「정말이지…… 잘도 해냈군」

최후의 적기를 리에타기가 베어내는 광격을 보면서, 베스너는 미소를 지었다. 작전시간은 아직 200초 정도가 남아있었다.


◆◆◆


경쾌한 전자음이, 설정된 작전잔여시간이 제로가 되었음을, 리에타에게 알렸다. 동시에 그건, 귀환 프로그램이 기동하여, FDX팀의
네 기체가 파일럿의 제어에서 벗어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기체의 등 부분의 윙을 전개 하였을 때, 리에타는 이미 조종간에서 손을 떼고 있었다. 이후에 귀환 시퀀스는, 인간의 조종으로는
실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밀한 것이기 때문이다. 콤마초 단위로 설정된 스케쥴에 따라, 네 기체는 차례차례로 S04 보급기지의
상공으로 비상하였다. 거기에 괴조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며, 검은 고사조가 날아왔다. 수백 킬로미터 반경의 타원비행을 마친
클레에가, 도착한 것이다.

전자넷(電磁Net)의 팔이 거대한 상대속도 차이를 없애면서, 네 기체를 상냥하게 감싸안았다. 관이나 십자가를 투하한 후 남은
공간에 FDX팀을 수용한, 클레에는 서쪽 하늘로 가속하였다.


지상에서 그들의 모습을 추적하던 자들이 보기엔, 공중에서 소실된 것으로 보이는, 깔끔한 이탈이었다. 실제, S04기지에서
10킬로미터정도까지 육박하고 있던 라이노세라스급 육상전함의 격납고에선, 감탄의 탄성을 터트리는 자가 있었다.

「이런이런…… 우리의 상대는, 소문 이상으로 성가신 부대인것 같은걸」

솔직한 감상을 밝힌 사람은, DC 잔당의 증원부대 지휘관이었다. 격납고의 구석에 설치된 전황 모니터에 표시된 정보로는, 적 부대의
탈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짐작할 수 없었다. 미처리된 날 것의 정보를 보고 있자면, 그건 악질적인 마술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해탈하지 못한 죽은 자같은건, 가엾은 존재지. 죽은 자는 죽은 자답게, 잠들게 해주자」

지휘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태어난 지역에선, 죽음은 새로운 삶으로 떠나는 것이었다. 현세에 떠돌아 다니는 죽은 자같은 건,
동정해줘야 하는 존재였다. 중위 계급장을 달고 있던 남자의 이름은, 우타발ㆍ아바리. 거무스름한 피구의 그 청년은, 젊지만 역전의
풍격을 지니고 있었다. "성가진 부대"의 파일럿 중 한 명과 그에게는 적지 않은 인연이 있지만, 그건 아직 몇개월 후의 일이다.


머나먼 서쪽 하늘 위에서는, 리에타는 콕핏에서 개방되지 못한 채, (클레에 기내에는, 사람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도 없는건가),
시트 위에서 수분 보충을 하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리에타 소위님」

게슈테르펜 2호기와 정보적으로 연결된 라루카가, 위로하듯이 말을 걸어왔다.

「응, 오늘은 정말 피곤한걸」

「그런 가운데 죄송하지만…… 사령부에서 전 장병에게, 봐두라고 통보받은 영상이 있습니다」

「뭔데? 또 DC 잔단이 프로파간다라도 시작한거야?」

「거의 정답입니다. 70분정도 전부터의 방송입니다, 기록을 재생하겠습니다」

콕핏 내의 홀로 모니터에, 완강해 보이는 장년(壮年)의 남성의 영상이 나타났다. 반ㆍ바ㆍ츈 대령――DC 잔당의 중심적 인물이란 것
정도는, 리에타도 알고 있었다. 아군의 장교들과는 달리, 말하자면 전과(戰果)를 올릴 수 있는 귀중한 사냥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선언한다! 비안ㆍ졸다크가 시사하였던 이성인의 위협을 불식시킬 수 있는 건…… 우리들 새로운 디바인ㆍ크루세이더즈, 노이에
DC외엔 없는 것이다!」

자그마한 영상 속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움켜쥔 주먹이, 치켜올려져 있었다.

「……후끈한걸」

리에타가 중얼거리는 순간, 에어컨이 가동되어 콕핏 안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라루카가 신경을 써준 거겠지. 조금 어긋난 배려에
쓴웃음을 지으며, 리에타는 영상을 계속 바라밨다. 연방군을 비난하면서, 이성인과의 싸움에 전력을 규합하는 것에 대해 반 대령은
계속 설파하고 있었다. 통일을 위한 분열――희한한 일은 아니다. 역사상, 전화를 확대하는 자들은 왕왕 있어 왔으며, 줄곧 입에
담았던 것들이다. 어쨌든, 재봉기한 그들은 노이에 DC로서, 자그마한 잔불을 또 다른 계전(繼戰)의 불씨로 삼는 길을 택했다.

「뭐, "DC 잔당"보단 부르긴 편하겠네」

――그것이 리에타가 남긴 감상의 전부였다.

댓글 : 1 개
  • Kaiz
  • 2024/02/22 PM 06:22
항상 감사히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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