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이야기] 전 여자친구 간병 5일차2014.11.29 PM 08:45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오늘 회사 쉬었내요.
2~3주간 야간작업하느라 힘드니 토요일근무 하지 말자고 하셔서..
아침 일찍 전 여자친구 집에 갔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오늘 못가겠다고 전화하고 집에서 쉬려고 했지만...
전 여자친구 집에 갔습니다.

어제 술먹고 아프지는 않을까? 싶어 걱정되는 마음에 결국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내요...
최근들어 개인적인 시간이 없다보니
집은 개판이고...
피곤에 찌들어 있고..
집에 도착하면 8~10시 사이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 여자친구 상태를 살폈내요. 혹시나 어제 술 먹은거로 어디 아픈건 아닌가? 싶어서요... 그리고 약은 잘 챙겨 먹었는지 쓰레기통에 약봉지 확인하는데...
“야 넌 왔으면 아는 척이나 하지... 왜 힐끗 쳐다보고는 쓰레기통을 뒤지냐?”
라는 소리를 들었내요... 내가 누구 때문에 쓰레기통 뒤지고 있는데...
여하튼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아침 준비했내요... 할 줄 아는게 요리가 몇 안되서 오늘은 김치 볶음밥 해서 먹었내요.. 솔직히 간이 밋밋해서 맨밥 먹는거 같은 그런 맛이었는데 맛있다며 먹어줘서 오히려 고마웠음...
덕분에 설거지가 많이 없어서 빠르게 정리하고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는데..
팔짱을 끼고는 어깨에 기대더군요...
“어제 미안했어... 속상했지?”
미안한지 제 눈치를 살피면서 어깨에 기대었는데.. 덕분에 머리에서 나는 향긋한 샴푸냄새도 맡고... 으흠.. 좀 변태 같은가;;
“일로 와봐 어디 안 다쳤어?”
어제 일을 기억 하는지.. 여기저기 살펴보면서 다친데 없나 살펴보더군요.. 이마가 살짝 찢어진거 보더니 속상해 하면서 밴드를 붙여주면서 말하더군요... “왜 그걸 못 피하고 맞았냐고” 짜증을 부리면서 중얼거리며 구급상자를 정리하다가 갑자기 저를 안으면서 울더군요... 갑자기 울어버려서 “왜 울어” 그랬더니...
전 여자친구 : 너 안 올까봐 무서웠어...
결국 어제일 때문에 미안해서 우는 거였음... 원래 이런 성격 아니었는데.. 아프고 나서 부터는 계속 칭얼거리는거 보니 왠지 미안해지고 감싸주고 싶더군요. 원래는 자기주장이 관철 될 때까지 막무가내로 떼쓰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도 여기서 감정에 휘말리수는 없어서..
나 : 한 며칠 안 올걸 그랬나보다...

했더니 도끼눈으로 쳐다보며 말하더군요..

전 여자친구 : 그럼 집으로 찾아가서 죽여버릴거야

물론 장난이었지만... 어느 정도 진정시켜주고는 훌쩍거리는 전 여자친구한테 주려고 냉장고서 음료수 꺼내주는데 갑자기 물어보군요... “너 뭐 갖고 싶은거 없어?”라고..

그래서.. 어제 마이피에 쓴 여자친구가 사귀고 싶다가 생각나서 “아 여자친구 갖고 싶내..” 이랬더니.. 전 여자친구가 그러더군요...

전 여자친구 : 아 나도 남자친구 갖고 싶내...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웃었네요... 딱히 집에 박혀 있는 건 좋지 않을 거 같아서 산책하자고 했는데 병원을 가고 싶다더군요. 그래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안 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한참 뒤 하는 말...

전 여자친구 : 산부인과가려고...

나 : 왠 산부인과?

하며 순간 많은 것이 지나가는 중 한 가지가 떠오르더군요. 혹시 임신??? 라고요... 그 사이 뭔가 부끄러워하더라고요...

전 여자친구 : 요즘 생리를 안 해서...

아 순간 내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에 머리가 멍하더군요... 아기 아버지가 누굴까?하며 고민하면서 산부인과로 갔내요... 물론 저는 아닙니다... 좀 큰 산부인과 병원 가서 대기표 뽑고 대기하는데 대부분이 임산부... 거기다 왠지 나를 쳐다보는 느낌... 그... 남자가 여자속옷가게 온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 게다가 자신의 몸 상태가 걱정되는지 손을 꼭 잡은 전 여자친구 덕분에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내요... 시간이 흐르고 전 여자친구 진료차례가 돼서 같이 가려니 그냥 여기서 있으라며 코트를 저한테 주고는 진찰실로 가버리더군요.

덕분에 더 뜨거운 눈총을 받았음;;;
시선 회피하려고 핸드폰 만지작거리는데 전 여자친구 코트 속에 핸드폰이 있더군요.
이전 비밀번호 그대로여서 켜기는 했는데... 뭐 별건 없었음... 게임 몇 개 깔려 있고 카톡정도... 그냥 끄고 코트 속에 집어넣으려는데 궁금해지더군요. 나 말고 연락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그래서 가장 먼저 본건 카톡... 그리고 거기서 본건 제 카톡의 이름 명이었습니다...

-항상 고맙고 미운 OO~♥

뭐 그러려니 하고는.. 전화 번호 목록에서 내 이름 어찌 되어 있나 하고는 찾아봤더니..

-사랑하는 OO

그리고는 프로필 사진은 옛날에 저랑 찍었던 사진이 등록 되어 있더군요...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사진 갤러리 쪽 들어가니... 옛날사진 전부 다 가지고 있더군요... 핸드폰도 바뀌었는데 사진 여태 가지고 있는걸 보니 왠지 찡한 느낌...
나란 놈은 헤어지자마자 사진 전부 다 지워버렸는데...
여태껏 소중히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안해지더군요...
사진도 적은 것도 아니고 한 400장 넘게 있어서... 다는 못 봣지만 한 80개 쯤 보고 핸드폰 끄고 다시 코트 주머니에 넣었고 얼마 되지 않아 나오더군요. 자리에 일어나서 물어봤죠...

나 : 의사가 뭐래?

전 여자친구 : 아 그게.. 수술하고 아직 몸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서 그렇대... 수술하고 있는 부작용인데 약 먹고 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던데?

결국 임신이 아닌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말에 맥이 탁 풀렸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헛짓거리한거.. 그래서 “아 그래? 다행이내...”라며 웃어주고는 약 3일치 처방 받은거 약국서 받아오고 카페로 갔습니다. 주문한 녹차라떼를 마시는데..
전 여자친구 : 너 산부인과 가자고 했을 때 엄청 당황하더라?
나 : ....
전 여자친구 : 내가 임신한줄 알았지?
나 : 어...
전 여자친구 : ㅋㅋㅋ 바보야 임신했으면 내가 어떻게 수술 받았겠냐?
라며 깔깔거리더군요...
나 :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그래서...
전 여자친구 : 그럼 내가 임신했으면 누구 아이일거라 생각했어?

라는 물음에 전 당연히 “전 남자친구아이겠지...”라고 하니..

전 여자친구 : 그랬으면 지금 나 울고불고 난리치면서 애 지운다고 난리 쳤을걸...

라고 하더군요... 전 남자친구이야기에 진저리를 치며 말하는걸 보면서 물어봤네요.

나 : 그럼 만약에 내 애였으면?

전 여자친구 : 당연히 낳지...

너무 당돌하게 이야기하기에... “난 지우라고 했을걸?”이라고 말하니... “그럼 너한테 말도 안하고 혼자 낳았을걸.”이라고 말하는데 왠지 모르게 소름 돋으면서 순간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점심은 전날부터 먹고 싶다던 초밥 먹고... 대형 마트가서 장보러 갔습니다. 전 카트를 끌고 전 여자친구는 팔짱끼고 붙어서 “이거 먹고 싶으니 저거 사자”라며 엄청나게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내요. 사들고 온 재료들이 워낙 조합을 할수 없는 것이라 저녘을 뭐해 먹나 하다가.. 결국 짜장면 시켜먹음... 집에 가려는데 자고 가라고 해서 오늘은 하루 신세 지려고 여자친구 수면바지 빌려 입고 같이 TV보는중...

그나저나 핸드폰에 저장된 제 이름이 상당히 신경쓰이내요...
사진도 그렇고...

핸드폰으로 몰래 쓴거라 장황하게 두서없는 글 이해 바랍니다.
댓글 : 39 개
흠... 그래도 간병하시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ㅎ

애쓰시네요.....
간병일기 잘보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매일 쓸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ㅎ
마음 흔들리신거 같은데
본인 마음 속이고 계신거 아니에요?
음 두 분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지금도 충분히 연인 같아 보여요
그런가요...
아프다고 하니 거절할수도 없는 상황이 되버린게 많아서 그런거 같아요 ㅠ
썸같아보입니다만
글 쓰고 봤는데...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처음 결심과는 다른 의도로 진행중이라.. 심히 고민해야겟어요 ㅠ
글로 읽었을 뿐이지만.. 제 느낌에도 이미 사귀는걸로 마음도 행동도 정하신 것 같네요.
암묵적으로 합의도 했지만 입에만 안 담고 간만 보는 느낌...?

다른 사람의 연애사에 참견할 주제도 아니지만...
동정심 내지 배려심이랑 연애감정은 충분히 생각해서 구분하고 마음을 정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거 혼동하다가 서로 악의는 없는데도 난감해지는 사람들도 봤거든요...
구분을 정할 경계선이 점점 흐려지는게 문제내요...

神算님 말대로 명확한 경계선을 찾아야겠어요 ㅠ
차라리 소설이면 좋겠어요. 계속 글이 올라올때마다 긴장감이;;
저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현실화 된 이야기 ㅠㅠ

매일 매일이 힘듭니다..
몇일만에 몰아서 글 보고 있는데 멋진 남자분이시네요 ㅜㅠ!!!

갖... 갖.. 아니 이게 아니라 ㅋㅋ 여동생 소개시켜 주고 싶..??!?! 은데 그럼

지금 간병해 드리는 분한테 큰일날.~ 어째뜬 힘내세요!! 멋있어요

그리고 감정에는 솔직해야 뭔가 좋긴 하더라고요 !! (3년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랑 다시 썸타고 있어서 이런 말 하는거 아니...!?)
아이구 형님!!!

남이 보기엔 멋있지만 전 죽을 맛입니다 ㅋㅋ;;

감정이 솔직해야 좋은건 맞지만 다시금 엮이는게 왠지 거부감이 들어서요...

그리고...

썸은 썸으로 끝날것입니다...ㅋㅋㅋ
참 영화보다 더한게 인생이라는데..
님이 딱 그런 상황이 되셨네요.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저도 이런게 실제 가능할거란 생각을 못하던 1人이라..

당황스러웠어요...

지금이야 그러려니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하고있고요
  • Siyan
  • 2014/11/29 PM 09:53
...복잡하다..............착잡하고.............힘내세요.;
감사합니다...

낫는게 우선인데..

연애 감정이 우선시하는거 같아..

혼란스러워요
  • 윤DJ
  • 2014/11/29 PM 09:59
아무리 전 여친이라고 해도 간병은 좀 그러네요 ㅠㅠ

이미 끝난사이인데

제가 볼 때 둘이 썸타는게 아니라 이미 사귀고 있음요

ㅋㅋㅋㅋ 힘내세요
썸입니다...

아니...

그냥 친구에요 ㅠㅠ
  • 윤DJ
  • 2014/11/29 PM 10:04
ㅋㅋㅋ 헤어지고 친구라는거 없어요.

이런말하고 싶네요 지금 간호하는 여성분이 다른 남자랑 내앞에서 키스하고 스킨십하고 19금까지 한다면? 마음이 어떠세요 ㅎㅎ 그럼 답나와요 자신을 속이지 마셔요~
음...
조금 기분 나쁘고 다신 안 볼거 같긴한대... 음....;;;
  • 윤DJ
  • 2014/11/29 PM 10:07
그럼 조아하는거에요 ㅎㅎ 정말 싫거나 관심없는 여자가 내앞에서 다른 남자랑 스섹을 하던 똥을 싸던 무슨짓을 하던 신경 안쓰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가다가 전여친이 다른남자랑 껴안고 있어도 무덤덤합니다~마음이 없으니깐요

제가 볼때 마음있습니다 >_< 마음없으면 간호도 안해줘요 ㅋㅋㅋ
큭... 그럴수도 있긴한대..

일단 친구의 도리?라는걸로 시작한게 dj님 때문에 변색되는거 같아요 ㅋㅋ
걱정하시는 거 보면 아예 맘이 없으신 건 아닌 거 같아요. ㅠ
부정은 못하겟네요....

ㅠㅠ

일단 그런거 같습니다...ㅠ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간병 이야기

항상 늦게 보지만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니 근데 내가 글 쓰면 꼭 사진이 저걸로 나오더라............
ㅋㅋㅋㅋ

원하시면 바꿔드릴수.,...
비슷한? 비슷하다면 비슷한 케이스인데. 저도 암에 걸린 친구가 있어요. 사귀고 그런건 아니지만 그친구가 절 좋아하긴 했었는데 솔직히 저는 그 친구의 마지막을 볼 용기가 안나서 연락을 끊은 경우거든요. 꽤 심각하게 진행된 케이스였고, 수술도 불가능할 정도였고, 본인도 삶에 대한 의지가 거의 없는 상태였어서.... 주변에 의과 관련 친구에게 물어보니 암은 백퍼센트 완치는 없고 그 수치? 를 0에 수렴시켜과는 과정이라고 말하더군요. 완치 됬다하더라도 재발의 위험도 있고... 많이 어려운 상황이시겠지만 여자분 쾌차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후에 지금 쓰시는 글들이 슬픈 기억으로 남지 않기를 바래요.
저도 생각합니다..

추후에 이 글을 보며 어떤 생각에 잠길지..

킨다님은 어떠세요?

당시 선택을 후회 하시나요?
전 후회안해요. 근데 제경우는 좀 다른게 저는 별로 마음이 없었거든요.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이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주변의 그냥 아는 사람의 마지막을 보는것도 감당 못할것 같은데
한때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마지막을 볼 용기가 있으세요?
일단 이전 결심글에서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부탁햇어요... 장례를 치뤄 달라고...

그리고 지금은.. 간병이라는 단어로

같이 있는 상태...

추후에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최악의 상태에 도달한다면...

글쎄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아직 생각해보지않아서...
상대방을 더 생각하신다면 지금처럼 계속 하시는게 맞겠고.
본인을 더 생각하신다면 저는 마지막까지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헤어질때 받은 상처가 간병을 빙자한 만남으로 치유될 수 도 있겠지만(빙자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만약 여기서 다시 상처를 받으신다면 그걸 치유할 기회는 오지 않을 것같아서요....

그냥 걱정이 되서 말해봤습니다.
여자분과 본인 어느쪽을 더 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시고 행동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일단... 말씀하시는 뜻은 알겠습니다.

솔직히 제 입장에선 제가 우선이죠...

조금 이기적일지라도...

조언 감사합니다 ㅎ
그 여자분이 잘 나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평생 마음에 짊어지게 될 상처가 될 거 같은데. 대단하시네요 여러가지 의미로.. 주인장님 선택이 좋은 결정이길 바래봅니닷!
감사해요
무조건 부정적일수 없자나여 ㅎ
주말에 뭐했는지 이제야 보는군요. 언제나 마시로땅님을 응원합니다!
핰 감사해요 ㅎ
세라비님은 주말 뭐하셧나요 ㅎ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