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글쓰기] 용사와 두부김치 그리고 마왕2025.08.02 PM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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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전 밖은 승전 연회로 떠들썩했다. 악기와 노랫소리 그리고 술에 취한 남자들의 싸움 소리 폭죽 소리가 뒤섞여 고요한 궁전의 담을 넘었다. 지키는 병사가 한 명도 없었기에 소리는 금세 왕의 홀까지 달려갔다. 달리던 소리가 홀의 문에 부딪혀 희미해졌지만, 문 너머의 검은 가면에 닿았다.


 그곳에서 모든 신하를 물리고 홀로, 마왕은 옥좌에 앉아 깊은 명상에 들었다. 지금 이 땅 위에서 그를 해칠 수 있는 존재는 없었으므로, 신하들은 명령에 따라 연회를 즐기러 걸음을 옮겼다. 지금 궁전 안에서 그를 방해할 수 있는 존재는 그 자신뿐이었다.


 명상이 깊어지자, 마왕의 지팡이는 주인의 손에서 벗어나 허공에 떴고 그 주위로 마력이 모여들었다. 한때 마왕의 스승이자 주인이었던 마법사의 머리뼈와 척추뼈로 만든 물건이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머리뼈 안에 박힌 보석 속에서 마력의 소용돌이가 점차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요사스러운 마력의 은하를 보면서 마왕은 오늘 밤 그의 계획을 완성하기로 결심했다.


 갑자기 홀의 문을 여는 소리에 궁전의 정적이 깨져버렸다.


 마왕이 감았던 눈을 뜨며 지팡이를 잡자, 마력과 빛이 서서히 사그라졌다. 다가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드니 그의 눈에 붉은 투구와 푸른 망토를 두른 사내가 보였다. 사내는 등 뒤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있었다.


 “웬 놈이냐?”

 

 사내는 대꾸 없이 뚜벅뚜벅 걸어와 옥좌의 단 앞에 서서 마왕을 보았다. 그러고는 가방을 내려놓고 두르고 있던 망토를 풀러 돗자리처럼 펼쳤다. 곧 가방을 열어 그 안에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 망토 위에 늘어놓았다.


 “귀머거리 광대냐? 아니면 잡상인이냐? 어리석은 놈이 길을 잘못 들었구나. 목숨은 살려줄 테니 잡동사니와 함께 썩 꺼지거라.”

 “세계 포위 멸망 마법은 오늘 말고 내일 사용하시는 게 어떠실지요?”


 마왕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그의 계획에 도움을 준 자들은 모두 암살했는데, 생존자가 남아있었던 모양이었다.


 “네 놈! 정체가 무엇이냐?”


 정체불명의 사내가 붉은 투구를 벗고 마왕을 보았다. 검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의 인간은 인상이 기이했다. 얼굴만 보면 나이는 20대 같았는데, 또 눈빛은 60대 같기도 했다. 그리고 마왕은 어디선가 그를 본 것 같은 기시감을 느꼈다.


 “최근에는 요리사 일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용사였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자리이니 용사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왕님.”


 용사라는 이름을 듣자, 기시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과거 어느 땐가 인간 왕국에서 마왕의 군세에 대적하기 위해 찾아낸 예언 속 용사라는 존재의 용모파기에서 보았던 얼굴과 지금 마왕의 앞에 선 사내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 용사라는 놈은 마족만이 아니라 인간과도 싸우는 미치광이였고 왕국이 하사한 보물을 파괴한 뒤 행방이 묘연해져 과거에 묻힌 인물이었다.


 “그래, 미친 광대 놈아. 네 입으로 용사라고 자칭하면 용사가 되는 것이더냐? 우스운 농담의 보답으로 네놈의 목숨을 끊어주도록 하마.”

 “용사의 증표라면 보여드리겠습니다. 잠시만요.”


 사내는 뒤로 돌아서 벨트를 풀고 바지를 내려 마왕에게 궁둥이를 보였다. 그의 오른쪽 볼기에 손바닥만 한 육각형의 커다란 반점이 있었는데, 붉고 푸른색으로 반짝거려 범상치 않은 반점임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내용은 브릿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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