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절] 엑스맨 97, 낭만의 부활2024.04.11 PM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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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스포는 없지만 설명 중에 극의 일부분에 대해 말하니 스포에 민감하신 분들은 조심하세요









늙은이 같은 소리로 시작하자면 난 뻔한 연출을 매우 좋아한다.


이제 모든걸 포기하고 싶어질 때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바라 보니 대군이 언덕 위에서 나타나는 뻔한 클리셰적 연출을 매우매우 좋아한다.


대사들도 오글거리는 대사가 좋다.


셰익스피어 같이 온갖 미사여구를 쓴 찬양이나 찬가도 매우매우 좋아한다.


엑스맨 이야기에 앞서 이걸 말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내 취향에 딱 맞는 뽕과 낭만이 넘치는 작품이라 그렇다.


팬들이 바라던 바를 정확히 알고 정확히 보여주는, 옛 것을 어떻게든 비틀고 꼬아서 관객의 기대를 부셔 버리는 요즘 시류와는,


완전히 대치점에 선 작품이다.


아직 완결은 나지 않았고, 5화 까지 나왔는데 못 참고 중간 평가를 하는 이유는


이 5화가 앞서 말한 요소들의 정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엑스맨은 전통적으로 마블에서도 유독 아침 드라마 같은 내용들이 많았다.


청춘 남녀들의 사랑과 배신이 거의 주를 이룰 정도인데 이번 화에서 그 특징을 여지 없이 보여준다.


자력의 지배자 매그니토와 로그, 갬빗 간의 삼각관계는 발리에서 있었던 일 뺨치는 치정을 보여주는데 그걸 풀어내는 솜씨부터


지독한 비극까지 정말 너무 나도 맛나게 표현한다.


거기다 로그가 자신이 갬빗과 함께하지 못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대사란


"너는 만지는 모든 걸 빛나게 하지, 나 빼고."


보는 당시 불알 벅벅 긁는 돼지 오타쿠 몸에 갇힌 소녀 감성이 그만 터져 나와서 눈물이 흐를 뻔했다.


그런데 지루한 사랑 이야기만 있느냐, 절대 아니다.


극의 후반 부는 그냥 액션 포르노 그 자체이다.


21세기 기술력으로 표현된 미려한 액션은 근래 보았던 어느 애니메이션에 뒤쳐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다 캐릭터 간의 능력을 살려 각자 다른 액션을 보여주는데 캐릭터의 행동 모두 낭만이 넘쳐 흐른다.


한평생 탄압 당하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워 오던 자력의 지배자 매그니토가 자신을 믿어


의심치 않아하는 작은 돌연변이 아이를 바라보며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마지막으로 독일어로 무서워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진짜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하여튼 엑스맨 97은 엑스맨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하기 힘든 그런 작품이다.


아니 설령 엑스맨을 좋아하지 않아도 싫어하기 힘든 작품이다.


원작 만화책의 내용을 굉장히 잘 압축해서 30분 안에 깔끔하게 보여주는 연출력은 굉장히 좋다.


국내에서는 찾아 읽기 힘든 옛날 엑스맨 이야기들을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볼 좋은 기회니 디즈니 플러스가 있다면 꼭 봤으면 한다.


근데 중간 과정을 많이 건너 뛰고 갑자기 2000년대의 그랜트 모리슨 엑스맨 시절 내용 기반에 그 보다 더 근래인 크라코아랑 갈라


섞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케이블이 나오는거 봐서는 그냥 시간 여행해서 없었던 일로 되겠지만)

댓글 : 2 개
저 멋진 엉덩이 꼴릿한 그림체가 이번에는 안나와서 아쉽다.
대신 매그니토랑 끈적한 댄스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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