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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1. 그림자 경주 (5)2014.10.09 PM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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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났다. 어제 어머니한테 맞은 엉덩이가 아직 아픈지 엉거주춤한 제미니를 뒤로 하고 리타는 마을로 나왔다. 광장대로에 접어들자 많은 마을 사람들이 보였고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들떠 있었다. 정벌군 소식이다.
어제 디트리히와 캇셀프라임의 행렬을 보며 리타가 했던 생각이 맞았다. 군중의 가벼운 흥분상태는 아무르타트의 최후를 예상하며, 자신들도 그 최후의 장면에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한 것이다.
흥분, 걱정, 희망, 불안 그 모든 것들을 적절히 배합하여 통째로 절구에 넣고 갈아버린 다음 마을 대로에 뿌린 것 같았다. 속삭임, 웃음소리, 한숨소리, 고함소리. 평소 때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그런 소리들이 어쩐지 오늘은 다른 느낌이다.
리타는 광장을 지나쳐 성으로 향했다. 어제의 순찰결과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경비대와 상담할 목적이었다. 그러던 중 성 근처에서 후치를 발견했다. 그는 양조장 막내 미티와 함께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후치.”
“어, 리타.”
“안녕하세요.”
후치는 짧게 손만 까딱했고 미티는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그러면서 미티는 누나한테 건방지다는 둥의 말을 후치에게 했지만, 후치는 가볍게 무시하며 다시 성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덕위에 위치한 영주의 성벽위로 하얗고 길다란 목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서 뭔가 넓고 큼직한 하얀 것이 올라오며 그 목을 가려 버렸다. 그것은 다시 아래로 사라졌다가 위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후치는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것이 캇셀프라임의 날개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윽고, 캇셀프라임은 둥실 떠올랐다. 캇셀프라임을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속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토록 압도적이고 거대한 몸뚱아리가 너무도 우아하게 날아오르고 있다니.
너무도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날개를 느리고 가볍게 움직인다. 엄청난 힘이 느껴지지만 한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목과 꼬리. 캇셀프라임은 완전히 날아올라 성의 창공에 떠올랐다. 그것은 계속 천천히 날개를 저어 마을 사람들을 지나쳐 날아갔다.
절대로 빠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건만 순식간에 캇셀프라임은 하늘의 저편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캇셀프라임 만세!”
“만세!”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감동하여 캇셀프라임을 향해 환호를 보냈고 그것은 후치나 미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리타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다가 새로 등장한 인물이 있자 시선을 돌렸다.
“이크, 조심하게나. 네드발군.”
“아, 칼?”
손을 막 휘두르며 하늘을 향해 환호하던 후치의 어깨를 잡은 칼은 그 대가로 후치의 팔꿈치에 얼굴을 찍힐 뻔 하였다. 후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리타는 정중히 칼에게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입니다. 칼.”
“예, 아침은 아니지만 좋은 날입니다. 스마인타그양.”
“칼 덕에 소년과 소녀는 좋은 아침을 보냈죠. 소년은 배에 불이 나고, 소녀는 엉덩이에 불이 나는.”
“이것 참, 허허. 실례했습니다.”
칼은 점잖게 웃었고 리타도 그다지 타박할 마음이 없었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후치는 캇셀프라임이 날아간 방향을 계속 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그런데 캇셀프라임은 어딜 가는 거지요?”
“글쎄올시다. 날아간 방향으로 보아 회색산맥이군. 정찰이 아닐까 하는데.”
“정찰? 정찰이라면 우습네요. 저건 누구 눈에나 뜨일 테고 당연히 아무르타트에게도 보일 텐데.”
“인비지빌리티invisiblitiy."
“아!”
후치는 갑작스럽게 리타의 입에서 튀어나온 용어에 이마를 탁 쳤다. 투명화 마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법사를 접할 일이 거의 없던 후치로서는 바로 떠올리기 힘들었던 것이다.
“하긴 마법사라는 것이 워낙 희귀한 것이니. 우리의 네드발군이 그것을 떠올리지 못했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야 있겠는가.”
이미 무안을 준 다음에 그렇게 말해도 안 고맙단 표정을 지으며 후치는 물었다.
“그런데 누가 캇셀프라임에게 인비지빌리티를 써주지요?”
“응? 그야 캇셀프라임이 직접 쓰는 것 아닌가.”
“드래곤이 마법도 써요?”
칼은 황당한 표정으로 후치를 바라보았고 후치는 그것쯤 모른다고 하늘과 땅이 뒤집히기라도 하느냔 뻔뻔한 표정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대답은 후치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들려왔다.
“마법은 원래 드래곤의 것이지.”
후치와 칼은 동시에 말이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복장을 하고 있는데다 머리엔 얼굴이 다 가려질 정도로 후드를 내려쓰고 있었다. 검은 색의 능직 로브를 입고 있었으며 등에는 가방을 메고 오른손엔 스태프를 세워들었다. 오른손의 소매는 팔꿈치까지 흘러내려서 팔에 가득한 문신이 드러났다. 글자인지 무늬인지 구분하기도 애매한 복잡한 선들이 기이한 도형을 이루고 있다.
그는 후드를 천천히 걷어 올렸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동작이다. 드러난 목에서 볼에 이르기까지 문신이 보인다. 아마도 오른팔과 목을 보아 전신에 문신이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타난 눈. 눈동자가 없다. 하얗다. 백발인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하얀 눈이었다. 검은 로브에 검은 문신과 대조되는 흰머리와 흰 눈이 이색적이다.
일행은 위압적인 장님 노인의 모습에 주춤했지만, 혈기왕성한 헬턴트의 십칠 세 소년, 후치 네드발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저, 누구시죠?”
“타이번.”
짧은 대답에도 기죽지 않고 헬턴트 소년은 계속 질문했다.
“타이번이라. 드래곤에 대해 잘 아세요?”
“아니, 몰라.”
다시 한 번 짧은 대답. 그러나 굴하지 않는 헬턴트 소년. 다른 헬턴트의 소년과 장년, 처녀는 그에게 궁금증을 의탁한 채 지켜보았다.
“……이것 보세요. 무턱대고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면 그들 모두에게 조언을 건넬만한 지혜와 연륜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후치는 스스로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 칼의 덕이겠지만.
“질문이 잘못 됐어.”
“예?”
“난 드래곤보다는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마법사에요?”
“이런, 자네도? 반갑네. 장님 동지.”
척 보면 마법사인 것쯤은 알아채라는 고상한 비난에 후치는 불만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는 검은색 로브와 온몸에 문신을 하고 다녀야 한다는 마법사의 불문율이 있다는 생각 따윈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칼. 내가 장님이 아니라고 좀 말해주겠어요?”
“그러지, 이 청년은 장님이 아닙니다. 다만 눈을 뜨고 있어도 별 볼일이 없다는 것 정도지요.”
“그럼 장님보다 더 고약하군.”
칼과 타이번의 말에 단숨에 눈 뜬 장님이 되어버린 후치는 콧방귀를 뀌었다. 칼은 피식 웃었고 리타는 후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내 눈은 내 여자만 볼 수 있다면 충분하는 생각을 가질 나이니까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이런, 벌써 레이디가 있었군. 암, 그럴 나이지.”
“하! 관둬요.”
좌중은 다시 한번 웃었다. 칼은 미소를 띤 채 타이번에게 말을 걸었다.
“근처에서는 못 뵙던 분이시군요. 전 칼이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겠지. 난 여생을 마칠 자리를 찾고 있는 늙은이야.”
“여생을?”
“그렇다네.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떠돌아다니는 것도 지겹고, 정착해서 내 무덤자리나 정해서 풀 베며 가꿀 생각이네. 그래서 부탁인데, 이 마을은 어떤 마을인가?”
“영주님은 헬턴트 자작이시고, 썩 괜찮으신 분입니다. 노인장께서 대륙을 주유하셨다면 영주님께서는 노인장을 초청하여 심원한 지혜, 혹은 머나먼 지방의 재미있는 풍습을 들으시겠지요. 하지만 시기가 안 좋군요.”
곧 블랙 드래곤을 잡으러 출정하려는 마을이다. 타이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들어오자마자 술렁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더군. 난 그대로 떠나버릴까도 생각했다네. 하지만 이 나이가 되면 섣부른 판단은 피하게 되지. 자네가 괜찮다면 주점에 좀 안내해주겠나? 난 자네들에게 술을, 자네들은 나에게 조언을 줄 수 있겠지.”
술이란 말에 후치의 눈이 반짝거렸다. 미티는 양조장네 자식이라 그런지 그런 감흥이 없었다. 두 동갑네기의 다른 반응을 보며, 리타는 사양했다.
“저는 성에 볼일이 있습니다. 미티도 아마 일이 있을 겁니다. 저희는 이쯤에서 빠지죠.”
“바쁜 사람을 붙잡고 있었군요.”
“아닙니다. 칼. 넋 놓고 드래곤이 나는 걸 구경할 정도의 시간은 있었으니까요. 좋은 이야기 나누세요.”
리타는 칼과 후치에게 손을 들어 인사한 다음, 떨어져 있던 미티와 함께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타이번이란 장님 마법사는 위압적인 외향과 달리 온화한 사람인가 보다. 물론 마법사라는 사람들 자체가 미치거나 미쳐가는 사람들로 나뉜다고 하니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다만 리타는 어떤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타이번을 보았을 때 장님과 마법사라는 공존할 수 없는 두개의 특이점이 함께하는 것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이질적인 무엇인가를 가진 사람이었다.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거꾸로 내리는 비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일종의 불쾌감과 비슷한 정도의 감정에 리타는 당황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느낌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여행 중에 치한에게 몸이 만져질 때나 몬스터에게 몸이 씹힐 때도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었다.
보통 때였다면 경험이 넓은 마법사와 견문을 넓히는 걸 주저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녀의 일은 급한 게 아니었고, 이런 경험은 쉽게 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로지 기이한 감정을 느낀 당홍감이 그와의 대면을 거부했다. 본능이 이렇게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리타가 상념에 빠진 사이 미티는 헬턴트 성의 집사인 하멜을 만나러 가버렸다. 리타는 홀로 성을 걸으며 본인의 마음을 살폈다. 발걸음은 경비대실로 향했지만 어쩐지 제자리를 도는 기분이 들 정도로 멀게 느껴진다. 하여서 누군가 그녀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긴 어쩐 일이야, 리타?”
샌슨의 목소리다. 리타는 등 뒤에서 돌려온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샌슨은 홀로 있는 게 아니라 수도에서 온 것으로 짐작되는 기사들과 함께였다. 손에 무기가 아닌 서류 같은걸 들고 있는걸 보아 작전회의라도 한 모양이다.
“어제 순찰 보고 겸 앞일 논의.”
“아아, 그렇구나. 요즘 바빠서 정신이 없네.”
“네가 물레방앗간 아가씨 말고도 정신이 없을 일이 생기다니.”
예상하는 대로 샌슨은 얼굴을 붉히며 뒤의 기사들만 없으면 쥐어박았을 거라는 눈빛을 보냈다. 반면 뒤의 기사들은 성내에서 만난 여자와 살갑게 대화하는 경비대장을 묵묵히 보고 있었다. 기사도를 숭상하는 그들로서는 여성과 예의 없이 떠드는 그가 못마땅했지만, 샌슨은 뒤통수에 눈이 달린 부류가 아니기에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런 기사들 사이로 작은 무엇이 쏙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작은 키에 가냘픈 몸을 가지고 옷에 먹힌 듯한 인상을 주는 어린 소년이다. 디트리히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리타를 보며 인사했다. 반면 기사들은 드래곤 라자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했다.
리타는 가볍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할슈타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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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는 원작이 있는 작품에 대한 통제가 심하더군요. 조아라는 그... 너무 독자층이 어린거 같고
연재할만한 곳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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