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2. 딸의 아버지 (2)2014.11.04 PM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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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상대방이 당황했는지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리타의 말을 따를 생각이 없었는지 앞으로 나오지 않았다. 리타는 그가 결정을 번복하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녀는 왼손을 들어올려 소리가 난 쪽을 향했다. 왼손의 반지가 햇빛을 받아서인지 반짝거린다.



“저는 그 곳을 조준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나오세요.”



마나 볼을 만들 때와 같은 느낌으로 마나를 운용하니 어느새 왼손 앞에는 빛의 화살이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 시험해볼 때와는 달리 마나를 억제하지 않아 화살은 상당히 강력한 모양새였다. 화살이 아닌 흡사 발리스타 같은 크기에 리타 본인도 살짝 놀랄 정도다.



하지만 숨어있는 상대는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리타의 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제가 매직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지금 숨어있는 나무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도 상당히 피해를 입을 겁니다. 그쪽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실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멀리서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내 풀숲이 부스럭거리더니 한 인영이 드러났다. 그는 양손을 들고 항복하겠단 의사를 표현했지만 눈만은 적의가 그대로 가득한 상태였다. 리타는 사람이 그녀에게 적의를 드러낼 이유가 없었기에 그 시선이 의아했다.



그녀는 왼손을 휘둘러 매직미사일을 없었다. 순간 상대방은 놀라는 눈치였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이었군요. 어떤 이유에서 저를 노리고 있던 것이지요?”



리타의 왼손에 맺혔던 매직미사일은 사라졌지만 오른손은 여전히 롱소드에 가 있는 상태였다. 적의가 남아있는 이상 경계는 늦추지 않는다.



사내는 적의와 불만이 가득한 눈을 리타에게서 근처에 펼쳐진 참사로 옮겼다. 그의 턱이 부들부들 떨리다가 힘겹게 입이 열렸다.



“저들은 내 동료들이다.”



리타는 옆을 슬쩍 바라보고 말했다.



“안되셨군요. 애도 드립니다.”



“뭐?”



사내는 리타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고 그것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처럼 이를 갈았다.



“애도? 네년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리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



“하! 네년은 죽여 놓고 애도하는 취미라도 있는 모양이지? 저들이 살아 있었어도 지금처럼 말할 수 있을까!”



사내는 사납게 외치며 허리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단검을 뽑아 들며 리타에게 달려들었다. 순순히 모습을 드러낸 것 치고 갑자기 습격이라니, 리타는 사내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격을 그대로 허용할 생각은 없었다.



“죽어랏!”



“거절합니다.”



사내는 양 손으로 단검을 쥐고서 그것을 리타에게 뻗어왔다. 기본이고 뭐고 하나도 갖춰지지 않은 자세다. 리타는 쭉 뻗은 다리로 찔러 들어오는 사내의 손을 후려 찼다. 검을 잡는 법조차 제대로 취하지 못한 그는 당연히 단검을 손에서 놓쳤다.



“악!”



사내는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손목을 부여잡았다. 도저히 여자의 발길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위력이다. 그는 고통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비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후속 행동을 아무것도 이어가지 못했다.



“저는 악이 아니라 리타입니다.”



농담인지 진담이지 구별할 수 없는 어조로 말한 리타는 돌아보는 사내의 발목을 걷어찼다. 사내는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끼며 균형을 잃었고, 리타는 균형을 잃고 나자빠지는 그의 손을 뒤로 꺾었다.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힌 채 사내는 신음을 내뱉었다.



“으윽.”



리타는 호흡 하나 흐트러트리지 않은 상태로 차분하게 말했다. 그녀의 차가운 눈이 내려찍고 있는 사내의 찌푸린 얼굴로 향했다.



“설명해 보시죠.”



“뭐, 뭘?”



“방금 전 대화에서 제가 동료들을 살해했다고 오해한 것은 알겠습니다. 그러면 왜 오해를 한 것일까요?”



“오해라니, 무슨 소리냐!”



“착각이라고 해야지 더 알아듣기 쉽겠습니까?”



“…… 네가 죽인 게 아니라면 그딴 표정을 짓고 도망가려고 하지 않았겠지.”



리타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리고 옆에 있던 카피는 그런 리타의 표정을 보고 생소하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냉소를 짓는 리타는 본 적이 없다.



“당신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타인을 돕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군요. 사람이 사람의 시체를 무감정하게 보고 내버려두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남자는 리타가 찍어 누르는 힘이 강했기에 리타를 올려다보지 못했다. 그랬기에 그는 이를 바드득 갈며 리타에게 말할 수 있었다.



“크윽, 당연한 소릴! 너는 다른 사람을 뭐라아아악!”



그의 말은 리타가 팔을 더 비틀어 버리는 바람에 비명으로 바뀌었다.



“죄송하지만 당신의 가치관을 더 들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소의 고통을 준건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니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만 오해를 풀도록 하죠.”



“으으.”



“진정하고 고개를 돌려 시체를 보세요. 동료만 보입니까?”



남자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리타의 말을 순순히 들었다. 그녀의 위치 때문인지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의 찌푸린 눈으로 흩어진 동료들의 사체와 선명히 구분되면 흑색의 무엇이 보인다.



“…… 오크?”



“다행히 머리만 이상하고 눈은 정상인가 보군요.”



“……”



리타의 말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어떻게 해도 비아냥으로 들린다. 헬턴트식 농담이 생소한 남자는 모욕 받았단 생각에 얼굴을 붉혔다. 리타는 그가 어떻게 반응하든 신경 쓰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추측으로는 오크의 습격입니다. 마차는 텅 비어 있고 동료들의 옷까지 사라졌습니다. 동절기에 대비한 오크의 소행이라는 게 가장 적당한 추론이겠죠. 거기다 오크의 시체도 남아 있으니까요.”



“그런……”



“이제 저의 무고함에 대해 설명해 드리려고 하는데, 필요하시겠습니까?”



사내는 침묵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 동료들과 떨어졌다가 뒤늦게 합류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들과 합류하지 못했고 동료들을 찾다가 시체들을 차갑게 바라보는 리타를 발견한 것이다. 동료의 시체를 본 그는 피가 거꾸로 솟아서 그녀를 습격하기 위해 숨어 있었다. 당연히 시체를 제대로 볼 겨를은 없었고, 머리에서는 단순히 리타를 살인자라고 못 박아버렸기 때문에 다른 이성적인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이성을 추스를 수 있게 되니까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애초에 여자 한 명이 상단을 다 죽인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목적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제쳐두더라도 가능성의 여부부터 문제였다.



“미안하군…… 아니, 미안합니다.”



남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아무리 흥분했다지만 너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을 공격했다. 비록 상대방의 실력이 좋아서 지금 같은 고통을 겪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는 아찔한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리타는 사내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그를 풀어주었다. 그녀는 일어서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고 남자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눈은 동료에 대한 애잔함과 리타에 대한 미안함을 담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사과를 드려야할지 모르겠군요.”



“제가 실재적으로 피해를 입은 건 없으니까 굳이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동료들의 일로 충분히 괴로우실 테니까요.”



“아닙니다. 오해였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어떻게든 사죄하겠습니다.”



사내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리타는 그의 태도가 부담되었지만 다시 거절하진 않았다. 그는 옷을 털어내고서 동료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리타도 그의 시선을 따라 참혹한 현장을 보았다. 남자를 제압하느라 잠깐 잊고 있었던 진한 피냄새가 몰려온다.



남자는 이를 악다문 채 힘겹게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낮게 깔리고 사납게 갈린 목소리다.



“오크놈들이 확실합니까?”



리타는 차가운 눈을 계속 시신들에게로 향해있었다. 그 상태로 카피에게 해줬던 설명을 그대로 남자에게 들려주었다. 그가 어떤 이유로 일행에서 이탈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에 목숨을 구했다는 새로운 추측은 굳이 꺼내지 않았다. 리타의 이야기를 다 들은 남자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 오크놈들.”



그의 목소리에는 잔뜩 증오가 배어있다. 남자의 잔뜩 인상 쓴 눈에서는 눈물이 맺힐 것만 같다. 그는 전신이 떨리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잠깐 바라본 리타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녀는 곧장 아스화리탈에 올라타고 카피를 안장 앞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아스화리탈을 가볍게 보채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리타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아스화리탈이 걷기 시작하자 정신을 퍼뜩 차렸다. 그는 황급히 아스화리탈의 앞으로 튀어나와 길을 막았다. 리타가 말을 멈추며 의아하게 남자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시죠?”



“그냥 이렇게 떠나는 겁니까?”



“네.”



리타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남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았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생면부지인 사람이 그를 도와줘야 할 이유가 없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안 도와준다고 해서 법에 위배되진 않는다. 더군다나 오해해서 공격한 마당에 자기 입으로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너무 염치없다.



하지만 남자는 이대로 리타를 보낸다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그녀를 잡고자 아무 말이나 꺼냈다.



“모, 모험가이신가요?”



“아닙니다.”



“그러면 상인이시라거나……”



“저는 팔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그, 그럼 어떤 용무로 여행을 하시나요?”



“제가 그걸 대답해야할 필요가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리타의 짧고 차가운 대답은 남자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는 아마도 리타가 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실패했지만 습격했다는 사실에다가 오해로 험한 말을 내뱉은 건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다.



사실 그런 감정 따위는 전혀 남아있지 않은 리타였지만, 평소에도 그녀가 그런 식으로 대답한다는 것을 남자가 알 턱이 없다.



“용무가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제 길을 가고자 합니다.”



“아, 그게……”



남자는 어떤 말을 꺼내야 리타를 잡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갑작스러운 사태에 떠오르는 말은 다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그 상황에서 그를 구해준 건 뜬금없이 튀어나온 귀여운 목소리였다.



“리타리타.”



앞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카피의 고개가 확 튀어나왔다. 그녀는 큰 눈망울을 깜박거리며 리타를 올려다보았고, 남자는 그런 카피와 눈 크기 경쟁이라도 하듯 눈을 부릅떴다.



“웜링!?”



남자는 놀라서 소리쳤지만 리타는 깔끔하게 그를 무시했다. 그녀는 카피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호기심을 읽어냈다.



“어떤 점이 궁금하신가요?”



카피는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주머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스화리탈의 머리위에 앉으며 리타와 눈높이를 비슷하게 맞췄다.



“리타는 죽은 인간에게 예를 표하지 않나 에요? 카피가 알기로는 시체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건 헤게모니아에만 있는 풍습이다 해요.”



“이곳에서는 매장이나 화장이 망자를 위로하는 풍습이죠. 매장이 일반적이고 신체에 훼손이 많거나 다수가 사망한 경우, 혹은 전염병의 위험이 있을 때 화장을 합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일은 망자와 아는 사람이 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 시체들은 지인이 없다 해요.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둔다 에요?”



리타의 시선이 계속 눈 크기를 시험하고 있는 남성에게로 옮겨졌다. 그녀의 차가운 검은 눈에 남자는 어쩐지 위축되는 느낌을 받았다.



“저 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제가 했을 겁니다.”



“다, 당신은 아까 내가 왔을 때 다시 말에 타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남자는 당황했지만 그의 생각을 제대로 말했다. 카피는 대화에 끼어든 남자를 보았지만 그 시선에 비난 같은 감정은 담겨있지 않았다. 그것은 리타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그녀는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화장하려면 나무가 필요합니다.”



“나무라면 여기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저는 도끼가 없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이곳에서 가까운 도시가 어디죠?”



뜬금없는 리타의 질문에 남자는 잠시 어버버거리다 대답했다.



“포트 이룬다가 있긴 하지만, 도시라고 할 정도라면 레너스 시가 있습니다.”



“레너스 시에는 상인조합이나 용병조합이 있지 않나요?”



“아!”



남자는 의미를 알 수 없던 리타의 말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챘다. 큰 도시는 대게 여러 조합이 있는데, 그 조합의 일들 중 하나가 여정 중에 죽은 이들을 수습하는 것이다. 여성 혼자서는 이 많은 수의 시체들을 수습하기 힘들뿐더러 신원도 알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레너스에 가서 조합에 사고를 알리려는 게 원래 리타의 의도였다.



한 사람이 사람을 태울 수 있을 정도로 목재를 만들려면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더군다나 도끼도 없는 상태라면 말이다. 거듭 리타를 오해하는 자신의 모습에 남자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는 오히려 억울함마저 느끼며 리타에게 따지듯 물었다.



“처음부터 간단하게 조합에 보고하러 간다고 말하시면 되지 않았습니까? 왜 그렇게 알아듣기 어렵게 말하십니까.”



“어려웠나요?”



리타는 되레 이상하다는 듯 반문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순간 남자는 주변의 풍경이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작은 표정 변화 하나만으로 눈앞의 여성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냐는 망상이 떠오른다. 참혹한 시체의 현장이 잠시 향기로운 꽃밭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을 하며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음, 왜 그러시는 거죠?”



“네? 아, 아니. 아닙니다. 그, 그게 어떻게 된 것이냐면……”



리타는 횡설수설하는 남자에게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 자신의 말이 어렵다는 생각도 한적 없거니와 남자의 반응도 이해가지 않는다.



“제 말이 어렵나는 질문이 이상했나요?”



“후우…… 그건 아닙니다.”



남자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동료가 죽은 상황이라는 것을 스스로 각인시키며 냉정을 되찾으려 했다. 그는 리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갔다.



“당신의 말은 많은 정보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알고 있음에도 답을 바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저 답에 연관이 있는 단서만 하나씩 말해 줄 뿐입니다. 그 정보를 모르는 사람은 당신의 단서에서 답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오오, 맞다 해요! 카피도 그렇게 느꼈다 해요.”



아스화리탈의 머리위에 앉아있던 카피는 남자의 말에 격렬하게 동의했다. 아마 헬턴트에 있는 모든 사람도 남자의 말을 들었다면 카피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리타는 바로 묻는 말에만 대답할 뿐, 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본질을 모르지도 않는다. 어떤 때는 과정 없이 본질만 찔러 들어가기도 한다.



정작 리타 본인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였기에 그저 볼만 긁었다.



“그랬군요. 어렵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 사과할 일은 아닙니다. 알아듣지 못하고 오해한 제가 더 문제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카피? 더 궁금한 게 있나요?”



카피는 큰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저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했을지 알았다 해요. 그럼 지금은 그냥 떠나는 거다 에요?”



“네.”



“왜다 에요?”



“망자에 대한 위로는 저분이 하시는 것이니까요. 저는 저분들에 대해 타인입니다. 지인이 요청하지 않은 이상, 제가 개입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겠죠.”



“리타는 선이 분명하다 해요.”



리타는 가볍게 웃었다. 망자의 잔향을 머금은 미풍이 그녀를 감쌌다. 뒤로 한 번 묶은 검은 머리가 살짝 물결친다. 바람에 살짝 찌푸려진 검은 눈 사이로 하얀 드래곤 모양의 생물체가 웃는 게 비친다.



“그것도 넓어진 거예요. 제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무시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선이 많이 넓어졌죠.”



“역시 리타는 재밌다 해요.”



“과찬입니다.”



남자는 서로 마주 웃는 두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지 고민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을 계속 안고 있는 건 상인의 길이 아니다. 대신 상대방의 말에서 정보를 읽어내고 그것을 활용하는 게 상인의 자세다.



“그렇다면…… 음, 모험가님?”



“리타 스마인타그입니다.”



“네, 스마인타그님. 거듭 실례한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제가 도움을 청한다면,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남자는 리타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고 어떤 제스쳐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그의 눈을 지긋하게 응시하였다. 그는 점점 초조해져 가는 자신을 달래며 그녀가 왜 아무 대답도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또 자신의 실수다.



“이런, 실례를. 저는 톨러스입니다. 톨러스 마그누스. 그냥 톨러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리타는 그제서야 카피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미소로 톨러스를 대했다. 그녀는 말에 탄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바라보는 그녀는 하늘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짙푸른 녹음이 무르익었고 땅에는 이른 석양이 떠오른 듯 빨갛게 익은 가운데, 가을의 광활한 하늘을 등지고 새까만 밤을 가져온 듯한 여자가 지금 그를 향해 웃고 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톨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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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님 광팬이라면 알만한 이름이 나왔습니다. 이름만 따온거니 원래 캐릭터랑 연결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오리지널 파트에다가 과정이 되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적기가 힘드네요.

작법 자체가 큰 틀에서 목표점을 몇개 잡아두고 그 사이를 만들어가는 식이다 보니, 확실히 구성된 부분이 아니면 어렵습니다.

이런 부분은 1장 쓰는데도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게 흠...

그럼 좋은밤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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