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2. 딸의 아버지 (3)2014.11.05 PM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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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일행을 쫒는 중이셨군요. 급하실 텐데도 도와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엔 오해를 받더니 지금은 계속 감사를 받는군요. 하루 종일 뭔가 받기만 하는 것 같네요.”



리타의 말에 톨러스는 얼굴을 붉혔다.



“장사꾼이란 놈이 주기만 했으니 면목이 없습니다.”



“하하하.”



“제가 오해에 대한 사죄를 하기로 해놓은 주제에 도움을 더 받아서 더 면목 없기도 하네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아뇨. 셈은 확실히 해야 장사꾼이지요. 마침 레너스에 가신다고 하셨으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저희집에서 묵지 않으시겠습니까?”



리타의 커다래진 눈이 톨러스를 향했다. 톨러스는 뒤늦게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깨닫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는 리타에게 양 손을 휘저으며 적극적으로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피력했다.



“그, 그런 뜻이 아, 아니고. 집엔 어머니랑 여동생들이 이, 있습니다. 저 빼고는 다 여자들이고 남는 방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우선 고삐부터 제대로 잡으시지요. 떨어지시겠습니다.”



“아, 넵.”



톨러스는 나귀의 고삐를 다시 잡았다. 하지만 그는 계속 안절부절못했다. 리타는 안정적이면서도 불안해 보이는 그의 자세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리타는 톨러스를 도와 그의 동료들을 화장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톨러스는 그들을 화장하기 전에 유품이라도 가져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오크들이 동료들의 물건을 대부분 가져갔기에 유품이라 할만한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활이나 조악한 장신구 정도가 건질 수 있는 물건이었다.



톨러스는 다시 한번 오크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동료를 화장했다. 리타는 간과한 부분이지만 마차의 잔해는 좋은 땔감이 되었다. 그는 동료의 시체를 삼키는 불꽃을 보며 복수를 다짐했다.



“톨러스, 톨러스.”



회상에 젖어 이를 갈던 그를 앳된 목소리가 불렀다. 톨러스는 어색한 표정으로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톨러스는 왜 나중에 왔다 해요?”



카피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가락을 입술에 대었다. 목소리 그대로의 소녀가 하면 제법 귀엽겠지만 안타깝게도 카피는 웜링의 모습이었다.(물론 웜링의 모습이라도 제미니는 귀엽다고 한다.) 톨러스는 웃는 입가에 경련이 이는 것을 느끼며 최대한 친절하게 대답했다.



“중요한 서류를 이전 마을에서 놓고 오는 바람에 그걸 가지러 갔습니다. 합류장소를 정해놓은 데다 일행은 짐이 있어서 느렸기 때문에 갔다 오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합류장소에 일행이 나타나지 않자 일행을 찾다가 도망친 나귀를 발견했습니다. 이놈이 숲 속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겨우 잡고 나서 길을 찾는 중에 여러분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래서 숲 쪽에서 나왔군요.”



“습격하려고 숨어 있던 건줄 알았다 해요.”



카피의 말은 사실이었지만 톨러스는 굳이 긍정하지 않았다. 카피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말하는 작은 드래곤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장사꾼의 지침과도 같은 것이다.



톨러스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주로 자신의 일에 관한 것이었는데, 리타는 타인의 일에 딱히 관심이 없었지만 카피는 상업이란 것이 신기했는지 톨러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톨러스는 이야기를 계속 할수록 카피에 대한 경계심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야기 하다보니 카피는 호기심 많은 산골 소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무렵에는 꽤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12인의 다리를 기준으로 해서 서쪽은 물가가 대단히 비쌉니다. 몬스터의 습격이 많은 곳에다 헬턴트에서 땅이 끝나기 때문에 왕래가 적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레너스의 값싼 물건을 사서 포트 이룬다와 그 주변의 마을에 판매합니다.”



“오호, 차액에 의한 부의 증식이다 해요.”



“맞습니다. 어려운 말을 아시는군요.”



“에헤헤.”



“하지만 사실 그렇게 큰 이문은 남기지 못합니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많은 경비가 들어가거든요. 거기다 사람 수의 제한도 한 몫 합니다.”



“12인의 다리!”



카피는 아는 이야기가 나오자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톨러스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웜링이 12인의 다리를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알고 계시네요. 12인의 다리라는 게 있어서 웬만하면 상단은 6의 배수로 이뤄집니다. 사실 말과 사람이 12라는 수를 넘지 않으면, 다른 여행자와 협력하거나 미리 잡아둔 다른 생명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2를 넘어서면 다시 같은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에 힘든 게 사실이죠.”



“왜 힘들다 해요?”



“다리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횟수와 사람 수를 고려하면 12라는 수로 구성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카피는 조그마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았다. 큰 머리에 비해 짧은 손은 머리를 전혀 감싸지 못하고 관자놀이(드레곤에게도 있는지 모르겠지만)에 머물렀다. 웜링의 모습에 익숙해지고 나자 그 모습이 퍽 귀여워 보인다.



“으…… 역시 12인의 다리는 리타 말처럼 불편하다 해요. 머리가 아프다 해요.”



“하하하. 아직 직접 본 적이 없다고 했으니 이해하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 다리를 직접 보면 제가 왜 이렇게 말 했는지 바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리타도 그런 말 했다 해요. 알겠어요.”



톨러스와 카피가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가운데 리타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찬찬히 일행을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다섯이군요.”



카피는 리타에게 큰 눈을 깜빡거렸고, 톨러스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이 부족합니다. 적어도 하나는 채워야겠군요.”



“왜 하나를 채운다에요?”



카피는 톨러스의 말에 12인의 다리를 말하는 것임을 알아챘다. 하지만 하나를 채워야 한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셈으로는 12에서 5를 빼면 7이 남는 게 정상이지, 1이 남을 수 없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습니다. 상단은 대게 6의 배수로 이루어진다고요. 그것은 상단뿐만 아니라 12인의 다리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키는 규칙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한 번 건너려는 이용자가 아니고서는 암묵적인 규칙을 지키는 것이죠. 그리고 추수철인 지금은 거래가 활발한 시기니까 상단을 마주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12가 될 수도 있지만 6이나 18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저희도 6을 맞추는 게 좋겠죠.”



“이해했다 해요! 톨러스는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준다 해요.”



“별말씀을요.”



이야기를 듣던 리타는 숲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가는 도중에 동물 한 마리는 생포해야겠네요.”



톨러스는 쉽게 동물을 생포한다는 말을 꺼내는 리타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황급히 위로 향했다.. 나귀는 말보다 키가 작기 때문에 그의 눈높이는 리타의 가슴에 머무른다. 그는 필연적으로 시선을 위로 둘 수밖에 없었다.



“수렵을 잘 하십니까?”



“고향에서는 아버지를 도와 숲 일을 했습니다. 숲지기의 자식이 사냥을 못한다면 좋은 술안주거리가 되겠죠.”



“그래도 여성이 못한다고 뭐라 하진 않을 텐데요.”



“그것도 그러네요. 어쨌든 생포는 맡겨 주세요.”



“알겠습니다. 스마인타그님은 볼수록 대단한 분인 거 같습니다.”



리타는 가볍게 겸양의 말을 하며 부정했다. 여자가 검은 쓴다느니 숲지기 일을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어딜 가든 많이 들었던 것이라 익숙하다.



한편, 카피는 아스화리탈의 머리 위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녀는 흔들리고 불안한 그 곳에서도 전혀 불편함 없이 편안해 보였다. 주머니에 있는 것은 편하지만 밖이 더 좋고, 톨러스나 리타와 이야기를 나누기 편하다는 이유에서 그곳을 택했다고 한다. 카피는 사냥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였다.



“사냥이라면 카피가 잘 할 수 있다 해요.”



“카피?”



“리타가 말했다 해요. 작은 동물이라도 된다고 말이다 해요. 큰 것들은 어렵겠지만 작은 것들은 얼릴 수 있다 해요.”



그렇게 말하며 카피는 옆으로 입을 벌리고 브레스를 뿜었다. 새하얀 냉기의 브레스가 대기를 얼린다. 대기중의 수분이 결정화 하여 은빛의 찬란한 빛이 산란한다. 카피의 옆으로 반짝거리는 입자가 사람 하나를 덮을 수 있을 만큼 펼쳐졌다.



리타는 그것을 신기한 듯 놀라며 바라보았고, 톨러스는 놀라움의 크기를 배 이상 확대하였다. 카피의 정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다.



카피는 브레스를 뿜은 다음 놀라는 시선들을 향해 목을 꼿꼿하게 세웠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떤 일을 수행하고 칭찬을 바라는 것 같은 모습이다. 리타는 살포시 미소 지으며 손을 뻗어 카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피는 기분 좋은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리타의 손길을 즐겼다.



“에헷.”



“브레스도 뿜을 수 있었군요.”



“브레스는 기본이다 해요! 빙계 마법도 쓸 수 있다 해요.”



“그렇군요. 대단해요.”



“에헤헤.”



톨러스의 눈은 미녀가 인형을 데리고 노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그의 사고는 아무리 봐도 드래곤의 새끼로 보이는 존재를 편하게 다루는 인간으로 인식했다. 그는 두려움이 섞인 시선으로 그들을 보며 과연 카피의 정체에 대해 질문을 해도 될 것인가 고민했다. 하지만 듣는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거나 모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에 고민을 접었다. 그는 대신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벌써 날이 어두워 졌군요. 오늘은 야영을 하고 내일 다리를 건너서 레너스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날은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리타의 경험상으로 12인의 다리를 건너서도 휴다인 고개를 넘어가야 레너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이 낮이라면 저녁에 레너스에 도착하겠지만, 이 시간이라면 쉬었다가 내일 도착하는 것을 고려하는 게 더 낫다. 리타는 톨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을 것 같네요. 야영 장비는 가지고 계십니까?”



톨러스는 나귀에 실린 짐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귀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톨러스가 준비한 것인지는 몰라도 꽤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하하. 장사꾼이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됩니다. 당연히 몸을 건사할만한 건 챙기죠.”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리타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러면 야영하기 괜찮은 곳을 찾으면 쉬도록 하죠. 아직 저녁도 못 먹어서 배고프네요.”



“그러도록 하죠. 저도 오늘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네요.”



“리타리타, 사냥해 올까 에요?”



“그렇게 해주면 고마워요, 카피.”



“알았다 해요.”



카피는 아스화리탈의 머리위에서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다. 짤막한 몽동아리로 그러는 게 퍽 귀엽다. 그녀는 곧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지금 가게요? 우리가 어디 있는지 찾아올 수 있겠어요? 나중에 자리 정하면 그때 가세요.”



카피는 바로 출발하려다 리타의 제지에 다시 몸을 돌렸다. 그녀는 하늘을 나는 상태로 리타의 옆에 왔다.



“야영하면 불 피운다 해요. 하늘에서 불 찾아가기 쉽다 해요. 걱정 말라 에요.”



“그러면 알겠어요. 부탁할게요, 카피.”



“맡겨만 달라 에요.”



카피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하늘로 날아갔다. 리타는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눈으로 쫒다가 앞으로 시선을 향했다. 톨러스도 그녀와 비슷한 행동을 취했다가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좋은 하늘이네요.”



리타는 하늘을 딱히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앞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하늘이 어떤 색으로 물들어 있을지 말해준다.



“그러네요.”



“며칠 전만 해도 이 하늘을 같이 봐왔었는데 말입니다.”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쓸쓸함이 묻어났다.



“허전하시겠네요.”



“하하,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시다니. 다른 사람들은 배려가 없다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톨러스씨는 다른 사람이 아니니까요.”



톨러스는 허를 찔린 표정이 되었다. 그는 어설프게 웃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허전하다기 보다는 실감이 나지 않네요. 지금 스마인타그님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빈자리라는 게 당장 느껴지지 않으니까 스스로가 우스울 정도입니다.”



리타의 검고 긴 속눈썹이 내리 깔렸다. 그녀는 검은 눈을 감다시피 내리깔며 땅을 쳐다보았다. 아스화리탈과 그녀 자신의 그림자가 땅 위로 주욱 늘어져있다. 다가닥 다가닥. 편자가 박힌 말발굽 소리가 그녀의 귀를 어지럽힌다. 땅거미진 세상이 붉어서 마치 피처럼 보인다.



“사람은 죽기 마련이죠.”



“……”



톨러스는 대답 없이 시뻘건 앞을 계속 보며 나갔다. 리타는 흘러내린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귓불에 스치듯 걸린다.



“죽은 사람은 사람에게서 잊혀집니다. 사람은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면 잊게 되니까요. 그런 망각이 있기에 이런 약한 정신으로도 세상을 살 수 있겠죠. 망각이 있으니 죽은 사람에게 나눠받은 자신을 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는 게 사람이니까요.”



“쉬운 일은 아니지요.”



가을저녁의 바람이 꽤 서늘하다.



“맞아요. 죽은 사람을 잊는다는 건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유피넬과 헬카네스의 딸인 시간은 그걸 자연스럽게 만들어요. 인간이 쌓은 윤리와 도덕이 그것을 방해하지만, 그걸 해내지 않고서는 살아간다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마음에 들진 않지만 부정할 수 없는 말입니다.”



리타는 고개를 돌려 걸어온 길을 바라보았다. 녹아내린 태양이 눈이 부시다. 그녀는 눈을 찌푸리며 아득히 먼 곳을 주시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잊으면서도 추억하겠죠. 우리는 추억 속의 그들을 아껴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어요.”



톨러스는 살짝 웃었다. 위로치고는 꽤 철학적이다. 이 아가씨의 말하는 습관답다.



“언젠가는 각오했던 일입니다. 바라지는 않지만 경시할 수는 없는 위험이니까요. 그 사람들도, 저도, 죽음이라는 건 언제나 우리를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러니……”



톨러스를 태운 나귀는 서늘한 느낌에 움찔했다. 톨러스는 이를 악물었다. 매섭게 뜬 눈은 살의를 피워 올린다. 죽음이라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성립하는 경우에 한해서 양쪽의 모두에게 각오를 요한다. 죽이려는 놈은 죽으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오크 놈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가요?”



톨러스는 왠지 지금 리타를 쳐다보는 건 실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도와준 사람에게 적의에 찬 시선을 다시 보내고 싶진 않다.



“조합의 힘이라도 빌릴 생각입니다. 안된다면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그 놈들에게 복수할 겁니다.”



“복수입니까?”



“네. 죽음이 공평하다는 것을 각인 시켜 줘야 하니까요.”



리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으로 톨러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전방만 주시하고 있었다. 죽음에 익숙한 리타는 마을 사람들의 분노에 동조하지 못했었다. 그런 그녀가 더욱 먼 타인의 분노에 동조할 수 있을 리는 없다. 그녀는 다만 톨러스를 보기만 했다.



리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차분히 내뱉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에 들어오면서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 같았다.



“범인을 알 수 있습니까?”



“이 근처의 오크 놈들이 군단을 이뤄 서식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근거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활동 반경을 고려해보면 찾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근거지를 찾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죠?”



톨러스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척살해야지요.”



“오크 군단을 다 말입니까?”



“네.”



리타는 입술에 손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이번에 동료들을 습격한 오크들은 서른 마리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는지 톨러스는 리타를 돌아보았다. 검은 눈동자는 의아하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놈들이 남아 있다면 지금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질 겁니다. 상인들뿐만 아니라 근처의 마을들까지 약탈당하고 목숨을 잃겠죠. 그런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흠, 가능성은 제쳐두고서라도 그런 이유 때문에 모든 오크를 잡겠다는 건가요?”



“당연한 소리를 자꾸 물어 보시면 듣기에 따라서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물어보는 거라면 어떤가요?”



“…… 불쾌함을 드리고 싶진 않으니 대화를 중단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겁니다.”



톨러스는 고개를 홱 돌렸다. 화를 참는다는 게 역력히 느껴지는 태도다. 그는 복수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리타는 그 점이 걸렸지만 이 상태에서 더 묻진 않았다. 대신 하늘을 쳐다보았다. 생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 다가오는 무엇인가를 보기 위해서다.



“리타리타!”



작은 새가 날아오는 것 같다. 자세히 보면 그것은 하얗고 긴 날개를 가지고 있었고, 머리에는 부리 대신 뿔이 달렸고 긴 꼬리도 가지고 있다. 크기는 작지만 꽤 우아하고 강대하게 생긴 그것은 빠른 속도로 리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리타와 톨러스는 다급해 보이는 카피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다.



“왜 그러죠, 카피?”



카피는 급하게 날아오던 속도 그대로 한 바퀴 돌면서 몸을 정지시켰다. 탄성을 자아낼 만한 묘기를 보인 그녀는 진짜로 박수를 치는 리타의 눈앞으로 왔다. 그녀의 큰 눈동자가 놀람을 담고 있었다.



“오크다 해요.”



“저는 인간인데요?”



박수를 칠만한 사람답다는 게 톨러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카피는 농담을 받아줄 생각이 없는지 다시 말했다.



“바로 앞에 오크들이 있다 해요!”



톨러스의 이빨이 섬뜩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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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 좀 흥미진진하게 쓰고 싶다!


댓글 : 2 개
  • grgr
  • 2014/11/05 PM 11:16
굉장하네요!! 앞도 뒤도 없이 이것만 처음 봤지만, 진짜 이영도님의 소설을 보고있다고 착각했어요.

잠깐동안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딱 재미있어지려는 중에 끝나는것도 참 감질나군요
감사합니다. 이왕이면 앞의것도 읽어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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